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척이다 잠에서 깬 시간이 새벽 4시 40분....
늙으면 잠이 없다는 걸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_=
암튼..
오늘은....
메우 건방지고 원초적인 질문부터 하나 하겠다.
당신은.. 야구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웬 시건방진 소리냐고 하겠지만....
일단 기억하자 그리고 글 막바지에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자.
또 암튼.. 필자 또한 이곳의 수 많은 사람들처럼 이글스를 사랑한다.
당연히 야구도 사랑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누군가와 무언가를 상상하는 일에 다름 없다고 하겠는데....
사랑에 빠지면 곧 시시해질 그 사람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신은....
결코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주었다고 하겠다.
....
....
....
....
어젠.. 주섬주섬 늦은 아침을 먹고....
별 기대없이 청주로 차를 몰았다.
필자의 현 서식지는 대전 둔산동....
초강력 블루투스를 탑재한 덜덜거리는 고물 노트북을 끼고....
신탄진을 거쳐 천천히 청주로 향하는 국도 길....
차창으로 스미는 션한 바람을 위안 삼아 야구장으로 향한 거다.
비록 패했지만....
언제나 야구장을 찾으면 여러 추억과 감회에 빠져든다.
거기엔 내 소중한 삶의 일부분이 아직 남겨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쉬 찾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안타 하나 혹은 평범한 땅볼 하나에도 일희일비하는....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꼬마팬들의 초롱한 눈망울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야구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비단 그게.. 학교든 사회든 인생이든....
안타깝게도 우린 숙명처럼 늘 배우고 학습하며 살아가야 한다.
최후의 순간.. 1평 공간에 해걸을 눕힐때까지는 말이다. =_=
그러나....
너무 비관적으로....
혹은.. 지겹다고 생각할바도 아닌 것 같다.
학습하고 배운다는 건....
무언가를 알게 된다는 거고....
필자가 확신하건데....
인간이란....
스스로 아는 만큼 즐길 수 있고....
또.. 스스로 아는 만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
요부분이 졈 납득시키기 어렵긴 한데....
이렇게 생각해 보자.
가령.. 몇 해 전....
필자는.. 대천에서 작은 개인병원을 오픈한 칭구넘과....
쉰새벽 두륜산 대흥사에 오른적이 있었다.
좌우로 늘어선....
소나무.. 벚나무.. 단풍나무가 이루는 나무터널을 바라보며....
약간의 경사로를 오르고....
일주문을 지나 경내의 연못인 무염지에 당도했을 즈음....
나와 내 칭구넘의 감흥은 어떠했을까. -_-?
- 잭일~ 욜 힘들게 올라왔는데 머 볼거두 읍네.
에게~ 저게 대웅전이야? 역시 옛날 건물이라 드럽게 작구 초라하구만.
하긴 그 옛날 저 정도도 대단한 거지 모.
그나저나 저 노친네들은 얼마나 오래 살게따구 나무 불상에 저리 절을 하는 겨.
꼬박꼬박 정기검진 받구 식사 잘 조절하고 스트레스 안 받으면 최고지.
과연.. 누구 생각이었을까?
필자의 좁은 소견이지만....
인간이란.. 스스로 간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무한대로 넓혀져 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란....
시각적 즐거움에서 비롯되서 자연미.. 예술미를 거쳐....
스스로 지적인 사색을 동반하게 하는 문화미로까지....
발전하게 한다.
쬐끔.. 더 쉽게 설명하자면....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늘 시각으로 경험하는 대상이기에
불특정 다수 누구나 실수 없이 잡아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술미라는.. 인공적 아름다움과....
문화미라는.. 지적이며 정신적인 가치는....
사색하는 훈련과 스스로 공부하고 배운 지식 없이는....
절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 .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스스로 아는 만큼 즐길 수 있고....
스스로 아는 만큼 깨달을 수 있다는 거다.
다시 돌아가서....
필자가 대흥사에서 느낀 걸....
욜 잘난척하며 말해보겠다. -_-
사실....
대흥사는....
보통(?)사람 입장에서는....
그리 볼꺼리가 많은 절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천불전의 창문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사방연속 무늬로 새겨진 분합문양의 아름다움을....
고즈넉히 느낄 수 있다.
조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고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금새 와아~~ 하며 탄성을 자아냈을 거다.
또....
대흥사 여러 건물들의 현판 글씨는....
정말 대단한 명품들로....
악필의 대가인 필자가 알기론....
조선후기 서예의 축약본이라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원교 이 광사....
정조대왕....
창암 이 삼만....
추사 김 정희 등등....
서예에 대한 예비지식이 조금만 있다면....
과연.. 그냥 쉬 지나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이런 유형의 예술미가 아닌 무형의 문화미에 이르면....
아는 만큼 느끼고 즐긴다는 말은 더더욱 절정에 이른다.
허졉한 자랑이지만....
어릴적 필자는....
아버지 손에 강제로 묶여(?)....
미술관과 낚시터를 끌려 다녔었다.
그렇게 미술관에 끌려 갈 때마다....
필자는 아버지께 강력하게 따져 묻곤 했었다.
- 아부쥐!! 사람들은 왜 미술관을 찾는 거에요. -0-
그림 한 점에서 눈을 돌리시지 못하며....
아부지는 이렇게 말씀해주셨었다.
- 미술관.. 그곳엔 그림이 있고....
그 그림을 그린 사람들의 인생이.. 삶이....
게다가 수 많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란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버지가 눈을 돌리지 못한 그 그림은....
김 수근 선생의 그림이었다.
그 그림을 바라보며....
아버진.. 그분의 인생과 삶을 기억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 자신의 삶도....
새벽녘 낚시터는....
또 다른 우주임에 틀림이 없다.
지친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사람들이 찾아와서는....
저마다 시간을 낚고....
인생을 낚고 가는 곳....
해가 뜨면 곧 안개는 밀려난다는 진리도 배우게 되고....
따뜻한 커피 한 잔 어때요.. 라는 감사의 말도 배우게 된다.
또.. 같은 자리를 사계절 찾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봄의 풀내음....
여름의 우거짐....
가을억새와 황금빛 석양....
겨울의 정중동을..... .
그렇다.
세상은....
아니 삶은....
아는 만큼 느끼고.. 또 아는 만큼 즐기기 때문이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서....
배불리 먹고 즐겁게 놀고....
그래서 기름지고 잠시 유희에 빠지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는 그런 즐거움 보다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야구라는 동적인 놀이에 빠져 들었다.
이쯤에서....
필자가 서두에 물었던 시건방진 질문을 다시금 상기해 보자.
당신은.. 야구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정말.. 야구를 사랑하고 있나요?
혹..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경기와....
이겼을 때의 도취감에 중독되었던 건 아닙니까?
물론 필자 또한 이글스가 이기면 기쁘다.
그리고 제법 행복감도 느낀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지난 30 여년....
프로야구가 태동하고 OB가 대전을 떠나자....
빙그레라는 팀이 이 땅에 들어왔고....
이후 우리는 이글스의 팬이 되었다.
한 점차 패배의 대명사였던 창단 시절의 이글스....
열 점차 대패의 기록을 갈아 엎었던 참담한 2년차의 이글스....
그래도 당시 이글스의 팬들은 꽤나 진중하고 행복했었다.
그건 성적을 떠나 우리가 응원할 떳떳한(?) 한 팀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때 팬들 각자의 기대와 가슴에.. 훗날 강팀으로 군림할 이글스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연습생 신화를 만들어낸 장종훈....
어린 독수리였던 정민철....
묵묵한 송골매 송진우....
그들을 바라보는 필자의 시각엔....
동시대를 함께한 사람으로서의 잔잔하고 해묶은 정이 담겨져 있다.
진하고 진하게.... .
감독이하 모든 스탭을 갈아 엎자는 강경한 이들도....
이제 10%도 지나지 않았다는 온건한 이들도....
모두 이글스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는 건 안다.
그러나 필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때때로 야구 그 자체를 즐겨보라는 거다.
오늘도 져서 열받아 죽겠는데 멀 즐기냐? ..고 말한다면 더 할말은 없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인생 최고의 화두가....
결코 돈 많은 이들과 안락하고 윤택한 삶에서만 비롯되지 않듯....
확언하건데.. 여러분이 바라보는 야구라는 스포츠는....
결코 이기는 경기에서만 여러분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쁨과 감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조금 더 너른 시야와 준비된 지식 및 사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반듯이.... .
다행스러운 건....
여기 그런 글과 경험을 들려주는 많은 분들이 계시지 않은가?
비록 나와 다른 의견 나와 다른 견해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궁극적으로 이글스를 사랑하는 팬들인 것이다.
여러분들이 그토록 목말라 하는 승리에 대한 갈망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말이다.
바라건데 제발....
나와 다른 의견의 같은 이글스 팬들에게....
스스로 지닌 견해만이 해결책이요 바른 길임을 강용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그런 형태의 의견이라면 결국 독단과 아집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장 염려스러운 건 누군가에게 반드시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나 상처 받으려 태어나지는 않았으며....
마찬가지로 제 아무리 잘나고 똑똑해도 누군가에게 상처 줄 권리 또한 없다.
언젠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주류는 누구인가? ..라는 설문의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위정을 앞세운 독재나....
민족자결을 내세운 표독한 국수를 생각했던 필자의 모자란 생각과 달리....
1,2위의 영광을 차지했던 것은....
휴머니즘을 잊은 과학자....
그리고 희생과 배려를 버린 광신도들이었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
투쟁에 가까운 각박한 삶과 살벌한 살기를 지니고 살던 당시의 필자에게....
적잖은 깨달음을 선사한 특별한 결과였다고 하겠다.
아마도 온갖 불만과 실망의 글들만 가득한 이 싯점에....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어줍잖게 생각한다.
만약.. 지금 이글스에 꼭 필요한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잊고 있는 선수 개개인의 평상심과 성찰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술적인 약점이나 단점들은 그 다음 문제이다.
어차피 그런 약점과 단점들은 작년에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만큼 현 상황은 이미 피지컬이나 케미스트리의 측면이 아닌....
몇몇 개개인이 지닌 멘탈의 문제가 번지고 확대되어....
결국 선수단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운영이나 실책성 플레이들은 그에 따른 부수적인 파급효과라고 볼 수 있겠다.
결국.. 그 두려움과 부담의 멘탈이....
자심감과 열정으로 돌아오는 순간....
우리는 작년 이글스가 보여준 그 놀라운 기적을....
틀림없이 다시 목격하게 될 거라는 걸 확신한다.
물론.. 그게 언제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할 말이 없다.
인생을 아무도 모르듯....
야구 또한 아무도 모르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있다.
지금.. 여러분 각자가....
야구를 바라보고 야구를 이해하는 시야가 어떠한가 하는 문제 말이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무조건 이기기를 바래.. 도 이해한다.
자꾸 지니까 감독에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 도 그럴 수 있다.
전력도 보강됐는데 나아진 게 없잖아.. 충분히 이해한다.
모두 이글스를 사랑하는 야구팬들이니까.
하지만....
필자는 한 번 더 묻고 싶다.
당신은.. 야구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아마.. 꼴깝떤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어제 경기.. 니뽄에서 그토록 마음 고생 많았던 승엽비의 홈런도 반가웠고....
고대하던 별명이의 장타 또한 흡족했었다.
지난 두 시즌 정말 고생 많았던 노망주의 등판은 말 할 것도 없다.
그러나 필자를 정말 행복하게 만들었던 건....
울쌍이던 어린 아들의 등을 두드려 주던 넉넉한 미소의 한 아버지였다.
"괜찮아. 담에 이기면 돼. 대신 오늘 태큐니 아저씨 홈런 봤잖아" ^^
이내 환하게 웃던 아이의 미소....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아버지야말로....
정말.. 야구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도촬(?)해서 미안하다. 멋진 야구팬으로 자라렴. 그리고 네 아버지는 정말 멋진 분이란다. ^^>
by 투랑타랑
* 며칠.. 여기저기 잡스런 글 부탁 받은 곳이 많아 뜸했네여.
몇몇 기다려주신 분들 양해를 바랍니다. (__*)
응원 횟수 0
첫댓글 글 잘봤습니다. 어제 경기를 다 보고...여자친구와 술한잔을 진하게 기울이며 이글스를 응원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를 해봤는데...(같은 이글스팬^^)결론이 님글에 다 있네요. 요 며칠 흥분한 것도 사실이었고...짜증도 났더랬죠...근데 님 말처럼 승리에 대한 갈망에 중독된게 아닌가 문뜩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좋은 점만 보려고 합니다. 승패에 대한 스트레스는...선수들이 훨씬 더 많이 받을테니...전 승패를 떠나 이글스에서 좋은점만 보려고 할겁니다.어제는...고동진의 부활타, 김태균의 첫홈런, 박정진의 복귀전 이걸로 만족을 합니다. ^^ 혹시 또 흥분해서 이상한 말 게시판에 지껄이면 지적해주세요.ㅎㅎ 이젠 흥분하지 말아야지...ㅋ
고생하시었소 세상사 다그령거지요
야구를사랑하느냐??
희생과배려
중요한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었네요
공감입니다ㅎㅎㅎ
정말 그러고보니,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못한 것 같아 제 자신이 부끄러워 지네요. 야구속으로 진지하게 파고 들어가 선수들 개개인의 면면과, 흐름을 느껴며, 즐겨야 겠습니다. 강태공의 그 깊은뜻을 가슴에 간직한체.........잘 읽고 갑니다.
투랑타랑님...대체 정체가 어케되세여???....모하시는분인지??...항상 님글을 읽다보면...때로는 감동을..때로는 즐거움을...오늘같은 경우에는 저의 가벼움을 되돌아보게되었네요....포스가 장난이 아니십니다...언제 기회가 된다면 가볍게 소주한잔에 야구얘기 나누고 싶어지네여......ㅋㅋ...즐건 하루 보내세요......
참 좋은글이고 멋진 마인드이시니여
많이 배우고 갑니다
형님으로 한 번 뵙고 싶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어째 뒤통수에 소름이 돋네요.
하, 소주한잔 할수있었으면 좋겠네요 ㅎ좋은글감사합니다
월요일 아침 좋은 글 읽어요~
Like찍고 싶네요. 멋진글 감사합니다 ^^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좀 자주 글을 만났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네요~~
와우 진짜 멋진 아부지시다 눈물이...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