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의 아름다운 영혼
나는 뉴욕의 소방관이다.
불 끄는 일을 하다보니 딱한 광경을 참 많이 보게 된다.
집이나 가게가 불타버린 사람들이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 나도 가슴이 아프다.
또 끔찍한 장면들, 때로는 죽음까지도 목격한다.
하지만 내가 스칼렛을 발견한 날은 좀더 특별했다.
그건 삶과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준 순간이었다.
금요일이었다.
아침 일찍 화재 신고가 들어와서 우리는 즉시 출동했다.
불타고 있는 건물 앞에서 소방복을 입고 있는데 얼핏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불을 끄는 일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나는 우선 불길을 잡고
나중에 고양이를 구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큰불이었다. 여러 대의 소방차가 함께 출동해야 했다.
다행히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사히 대피했다고 했다.
설사 그러지 못했다 하더라도 워낙 사나운 불길이 건물 전체를 휩싸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구조할 시도조차 못할 상황이었다.
불길을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위험한 고비를 넘기자 나는 고양이를 찾아 나섰다.
사방에 연기가 자욱했고 열기도 대단했지만
야옹거리는 울음 소리는 그치지 않고 들려왔다.
건물 정문에서 1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겁에 질린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뒤엉켜 울어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곧 이어 왼쪽과 오른쪽 길가에서 두 마리를 더 발견했다.
털이 형편없이 타버린 것으로 보아 건물 안에 있다가 나돈 것이 분명했다.
우선 거기 있던 새끼 고양이 다섯 마리를 상자에 넣어 이웃집 문 앞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어미 고양이를 찾기 시작했다.
어미가 불타는 건물에서 새끼들을 한 마리씩 밖으로 물어 내온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다섯 번씩이나 그 성난 불길과 숨막히는 연기 속으로 들어가다니,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모자라서 어미 고양이는 다시 한 놈 한 놈 새끼를 될 수 있는 한
건물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 놓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결국 기운이 다 빠져서 불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걸까?
경찰관 한 명이 새끼 고양이들이 양편에 누워 있던 길가의
텅 빈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고양이를 보았다고 말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과연 거기 어미 고양이가 누워 울고 있었다.
눈에는 커다란 물집에 잡혀 부풀어 올랐고 앞발은 온통 꺼멓게 변해버렸으며
온몸의 털이 다 타버린 끔찍한 몰골이었다.
군데군데 붉게 익은 살이 내보였다.
어미는 너무 지쳐 꼼짝도 못하는 상태였다.
나는 부드럽게 말을 붙이며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갔다.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아 올리자 녀석은 고통 때문에 우는 소리를 냈지만 저항하지는 않았다.
털과 살이 타버린 불쌍한 고양이에게서 연기 냄새가 났다.
녹초가 된 녀석은 내 품에서 몸의 긴장을 풀었다.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났다.
나는 생각했다.
"나를 믿고 있어. 이 용감한 작은 고양이를 살려야겠다."
그 가족의 생사는 말 그대로 내 손에 달려 있었다.
어미 고양이도 새끼들과 같은 상자에 넣었다.
지칠 대로 지친 데다가 눈도 안 보이는 어미는
코로 하나씩 새끼를 건드리며 모두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그 고통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새끼들을 다 구해냈다는 데 만족해하는 듯했다.
응급처치가 필요했다.
11년 전 심한 화상을 입은 개를 데려 갔었던 특수동물병원이 생각났다.
지금 바로 그곳의 도움이 절실했다.
나는 가는 길에 미리 전화를 걸어 심하게 화상을 입은
어미 고양이와 새끼들을 데리고 가는 중이라고 알렸다.
아직도 연기와 그을음이 묻어 있는 소방복 차림으로 트럭을 몰고
병원에 들어서자 수의사와 기술자들이 이미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즉각 응급실로 옮겨졌다.
한 팀이 어미 고양이를 둘러싸고 다른 한 팀이 새끼들을 맡았다.
나도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응급실 한구석에서 고양이들을 지켜보았다.
녀석들이 살아날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수의사는 밤새도록 고양이들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미 고양이는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했다.
나는 다음날 병원으로 찾아가 하염없이 기다렸다.
마침내 수의사들이 내게 다가왔을 때는 거의 포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좋은 소식이었다. 새끼들은 모두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어미는요?" 내가 물었다. 어떤 대답이 나올지 두려웠다.
어미는 아직도 위험한 상태였다.
매일 병원에 들렸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다.
여전히 위험한 상태로 생사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거의 한 주가 지난 어느 날 나는 서글픈 심정으로 병원에 들어섰다.
"회복될 수 있었다면 벌써 호전되기 시작했을 거야..
도대체 .. 그 작은 어미 고양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수의사들은 활짝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았다.
어미가 살아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력도 잃지 않았다고 했다!
이제 살아났으니 어미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줘야 했다.
수의사 한 명이 벌겋게 탄 피부에 착안해 "스칼렛"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칼렛이 어떻게 자기 새끼들을 구해냈는지 알고 있는 나는
그 가족이 다시 함께 모인 모습을 보자 가슴이 미어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어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이었겠는가?
바로 다시 새끼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한 마리씩 코를 마주 대보고 핥아주며 무사한지를 살폈다.
어미는 목숨을 걸고 새끼를 구해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다섯 번씩이나!
녀석은 어머니의 사랑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그런 용기를 보여준 것이다.
뉴욕 <Daily News> 1996.4.7일자 보도된 기사
큰 사랑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기적이 일어난다.
- 윌라 캐더 -
어제 수화의 이해 시간..
수화를 여러 개 배웠다
수화에서는 중지를 쳐드는, 현실 상황에서는
원래는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될 욕도 통용이 된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청각장애인 동생이 하나 있었다.
그아이가 불쌍한지도 모르는지 동네 아이들은 그를 괴롭혔고
난 그를 가여워하며 아껴주었다.
그아이는 너무 소심하고 소극적이며 수동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난 그아이와 친해졌고
좀체로 보여주지 않던 웃음을 내게 보여주곤 했다.
1999년 4월의 어느 화창한 봄날,
방과후 집으로 오고 있던 나는 그아이와 만났다..
그런데 그 아이가 갑자기 날 보고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쳐드는 게 아닌가..전혀 이런적 없는 애가..
다혈질이었던 난 순간 발끈하여, 그 아이에게 다가가
욕을 하며 정강이를 두어 대 정도 걷어찼다.
그 아이는 표정이 확 바뀌더니 울면서 달아났다.
애석하게도 그 이후로 난 그아이를 본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하면서도 난 내 행동에 합리화를 시키며
그렇게 그아이와의 사건을 기억에서 지워갔던것 같다.
7년여가 지난 어제,
수화의 이해 시간에 난 그 가운데 손가락을 쳐드는
제스쳐가 '형'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7년전의 그 사건이 기억나는 순간 몸이 굳어졌다.
소름이 끼친채로 멍하니 5분간을 그렇게 있었다
남에게 먼저 의사 표시, 감정 표시를 안하던 그가
내게 웃으면서 '형'이라고 불러줬던 것이다.
날 놀린 것이 아니라....
이제 와서 난 그 아이에게 하지 못할 짓을 했다는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 오해라는게 때론 무섭다
나의 애정이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는 것처럼
그래서 사는 것이, 인간 관계라는것이 겁나기도 하다는것..
그 아이를 다시 볼 확률은 희박하겠지만.
지구상 어딘가에서라도 다시 만나면
그 아이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
그의 사랑
<완도해경, 스티로폼 타고 표류하던 50대 극적 구조>
아내 사망소식 듣고 급히 뭍으로 나오다 표류
이달 첫선 122 시스템 구조에 큰 몫
(완도=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전남 완도의 한 낙도에서 아내가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50대 남편이 급한 마음에 스티로폼을 타고 육지로 나오다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완도해양경찰서는 "13일 오전 1시께 완도군 군외면 흑일도 앞 해상에서 스티로폼을 타고 표류중이던 김양식장 인부 김모(56.제주도 서귀포시)씨를 수색 작업을 벌인 지 3시간 만에 구조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스티로폼을 타고 바다에 뛰어 든 것은 전날 오후 8시 30분께.
그는 같은 날 오후 1시께 부산에서 암으로 투병중이던 아내 김모(55)씨가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해상에 짙게 낀 안개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 상태였고, 고용주 역시 뭍으로 나와 섬을 빠져 나오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섬을 나오기 위해 백방으로 뛰던 김씨는 궁여지책으로 김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스티로폼 3개로 뗏목을 만들어 흑일도를 출발했다. 하지만 강한 바람과 조류에 뗏목이 밀리면서 어둠 속에서 표류하게 됐다.
김씨는 뗏목이 표류한 지 2시간 만에 휴대전화로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출동한 해경도 안개와 어둠 속에서 유씨를 찾아내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122 시스템을 통해 위치를 추적한 결과 김씨가 해남 땅끝 테마파크 기지국에서 최대 9㎞ 반경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해경은 수색 3시간 만에 김씨를 극적으로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김씨는 구조 직후 해경에 고마움을 표시한 뒤 곧바로 부산으로 떠났다.
완도해경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구조가 조금이라도 늦었을 경우 해상의 나쁜 날씨로 인해 실종돼 생명까지 잃을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고 말했다.
보이스 피싱
어느날, 숙모의 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입니다만, 댁의 아드님이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피해자와 다행히 합의가 되었는데, 서둘러 이쪽 계좌로
돈을 입금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아드님을 대신해서···」
숙모는 곧바로 그것이 최근 유행하고 있는 보이스 피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아들은 5년 전에 사고로 죽었기 때문이다.
「엄마, 나야, 사고를 내서...미안. 합의금 좀 입금해줘...」
숙모는 그 소리를 들고 깜짝 놀랐다.
죽은 아들 목소리와 너무 닮았기 때문에다.
마치 죽은 아들이 소생해서,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숙모는 전화를 끊지 못하고, 한참동안 아들을 꼭 닮은 그 전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경찰관이라고 자칭하는 남자가 전화를 바꿔받았다.
「이런 이유로, 아무쪼록 어머님, 합의금 입금 부탁드립니다···」
다시 아들이라고 자칭하는 남자가 받았다.
「엄마, 미안해. 도와줘」
그제서야 숙모는 겨우 진실을 이야기했다.
「저, 내 아들은 5년 전에 죽었어요」
전화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거북한 공기가 흘렀다.
잠시 침묵 후, 전화가 끊기기 전 숙모는 말했다.
「잠시만! 당신 목소리, 아들과 너무 똑같아요.
전화 끊기 전에, 딱 한 마디만, 다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까요」
잠시 후, 전화기 속 남자는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엄마」
예순살의 사랑
"저 집을 나왔어요 "
순백의 스웨터를 입은 당신이 기차역에서
그 말을 했을때 난 당황했어.
나는 대학교 3 학년, 당신은 갓 스무살,
그 일년 전 공원 나무그늘에서 처음으로 입맞출 때부터
이 사람과 함께 살자고 내심 작정은 했었어.
하지만 얌전한 당신이 설마 일을 저지를 줄이야.
그로부터 벌써 35년,
요즘도 나는 하얀 가디건차림의 당신 꿈을 가끔 꿔
봄이 되면 그 기차역에 여행을 다녀오자.
우리의 추억의 공원에도 가보자.
지금도 나는 당신의 청춘이 저지른
엄청난 짓에 진심으로 감사해.
60세 Y님 남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이뤄지지 않았지.
그리고 부모님이 권하시는 당신과 결혼했어.
작은 신혼방에서 별 재미도 없는 내 농담에
당신은 고개를 저으며 웃어주었어.
착하기만 하던 당신도 격한 감정을 보인 적이 있었지
서랍 안에 들어있는 옛날 여자의 수십통의 편지.
당신은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없애주세요." 라고 말했어
그때 느꼈을 당신의 아픔. 지금도 미안해
25년 동안 그 보상을 해줄 마음이었는데
도리어 미안한 일만 많이 만들고 말았구나.
54세 J님 남
당신에게 받은 편지에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어요.
당신은 나의 태양이다.
그 편지를 보고 전 어쩌면 이런 건방진 사람이 있을까 했어요.
그런데 당신 집에 처음 놀러갔을 때 보고 말았어요.
"당신은 . . . . . . . ."
"당신은 . . . . . . . ."
이 한 마디만 적힌 편지지가 쓰레기통에 가득한 것을.
그 순간 당신의 마음이 느껴져 나는 저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당신은 내가 왜 우는지도 모른채 손수건을 내밀어 주셨지요.
그리고 벌써 32년
정말 궁금해요.
아직도 저, 당신의 태양인가요?
58세 K님 여
어느 날의 뜻하지 않은 발견
"어머! 아직 간직하고 있었네"
젊은시절 남편에게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
편지지에 적힌 서툰 내글씨,
지금은 생각도 못할 낯뜨거운 말들
너무 창피했어요.
하지만 눈물이 날만큼 기뻤어요.
여태까지 당신이 간직해 주었던 것.
일년 전 갑자기 먼저 가버린 당신
이 마음을 전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정말 당신이 좋았어요!!!
53세 k님 여
27세의 당신과 나 가난했지만 아파트 살림이 즐거웠어요.
37세의 당신 자식사랑이 끔찍해 집안은 항상 웃음으로 가득했어요.
47세의 당신 직장에 푹 빠져 항상 눈이 반짝거렸어요.
57세의 당신 회사의 부도와 정리해고의 찬바람을 맞고 있지만
그래도 당신의 마음만은 따뜻합니다.
그런 지금의 당신을 나는 너무 좋아합니다.
M님 여 56세
어려서 부모을 잃은 나는 낯선 집에서 양자로 자랐습니다.
어린마음에도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쫒겨 이윽고
작은 마음에는 선인장처럼 가시가 잔뜩 돋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내가 당신을 만났습니다.
나의 별것도 아닌 행동에도 당신은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 말이 나를 향하는 순간
내 가시투성이의 마음은 껍질을 벗었습니다.
28년동안 나는 당신의 그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 줄곧 곁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작은 일에도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고마워 당신을 만나 정말로 다행이었어."
H님 남 52세
21세기에요.
우편함을 보던 딸아이가 큰소리로 외쳤어요
"아빠한테 편지가 왔어!"
8 년전 너무도 먼 여행을 떠난 당신의 편지.
그래요. 15 년 전 당신은 딸에게 젖을 먹이던 내 곁에서
과학박람회의 캡슐우편에 응모했었죠.
열다섯살이 된 미래의 딸에게 뭐라고 쓰셨는지
딸아이는 당신의 편지를 읽고 울면서 말했어요.
"내가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면 엄마 재혼해도 좋아."
그러고는 이불을 뒤집어 쓰더군요.
나는 웃으며 대답해 주었죠.
"어쩌지, 아직도 아빠랑 원거리 연애중인 걸 ."
여보! 난 아직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도, 형제자매도 없는 딸아이를
두고 당신께 갈수는 없네요.
앞으로 20년, 30년만 기다려주시겠어요?
Y님 52세 여
립스틱 짙게 바르고
가슴속에 꼭꼭 담아뒀던
저희 엄마와의 비밀얘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엄마는 일찌감치 집안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만 하시던 엄마는
당최 당신의 외모에는 관심이 없으셨죠.
제발좀 밖에 나갈 때는 꾸미고 다니라고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엄마의 잔소리는 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생전 당신을 위해서는 10원 한장을 쓰질 않던 엄마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파마를 하고
퇴근길에 돌아오는 저를 붙잡고는 신이나서 자랑을 하시더군요.
엄마 : 얘야, 엄마 머리 어떠니?
오늘 웨이브좀 넣어봤는데 어 때, 파마 잘 나왔어?
딸 : 머리가 그게뭐야? 뽀글뽀글 해가지고....
엄마 : 왜~ 다들 이쁘다고만 하던데......
그 앙드레김 닮은 원장있잖아..?
그 원장이 파마 너무 잘 나왔다고 그러던데?
원장 : 아우~ 우리 어머니 헤어 ,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하게 체인지 했어요~~
딸 :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 하기는......
자기 머리에 흑채나 뿌리고 다니는 주제에......
원장 : 헉.......
엄마 : 그럼 이 옷은 어때? 얼굴이 확 살아 보이지 않니?
세일해서 2만원 주고 샀어.....
딸 : (따지듯이) 또 시장에서 샀어?
엄마 내가 지난번에 옷사입으라고 돈 다줬잖아~
그 돈 다 어따쓰고?
엄마가 그러고 다니면 사람들이 다 나 욕해!
다 큰 딸년이 돈 벌면서 엄마 옷 도 안사준다고...!
아~ 진짜 촌스러워! 당장 좀 벗어!
그리고 제 방에 들어왔는데 화장대를 보니
새로산 제 립스틱이 꺼내져있더군요..
딸 : 엄마, 내 립스틱 썼어?
엄마 : 아니... 나갈 일이 있어서 조금 썼는데....
아니, 조금 밖에 안발랐어...
딸 : 왜 말도 없이 남에껄 써?
사놓고 몇 번 쓰지도 않은건데,
그리고 화장품 떨어지면 내가 말하라고 했지,
내가 사준다고 했잖아!
엄마 : 미안해, 우리 딸..
그 후로 몇 년 뒤 일하고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쓰러지신 엄마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셨습니다....
영안실에 어머니를 모시고 장례식 때 쓸 영정사진을 찾던 저는
엄마의 장롱 한 켠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고,
한 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었죠.
사진속에는 제게 예쁘냐고 물었던 머리를 하고,
제게 잘 어울리냐고 물었던 옷을입고,
제가 말도 없이 썼다고 화를 냈던,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환하게 웃고 계신 엄마가 계셨습니다.
제가 그렇게 못되게 굴고 화를 냈던 그 날,
엄마는 혼자 영정사진을 찍고 오셨던겁니다.
평소 늘 허름하다고 구박하던 이 못난 딸에게 당신 가시는 마지막 길만은 예쁘고 고운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살아 생전에는 쓰지도 못할 그 사진을 찍으면서
혼자서 환하게 웃으셨을 엄마...
그런 엄마의 큰 사랑도 모르고, 화만 내던 저를 보면서,
엄마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
늘 엄마에게 못되게 굴었던 이 못난 딸,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 용서는 못받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사랑한다고 한 마디만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좋을텐데,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겠죠..?
사람의 기억이란 알 수가 없다.
다 잊었다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날 문득
스쳐가는 사람에게서 맡게 된 향수 냄새로 인해
이젠 얼굴조차 기억되지 않는 그 사람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살아 일어난다.
마치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사랑이 지나간 자리 中-
첫댓글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우...목이 메어와서 읽기가 힘들다..
대구 지하철 글 보고 와서 세게군악대회 태평소 동영상 틀어놓고 이 글 보니까 아오 눈물 쩌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보이스피싱 너무 슬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눔의 시키들이 왜전활걸어서 옘벵할새퀴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ㅜㅜㅜㅜㅜ아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늉뮬 ㅠㅠ요즘에 감정충만..ㅠ.ㅠ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이스피싱도 울면서 말해줬을꺼같다..왠지
ㅜㅜ아 님땜에 울었어여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맨마지마규ㅠㅠㅠㅠㅠㅠ너무슬프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고양이 살아서 다행이다ㅜㅜㅜ폭풍눈물 지금도 잘살고있으려나
아 마지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잉 님 책임져여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슬퍼 눈물막나와여 아 슬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문득 문득 생각날때가 가장 힘들죠 , ㅠ
잉 ㅠㅠ전영정사진이야기가 제일슬프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2..이거보고 울었음..아 봤던거 같은데..ㅠㅠ너무슬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너무 슬퍼요...ㅠㅠ...
44ㅜㅜㅜㅜ
55
77 계속 참다가 결국 울었음 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보고계속울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888 ㅜㅜ 저도 거기서 ...
99ㅠㅠㅠㅠㅠㅠㅠㅠ내 눙물이...
101010잉엄마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11111 아 슈발 학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울수도 없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이스피싱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
아 영정사지뉴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아...보이스피싱편........엄마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부분의 동물들은 새끼에게 장애가 있으면 버리지만, 고양이는 새끼에게 장애가 있으면 평생 끼고 산다고 함.............
아 ......형...
사진이 한 3초간 말린 북어로 보임 ㅠㅠ
아 ㅜㅜ영정사진 ㅠㅠㅠ아 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이스피싱 얘기는 자작나무향기가 나지 않나요 ㅎㅎ
하지만 아래 5,60대 부모님들이 기억하는 사랑의 모습들은 하나같이 짠하고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