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본말이 전도된 논란들
지난 11일 이후 세종시 건설과 관련해 정부의 수정안을 기정사실화 하는 언론 보도가 그야말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정부부처 이전 백지화'가 요지라고 할 수 있는 수정안이 정부 의도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법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7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원안+α] 사수' 의지를 굽히지 않는 한, 세종시법 수정안은 국회 표결에서 찬성 100 반대 190 정도로 부결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도대체, 대통령과 정부가 무얼 믿고?' 라며 의심을 품어 보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총리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대통령은 수정안을 "정치적 신의 이전에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결정"이라며 스스로의 퇴로를 봉쇄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을 '제왕적'이라고 비판한다면 100번이라도 듣겠다"는 말로 타협의 여지를 일축해 세종시 문제는 친이-친박 양측의 정치적 존립을 놓고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 정국은 그야말로 '현재 권력과 떠오르는 권력의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수정안 관철이 무산된다면 대통령은 임기 절반을 넘기지 않은 시점에서 심각한 레임덕을 감수해야 하고 권력을 중심으로 뭉쳤던 친이 직계의 존립기반 자체가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이미 지난해 미디어 관련법안 입법 과정에서 '불가' 입장을 밝혔다가 막판에 소신을 접어 '이미지 정치인의 한계'라는 비난에 봉착했던 쓴 기억을 가지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 만약 이번에도 소신을 접게 된다면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란 예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레일 위에서 마주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같은 모양의 원인 제공자는 양자 중 과연 누구일까? 적어도 이 문제에서 만큼은 일부 언론이나 친이 직계가 주장하는 대로 박 전 대표가 '제왕적 총재 보다 더' 오만하게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뒤흔들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박 전대표는 적어도 세종시 문제에서 만큼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뿐이니, 원인제공자는 새 총리 기용을 계기로 느닷없이 세종시 수정을 기도한 대통령 측이라고 할 수 있다.
사찰(査察), 협박, 회유 등은 대통령의지 관철의 주요 수단
위에서도 밝혔듯이 박 전 대표 측이 원칙을 고수하는 한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안 발표 이후 정부는 법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는 바람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국회 표결이 있기도 전에 '긴급예산을 편성하여 정부의 수정안대로 건설을 진행시키겠다'고도 하니 만약 수정안이 부결된다면 엄청난 예산을 날려버리게 될 뿐 아니라 공사나 입주 대상 업체들로부터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거액의 손해 배상을 소송을 당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세종시 수정 계획이 좌절되었을 경우 누구나 뻔히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을 대통령과 정부만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절대적 수의 열세를 극복하고 수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나름대로의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만 할 것이다. 대통령의 손에 숨겨진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첫 번째, 바람몰이
수정안 발표를 전후하여 언론에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여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은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하다. 이미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사안과 관련한 각종 토론회에서 진행자나 패널 그리고 심지어는 토론의 진행과정까지 치밀하게 작성된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하거나, 대결구도로 치닫는 현 상황에 대한 원인 제공자가 '야당이나 친박 세력의 국정흔들기'로 호도하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있다.
두 번째, 여론몰이와 주민 회유
수도권에 50% 가까운 인구가 밀집해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의 기득권을 그대로 인정하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성률이 높게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수치는 합리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세종시 인근 주민들에 대해 기업 유치로 인한 경제적 혜택을 부풀려 선전하거나 해외 순방 같은 당근으로 지역 민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회유 작업도 빼 놓을 수 없는 정책관철 수단이다.
세 번째, 반대 세력에 대한 정치 사찰과 협박, 사법제제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문이나 경부대운하 논란 당시 정보기관이나 경찰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인사들에 대한 부당한 사찰 행위가 드러나 비난을 받은 바 있지만 그 이후에도 정부는 이 수단을 포기하지 않았다.
MB집권기 2년 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직에서 사퇴하게 된 임기직 공직자들 대부분이 사찰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이 정권은 자신들과 코드가 맞지 않는 인물들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일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
지난 12월 돌연 사퇴함으로써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강정원 KB지주 회장 내정자 역시 차량 운행을 감시 받는 등 정부의 사찰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된 것처럼,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찰망을 최대한 가동할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
주요 사찰 대상은 1차적으로 수정안에 반대하는 학자나 전문가 언론인 등이 되겠지만 국회 표결이 임박한 시점에서는 야당과 친박 의원들 역시 사찰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걱정은 기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이끈 검찰 수사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기소 문국현 전 대표 의원직 박탈 등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사소한 혐의도 부풀릴 수 있으며 신빙성도 물증 없는 증언만으로도 능히 유죄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만큼 권력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검찰조직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
첫댓글 YS의 히든카드가 아직 안나왔지요. 유일하게 침묵하고 계시는 상도동 보일러공 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