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를 창건한 이성계는 옛 고려의 지배계층들과 단절하고자 새로운 도읍지를 물색했다. 명을 받은 무학대사는 신도안(계룡산 남동쪽 기슭)에 와서 계룡산의 산세를 보고 ‘금계포란형 (金鷄捕卵形, 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요, 비룡승천형 (飛龍昇天形, 용이 날아오르는 형상)이다’라고 태조에게 고했다고 한다.
계룡산이 ‘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 그런지, 이 지역 사람들은 닭을 귀하게 키웠다. 사람들이 애지중지하며 키운 계룡시의 토종닭은 육질 자체가 탱탱하고 쫄깃하기로 유명했다. 멀리서 계룡산을 찾은 손님들에게 직접 키운 토종닭을 대접하는 식당들이 20여 년 전부터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단다. 키우는 것만큼이나 요리에도 정성을 기울여, 이곳에서 토종닭 백숙을 먹으려면 최소 1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닭을 오랫동안 삶으면서 나오는 진한 국물 맛을 못 잊는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다 보니 하나 둘 시작했던 닭백숙 집이 어느덧 30개를 훌쩍 넘었고, 이들 사이에 경쟁이 생기면서 저마다 ‘더 맛있는 닭백숙’을 내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가 이루어졌다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것이 계룡산에서 자생하는 각종 약재를 넣은 한방백숙이다.
요즘 계룡시에서 맛볼 수 있는 한방백숙에는 황기, 오가피, 녹각, 인삼, 밤, 대추, 녹두, 찹쌀, 참깨, 들깨, 느릅나무, 잣 등을 넣는데, 그 양이 인삼 몇 뿌리, 대추 몇 알만 들어 있는 보통 백숙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국물 자체에 한방약재의 맛이 깊이 우러나니 그야말로 ‘보약’이 따로 없을 정도. 한방약재와 잘 어우러진 닭고기는 부드러운 맛을 더했다. 계룡시에서 먹는 영양만점 한방백숙 한 그릇에는 계룡산의 정기까지 오롯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