(1)
물을 마시면서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새는
머리를 들고 하늘을 우러른다
아무리 보아도 거르는 법이 없다
하나님이 주신
저도 모르는
이치이다 지혜이다
물을 마시면서
그대는 어찌 하시는가
머리를 들고 하늘을 우러르시누나
그래
물을 마시자
자주자주
물을 물을 마시자
하늘을 날다 내려 온
새는 물 한 모금 마시면서
머리를 들고 하늘을 우러른다
아암
물을 마셔야지
자주자주
물을 물을 마셔야지
(2)
수수꽃다리
- 라일락
꽃 내음 날리는 숲으로
가자
손잡고
뛰면서 부를
여기
푸른 꿈의 노래가 있다
우정이
사랑이
싹 트고
줄기
잎 자라고
나무
숲 이루고
하양
파랑
연보라
어우러져
훈훈한 꽃들이 피는
친구여
연인이여
가자
꽃 내음 날리는 숲으로
(3)
순수
아이가 그림을 그린다
그 무섭다는 사자를 그린다
머리
갈기
몸통
다리
쩌르렁
골짝을 뒤흔드는 호령
과연 밀림의 왕이다
그런데 아이는 울상
그림 속의 사자가 번번이 웃어
도무지 무섭지가 않다
촐랑이는 다람쥐
토끼
꽃
나무
떨어지는 잎사귀
빗방울
물고기
바람도
구름도 웃는다
아이가 무섭다는 사자를 그린다
사자는 자꾸자꾸 웃는다
(4)
부드러워서
물은
산을 무너뜨리기도
생명을 내기도 합니다
봄기운은
독한 겨울을 몰아내고
꽃을 피웁니다
속삭임은
먹장구름 걷어치우고
무지개를 안겨줍니다
웃음은
나를 어려운 이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5)
단풍
이제 시작입니다
흙냄새 제법 살갑고
이만큼
고향의 언저리에서
위만 보고
시새워
억척을 떨던
무거운 짐
내려놓으니
바알갛게
화색이 돌고
손 흔들며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