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운명적 사랑을 믿는가? 첫눈에 반하고 뭐 이런 것을 떠나서 평생 식지 않는 그런 사랑 말이다. 운명적이고 진실된 사랑이란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지만, 내래 인생을 20년쯤 살다 보니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는 거다. 첫사랑,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식은 사랑, 바뀌는 사랑, 새로운 사랑. 모두 ‘너는 나의 운명이야’라고 말하기도, ‘진실된 사랑입니다’라고 말하기에도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는 당당히 외치겠다. 그것도 모두 사랑이라고.
※주의: 이하 글은 모두 한 오타쿠의 관점으로 쓰였으며 ‘전지적 애니 시점’을 철저히 따르고 있음을 밝힙니다. 또한 운명적, 진실된 사랑이라는 표현을 지속적, 영속적 사랑의 형태로 이해하고 해석한 것으로 밝힙니다.
첫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다?
대개 첫사랑이라고 하면 학창시절 하게 되는 게 정설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첫 단계라고나 할까. ‘풋풋하고 좋을 때다~’ 싶다. 그래서 대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라고도 하는데 (물론 예외는 있다) 그렇다고 이것을 단순히 ‘뭣도 모르는 아이들의...’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건 사랑이 아니지~.’ 그렇다면 그건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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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단편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숲으로’다. 꼭 보시길 바란다. 꼭꼭 약속해.
보기만 해도 가슴 한켠이 아련해지지 않는가? 떠올려보라 당신의 첫사랑을! 떠올려보라 그 잊을 수 없는 두근거림을! 그것이 단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진실된 사랑, 운명적인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그 사람이 진정으로 당신의 운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꼭 운명적인 사랑인 건가? 진실된 사랑인 건가? 그렇다면 이 질문을 던진다. 저 위에 나오는 여주인공은 후에 어떻게 됐을까? 아마 이렇게 됐겠지.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여름 눈 랑데부’라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가 죽은 남편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남편이 죽은 지는 약 8년 되었다.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남은 미련 때문에 남자의 마음을 거부하는 듯하지만 결국 나중엔 그 마음을 받고 둘은 결혼.
중요한 건, 새로운 사랑이 언제든 피어날 수 있다는 거지! 아 물론 불륜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선택이 되시겠다. 새로운 사랑을 할 수도 있겠고 평생 그 사람을 생각하며 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자를 선택했다고 해서 그 사랑이 폄하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여자와 남편의 사랑이 진실되지 못했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운명적 사랑의 끝판왕을 잠시 소개하겠다. 2017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너의 이름은.’
이 영화는 정말이지 엄청난 운명론을 주장하는데...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고 이 세상에 존재했는지도 몰랐던 두 남녀가 몸이 뒤바뀌면서 사랑에 빠지는, 와우. ‘운명적으로’ 몸이 뒤바뀌고 사랑에 빠지는 두 사람.
아이구 잘됐네, 잘됐어.
영화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으니 쭉쭉 넘어가서 결말부에 이르면 둘은 진짜 호감을 넘어서 사랑에 빠지고 서로가 처한 곤란들을 풀어주기에 이른다. 어 근데 문제가 있다. 다시 자기 몸으로 돌아왔는데 기억이 없네........??
‘아 뭐야 꿈.’ 이러고 있단 말씀. 여기서 다시 한 번 등판하는 ‘운명.’
아주 우연히 지하철 타다가 만나서는 열나게 뛰어서 결국은 해피엔딩.
이렇게 불러서
마무으리. 깔끔하고 딱 좋네. 와 좋겠다.
영화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요 ‘무스비(매듭)’도 둘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을 이야기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근데 영화를 다 보고 떠오른 질문.
이 둘은 과연 끝까지 해피엔딩이 됐을까?
아니 운명적인 만남은 그렇다 쳐도 여전히 ‘완전한’ 영속성 사랑인지는 모르는 거잖아? 둘이 대판 싸워서 헤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고.
그리고 애초에 기억을 잃고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면?
‘이나리 콩콩 사랑의 첫걸음’의 한 장면. 지금 사랑하는 여자를 선택하면 부모에게서 떠나야 하는 (멀리 수준이 아니라...아주 별세계로 간다. 앞으로 다시는 못 만남.) 상황에서 아빠가 하는 이야기.
해석하자면, 크흠!
‘만약에, 예를 들어 말이다, 너가 지금 그 여자를 최선을 다해서 잊고, 삶을 살아가면서 미래에 다른 어떤 사람과 똑같이 사랑에 빠진다고 한다면 어떡할 거냐.’
그...그렇지. 만날 수 있으지도 모르잖아! 다른 사람. 부모님께 효도하면서 다른 사람과도 충분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거지.
사랑은 바뀌는 거니까. 사람은 바뀌는 거니까.
그래서 이 설득이 완전히 들어먹혔으면 ‘너의 이름은’ 결말은 아마 이렇게 됐을 거다.
끝.
엥? 이거 완전 ‘초속 5cm’ 아니야?
https://youtu.be/RHBN_RuSaqI
‘초속 5cm.’ 시간이 남으면 보면 좋다. 보지 않아도 무방하다. 꼭 보자.
사랑이라고 다 이루어지는 거 아니다. 사귀게 된다고 해서, 결혼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참 모르는 일이고 사람 일은 그런 거 무수히 많다.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고지순, 일편단심 다 좋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을 뭐라고 할 건 아니다. 그 사람의 사랑을 일시적이고 단편적이라고 비웃어서는 안 된다. 또한 어렸을 때 우리의 첫사랑도 모두 그땐 진실했고 간절했고 운명이라 믿었다. 그럼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는 모두 사랑에 빠지고 싶다.
그러니 마음껏 사랑하라.
https://youtu.be/hVcKn4p6ijM
하하-너는 내 운명. 너 없인 못 살아. 너는 내 운명이야. 너밖에 없어.
https://youtu.be/S3VFu8jFWQw
창민, 이현-밥만 잘 먹더라. 어라? 생각보다 살 만 한데?
https://youtu.be/QjT7q9hxDPM
하림-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그러게. 다른 사랑도 하고 생각보다 괜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