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문경시산악회’와 함께, 2018년 6월 산행/My New Dream
‘문득 생각, 곧장 실행’
예순 나이 넘어서면서부터, 내 일상에서 실전적으로 대입시키고 있는, 내 삶의 철학이다.
뭔가 결과를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사이고 세상사인데, 그 결과는 실행이 전제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더라는, 내 오랜 경험칙에서 비롯됐다.
실행에도 그 전제가 있다.
곧 생각이다.
무의식적으로 그 어떤 행위를 한 것을 실행이라고 하지 않는다.
뭔가 결과를 바라고 한 행위를 우리는 실행이라고 한다.
그 실행의 요체는 의지, 곧 생각이다.
곧 어떤 일을 이루려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을 두고, 나는 ‘꿈’이라고 이른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 새해 들어 내 새롭게 꾼 꿈이 하나 있다.
이름 하여 ‘2018 My New Dream’이라고 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트레킹’이 곧 그 꿈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다음의 3대 트레킹 코스를 꼽는다.
소위 ‘검은 돌무더기’라고 해서 해발 5,545m의 칼라파타르에 오르는 에베레스트 클래식 트레킹, 해발 5,416m의 초롱라 고개를 넘는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그리고 히말라야 산맥의 그 시원한 만년설 봉우리를 파노라마 풍경으로 즐길 수 있다는 랑탕계곡 트레킹, 그렇게 세 코스다.
그 중에 앞의 두 코스는 이미 다녀왔고, 나머지 하나 남은 랑탕계곡 트레킹은 2018년 올 추석쯤에 도전해볼까 했었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의 이유로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나는 랑탕트레킹의 총 일정을 14일 정도로 잡아야 하는데, 아직은 명절 제사를 거르기까지 하면서 그 긴 일정을 따라나설 동행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랑탕트레킹의 핵심은 옥빛의 아름다운 호수들이 쫙 펼쳐진 해발 4,380m의 고사인쿤드까지 오르는 것인데, 그 높이를 부담스러워 해서 선뜻 나서려는 동행이 또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어차피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설 것이라면, 꼭 리더가 되어주어야 할 우리 고향땅 문경 산북 출신의 세계적 알피니스트인 이상배 대장과 협의 끝에, 일정에 유동성이 있고 비교적 낮은 산허리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안나푸르나트레킹으로 계획을 바꾸게 된 것이다.
안나푸르나트레킹이긴 하지만, 5년 전인 2013년 3월에 도전에 나섰던 안나푸르나 라운드트레킹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그때의 트레킹은 안나푸르나 산군을 동쪽의 베시사하르에서 출발해서 북쪽 산허리를 돌아 해발 5,416m의 초롱라 고개를 넘어 힌두교 성지인 서북쪽의 묵디낫트로 떨어지는 트레킹이었지만, 이번에 새로 도전하는 트레킹은 안나푸르나 산군의 남쪽 산허리를 따라 걷는 것으로, 해발 3,210m의 푼힐 전망대와 해발 3,700m의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를 찍고 계속 올라, 소위 ‘ABC’라고 해서 해발 4,130m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오르는 트레킹이다.
일반적으로는 일주일 내지 열흘의 기간에, 그 세 곳 중의 한 곳만을 다녀오기 십상이지만, 이번의 도전은 2주일 곧 14일의 기간에, 그 세 곳 모두를 순차적으로 밟아가는 도전의 일정이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꾼 꿈이 아니다.
2018년 새해 들어, 어느 날 문득 생각으로 꾼, 히말라야에로의 꿈이다.
일흔하나의 내 나이에, 그렇게 오래 또 반복해서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왕 꾼 꿈이니, 곧장 실행에 나설 수밖에 없다.
곧장 나서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가면서 의지가 박약해지고, 그 꾼 꿈이 허물어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둘러 실행에 나서게 됐고, 그리고 이렇게 주위 두루 공개까지 하고 나선 것이다.
‘공개선언효과’라고 해서, 미리 딱 공개를 해놔야, 이 핑계 저 핑계해서 구차한 변명꺼리를 만들어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그 꿈을 꼭 이룰 작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동행이다.
동행 없이는 고난스러운 그 도전의 길에 나설 수가 없다.
외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행이 절실했다.
그냥 있어서 동행이 있을 수가 없다.
나서야 했고, 소문을 내야 했다.
이번 우리 ‘재경문경시산악회’의 6월 산행 뒤끝의 뒤풀이가, 내게 있어 동행을 구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뒤풀이 진행을 하던 이성환 사무국장의 옆구리를 찌르다시피 해서, 굳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히말라야 트레킹 안내를 하겠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있는 기회가 아닙니다. 일흔 나이의 내가 갑니다. 우리 아름다운 동행이 되어 같이 갑시다. 일정은 올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초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14일 일정에 비용도 상대적으로 싼 270만원입니다. 신의 경이로운 창조가 있는 히말라야입니다. 가서 장관의 만년설 봉우리 풍경에 흠뻑 빠져 봅시다.”
내 그리 외칠 때, 반짝 빛나는 눈빛이 하나 있었다.
저 건너편 멀찌감치 앉아 있는 문경여자고등학교 재경모임의 김영경 회장이 그 눈빛의 주인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