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모던록 그룹 델리 스파이스가 많은 팬들의 기대 속에 4집 'D' 를 발표했다.
1995년 결성된 델리 스파이스는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신선한 모던록을 선보여 젊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97년 내놓은 첫 앨범 '델리 스파이스' 는 많은 대중음악비평가들이 추천하는 명반의 하나로 찬사를 받았다.
특히 댄스와 발라드 일색이던 당시 가요계에서 젊은 모던록을 구사하는 이 록그룹의 존재는 돋보일 수 밖에 없었다.
새 앨범에는 대표곡 '항상 엔진을 켜둘게' 를 비롯해 열세곡이 들어있다. 이미 녹음된 음원을 사용하는 샘플링 기법을 일절 배제하고 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오보에.트럼펫 등 현악기와 관악기 연주를 접목시켰다. 밴드의 연주와 이런 외부 연주가 조화를 이루면서 새 앨범은 보다 풍부해지고 세련돼졌다.
'항상…' 은 사랑 고백같은 가사에 전형적인 모던록 멜로디를 조화시킨 곡이며, 첫번째 트랙 '뚜빠뚜빠띠' 는 같은 계열의 흥겨운 노래다.
가장 주목되는 노래는 마지막 곡인 '천사의 자장가' 다. 6분53초에 이르는 이 노래는 아트록적인 색채가 짙은 수준 높은 곡으로, 이 밴드의 역량을 한눈에 보여준다. '동병상련' 은 친구.우정의 의미를 묻는 가사가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가슴에 와닿는 곡이다. 22일 저녁 7시 트라이포트홀에서 갖는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델리스파이스 4집 ‘D’
한국식 모던 록의 선두주자 ‘델리스파이스’가 네 번째 앨범 ‘D’를 내놓았다. 서울 홍익대앞 인디밴드 1세대인 이들은 97년 발매한 1집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아련한 후렴구가 인상적이었던 곡 ‘챠우챠우’로 인기를 모았다. 이들의 음악은 ‘소년의 얼굴을 한 록음악’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깨끗하고 맑은 사운드로 많은 여성팬을 확보하고 있다.
“저희 음악은 보리차나 밥 같다고 해요. 처음 먹을 때는 별 맛이 없는 보리차와 밥이 계속 마시고 씹다보면 음미할 맛이 있고 중독되는 것처럼 저희 음악도 반복해서 듣다보면 달라붙는 힘이 있다고 하더군요.”
악기 편성도 참 단출하다. 멤버 세 명이 기타, 베이스, 드럼을 맡아 기교없이 소박한 연주를 들려준다. 그래서 때론 산울림의 동요적 록음악이나 80년대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밴드를 떠올리게 한다.
“저희들은 라이브에서 재현할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사운드로 녹음합니다. 싸구려 뷔페식당에 가면 가짓수만 많고 먹을게 없잖아요. 맛난 우동이 있으면 다른 음식이 필요없듯이 양보다는 질이 좋은 사운드를 만들었습니다.”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표하는 동시에 화려하기만 하고 속빈 강정같은 요즘 음악을 슬쩍 꼬집는 대목이다. 이번 4집 ‘D’에서 ‘델리스파이스’는 생기 넘치는 멜로디가 중심인 한국식 모던 록을 다시 한번 들려준다. 인디 음악계 출신으로 오랜 생명력을 지닌 밴드답게 대중성과 음악성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다. 듣는 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어두운 분위기의 문학적인 가사 역시 매력적이다.
수록곡 중 ‘뚜빠뚜빠띠’는 귀여운 팝 록 음악. ‘뚜빠뚜빠띠’를 반복하는 앙증맞은 보컬이 동요적이다. ‘항상 엔진을 켜둘께’는 밝은 분위기의 사운드에 녹아든 김민규의 서늘한 보컬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곡이고, ‘악몽’에선 나른한 분위기의 느린 록을 선보인다. ‘낯선 아침’은 이번 음반에서 가장 의외의 곡으로 강한 기타 사운드와 현란한 연주의 아트 록음악을 선보인다. “테크닉과 힘이 필요한 음악도 얼마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시위하는 듯하다. ‘델리스파이스’는 22일 오후 7시 서울 을지로 트라이포트홀에서 앨범 발매기념 공연을 가진다. 02-2263-6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