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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제입납(本第入納)
본가로 들어가는 편지라는 뜻으로, 자기 집으로 편지할 때에 편지 겉봉에 자기 이름을 쓰고 그 밑에 쓰는 말이다.
本 : 근본 본(木/1)
第 : 집 제(𥫗/5)
入 : 들 입(入/0)
納 : 들일 납(糹/4)
부모님께 편지를 보낼 때 부모님의 함자를 함부로 쓰기 죄송하여 자신의 이름을 쓰고 본제입납(本第入納) 부기하는 것으로 이름 쓴 이의 본가(本家)로 보내 달라는 뜻이다. 이것은 편지의 주소란에 쓰는 말입니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객지에 나와 있는 자식이 고향의 집에 계신 부모님께 편지를 쓸 때 겉 봉투에 그렇게 써서 보내는 것이 예의였습니다.
편지를 보내는 자신의 이름 뒤에 본제입납(本第入納), 본가입납(本家入納)이라고 써서 보냈습니다. 자신의 본 집으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부모님의 성함을 함부로 쓰지 않던 옛날 우리의 미풍 양속 중의 하나이지요.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말입니다.
객지에 나와 있는 자녀가 고향의 부모님께 편지를 보낼 때 부모님의 함자를 쓰기 어렵기 때문에 과거에는 본인 이름 위에 본제입납(本第入納) 또는 본가입납(本家入納)이라고 써서 보냈습니다. 그러나 한 마을의 가구 수가 적은 시골에서는 자녀의 이름을 대고 아무개의 집이라고 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 편지인가를 알지만 이웃과의 왕래가 거의 없는 도시나, 시골이라고 하더라도 자녀가 오래전에 객지로 나와 사는 경우 정확히 편지를 배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객지에 계시는 경우에는 ○○○ '본제입납'이나 ○○○ '본가입납'이라고는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님께 편지를 보내는 경우에도 다른 어른께 편지를 보내듯이 ○○○ 귀하(貴下), ○○○ 좌하(座下)라고 부모님의 성함 뒤에 '귀하', '좌하'를 붙입니다. 또 전통을 살리면서 어려운 한자말을 우리말로 고친 ○○○(보내는 사람의 이름)의 집이라고 쓸 수도 있습니다.
편지 봉투를 쓸 때 이름 아래 붙이는 칭호
○氏(시) : 나이나 지위가 비슷한 사람에게 존경의 뜻으로 쓸 때.
○貴中(귀중) : 단체에 쓸 때.
님께 : 순 한글식으로 쓸 때.
○女史(여사) : 일반 부인에게 쓸 때.
○大兄(대형), 人兄(인형), 雅兄(아형) : 남자끼리 친하고 정다운 벗을 높여 쓸 때.
○座下(좌하) : 마땅히 공경해야 할 어른으로 조부모, 부모, 선배, 선생에게 쓸 때.
○先生(선생) : 은사(恩師)나 사회적으로 이름난 분에게 쓸 때.
○畵伯(화백) : 화가를 높여 쓸 때.
○貴下(귀하) : 상대방을 높여 쓸 때.
○君(군), 兄(형) : 친한 친구에게 쓸 때.
○孃(양) : 처녀로서 동년배 혹은 아랫사람에게 쓸 때.
○展(전) : 손아랫사람에게 쓸 때.
봉투의 글씨
○받는 사람의 성명은 정자로 쓴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주소의 글씨보다 좀 크게 하여 중앙에 쓴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와 성명은 조금 작게 쓴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는 생략하지 않고 정확하게 쓴다.
봉투의유래
미국 작가 A.비어스(Bierce)는 악마의 사전에서 봉투를 "서류를 매장하는 관, 연애편지를 넣는 옷"이라고 정의하였다. 프랑스 작가 플로베르(Flaubert)도 봉투를 "이루지 못한 연문의 관통(관통)이요, 사랑을 거절하는 답장의 칼집"이라 했다.
봉투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바빌로니아(Babylonia)의 흙 봉투에 다다른다. 당시 제왕 또는 권력자만이 보아야 하는 문서는 여느 사람이 볼 수 없게끔 해야 했는데, 그 시절 점토판(粘土板)에 글을 내기로 그 점토판을 포개어 양끝을 이겨서 봉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낙랑시대(樂浪時代) 유물로 이 흙 봉투가 출토되어 있다. 봉니(封泥)가 그것이다. 봉투란 단어는 '구부려 덮어 봉한'데서 유래했다.
언어 예절의 중요성
예의 바른 언어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바르고 공손한 말을 쓰는 사람은 품위있게 보인다. 반면에 예의바른 언어를 쓰지 않는 사람은 다른 이로부터 호감을 얻기 어렵고 사람됨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어렵다.
언어 예절의 기본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처지를 배려하면서 말하는 것이다. 흔히 상대방을 전혀 생각지 않고 함부로 말하여 듣는 사람을 매우 난처하게 만드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말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절인데도 그것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것도 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거침없고 활달한 성격쯤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풍조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것도 현실인 듯싶다.
언어 예절에는 명심할 내용이 많이 있다. 무엇보다도 밝고 부드럽게 말하고 발음은 똑똑하게 하여야 한다. 퉁명스럽게 말하거나 잘 알아듣지도 못하게 중얼거리듯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말할 때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말하는 태도가 공손하지 못하다면 상대방이 기분좋게 여길 리가 없다. 불손한 자세나 심술궂은 표정으로 말한다면 듣는 사람은 무척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말도 좋은 말을 잘 골라써야 한다. 한 예로 쉽고 고운 우리말을 두고 굳이 일본어 등 불필요한 외래어나 외국어들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비속어, 은어(隱語), 유행어를 삼가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한편, 언어 예절이란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로 표현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말은 잘 하면서도 글이 엉망인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바른 문장으로 제 의사를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를 글을 읽는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해 보라. 하다 못해 편지 겉봉 하나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런저런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얼마나 조심하고 가려서 언어 생활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예절바른 언어 생활을 하고자 마음먹어도 현실에서는 어려움을 느끼는 때가 많다.
호칭어와 지칭어
상대방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살아가면서 적어도 몇 번씩은 부닥치는 문제이다. 부르는 말에는 직접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어와 그 사람을 다른 이에게 가리켜 말하는 지칭어가 있다.
누군가를 부르는 말은 그 사람에 대한 예의를 반영하므로 매우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 부르는 말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거나 잘못 알려진 것도 있다. 일례로 시누이의 남편은 여러모로 어려운 사이인데 그 호칭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지칭어는, 예를 들어 자녀에게 시동생을 가리켜 말할 때 "삼촌 어디 가셨니?" 처럼 자녀가 부르는 대로 말하면 되는 것처럼, 대체로 듣는 사람의 처지에서 말하거나 관계말로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호칭어보다 어려움이 덜한 듯 느껴진다. 그러나 지칭어 역시 어려운 경우가 많고 듣는 이나 당사자에 대한 예절의 중요성도 호칭어에 비해 조금도 덜하지 않다.
부모를 가리키는 말은 '아버지, 어머니'이다. 어릴 때는 '엄마, 아빠'라고 할 수 있으나 장성해서는 그와 같이 말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살아 계신 부모를 가리켜 말할 때 '저의 아버님이, 저의 어머님이 처럼 '님'자를 붙여 말하기도 한다. 이것은 잘못이다. 자신의 가족을 남에게 높여 말하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는 것이다. '아버님, 어머님'은 남의 부모를 높여 말하거나 자신의 돌아가신 부모에 대해서 쓰는 말이다.
과거에는 한자어로 된 말을 많이 사용하였다. 가친(家親)은 살아계신 아버지, 선친(先親)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살아계신 어머니는 자친(慈親) 돌아가신 어머니는 선비(先妣)라고 한다. 이 한자어 호칭어는 현대에서 많이 사라져서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때로는 살아계신 아버지를 선친(先親)이라고 하기도 하고, 남의 아버지를 선친(先親)이라고도 하는 등 잘못 쓰기도 한다. 또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말로 '자당(慈堂)'이란 말도 있는데, 이 말 역시 자기 어머니에 대해서 쓰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는 조부모에게 말할 때는 부모를 낮추어 '아비, 어미'라고 하였으나 현대에는 맞지 않으므로 그냥 '아버지, 어머니'라고 한다. 언어 예절은 그 시대의 감각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남편은 '여보'라고 부른다. '여보'는 20세기 초 중반에도 그리 보편적이지 않았을 만큼 부부간의 호칭어로 정착된 것은 의외로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보편적인 호칭어가 되었다. 신혼 초에는 '여보'라고 부르기 어색할 수 있으므로 'OO씨, 여봐요'라고 쓸 수 있다. '여봐요'는 '여보'로 넘어가기 전단계의 호칭이라 할 수 있다.
남편에 대한 호칭어는 참 다양한데 대부분 바람직하지 않다. 흔히 쓰는 말로 '자기, 오빠, 아저씨' 등은 호칭어로든 지칭어로든 안 쓰도록 해야 한다. 특히 '아빠'는 자신의 친정 아버지를 부르는 것인지 남편을 부르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일본식 어법으로 알려진 말이다. 이 말은 절대로 써서는 안된다.
한편 신혼 초라 할지라도 시부모 앞에서 남편을 가리킬 때 'OO씨'라고 이름을 불러서는 안된다. 어떤 지방에서는 '걔'라고 낮추어 불러야 한다고까지 하나 이것도 별로 공감할 수 없다. 아이가 있으면 '아비, 아범'이라고 하면 되고, 아이가 없을 경우 '이이, 그이, 저이'로 부르면 된다.
아내를 부르는 말은 '여보, OO씨, 여봐요'이다. 적지 않은 경우 'OO야, 야, 이봐' 등 아내를 낮추어 부르는데 이는 좋지 않다. 또 '자기'로 부르거나 '와이프'로 가리키기도 하는데, 역시 써서는 안될 말이다.
부모에게 아내를 가리켜 말할 때는 'OO어미(어멈)'이라고 하고, 아이가 없으면 '이 사람, 그 사람, 저 사람'으로 쓴다. 부모 앞에서는 아내를 낮추어야 하므로 'OO엄마'라고 하지는 않으며 '집사람, 안사람, 처'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걔, OO(이름)'라고 까지 낮추어서도 안된다.
그러나 처부모에게는 아내를 낮출 필요가 없어 'OO어미(어멈), 그 사람' 뿐만 아니라 'OO엄마, 집사람, 안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동기 항렬들에게는 'OO엄마, 집사람, 안사람'으로 가리키고, 특히 손위인 경우 '처'라는 말도 쓸 수 있다. 잘 모르는 타인에게는 '집사람, 안사람, 아내, 처'라고 한다.
형(兄)은 '형(님)'으로 부른다. 형(兄)의 아내는' 아주머님, 형수님'이라고 부른다. 남동생은 'OO(이름), 아우, 동생'으로 부른다. 성년이 되어 혼인을 하면 이름 부르는 것은 삼가고 대우를 해 주는 것이 전통적인 예의였다. 그 아내는 '제수씨, 계수씨'라고 부른다.
누나를 부르는 말은 '누나, 누님'이다. 그 남편은 '매부(妹夫), 매형(妹兄), 자형(姊兄)'이라 부른다. '매부(妹夫)'는 여동생의 남편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妹(매)'가 손아래 누이를 가리키는 말이므로 누나의 남편에 대해 '매부, 매형'이라 할 수없고 '자형(姉兄)'으로 써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써온 말은 '매부, 매형'이고 오히려 '자형'은 쓰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 '자형'이 많은 세력을 얻었으므로 현실을 인정하여 표준으로 삼은 것이다.
참고로 전통적으로 남의 누이를 높여 부르는 말은 손위 손아래 구분없이 '매씨(妹氏)'이다. 형수(兄嫂)를 가리키는 '嫂(수)'는 '제수(弟嫂), 계수(季嫂)'에도 쓰인다. 따라서 단순히 한자의 뜻에 얽매여 '매부(妹夫), 매형(妹兄)'이 잘못된 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여동생은 'OO(이름), 동생'으로 부른다. 그 남편은 '매부, O서방'으로 부른다. 오빠를 부르는 말은 '오빠, 오라버니(님)'이다. 그 아내를 부르는 말은 '(새)언니'이다. 자기보다 나이가 적어도 그렇게 부른다.
남동생을 부르는 말은 'OO(이름), 동생'이다. 그 아내는 '올케'라고 부른다. 언니를 부르는 말은 언니이다. 그 남편은 '형부(兄夫)'라고 부른다.
여동생은 'OO(이름), 동생'으로 부른다. 그 남편은 'O서방(님)'으로 부른다. 나이가 더 많을 경우 '서방'이라 할 수 없으므로 '서방님'이라고 높여 부르는 것이다. 한편 일부 지방에서 '제부(弟夫)'라는 말을 호칭어 및 지칭어로 쓰나 이는 바른 말이 아니다. 'O서방'이라고 지칭해서 상대방이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동생의 남편'으로 가리키면 된다.
남편의 아우는 미혼인 경우 '도련님'으로 부르고, 기혼인 경우 '서방님'으로 부른다. 아우가 여럿일 때는 'O째 도련님, O째 서방님'처럼 부를 수 있다. 그 아내는 '동서(同壻)'라고 부른다.
한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이에게 기대어 '삼촌(三寸)'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큰 잘못이다. 전통적인 직접 호칭어가 있을 경우 '삼촌, 고모, 큰엄마' 등의 간접 호칭어를 써서는 안된다. 또 아랫동서가 나이가 많은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상대방이 아무리 자신을 '형님'으로 부르고 존대해 주더라도 자신도 아랫동서에게 '동서'라고 부르고 존대말을 하여야지 하대해서는 안된다.
남편의 누나는 '형님'으로 부른다. 그 남편, 곧 시누이의 남편은 '아주버님, 서방님'으로 부른다. 원래 시누이의 남편은 내외하는 관계여서 그 부르는 말도 없었다. 그런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서로 만날 일도 많아 호칭이 필요하게 되었다. '아주버님'은 여러 지방에서 시누이의 남편을 부르는 말로 쓰일 뿐만 아니라, 남편의 형을 가리키는 말과 같으므로 손위 시누이의 남편을 부르는 말로 적당하여 표준으로 삼은 것이다. '서방님' 역시 일부 사대부집에서 '운니동 서방님, 김 서방님'처럼 시누이의 남편을 가리켜 쓰던 말로서 표준으로 인정된 것이다.
남편의 누이동생은 '아가씨, 아기씨'라고 부른다. 당사자가 어리거나 결혼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 배우자(손아래 시누이의 남편)는 '서방님'으로 부른다. '서방님'은 손위 시누이와 손아래 시누이의 남편을 두루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
아내의 오빠를 부르는 말은 '형님, 처남'이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형님'이라 부르고, 나이가 적으면 '처남'이라 부른다. 아내의 남동생을 가리키는 말은 '처남(妻男)'이다. 나이가 아주 어리면 이름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손아래 처남의 나이가 자기보다 많다고 해서 '형님'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아내의 오빠의 아내(손위 처남의 댁)를 호칭하는 말은 '아주머니'이다. 당사자 외 남에게 가리켜 말할 때는 '처남의 댁' 등으로 한다. 아내의 남동생의 아내(손아래 처남의 댁)을 호칭하는 말은 '처남의 댁'이다.
처남의 댁은 시누이의 남편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호칭어가 없었다. 그러나 역시 시속(時俗)이 변하면서 호칭어가 필요하게 되었다. '∼댁'하는 것은 '충주댁, 안성댁' 하듯이 다소 낮추는 느낌이 있어 '처남의 댁'이라는 호칭어가 손위 처남의 부인에게는 적당치 않다. 그래서 일부 지방에서 쓰는 '아주머니'를 표준으로 정한 것이다. 다만 '아주머니'는 숙모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므로 당사자 외 남에게 가리킬 때는 적당치 않다. 따라서 지칭할 때는 '처남의 댁'으로 한다.
아내의 언니는 '처형(妻兄)'이라 부른다. 아내의 여동생은 '처제(妻弟)'라 부른다. 아내 언니의 남편, 곧 손위 동서는 '형님'이라 부른다. 다만 자기보다 나이가 적을 경우에는 '형님'이라 하지 않고 '동서'라고 한다. 남자들의 서열에서 아무리 손위라 할지라도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면 '형님'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 아내 여동생의 남편, 곧 손아래 동서는 '동서, O서방'이라고 부른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면 '동서'라고 한다. 나이가 많더라도 서열상 손아래이므로 '형님'이라고 하지도 않고, 또 손아래이긴 해도 나이가 많으므로 'O서방' 처럼 낮추어 말해서도 안된다. 참고로 남자들의 서열에서 '형님'으로 부르는 경우는 상대방이 손위이면서 나이가 많을 때에 한한다.
아버지의 형은 '큰아버지'라고 부른다. 지방에 따라서 맏형만 '큰아버지'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아버지의 형은 모두 '큰아버지'라고 한다. 한자어로 '백부(伯父: 아버지의 맏형 만)'라고도 하나 지칭어로는 가능하나 호칭어로는 적당치 않다. 아버지 형의 아내는 '큰어머니'라고 한다.
아버지의 남동생은 결혼하기 전에는 '삼촌, 아저씨'라고 부르고, 결혼한 뒤에는 '작은아버지'라고 부른다. '삼촌'은 촌수이므로 호칭어나 지칭어로 적당치 않다고도 주장하나 이는 '삼촌숙(三寸叔)'의 준말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나이가 뒤바뀐 숙질간(叔姪間)에도 호칭어와 지칭어는 마찬가지이다. 경어법상으로는 어렸을 때에는 서로 말을 놓고 지내지만, 성년이 되어서는 조카가 아저씨보다 다섯 살 이상이면 서로 존대하고, 다섯살 미만이면 항렬을 따라서 조카가 아저씨에게 존대를 해야 한다. 장조카인 경우에는 예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버지의 누이는 '고모, 아주머니'라고 부르고 그 배우자는 '고모부, 아저씨'라고 부른다. 어머니의 자매는 '이모, 아주머니'라고 하고 그 배우자는 '이모부, 아저씨'라고 한다.
어머니의 남자 형제는 '외삼촌, 아저씨'라고 부르고 그 배우자는 '외숙모, 아주머니'라고 한다. 자신의 외삼촌을 자녀들에게 지칭할 때 아버지의 외가는 진외가이므로 '진외종조부(님)'이라고 하거나, 자녀의 편에 서서 '진외할아버지'라고 한다. 곧 '진외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외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외삼촌 모두 가리키는 말이 된다.
조카나 조카딸은 어릴 때는 이름을 부르고 장성하면 '조카' 또는 'O아비(아범), O어미(어멈)'로 쓴다. 다만 시댁의 조카는 나이가 더 많을 경우 '조카님'이라고 해야 한다.
조카의 아내는 며느리 부르듯 '아가, 새아가, O어미, O어멈'으로 부르고 조카사위도 사위 부르듯 'O서방, O아범, O아비'로 부른다
(같은 항렬) 밭사돈이 밭사돈을 부르는 경우 '사돈 어른' 또는 '사돈'이라고 하고, 안사돈을 부르는 경우 '사부인'이라고 한다. 안사돈이 안사돈을 부르는 경우 '안사돈'이라고 하고, 밭사돈을 부르는 경우는 '사돈 어른'이라고 한다. 형수나 올케 등의 동기 및 그 배우자를 부를 경우, 남자는 '사돈, 사돈 도령, 사돈 총각'으로, 여자는 '사돈, 사돈 처녀, 사돈 아가씨'등으로 부른다.
(위 항렬) 며느리 사위의 조부모를 부르는 말은 '사장(査丈) 어른'이다. 할머니를 구별하여 '안사장 어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조부모보다 한 항렬 높으면 '노사장 어른'이라고 한다.
(아래 항렬) 며느리 사위의 동기와 그 배우자, 조카 등 아래 항렬의 사람을 부를 경우, 남자는 '사돈, 사돈 도령, 사돈 총각'으로, 여자는 '사돈, 사돈 처녀, 사돈 아가씨' 등으로 부른다.
직함이 없는 동료끼리는 남녀 불문하고 'O씨'하고 부르면 좋다. 물론 상황에 따라 이름만으로 'O씨'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아무리 친해도 직장 내에서 'O야' 처럼 이름을 부르는 것은 좋지 않다. 상대방이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이름을 부르기 미안하므로 'O선배(님)'와 같이 말할 수 있다. 직장이 만일 학교나 연구원 등이라면 '선생님' 또는 'O선생(님)'이라는 호칭어가 직장의 분위기에 어울려 무난하다.
이밖에 남자 직원이 남자 직원을 부를 경우 'O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냥 '형' 하거나 'O형' 하는 것은 앞서 'O야' 처럼 지나치게 사적인 느낌을 주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때로 여직원이 남자 직원을 'O형'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역시 정형화된 호칭어는 아니다. 여직원이 여직원을 부를 경우는 '언니'나 'O언니'라고 할 수 있다. 남자들의 경우는 '형' 또는 'O형' 하는 것이 사적인 느낌을 주지만 여자들의 경우는 자연스럽게 이러한 호칭어가 굳어졌고 따라서 직장이라 할지라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오히려 'O언니' 하는 것은 잘못된 호칭어이며 '미스 O언니' 처럼 부르는 것도 좋지 않다. 한편 '미스터O'이나 '미스O'은 어느 경우에나 쓰지 말아야 할 말이다. 호칭어에서 이러한 외래어 표현은 듣는 사람에 따라서 불쾌하게 여길 수 있다.
직함이 없는 선배나 나이 많은 동료를 부를 경우 'O씨'라고 하기 어려우므로 꼭 '님'자를 붙여 '선배님, 선생님, O선생님, O선배님' 처럼 부른다. 나이 지긋한 여사원은 'O여사, O여사'로 부를 수 있다.
상사(上司)가 직함이 없는 아랫사람을 부를 경우 'O씨'를 쓰고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O선생(님), O선생(님)'으로 부른다. 나이가 아주 어린 직원은 'O군', 'O양'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직장에서 'O야' 또는 'O씨'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나이가 어려도 직장인으로서 대우해 줄 필요가 있고, 또 오늘날 이름 없이 'O씨' 하는 것도 과거와 달리 높이는 뜻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친구의 아내는 '아주머니, O씨, O어머니, 부인, O여사, O과장(님, 직함이 있는 경우)' 등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쓸 수 있다. 흔히 '제수씨, 계수씨' 등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옳지 못하다. 해당 친구에게 지칭할 때에는 '(자네) (합)부인', 'O어머니'로 한다. 사람에 따라서 '자네 와이프'는 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절대로 삼갈 일이다.
친구의 남편은 친밀도에 따라 'O씨' 처럼 이름을 부르거나 아이 이름을 넣어 'O아버지'라고 하면 된다. 또 직장의 직함에 따라 'O과장님'이라고 하거나 '선생님' 등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골라 쓸 수 있다.
남편의 친구도 친구의 남편에 준하여 부르면 된다. 아내의 친구 역시 친밀도에 따라 'O씨'라고 하거나 아이의 이름을 넣어 'O어머니'라고 하면 된다. '아주머니'도 좋은 호칭어이며 상황에 따라 'O선생(님)'이나 'O여사'라고 할 수도 있다. 또 직함이 있다면 'O 과장(님)' 등으로 불러 무난하다.
직장 상사의 아내는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원래 스승의 부인을 부르는 말이었으나 오늘날 윗사람의 부인을 부르는 말로 널리 쓰여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또 '아주머니(님)'도 직장 상사의 아내를 부르는 말로 적절한 말이다.
직장 상사의 남편은 'O)선생님'이나 'O선생님'으로 부르면 된다. 직함이 있으면 '선생님' 대신 '과장님' 등의 직함을 넣어 부르면 된다. 해당 상사에게 지칭할 경우에는 '바깥 어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바깥 양반'은 동료 및 아랫사람의 남편을 가리키거나 자신의 남편을 겸손하게 가리키는 말이므로 윗사람의 남편에 대해서는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직장 동료 및 아랫사람의 아내는 '아주머니(님)'이나 '부인'으로 부르고 지칭한다. 해당 동료나 아랫사람에게는 '아주머니(님)'이나 '(자네) (합)부인'이라고 지칭한다.
직장 동료 및 아랫사람의 남편은 직장 상사의 남편을 부르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O선생님'이나 'O선생님'으로 부르면 된다. 직함이 있으면 '선생님' 대신 '과장님' 등의 직함을 넣어 부른다. 해당 동료나 아랫사람에게는 '부군' 또는 '바깥 양반'으로 지칭한다.
식당 등 영업소의 종업원을 부를 경우 남자 종업원은 '아저씨, 젊은이, 총각'이라고 하고, 여자 종업원은 '아주머니, 아가씨'라고 할 수 있다. 어느 경우나 일반적으로 '여보세요'라고 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아줌마'는 높이는 느낌이 들지 않으므로 아주 친근한 사이가 아니면 쓰지 말아야 한다. 또 연세가 드신 분들이 나이 어린 여종업원을 '언니'라고 하거나, '어이, 이봐' 등 함부로 부르는 것도 매우 좋지 않은 행동이다.
식당, 은행, 관공서 등에서 손님을 부르는 말은 '손님'이다. 반대로 은행창구, 관공서 민원실 등의 직원을 부르는 말은 'O씨, (김) 과장(님), 선생(님)' 등으로 부른다. 이름이나 직함을 모를 경우 '여보세요'라고 할 수 있다.
자기를 가리킬 때 대표적인 예로 부모님의 친구에게 자신을 밝히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저희 아버지가 O(姓) O자 O자 쓰십니다, 저희 아버지 함자가 O(姓) O자 O자입니다, O씨(부장님)의 아들입니다'와 같이 말한다. 이 경우 흔히 성(姓)에도 '자'자를 붙여 'O자 O자 O자'와 같이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우리 말은 다른 어떤 말보다도 경어법이 잘 발달된 언어이다. 우리 말의 경어법에는 '아버지가 저기 나오시는구나' 처럼 말하는 내용의 주체를 높이는 존경법과 '선생님,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처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공손법이 있다.
올바른 경어법을 위해서 어휘를 잘 선택해서 쓸 줄 알아야 한다. 용언(庸言: 동사 형용사)이 여러 개 함께 나타날 경우 대체로 문장의 마지막 용언(庸言)에 '-시-'를 쓴다. 용언마다 '-시-'를 넣는 것이 더 높이는 말이라고 생각하여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그것은 옳지 않다. 지나친 존대는 도리어 예의가 아니고 모든 용언(庸言)에 '-시-'를 넣는 것이 항상 자연스럽지도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할머니가 오셨다가 가셨다'는 자연스러운 반면 '할머니가 책을 읽으시고 계시다'는 어색하며 '읽고 계시다'라고 해야 한다.
존대말을 잘 가려 쓰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흔히 '아버지한테 야단을 맞았다'와 같이 말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야단'은 어른에 대해서는 쓸 수 없는 말이다. '아버지한테 걱정(꾸중, 꾸지람)을 들었다' 처럼 말해야 한다. '생일/생신, 밥/진지, 나이/연세, 이빨/이/치아, 술/약주, 집/댁, 병/병환, 나/저, 아프다/편찮다, 먹다/잡숫다, 있다/계시다, 자다/주무시다, 묻다/여쭙다, 말하다/아뢰다(말씀드리다), 주다/드리다, 만나다/뵙다' 등은 특히 아이들이 잘 익혀 쓰도록 어릴 적부터 가르쳐야 할 말들이다.
존칭의 조사 '께서, 께'는 대화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용언(庸言)의 '-시-'로도 충분히 높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어(句語)에서는 '께서, 께' 등과 같은 조사(助詞)보다는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처럼 '이/가, 한테' 등을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나 깍듯이 존대해야 할 사람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께서'나 '께' 등으로 높여야 한다.
존경의 어휘를 쓰지 않아야 할 자리에 존경의 어휘를 쓰는 것 또한 잘못이다. '아버님은 9층에 볼일이 계시다'는 옳지 않고 '볼일이 있으시다'가 옳다. '말씀'도 마찬가지다.
또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꼭 한 가지씩 저에게 여쭈어 봐요' 처럼 자신에게 물어본 것을 아랫사람이 물었다고 해서 '여쭙다'를 쓰는 것도 잘못 쓰는 예 가운데 하나이다.
'제가 했어요, 그러셨어요?' 등과 같은 '해요' 체의 말도 잘 가려 써야 한다. 이 '해요' 체는 가정에서는 분위기나 화제에 따라 적절히 쓸 수 있는 친밀한 표현으로는 쓸 수 있다. 그러나 깍듯이 존대를 해야 할 사람에게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쓰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이 선생님에게 말할 때 '제가 했어요' 보다는 '제가 했습니다' 처럼 말하는 것이 예의에 맞다. 한편 '고맙습니다' 처럼 굳어진 인사말이 있는 경우에도 '고마워요'와 같은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아버지를 할아버지께 말할 때에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진지 잡수시라고 하였습니다' 처럼 아버지에 대해서는 높이지 않는 것이 전통이고 표준 화법이다. 이것은 압존법(壓尊法)이라고 하여 직장에서의 언어 예절과 다른 점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전통도 변하여 조부모에게도 아버지를 높이는 것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그리하여 현실을 인정하여 '할아버지, 아버지가 진지 잡수시라고 하셨습니다'와 같이 '-시-'를 넣어 아버지보다 윗사람에게 아버지를 높여 말하는 것도 표준으로 허용하였다.
부모를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낮추어 말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는 전통적인 어법에 어긋난다.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부모를 말할 때는 언제나 높여, 학교 선생님에게 아버지를 말할 때에도 '저희(우리)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와 같이 하는 것이 바른 말이다.
남편을 시부모에게 말할 때는 '아범(아비)이 아직 안 들어왔습니다' 또는 '그이가 아버님께 말씀드린다고 했습니다'와 같이 낮추어 말한다. 남편의 형이나 손위 사람에게 말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시동생이나 손아래 친척에게는 '형님은 아직 안 들어오셨어요' 처럼 높이는 것이 원칙이고, '형님은 아직 안 들어왔어요' 처럼 낮추어 말할 수도 있다.
남편을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 말할 때는 상대방의 신분이 확인되기 전에는 서술어에 '-시-'를 넣어 표현하고, 남편의 친구나 상사라는 것이 확인되면 '-시-'를 넣지 않는 것이 무난하다. 또한 방송에 출연했을 때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자기의 남편을 말할 때, 나이 든 사람은 '-시-'를 넣어 말해도 되지만 젊은 사람이 '-시-'를 넣어 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들을 손자, 손녀에게 말할 때에는 'O야, 아비(아범) 좀 오라고 해라' 보다는 'O야, 아버지 좀 오라고 해라' 처럼 '아비(아범)' 보다는 '아버지'로 가리키고 서술어에 '-시-'를 넣지 않고 말하는 것이 표준이다. 그러나 손자, 손녀에게 아버지는 대우해서 표현해야 할 윗사람이라는 것을 가르친다는 교육적인 차원에서 서술어에 '-시-'를 넣어 'O야, 아버지 좀 오시라고 해라'라고 할 수도 있다.
직장에서 동료, 아랫사람, 윗사람에 관하여 말할 때 서술어에 '-시-'를 넣을 것인지 넣지 않을 것인지는 듣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동료에 관해서 말할 때는 누구에게 말하는가에 관계없이 '-시-'를 넣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과장이 아랫사람에게 말한다면 '박영희 씨, 김 과장 어디 갔어요?' 하고 말한다. 물론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동료를 다른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말할 때는 '(과장이) 박영희 씨, 김 과장 어디 가셨어요?'와 같이 서술어에 '-시-'를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윗사람에게 말할 때는 '-시-'를 넣지 않아야 한다.
윗사람에 관해서 말할 때는 듣는 사람이 누구이든지 '-시-'를 넣어 말하는 것이 원칙(原則)이다. 즉 '(평사원이) 사장님, 이 과장님은 은행에 가셨습니다' 하고 말한다. 가정에서 아버지를 할아버지께 말할 때 '할아버지, 아버지가 진지 잡수시라고 하였습니다'와 같이 아버지를 높이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곧 가정과 직장의 언어 예절에 차이가 있다. 종종 '(평사원이) 사장님, 이 과장은 은행에 갔습니다' 처럼 낮추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일본식 어법일 뿐이다.
아랫사람에 관해 말할 때는 누구에게 말하는가에 관계없이 '-시-'를 넣지 않고 '(과장이) 김영희 씨, 김철수 씨 어디 갔어요?' 하고 말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아랫사람을 그보다 더욱 아랫사람에게 말할 때는 '(부장이) 박영희 씨, 김 과장 어디 가셨어요?' 처럼 '-시-'를 넣어 말할 수 있다.
거래처의 사람에게 말할 때는 그 말하는 대상이 우리 직장의 평사원이라면 듣고 있는 다른 회사 사람의 직급에 관계없이 '은행에 갔습니다' 처럼 '-시-'를 넣지 않는다. 그러나 직급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 같은 직급의 사람이나 그 아래의 사람에게 말할 때 자기보다 직급이 낮더라도 '(부장이 과장을 다른 회사의 과장이나 평사원에게) 김 과장 은행에 가셨습니다' 처럼 '-시-'를 넣는다. 하지만 또 그 사람 직급 이상의 사람에게 말할 때는 '(부장이 과장을 다른 회사 부장에게) 김 과장 은행에 갔습니다' 처럼 '-시-'를 넣지 않고 말한다.
자기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을 다른 회사 사람에게 말할 때는 상대방의 직급에 관계없이 '(평사원이 과장을 다른 회사 부장에게) 김 과장님 은행에 가셨습니다' 처럼 '-시-'를 넣어 말한다. 그러나 전화로 대화를 할 때는 누가 누구를 누구에게 말하든지 '-시-'를 넣어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래처의 사람을 거래처의 사람에게 말할 때는 대상에 관계없이 존경법의 '-시-'를 넣어 말한다.
부장이 과장의 아들에게 말하는 경우처럼 직장 동료와 사적인 관계의 사람에게 말할 때는 '김 과장(님) 은행에 가셨습니다' 처럼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말할 경우라도 '-시-'를 넣어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윗사람에 관해서 말할 때 듣는 사람이 누구이든지 ‘-시-’를 넣어 말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선배에게 존대말을 하더라도, 그 선배에 대하여 선생님에게 말할 때는 ‘O선배가 결석했어요’ 처럼 낮추어 말해야 한다.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는 가정으로 보면 부모와 자녀처럼 한 항렬의 차이가 있으므로 같은 직장인으로 구성된 직장에서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비슷한 나이의 동료끼리 말할 때는 ‘(평사원이) 김철수 씨, 거래처에 전화했어요?’, ‘(과장이) 김 과장, 거래처에 전화했어요?’ 처럼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동료간이라도 상대방의 나이가 위이거나 또는 분위기의 공식성 정도에 따라서 ‘전화했습니까?’ 처럼 말할 수도 있다.
윗사람에게 말할 때에도 어느 경우에나 ‘전화하셨습니까?’ 처럼 하고, 아랫사람에게 말할 때는 ‘(사장이) 박영희 씨, 거래처에 전화했어요?’ 처럼 높여 말하는 것이 바람직한 표현이다. 그리고 아랫사람이 어리고 친밀한 사이일 경우에는 ‘전화했니?’ 처럼 낮춤말을 할 수 있고, ‘전화했소?, 전화했나?’도 쓸 수 있다.
관공서 등의 직원이 손님을 맞을 때도 관공서 등의 직급에 관계없이 ‘손님, 도장 가지고 오셨습니까?’ 처럼 정중하게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손님도 ‘이제 다 되었습니까?’ 하고 말하는 것이 좋다.
버스 등 우연한 자리에서 연세가 위인 분에게는 ‘좀 비켜주세요’라는 표현보다는 ‘제가 지나가도 되겠습니까?, 비켜주시겠습니까?’ 처럼 완곡한 표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어른이 청소년에게 말할 때도 ‘좀 지나가도 될까?’ 처럼 완곡하게 말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좋을 것이다.
집에서 어른에 관하여 말할 때처럼 직장에서도 ‘잡수시다’와 같은 높임말이나 ‘뵙다’와 같은 겸양의 말을 적절히 골라 써야 한다. 다만 집에서는 ‘할아버지 진지 잡수셨습니까?’ 처럼 ‘밥’에 대하여 ‘진지’를 쓰지만 직장이나 일반 사회에서는 ‘과장님, 점심 잡수셨습니까?’ 처럼 ‘점심’이나 ‘저녁’으로 쓰는 것이 좋다. 이때 흔히 ‘식사하셨어요?’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과장님이 편찮으셔서 식사도 못 하신대’와 같은 경우가 아니고 직접 맞대어 말할 때는 쓰지 말아야 한다.
아침에 집에서 윗사람에게 하는 인사로는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진지 잡수셨습니까?’가 가장 알맞은 말이다. ‘안녕히’ 대신 ‘잘, 편히, 평안히’를 쓰기도 하는데 ‘안녕히’ 보다 높이는 말이 아니므로 웃어른에게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아랫사람에게는 ‘잘 잤니?, 잘 잤어요?’라고 인사한다.
아침에 동네에서 이웃 어른을 뵈었을 때도 ‘안녕하십니까?,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진지 잡수셨습니까?’ 라고 인사한다. 동년배나 손아래 사람이라도 성인일 경우에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고 인사한다. 손아래 미성년자에게는 ‘안녕?, 잘 잤니?’와 같이 인사하면 된다.
직장에 출근해서는 윗사람에게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셨습니까?’를 적절히 골라 쓴다. ‘안녕하세요?’는 아주 가까운 윗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동료에게는 ‘안녕하세요?’라고 해도 좋다. 아랫사람에게는 ‘안녕하세요?, 나왔군’ 등을 쓸 수 있다.
요즘 흔히 ‘좋은 아침!’ 하고 인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어를 직역한 말로 오히려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으므로 쓰지 말아야 한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도 ‘좋은 아침입니다’는 인사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방송도 집안에서처럼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안녕히 주무십시오’와 같이 인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집안에서도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어른들께는 꼭 ‘안녕히 주무십시오’라고 인사하고 형제들끼리는 ‘잘 자’라고 인사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집안에서 출입할 때는 어른들께 꼭 인사를 여쭙는 것이 좋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리다, 다녀오마’ 따위로 인사하는 것이 좋다. 나갔다가 들어올 때도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소’ 따위로 인사한다. 인사를 받는 사람도 적절히 인사하도록 한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어른에게는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 가장 정중한 인사이다. ‘그 동안 평안하셨습니까?’는 윗사람에게 쓰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인사말이다. 거리에서 이웃 사람을 만났을 때는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면 된다.
직장에서 먼저 퇴근할 경우 윗사람에게는 ‘먼저 (나)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로 한다. ‘먼저 실례합니다’나 ‘수고하십시오’는 윗사람에게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들이 동사무소나 은행같은 곳에서도 볼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 ‘수고하십시오, 수고하세요’와 같은 인사말을 쓰지 않도록 잘 가르쳐야 한다. 이 말은 ‘고생하라’는 말이기 때문에 보통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는 쓰기 어려운 말이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인사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말이다.
버스, 전철, 승강기 같은 탈것에서 아는 사람과 마주친 때에도 역시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한다. 그 사람보다 먼저 내리게 되는 경우에는 ‘먼저 내리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남아 있는 사람은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 인사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집안에서나 동네에서나 만난 사람과 사랑이 담긴 따뜻한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전화기의 벨이 울리면 전화를 받는 쪽이 먼저 말을 해야 하는지 거는 쪽이 먼저 말을 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전화를 받는 사람이 먼저 말을 시작한다.
집에서 전화를 받을 경우 ‘여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표준이며, ‘여보세요’ 다음에 잠깐 틈을 두고 ‘안국동입니다, 성산 시영아파트입니다’ 등과 같이 지역이나 아파트 이름을 넣어 말하는 것도 좋다. ‘네’라고만 하는 경우도 많으나, 간결하기는 하지만 거만한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쓰지 말도록 해야 한다. 또 ‘안국동입니다’ 하고 바로 지역 이름을 밝히는 것도 좋지 않다. 그러나 ‘네, 안국동입니다’는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말이고, ‘네’라고만 하거나 ‘안국동입니다’만 하는 것보다 부드럽고 친절한 말이므로 쓸 수 있다. 직장에서 받을 때는 ‘네, O주식회사 입니다’ 하고 받으면 무난하다.
전화를 바꾸어 줄 때에는 집에서나 직장에서 모두 ‘(네) 잠시(잠깐, 조금) 기다려 주십시오. 바꾸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을 경우에는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여쭐까요)?’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이 아는 사람이면 인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상대방이 찾는 사람이 없으면‘지금 안 계십니다. 뭐라고 전해 드릴까요?’라고 정중하고 친절하게 답하면 된다. 특히 직장에서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 5분 후에 다시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등과 같이 다양하게 말할 수 있는데 간결하고 친절한 말씨여야 한다.
전화가 잘못 걸려 오면 무의식적으로 불친절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집에서나 직장에서 모두 ‘아닌데요(아닙니다), 전화 잘못 걸렸습니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 ‘(전화) 잘못 거셨습니다’라고 하는 말은 전화도 제대로 못 거느냐는 느낌이 들어 전화 건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또 아무 말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매우 좋지 않은 행동이다.
집에 전화를 걸 때 상대방이 응답을 하면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기는) O입니다. O씨 계십니까?’와 같이 인사를 하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이 기본 예절이다. 나이 어린 사람의 경우 어른이 전화를 받았을 때는 ‘안녕하십니까? 저는 O의 친구 O입니다. O있습니까?’ 처럼 통화하고 싶은 사람과 어떠한 관계인가를 밝히는 것이 올바른 예의이다. 만약 상대방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는 ‘안녕하십니까? O댁입니까?’라고 할 수 있다.
직장에 걸 때도 집에 걸 때와 같이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기는) O인데요, O씨 좀 바꿔 주시겠습니까?’와 같이 말하면 된다. 통화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 때는 ‘말씀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죄송합니다만(미안합니다만) O한테서 전화 왔었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와 같이 말하면 된다.
전화가 잘못 걸렸을 때는 귀찮은 듯이 전화기를 탁 놓지 말고 ‘죄송합니다(미안합니다). 전화가 잘못 걸렸습니다’라고 예의를 갖춰 정중히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을 때는 ‘안녕히 계십시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만(그만) 끊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인사를 하고 끊는 것을 생활화 하도록 한다. ‘들어가세요’라는 인사도 많이 하지만, 이 말은 명령형이고, 일부 지방 사람들만 주로 쓰며, 상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중간에서 다른 사람을 소개할 때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한다. (1)친소 관계를 따져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먼저 소개한다. (2)손아래 사람을 손위 사람에게 먼저 소개한다. (3)남성을 여성에게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섞여 있을 때는 (1), (2), (3)의 순서로 적용한다. 예를 들어 어머니와 가다가 젊은 남자 선생님을 만났다. 이 경우 ‘저의 어머니십니다’ 처럼 어머니를 선생님에게 먼저 소개하고 ‘어머니, 우리 선생님이십니다’ 하고 소개하여야 한다.
편지 쓸 때 주의해야 할 형식적 요건으로 서두, 서명란, 봉투쓰기가 있다. 서두는 ‘아버님 보(시)옵소서, O선생님께 올립니다, O님께[공적인 편지], O선생께, O에게, O보아라, O주식회사 귀중’ 등처럼 쓴다.‘ O님’의 ‘님’은 원래 고유명사 뒤에 붙는 말이 아니지만 널리 쓰이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서명란은 ‘O올림, O드림’이 표준이다. 아랫사람에게는 ‘O씀’이라고 할 수 있다. 집안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성(姓)을 쓰지 않고 ‘O올립니다, O드림’ 처럼 쓴다.
참고로 ‘O로부터’라는 것은 외국어의 직역이므로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직함을 넣을 때이다. 예를 들어 ‘O주식회사 사장 O올림’이라고 해야지, ‘O주식회사 O사장 올림’ 처럼 이름 뒤에 직함을 써서는 안된다. 이것은 남에게 자신을 높이는 것이 된다.
봉투를 쓸 때는 ‘O+직함+님(께), O좌하, O귀하, O님(에게), O앞, O주식회사 귀중, O주식회사 O사장님, O주식회사 O귀하’ 등처럼 쓴다. 주의할 것은 직함 뒤에 다시 ‘귀하(貴下)’나 ‘좌하(座下)’ 등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O사장님 귀하’는 바르지 못한 보기이다. 예의가 지나쳐 오히려 비례(非禮)가 된 것이다.
과거에 고향의 부모님께 편지를 보낼 때 부모님의 함자를 쓰기 어려워 자신의 이름 뒤에 본제입납(本第入納), 본가입납(本家入納)이라고 쓰기도 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집을 제대로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적당치 못하다. 부모님 성함을 쓰고 ‘O귀하, O좌하’라고 하거나, 집을 찾기 쉬울 때는 자신의 이름을 쓰고 ‘O의 집’과 같이 쓸 수 있다.
새해 인사로 가장 알맞은 것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이다. 상대에 따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게,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등으로 쓸 수 있다. 이 말은 집안, 이웃, 학교 등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인사말이다.
세배할 때는 절하는 것 자체가 인사이기 때문에 어른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와 같은 말을 할 필요는 없다. 그냥 공손히 절만 하면 그것으로 인사를 다 한 것이며 어른의 덕담(德談)이 있기를 기다리면 된다.
한편 절하겠다는 뜻으로 어른에게 ‘절 받으세요,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예의가 아니다. 가만히 서 있다가 어른이 자리에 앉으시면 말없이 그냥 공손히 절을 하는 것이 옳다. 다만 나이 차가 많지 않아 상대방이 절 받기를 사양하면 ‘절 받으세요, 앉으세요’라고 말할 수 있다.
덕담(德談)은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내리는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게, 소원성취 하게’가 가장 일반적이다. 이렇게 어른의 덕담이 있은 뒤에 ‘과세(過歲) 안녕하십니까?’와 같이 말로 인사를 한다. 이때 특별히 ‘만수무강(萬壽無疆) 하십시오,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와 같이 건강과 관련된 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의도와 달리 상대방에게 ‘내가 그렇게 늙었나?’ 하는 서글픔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등산 많이 하세요’와 같이 기원을 담은 인사말이 좋다.
어른의 생일일 경우 ‘생신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하고, 상대에 따라 ‘생일 축하하네, 생일 축하 해’와 같이 쓰면 된다. 환갑(還甲)이나 고희(古稀) 등의 잔치에서는 ‘더욱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등과 같이 말하면 된다. ‘오래 사십시오’나 ‘만수무강 하십시오’ 등과 같은 인사말은 내가 벌써 그렇게 늙었나 하는 서글픔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 또 ‘건강하십시오’는 형용사를 명령형으로 만든 것이어서 문법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더러 명령형이어서 옳은 말이 아니다.
집안 결혼식에 가서 결혼하는 사람에게도 ‘축하합니다’ 등으로 말하면 된다. 입학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라면 ‘합격을 축하합니다’ 등과 같이 말하면 무난하다.
문병을 가게 될 경우에는 ‘좀 어떠십니까?, 얼마나 고생이 되십니까?’ 등으로 인사하고, 불의의 사고일 때는 ‘불행중 다행입니다’와 같이 말할 수 있다. 물론 상대에 따라 ‘좀 어떻니?, 얼마나 고생이 되니?’ 처럼 말할 수 있다.
문병 때는 어느 경우에나 털고 일어나리라는 희망을 가져야 하므로 끝까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희망적인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밖에 환자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거나 물어 보는 것은 모두 예의에 어긋난다. 아픈 사람이 궁금해할 만한 일 가운데 밝은 것으로 화제를 삼아 조용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문병을 마치고 나올 때는 ‘조리(조섭) 잘 하십시오, 속히 나으시기 바랍니다’ 하고 인사를 하면 된다.
문상(問喪) 가서 가장 예의에 맞는 인사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 어떤 말도 상(喪)을 당한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깊은 조의(弔意)를 표하는 것이 된다. 다만 굳이 인사말을 해야 한다면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얼마나 슬프십니까?,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등과 같이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아버지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대고(大故) 말씀 무어라 여쭈오리까?’, 어머니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상사 말씀 무어라 여쭈오리까?’, 남편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천붕지통(天崩之痛)이 오죽하시겠습니까?’, 아내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고분지통(叩盆之痛)이’, 형제 상을 당한 사람에게 ‘할반지통(割半之痛)’ 하기도 하였고, 또 자녀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참척(慘慽)을 당하시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습니까?’ 하기도 했으나 오늘날 굳이 복잡하게 이런 어려운 말로 따로따로 인사말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부모상(父母喪)의 경우에만 전통적인 인사말인 ‘얼마나 망극(罔極)하십니까?’를 나이 등 상황에 맞게 적절히 쓸 수 있다.
회갑(回甲) 잔치 등에서 축의금을 낼 경우 봉투의 앞면에 ‘祝 壽宴(축 수연)’, 祝 華婚(축 화혼)’과 같이 쓰고 뒷면에 이름을 쓴다. 한글로 써도 무방하며 가로쓰기를 할 수도 있다. 종종 환갑(還甲) 이상의 생일 잔치에는 봉투 인사말을 어떻게 쓰는지 몰라 고민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수연(壽宴)’이라고 하면 된다. ‘壽宴(또는 壽筵)’은 회갑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생일 잔치에 두루 쓸 수 있는 말이다.
물론 생일에 따라 ‘祝 還甲(축 환갑), 祝 回甲(축 회갑), 祝 華甲(축 화갑, 이상 61세), 祝 古稀宴(축 고희연), 祝 稀宴(축 희연, 이상 70세), 祝 喜壽宴(축 희수연, 77세), 祝 米壽宴(축 미수연, 88세), 祝 白壽宴(축 백수연, 99세)’ 등을 쓸 수도 있다.
한편 단자(單子)는 반드시 넣는 것이 예의이다. 단자(單子)에는 봉투의 인사말을 써도 되고 ‘수연(壽宴)을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와 같이 문장으로 인사말을 써도 된다. 그리고 ‘금 O원’ 처럼 물목(物目)을 적은 다음 날짜와 이름을 쓴다.
결혼식에는 ‘祝 婚姻(축 혼인), 祝 結婚(축 결혼), 祝 華婚(축 화혼), 祝儀(축의), 賀儀(하의)’ 등을 인사말로 쓸 수 있다.
문상(問喪)의 경우 봉투의 인사말은 ‘賻儀(부의), 謹弔(근조)’ 등을 쓴다. ‘삼가 조의(弔意)를 표합니다’라는 문장 형식의 인사말은 단자(單子)에는 써도 봉투에는 쓰지 않는다. 생일(生日), 결혼(結婚), 문상(問喪) 등 정형화된 단어의 인사말이 있는 경우 문장으로는 봉투의 인사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한편 소상(小祥)이나 대상(大祥)의 경우 부조(扶助)를 하게 되면 봉투에 ‘奠儀(전의)’ 또는 ‘香燭代(향촉대)’라고 쓴다.
한편 정년 퇴임의 경우 봉투나 단자(單子)의 인사말로 ‘謹祝(근축), 頌功(송공), (그동안의) 공적을 기립니다’ 처럼 쓸 수 있다. 병문안의 위로금을 건넬 경우에는 '祈 快癒(기 쾌유), (조속한) 쾌유를 바랍니다'로 쓴다. 정년 퇴임이나 병문안의 경우처럼 단어의 인사말이 그리 보편화되지 못한 경우 봉투에도 문장의 인사말을 쓸 수 있다. 출판기념회 등 마땅한 인사말이 없을 경우 이와 같이 상황에 맞게 적절한 인사말을 쓰면 될 것이다.
▶ 本(근본 본)은 ❶지사문자로 木(목; 나무) 아래쪽에 표를 붙여 나무의 뿌리 밑을 나타낸다. 나중에 나무에 한하지 않고 사물의 근본(根本)이란 뜻으로 쓰였다. ❷지사문자로 이미 만들어진 상형문자에 선이나 점을 찍어 추상적인 뜻을 표현하는 것을 지사문자(指事文字)라고 한다. ‘근본’이나 ‘뿌리’를 뜻하는 本(근본 본)자는 전형적인 지사문자에 속한다. 이미 만들어져 있던 木(나무 목)자의 하단에 점을 찍어 나무의 뿌리를 가리키는 本자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本자는 나무의 뿌리 부분을 가리킨 지사문자로 나무를 지탱하는 것이 뿌리이듯이 사물을 구성하는 가장 원초적인 바탕이라는 의미에서 ‘근본’을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本(본)은 (1)자신(自身), 이의 뜻으로 쓰는 말 (2)영화(映畫) 필름 등의 한 편(篇)을 세는 단위(單位) 등의 뜻으로 ①근본(根本) ②초목의 뿌리 ③초목의 줄기 ④원래(元來), 본래(本來), 본디 ⑤근원(根源), 원천(源泉) ⑥본원(本源), 시초(始初) ⑦마음, 본성(本性) ⑧주(主)가 되는 것 ⑨바탕 ⑩자기(自己) 자신(自身) ⑪조상(祖上), 부모(父母), 임금 ⑫조국(祖國), 고향(故鄕) ⑬본, 관향(貫鄕: 시조(始祖)가 난 곳) ⑭그루(초목을 세는 단위) ⑮판본(版本) ⑯본(서화를 세는 단위) ⑰책, 서책(書冊) ⑱원금(元金), 본전(本錢) ⑲본가(本家) ⑳농업(農業), 농사(農事) ㉑근거하다, 근거(根據)로 삼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비로소 시(始), 뿌리 근(根),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끝 말(末)이다. 용례로는 사물이나 현상에 내재하는 근본적인 성질을 본질(本質), 자기 바로 그 사람을 본인(本人),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중심이 되는 조직이나 그 조직이 있는 곳을 본부(本部), 신문 기사에서 일컫는 그 신문 자체를 본보(本報), 자기가 관계하고 있는 신문을 본지(本紙), 잡지 따위에서 중심이 되는 난을 본란(本欄), 시조가 난 땅을 본관(本貫), 사물의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는 부분을 본말(本末), 변하여 온 사물의 처음 바탕을 본래(本來), 근본에 맞는 격식이나 규격을 본격(本格), 본디의 마음을 본심(本心), 자기에게 알맞은 신분을 본분(本分), 애당초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뜻을 본의(本意), 사람이 본디부터 가진 성질을 본성(本性), 강이나 내의 원줄기를 본류(本流), 본디 그대로의 것을 본연(本然), 생활의 근본이 되는 주된 사업이나 직업을 본업(本業), 사물의 생겨나는 근원을 근본(根本), 사업의 기본이 되는 돈으로 이윤을 얻기 위하여 쓸 재화를 자본(資本), 사물의 근본을 기본(基本), 무대 모양이나 배우의 대사 따위를 적은 글을 각본(脚本), 금석에 새긴 글씨나 그림을 그대로 종이에 박아 냄을 탁본(拓本), 나라의 근본을 국본(國本), 원본을 그대로 옮기어 베낌 또는 베낀 책이나 서류를 사본(寫本), 원본의 일부를 베끼거나 발췌한 문서를 초본(抄本), 문서의 원본의 내용을 그대로 베낌 또는 그런 서류를 등본(謄本), 조각한 판목으로 인쇄한 책을 각본(刻本), 근원을 뽑아버림을 발본(拔本), 자기 집에 편지할 때에 겉봉 표면에 자기 이름을 쓰고 그 밑에 쓰는 말을 본제입납(本第入納), 사람이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심성이란 뜻으로 지극히 착하고 조금도 사리사욕이 없는 천부 자연의 심성을 본연지성(本然之性), 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본디의 관념을 본유관념(本有觀念), 일이 처음과 나중이 뒤바뀜을 본말전도(本末顚倒), 본디 내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뜻밖으로 얻었던 물건은 잃어 버려도 서운할 것이 없다는 말을 본비아물(本非我物), 사람마다 갖추어 있는 심성을 본래면목(本來面目), 근본과 갈린 것이 오래 번영한다는 뜻으로 한 가문이 오래도록 영화로움을 본지백세(本支百世), 기본이 바로 서면 길 또한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뜻을 나타냄을 본립도생(本立道生), 근본을 빼내고 원천을 막아 버린다는 뜻으로 사물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 그 뿌리째 뽑아 버림을 이르는 말을 발본색원(拔本塞源), 사물에는 근본과 끝이 있다는 뜻으로 사물의 질서를 일컫는 말을 물유본말(物有本末), 어떠한 것의 근본을 잊지 아니함을 불망기본(不忘其本) 등에 쓰인다.
▶ 第(차례 제)는 형성문자로 苐(제)는 통자(通字), 笫(제)는 동자(同字)이다. 음(音)을 나타내는 弟(제)의 생략형과 대쪽(竹)에 글을 써서 순서대로 엮은 것이라는 데서 순서, 차례를 뜻한다. 그래서 第(제)는 한자로 된 수사 앞에 쓰이어 차례(次例)를 나타내는 뜻으로 ①차례(次例), 순서(順序) ②집, 저택(邸宅) ③과거(科擧) ④시험(試驗) ⑤편차(編次), 배열(配列) ⑥등급(等級), 서열(序列) ⑦다만, 단지(但只) ⑧만일, 가령(假令) ⑨급제하다, 합격하다 ⑩품평하다, 평정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차례 서(序), 차례 서(敍), 차례 번(番), 차례 질(秩), 등급 급(級),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뒤섞일 혼(昆)이다. 용례로는 첫째나 가장 훌륭함을 제일(第一), 제1 가는 등급을 제일류(第一流), 첫걸음을 제일보(第一步), 맨 앞의 자리나 으뜸이 되는 자리 또는 그 차례를 제일위(第一位), 일을 계획하여 실행하는 데 있어서의 맨 앞장을 제일선(第一線), 어떤 일에 가장 먼저 착수하거나 어떤 지점에 가장 먼저 도착함을 제일착(第一着), 제일 높은 봉우리를 제일봉(第一峯), 시험에 합격함을 탁제(擢第), 과거에서의 첫째 또는 첫째로 급제한 사람을 상제(上第), 과거에 합격함을 급제(及第), 시험에 떨어지는 것을 낙제(落第), 살림집을 제택(第宅), 집이나 주택을 거제(居第), 크고 너르게 아주 잘 지은 집을 갑제(甲第), 고향에 있는 집을 향제(鄕第), 나이가 가장 위인 동생으로 자기의 바로 아랫동생을 장제(長第), 한 어머니에게서 난 아우를 모제(母第), 경치가 매우 좋은 곳을 제일강산(第一江山), 어느 방면에 있어서 그와 견줄 이가 없을 만큼 뛰어나서 첫째로 치는 사람을 제일인자(第一人者), 세상에서 견줄 만한 것이 없음을 천하제일(天下第一), 나중에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일을 제간하회(第看下回) 등에 쓰인다.
▶ 入(들 입)은 ❶지사문자로 入(입)은 토담집 따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중에 대궐 같은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內(내)라 일컫지만 본디 入(입), 內(내), 納(납)은 음도 뜻도 관계가 깊은 말이었다. ❷지사문자로 入자는 '들다'나 '빠지다', '간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그동안은 入자를 사람이 입구로 들어가는 모습으로 해석했었다. 사람을 뜻하는 人(사람 인)자를 반대로 그린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入자의 갑골문을 보면 본래는 뾰족한 삼각형을 그렸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무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入자가 '들어가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 나무를 끼워 맞추기 위해 끝을 뾰족하게 다듬은 형태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入(입)은 ①들다, 들이다 ②간여하다 ③빠지다, 지나치게 정신이 쏠려 헤어나지 못하다 ④시집보내다, 받아들이다 ⑤떨어지다, 떨어뜨리다 ⑥투신하다 ⑦섬기다, 벼슬하다 ⑧공략하다 ⑨죽다 ⑩담그다 ⑪수입(收入) ⑫입성(入聲: 사성(四聲)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들일 납(納),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출(出), 떨어질 락/낙(落)이다. 용례로는 서울로 들어가거나 들어오거나 함을 입경(入京), 새로 들어가 삶을 입주(入住), 들어가는 어귀를 입구(入口), 타국에 들어감을 입국(入國), 어떤 단체에 가입함을 입단(入團), 장내로 들어감을 입장(入場), 학교에 들어감을 입학(入學), 물건을 창고에 넣음을 입고(入庫),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훈련소나 연구소 등에 들어감을 입소(入所), 외국으로부터 물품을 사 들임을 수입(輸入), 끌어들임이나 인도하여 들임을 도입(導入), 물건을 사들임을 구입(購入), 어떠한 사건에 관계하게 됨을 개입(介入), 돈이나 물품 따위를 거두어 들이는 것을 수입(收入), 조직이나 단체 등에 구성원으로 되기 위하여 듦을 가입(加入), 어떤 곳이나 상태에 기세 있게 뛰어드는 것을 돌입(突入), 정한 인원 외의 사람을 더 넣음을 투입(投入), 물건 따위를 사들임을 매입(買入), 산에 들어가 놓고 범 잡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막상 일을 당하면 처음과 달리 뒤로 꽁무니를 뺌을 이르는 말을 입산기호(入山忌虎), 귀로 들어온 것을 마음속에 붙인다라는 뜻으로 들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입이저심(入耳著心), 어떤 고장에 가면 그곳의 풍속을 따르고 지킴을 일컫는 말을 입향순속(入鄕循俗), 들은 바를 곧장 남에게 말함 또는 남의 말을 제 주견인 양 그대로 옮김을 일컫는 말을 입이출구(入耳出口), 들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해 잊지 아니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입이착심(入耳着心), 국경에 들어서면 그 나라에서 금하는 것을 물어 보라는 말을 입경문금(入境問禁), 귀로 듣기에 싫지 않다는 뜻으로 아첨함을 이르는 말을 입이불번(入耳不煩), 불 속에 들어가 밤을 줍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이익을 얻으려고 큰 모험을 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을 입화습률(入火拾栗), 집에 들어서는 어머니를 받들어 종사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입봉모의(入奉母儀), 타향에 가면 그 고을 풍속을 물어서 그에 따르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입경문속(入境問俗), 특별히 가까운 손님이나 기밀을 상의할 수 있는 상대를 일컫는 말을 입막지빈(入幕之賓), 남의 방안에 들어가 창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그 사람의 학설을 가지고 그 사람을 공격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입실조과(入室操戈), 가면 갈수록 경치가 더해진다는 뜻으로 일이 점점 더 재미있는 지경으로 돌아가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점입가경(漸入佳境), 도끼를 들고 못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물건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전연 쓸데없고 상관없는 것을 가지고 옴을 이르는 말을 게부입연(揭斧入淵), 남의 대청을 빌려 쓰다가 안방까지 들어간다는 뜻으로 남에게 의지하다가 차차 그의 권리까지 침범함을 이르는 말을 차청입실(借廳入室), 먼저 들은 이야기에 따른 고정관념으로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선입지어(先入之語), 쫓기던 새가 사람의 품안으로 날아든다는 뜻으로 사람이 궁하면 적에게도 의지한다는 말을 궁조입회(窮鳥入懷) 등에 쓰인다.
▶ 納(들입 납)은 ❶형성문자로 纳(납)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內(내, 납)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內(내, 납)는 안쪽으로 들어가다의 뜻을 나타내고, 실 사(糸)部는 실의 의미로, 納(납)은 실이 습기가 차서 오그라드는 일을 나타낸다. 또 入(입), 內(내) 대신(代身)으로 넣다, 집어 넣다란 뜻으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納자는 ‘(거두어)들이다’나 ‘바치다’, ‘보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納자는 糸(가는 실 사)자와 內(안 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內자는 전통가옥의 내부를 그린 것으로 ‘안’이나 ‘속’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納자는 본래 천이 물에 젖는 것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래서 納자는 內자에 糸자를 결합해 물이 천에 스며든다는 뜻을 표현했다. ‘안’이라는 뜻을 가진 內자를 응용한 것이다. 納자는 후에 천 조각이 물을 흡수하듯이 무언가를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들이다’나 ‘바치다’, ‘보내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納(납)은 ①거두어 들이다, 수확하다 ②받다, 받아들이다, 수장하다(거두어 들여 간직하다) ③바치다, 헌납하다 ④보내다, 되돌리다, 반납하다 ⑤해어진 곳을)깁다(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다) ⑥떠들다, 고함치다 ⑦접수하다 ⑧납부하다 ⑨누리다, 즐기다, 향수하다(혜택을 누리다) ⑩낮추다, 머리를 숙이다 ⑪신을 신다 ⑫끌어들이다, 채용하다 ⑬장가들다 ⑭씨 뿌리다, 파종하다 ⑮젖다(물이 배어 축축하게 되다) ⑯곁마, 부마(副馬: 예비로 함께 끌고 다니는 말) ⑰눅눅한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들 입(入),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출(出), 토할 토(吐), 떨어질 락(落)이다. 용례로는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을 납득(納得), 관공서나 공공단체 등에 세금이나 공과금 따위를 냄을 납부(納付), 계약한 곳에 물품을 바치는 것 또는 그 물품을 납품(納品), 전통 혼례에서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혼서지와 폐백을 함에 담아 보내는 일을 납폐(納幣), 신랑 집에서 혼인날을 받아 신부 집에 알림을 납길(納吉), 세금이나 공과금 따위를 냄을 납입(納入), 머리를 숙이고 꿇어 엎드림을 납두(納頭), 여름에 더위를 피하여 서늘함을 맛봄을 납량(納凉), 세금이나 공과금 따위를 낼 기한을 납기(納期), 소원 등을 들어 줌이나 받아서 넣어 둠을 납수(納受), 남김이 없이 전부 납부함을 납족(納足), 공물로 바침을 납공(納貢), 돈이나 물품을 바침을 납헌(納獻), 유골을 한 곳에 모심을 납골(納骨), 왔다는 뜻으로 이름을 알림을 납명(納名),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의 언행을 받아 들임을 용납(容納), 진상품을 윗사람 에게 바침 또는 그 물품을 상납(上納), 도로 바침이나 남에게서 빌린 것을 돌려 줌을 반납(返納), 기한까지 내지 못하고 밀리는 것 또는 납세를 지체하는 것을 체납(滯納), 돈이나 물품을 바침을 헌납(獻納), 아직 내지 못함을 미납(未納), 금전이나 물품 따위를 내어 주거나 받아 들임을 출납(出納), 군에 필요한 물품을 납품하는 일을 군납(軍納), 바치는 세금을 세납(稅納), 남을 대신하거나 다른 물건으로 대신하여 납부함을 대납(代納), 금품 등을 받아서 거두어들임 또는 거두어 바침을 수납(收納),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는 뜻으로 의심 받을 짓은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말을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문을 열고 도둑을 맞아 들인다는 뜻으로 스스로 화를 불러 들임을 이르는 말을 개문납적(開門納賊), 거절하여 문안에 들이지 않는다는 말을 거문불납(拒門不納), 묵은 것을 토해 내고 새것을 들이 마신다는 말을 토고납신(吐故納新)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