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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성취의 8할은 운이라는데.
https://naver.me/5YaiAxic
책 제목은,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이다.
의사였다가 경제학자로 변모했다는 김현철이라는 분이 쓰셨다.
김현철 님이 책 1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생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소로 우선 운을 말하는데, 그 운 중에서 무려 50%나 차지하는 부분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냐다. 공기가 없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말처럼 공허하게 들렸지만, 곱씹을수록 맞는 말이다. 중동 분쟁지역이나 동남아나 아프리카 어디쯤 지지라도 못사는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개인의 뛰어난 역량 따위란 지나가는 개에게 줄 일이다.
그 다음은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나 살아온 환경을 30%나 꼽는다.
저자도 학자이기에 이런 근거는 여타 유수의 논문이나 근거자료가 있다고 말한다. 결국 태어난 나라 50%와 유전자나 어렸을 적 살아온 환경 30%를 합치면 80%다. 나의 노력과 실력은 나머지 20% 어딘가에 소박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공유] 인생 성취의 팔할은 운,
감사하고 겸손할 이유 / 김현철
항상 겸손해야 하는 이유
인생 성취의 팔할은 운, 감사하고 겸손할 이유.
- 태생의 우연성과 공동체 도움이 성공에 결정적 -
능력주의(meritocracy)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
다. 능력주의가 말하는 '능력만큼 보상받는다'는
일견 공정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능력주의 사
회의 보상이 정말 능력에만 의한 것일까요? 부작용은 없을까요?
2.자신의 노력보다 출신과 성장 배경이 큰 몫
태어나면서 첫 번째로 만나는 운은 '어디서 태어났
는지' 입니다. 세계은행 출신 경제학자 브랑코 밀
라노빅(Branko Milanovic)은 태어난 나라가 평
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였습니
다 (Milanovic,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2015). 태어난 나라의 평균소득과 불
평등 지수만으로 성인기 소득의 최소 50%를 예측
할 수 있습니다.
저개발국가에 태어나면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성
공할 가능성이 작습니다. 고등교육을 받기도 어렵
고,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직장을 얻기가 어렵습니
다. 사업가로 성공하기도 매우 힘듭니다. 자본도
부족하지만 부패와 법집행의 자의성, 불합리한 규
제, 인프라 부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높습니
다. 대한민국이라는 선진국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우리는 상위 20% 안에 들어가는 운 좋은 사람들
입니다.
다음으로 만나는 운은 '부모'입니다. 사람의 성취
및 행동에서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성
과 양육' 논쟁이라고 합니다. 유전 요소가 중요하
다면 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고, 환경 요소
가 중요하다면 아이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여지
가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는 유전과 환경을 모두 제공하므로 이
둘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경
제학자들은 입양된 아이들을 연구하기 시작했습
니다. 다트머스 대학의 브루스 새서도트(Bruce
Sacerdote)가 홀트아동복지재단을 통해 미국에
입양된 대한민국 출신 아이들을 추적 조사한 연구
가 유명합니다(Sacerdot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 2007). 양부모가 입양할 아이
를 고를수 없으므로 아이들은 사실상 무작위로 입
양 가정에 배정되었습니다. 입양된 아이들은 부모
에게 환경만을 제공 받고, 친자녀들은 유전과 환경
을 모두 받게 되므로 이들을 비교 분석하는 것입니
다.
그 결과, 부모와 친자녀 사이의 상관관계는 교육수준이 0.378, 소득이 0.277인 반면, 양부모와 입양된 아이의 상관관계는 이보다 낮은 0.157(교육),0.110(소득)입니다. 이것은 환경이 동일하더라도 유전적 요인이 교육과 소득에 상당히 영향을 주고있음을 보여줍니다. 친자녀의 경우 키와 몸무게의상관관계가 0,443, 0,273입니다. 입양아동의 경우 상관관계가 훨씬 작습니다. 특히 키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고(0.014), 몸무게는 이보다는 살짝 큰0.044입니다. 당연하게 들리지만, 신체적인 부분은 유전적 요소가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이 논문은 결론적으로 환경, 유전, 기타 알 수 없
는 요소가 교육 연한의 각각 15.7%, 44.3%,
40.0%를, 소득의 각각 13.9%, 32.4%, 55.6%를
설명하고 있음을 보였습니다. 환경(혹은 양육)을
통해서는 교육과 소득의 14-16%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키와 몸무게에 미치는 환경의 요소
는 모두 5% 미만입니다.
또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수 있습니
다.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물려받고, 부모가 어린시
절 환경도 상당 부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부모
를 자기가 결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
떤 부모를 만났는지도 명백히 운입니다. 그렇기에
“인생 성취의 팔할이 운이다"는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성취의 또다른 척도인 '건강'도 운이 중요합니다.
우선 태어난 나라가 기대수명을 크게 좌우합니다.
그 나라의 소득 수준과 의료 시스템 등이 기대수명
에 영향을 주는 것이지요. 몇년 전 존스홉킨스대
학 연구팀은 사이언스(Science)지에 18가지 주요
암의 발생요인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Tomasetti, Li, and Vogelstein, 〈Science〉,
2017). 크게 유전, 환경, 세포분열 과정에서 발생
하는 우연적 요소가 암 발생 요인입니다. 연구결
과 암 발생의 50% 이상이 우연에 기인합니다. 게
다가 부모가 물려준 유전도 운이지요. 사람의 노력
으로 예방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은 불과 1/4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의 건강도 운이 팔할
을 좌우합니다.
3. 정말 능력만큼 보상받나? : '명문대 효과'도 특
정집단에 쏠려
다음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정말 능력만큼 보상받
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칠레는 중위소득이 넘
는 OCED국가 입니다. 칠레대학(Universidad
de Chile)과 칠레가톨릭대학(Pontificia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은 칠레의 명문
대학인데, 인문계의 경우 경영학과 법학 전공이 인
기가 많습니다. 입학은 철저히 시험 성적으로 정해
집니다. 이곳을 졸업한 1.8%의 사람들이 주요 기
업 요직의 41%를, 0.1% 상위 소득자의 39%를 차
지합니다.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요? 우
리나라도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임원의 25%
가 소위 SKY대학 출신(서울대 10.8%, 고려대
7.4%, 연세대 6.8%) 입니다. 여기까지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원칙이
틀린거 같지 않아 보입니다.
예일대학의 세스 짐머만 교수의 연구는 명문대 진
학의 과실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충격적인 진실
을 마주하게 합니다(Zimmerman, 〈American
Economic Review>, 2019). (아래 그림)는 칠레
명문 대학에 아슬아슬한 점수차이로 입학한 학생
과 간발의 차리로 탈락한 학생의 졸업 후 상위
0.1%의 고소득자 혹은 기업 임원이 될 확률을 보
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특성들은 매우 비슷
하나 특정 사건(입학 커트라인)으로 운명이 바뀐
사람들을 분석하는 것을 회귀 불연속설계
(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라 합니다.
윗줄 왼쪽 그림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각 점들
은 고소득자가 될 확률을 입시점수별로 본 것입니
다. 가운데 붉은 선이 명문대 입학 커트라인입니
다. 아깝게 탈락한 학생들은 붉은 선 바로 왼쪽에
위치하고, 운좋게 간발의 차이로 합격한 학생은 붉
은선 바로 오른쪽에 위치합니다. 붉은선 바로 양옆
에 있는 학생들은 대입 시험 점수 차이가 거의 없
어 능력은 거의 같습니다. 유일한 차이는 커트라인
으로 인한 명문대학의 합격 여부입니다. 그래서 명
문대 합격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볼 수 있
는 것이죠.
왼쪽 그림에서 초록색 네모는 전체 평균 효과이
고, 붉은색 동그라미는 남학생, 푸른색 마름모는
여학생의 경우입니다. 명문대 입학은 고소득자가
될 확률을 50%가량 상승시킵니다(1.4%에서
2.1%로 증가). 그런데 이 효과는 남자에게서만 발
견됩니다. 여성이 고소득자가 될 확률은 남자에 비
해 낮고, 명문대학을 진학하더라도 변하지 않습니
다. 오른쪽 그림은 출신 고등학교별로 나누어 본
것입니다. 초록색 동그라미는 비싼 학비를 지불하
는 사립 명문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들이고, 붉은
마름모는 일반 공립학교를 나온 학생들입니다. 놀
랍게도 명문대 진학효과는 사립고등학교를 나온
학생에게만 발견됩니다. 명문사립 고등학교 출신
의 남자만이 명문 대학에 진학한 효과를 독차지함
을 보여 줍니다.
칠레의 연구는 인생의 성공에 운이 크게 작용한다
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줍니다. 시험 1점 차이
로 고소득자가 될 확률이 50%나 증가하니까요.
그리고 사회에서의 보상이 결코 능력에 따라 균등
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
다. 이것이 과연 칠레만의 일일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이런 분석
을 할 자료를 정부가 제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서울대 진학의 효과가 인생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주는지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실이 일부 명문고 출신에게 집중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4. 차갑고 닫힌 마음, 능력주의 믿음의 부작용
코넬대학 동료인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교수는 2016년 출판한 그의 책 <성공과 운
(Success and Luck)>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해냈다고 믿는 경향이 있
음을 지적합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 큽니다. 자
기 성취가 스스로 이룬 것이라 믿을수록 세금 납부
에 더 적대적입니다. 정부와 사회가 도와준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실패한 사람을 운
나쁘기 보다는 노력하지 사람으로 인식하
므로, 이들을 돕는 일에도 소극적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개인의 성취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런 믿음이 타당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팔할 이상이 공동
체와 다른 사람 덕분입니다. 그렇기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신이 성공했다면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 도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라
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
(Michael Sandel) 교수가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에서 제시한 제비 뽑기에 의
한 대학 입시 방안을 적극 찬성합니다. 명문대 지
원 학생 중 합격자 대비 세 배수 정도는 우열을 쉽
게 가리기 어려울 만큼 모두 훌륭합니다. 이들을
더욱 촘촘히 줄세우기보다는 제비뽑기로 입학시
킴으로써 본인의 인생에 얼마나 운이 크게 작용하
는지 피부로 느낄수 있도록 도와주고, 성공이 스스
로 얻은 게 아님을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명문대생의 태도와 인식을 바꾸는 건 우
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복지국가로 가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제가 오래 재직했던 코넬대학교를 사직하
는 날입니다.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를 스스로 그만
두는 결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
짓말입니다. 영광스러운 자리를 스스로 박차고 나
오는 느낌이지요. 하지만 제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도 대부분 내가 이룬게 아니었다 생각하
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어젯밤 침대에 함께 누운 어린 아들에게 이렇게 말
해줬습니다. "수온아, 인생 성공의 8할이 운이래.
아빠의 별거아닌 성취도 사실 대부분 운이야. 내
힘으로만 이룬게 아니니까 겸손하게 살아보자. 그
리고 실패했다고 생각해도 좌절하지 말자. 운이
좀 나빴던 것뿐이야. 또 운이 나빴던 사람들을 적
극적으로 도우며 살자꾸나. 혹시 성취를 스스로 이
룬 것처럼 자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러워하지 말
고 불쌍히 여기렴. 착각속에 사는 사람이니까."
김현철, 코넬대학교 정책학과 및 홍콩과학기술대
학 경제학과 교수
(소속기관을 이렇게 쓰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목차
서문
들어가며. 삶의 모든 순간에 경제학이 필요한 이유
1부. 배 속에서 무덤까지: 우리의 생애를 국가가 보살펴야 하는 이유
1. 인생 성취의 8할은 운: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한계, 그리고 국가의 역할
2. 배 속 10개월이 평생을 좌우한다: 임신 환경의 중요성
3. 불행의 대물림을 극복하는 비결: 아이들에게 투자해야 하는 이유
4.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갈림길에서: 양육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5. 아빠에게도 육아 교육이 필요하다: 아빠의 육아 참여 성공 조건
6. 친구가 내 삶을 바꾼다: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의 영향
7. 직장을 잃으면 건강해진다고?: 실직의 장기적 영향
8. 삶의 활력소이자 골병의 원인: 황혼 육아의 풍경
9. 안락하고 존엄한 노년을 위해: 집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은 마음
10. 일과 가정의 양립을 꿈꾸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해야 할 이유
2부. 뜨거운 마음이 전부는 아니다: 당위와 직관으로 만든 정책의 허와 실
11. 선의만으로 사람을 살릴 수 없을 때: 정책 효과를 사전에 입증해야 하는 이유
12. 안심 소득 혹은 기본 소득이라는 대안: 한국의 싸구려 복지
13. 싼 의료비의 비싼 대가: 보장성 확대 정책의 장단점
14. 의사에게도 봉사 정신보다 인생의 성취가 우선이다: 공공 의대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15. 일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면: 인센티브 설계 방법
16. 주 4일제가 가능하려면: 노동 생산성의 문제
17. 우아한 정책이 양성평등을 앞당긴다: 가정 친화적인 넛지
18.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죽음: 코로나 팬데믹 기간 정책 평가
19. 학생들의 크나 큰 손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학교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
20. 등교 제한으로 학습 불평등이 가속화되었다: 팬데믹 등교 제한 2년의 성적표
나오며. 좋은 공동체에는 불행을 극복하는 힘이 있다
감사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