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할 용기
늘푸른언덕
오랜만에 다시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사실 이번에 다시 글을 시작하는 데에는 의외로 주저함이 있었습니다.
한동안 열심히 달려 오던 월요일 아침 블로그 영적 시그널을 한 달 정도 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당당하게 선포한 후 개인적인 일정으로 공사다망하게 쉼 없이 달렸던 지난 10월과 11월이었습니다.
정확히 딱 6주 동안만 블로그 올리는 일을 쉬고 다시 돌아오리라 결심했던 시간이 벌써 두 달이란 시간이 훌쩍 지난 것입니다.
한 달여를 쉬겠다고 약속 아닌 약속을 기억하는 몇몇 지인들은 그 시간이 지나 한동안 연락이 없자 여기저기서 문자나 전화를 통하여 걱정만 호기심 반으로 안부를 묻기 시작합니다.
생각해 보니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냐?”
“너무 오래 쉬는 거 아니야?”
“그러다가 영원히 쉬는 거 아니냐?”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면 좋겠네!"
무관심보다는 좀 부담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걱정을 담은 따듯한 안부 문자가 차라리 감사하게 느껴짐을 경험합니다.
사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개인적인 일들과 공적인 일정은 다시 그 때로 돌아가 반복하기 주저스러울 정도로 버겁고 힘들었던 시간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니 예정되었던 모든 일정이 소화되고 다시 일상의 시간이 찾아 옵니다.
그리고 한동안 멈추었던 월요일 아침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였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몸이 아니라 생각이 무뎌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한 달 반을 쉴 새 없이 달려온 상황에서 무엇인가 다시 시작할 용기가 선뜻 나지 않는 것입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한 달 반을 열심히 달린 저 스스로에게 안식이라는 작은 선물을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것이 차라리 맞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니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작년 10월에도 같은 상황의 반복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살인적인 빡센 스케줄로 작년에도 정확하게 6주간 글 쓰는 일을 내려놓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지난 시간을 복기하면서 쓴 글이 “이 또한 지나갑니다”란 제목의 블로그 글입니다.
1년 전 일기장처럼 기록된 블로그 글을 들여다보니 작년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네요.
회사의 중간 회계감사를 위한 가결산 준비 작업을 위한 꼬박 한 달간의 야근 업무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봇물처럼 터진 잦은 결혼식과 등 경조사들 참석
지난 6년을 준비해온 ‘청춘 프로젝트 2020 Finale’ 행사 기획 및 진행
1박 2일간의 교회 수련회 기획 및 진행
추수감사절 음악예배 연습 및 참가
각종 동호회 연례행사 참석
월간지에 기고할 정기 원고문 및 대표 기도문 준비
교회 남선교회에서의 다양한 행사 준비 및 참여
부산 팀장 리더십 코칭 준비
코로나로 미루어왔던 가족행사 주관 등등
1년의 삶에서 주어지는 일들이 매년 반복되는 일정한 루틴의 삶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올해 10월과 11월이 되니 거의 작년과 같은 일정으로 짜이며 비슷하게 반복됩니다.
마치 시간의 평행이론을 경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작년 이 즈음에 눈앞에 닥친 스케줄을 일정별로 정리하면서 주어진 일들을 하나 하나씩 처리하기 위한 전략들을 슬기롭게 세우고 진행하면서 터득한 값진 경험이 있었기에 올해도 무난하게 일을 처리할 자신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절대적인 시간과의 싸움이기에 그것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소중한 한 가지를 희생해야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월요일 아침 글을 올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난관과 시련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이 되고 그 또한 지나간다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반복되는 삶의 굴레를 지나며 모든 일들은 반드시 ‘이 또한 지나간다’는 진리를 확인하며 그 위에 새롭게 깨닫게 된 또 다른 삶의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 닥치는 시련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마술처럼 모든 것이 해결되거나 지나가 버리는 데 그 과정에서의 ‘어떻게’ 라는 태도의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는 것입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을 경험과 학습을 통하여 알기에 이제는 오히려 그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지혜와 삶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즐기는 과정을 어떻게 더 의미 있게 보내느냐의 도전까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10월에서 11월을 빼곡하게 수놓았던 일정이 지나고 난 후 한 동안 접어두었던 글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그리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다시 시작할 염두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한 주 두 주 시간을 미루기 시작하면서 삶의 안일함에 젖어 버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지난 한 주 동안을 고민하면서 일단 시작할 용기를 내어 보기로 결단합니다.
습관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의 지대함을 다시 경험하게 됩니다.
어제 교회에서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교회가 추진할 새해 목회 계획을 확정하는 당회가 있었습니다.
당회 처리 안건 중에서 저와 관련된 소식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2024년 남선교회 총회장이라는 중책의 보임을 맡게 된 일입니다. 지난 8년간 교회의 중요 기관인 남선교회에서 총무와 부회장의 일을 맡아 총회장을 돕던 일을 쉼 없이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일들을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수행해 나가야 하는 더 막중한 일을 맡게 된 것입니다. 전임 총회장을 도와 8년이란 시간을 쉼 없이 달려오면서 이제는 잠시 안식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오히려 더 큰 보직을 맡게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더 큰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입니다. 막상 그 일을 하려니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다시 결단하고 시작할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2020년부터 3년간을 먹구름처럼 뒤덮었던 코로나 19가 아직 우리 삶 속에서 그 흔적이 남아 있긴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거의 회복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교회의 기능이 채 회복되지 않았으며 코로나19로 교회 성전을 떠났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들을 보게 됩니다. 3년이란 기간이 만들어 낸 새로운 습관과 루틴이 이전으로의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다시 예전처럼 시작할 용기들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들의 신앙에 대한 영성도 믿음의 공동체에서의 사역의 열심도 한 번 균형을 잃거나 공백이 생기면 그것을 다시 회복하고 시작하는 데는 새로운 결단과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한 동안 쉬었던 영적 시그널을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하면서 글 쓰는 일 외에 또 새롭게 회복할 어떤 일들이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결코 요란스럽지 않게 시작하되 작은 시작이지만 자연스럽게 해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잠시 잃었던 열정도 다시 생기고 자신감도 회복되고 그 가운데 즐거움도 생길 것 같습니다.
우리 다시 한 번 시작해 보시지요!!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욥기 23장 10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