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제목 : ╂트릭..(악마와의 동거)╂
〃소설작가 : ★애지★ (ezi_80@hanmail.net)
이혜린....
선생님과 함께 혜린의 부모님 장례식에 참석한 현준은
고혹적인 자태를 가진 그 소녀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금방 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의 혜린은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
유난히도 붉어 보이는 입술까지 모든 것이 현준이 이상으로 삼아 오던 그 모습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일까...?"
현준은 무심결에 사람들이 나누던 대화를 듣고는 놀란 눈을 들어 혜린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사업을 하던 혜린의 아버지는 600억 대가 넘는 자산가 였다...
후견인으로 지목된 혜린의 큰아버지에 의해 회사는 부도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고...
덕분에 혜린은 성인이 되는 그 날
아버지의 회사와 함께 모든 재산을 자기 소유로 할 수 있게 된다고 하였다.
20세...
고작 1년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떤 식으로 위로 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혜린의 손을 잡은 채 힘들게 말하고 있던 선생님의 곁으로다가 서며 현준은 다시 한번 혜린을 쳐다보았다.
검은 상복을 입고 있는 그 아이는 마치 이 세계 사람이 아닌 듯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갑자기 현준은 욕심이 생겼다.
그녀를 손에 넣을 수만 있으면 600억이 자신의 차지가 되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도로 가난이라는 말 앞에 치를 떨던 현준은
이것이 마치 자신 앞에 놓여져 있는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다.
"좀...괜찮니..?"
조심스럽게 얘길 꺼내는 현준의 물음에 혜린이 무표정한 얼굴을 들어 응시했다.
"난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괜찮아.... 그러니까 동정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관둬.”
냉담한 혜린의 말에 현준의 얼굴이 붉어 졌다.
지금까지 어떤 여자 에게서도 이런 식을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현준이었다.
"난 그냥..."
"미안한데... 나 혼자 있고 싶어."
머뭇거리며 말 하는 현준을 외면하며 혜린이 괴로운 듯 고개를 돌렸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날..너무나 커다랗게만 들리던 현준의 위로에 오히려 화가 나는 혜린이었다.
아마 다혜의 그 말을 듣지 못했다면 혜린은 다시 한번 현준의 어깨에 기대려 했을 것이다.
일년 전 그 날처럼...
그가 건네는 위로에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현준을 받아들이는 혜린의 마음은 너무나 차가워져 버렸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과거의 현준과의 재회는 오히려 혜린에게 괴로운 일이 되어 버렸다.
- 이제는 그때와는 많이 달라...
혜린의 머리 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 왔다.
-네가 원한다면...넌 그 아이를 차지 할수 있게 될지도 몰라.
"그렇지 않아요."
고개를 저으며 낮게 중얼 거린 혜린이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네르메스를 쳐다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일년 전 그날..지금처럼 부모님의 장례식 장에 서 있었던 혜린은 많이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혜린의 마음속에는 어쩔수 없는 이기심도 존재하고 있었다.
살아 날 거 였으면...
어짜피 살아 날 거 였으면 예전 모습 그대로 였으면 좋았을 거라는...
그래서 네르메스는 그 시간으로 자신을 되돌려 주었던 거였을 지도 모른다..
사고를 당 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혜린은... 혜린만은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이걸로...당신은 내 소원을 들어 준 샘이군요..."
모든 원망을 네르메스에게 돌리고 울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린 채...
그렇게 아픔을 이겨 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렇게 한다고 해도...
결국...달라 지는건 아무 것도 없는데...
부모님을 찾아 집을 나설 때의 마음은
언제나 갑갑하고 그러면서도 갈증이라도 난 것처럼 목이 말랐다.
꼭 꼬집어 이유를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아니... 너무나 분명한 이유가....
오히려 고통일지도 모르는 마음속의 그 무엇이
어느 날 갑자기 목을 마르게 하며 속에서 솟구쳐 올랐다.
모든 것을 제쳐 두고 이곳을 찾은 혜린은
부모님 곁에 오면 풀지 못해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갑갑함이
술술 풀려 나갈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을 느끼고 있었다.
예전처럼 그렇게 또 기대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혜린은 설령 가슴속의 고통을 여전히 풀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할지라도
목 메어오는 갈증을 견디지 못해 자꾸만 이곳을 찾게 되었다.
"자주 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언제 왔는지 네르메스가 혜린에의 옆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떠난 사람은 빨리 잊는 게 좋거든..미련 떨어 봤자 남는 것도 없어."
구태여 네르메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 날 이후 다들 잊으라는 말을 했다.
그들은 또 한결 같이 '잊는 것이 어디 쉽겠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비석에다 '정말 사랑해요'라는 말을 새기고
마음의 갈증을 느낄 때마다 이곳을 찾는 혜린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빨리 잊는 것이 좋다며 나무랐다.
다들 잊어야 할 사람을 빨리 잊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혜린은 가끔씩 너무 쉽게 부모님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고
또 때로는 너무 생각하여 고통스러울까 염려하기도 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
네르메스가 혜린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너 요즘 거울은 보고 다니는 거냐? 네 몰골 정말 가관이야..."
울어서 잔뜩 부어오른 눈에 제대로 빚지 않아 부스스한 머리카락...
혜린은 손으로 대충 묶어 잔뜩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칼을 손으로 만지며 네르메스를 쳐다보았다.
"이래서야 기껏 당신과 계약 한게 아무 의미도 없겠군요..."
"알면 좀 잘 하란 말야..그 자식한테 복수하고 싶다면서..."
네르메스의 퉁명스런 얘기에 혜린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내가 정말 현준을 좋아하기라도 하면..당신에게 오히려 손해가 아닌 가요?"
"글쎄..."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얘길 하려던 네르메스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혜린을 쳐다보며 말을 멈췄다.
하지만 혜린이 말한 그 '손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 하던 네르메스는
괜히 기분이 나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네가 다시 현준이를 좋아 하게 되면..네 영혼을 걸어서 라도 순결을 지키 겠다는 거군..."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혜린이 다시 현준이를 좋아할리 없다는 생각과 함께...
혹시라도 모를 '만약에..' 라는 상황이 자꾸만 머리 속에 맴돌았다.
'내가 정말 왜 이러는거지..?'
처음에는 장난으로 내 뱉은 말 이었다.
그저 조금만 놀려도 잔뜩 붉어지는 그 얼굴이 재미있어서...
그런데 이제는 혜린의 영혼을 담보로 그 아이를 자신에게 묶어두려 하고 있었다.
왜 였을까...
자신에게 절대 굽히지 않겠다는 혜린의 말에 왜 그렇게 화가 났던 걸까..
단순히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 네르메스의 마음 한 구석에서 끓어오르는 그 감정은...
진심으로 혜린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맙소사...
고작 인간 여자애 따위에게 내가 욕심을 낸단 말인가..?
애써 고개를 젓던 네르메스는 문득 혜린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 치자 이상할 정도로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왜 그러는 거예요..?"
갑자기 멍한 표정이 되어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네르메스의 이마에 손을 올린 혜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얘기했다.
"어디 아픈 건가요..?"
".............."
사고가 나기 전으로 돌아온 혜린은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를 가진 아이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만 같은 검고 큰 눈망울에 유난히도 예쁜 입술을 가진...
"............."
갑자기 혜린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네르메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혜린의 목덜미를 팔로 끌어안았다.
이렇게 조금만 손을 뻗어도 안을 수 있는 아이였다.
그런데도...
"내게 너무 가까이 다가 오지마."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잔뜩 경계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혜린의과 마주치자
네르메스는 결국 힘없이 자신의 팔을 떨구고 말았다.
"다시 한번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본다면...난 널 강제로 라도 눕힐지 몰라..."
퉁명스럽게 내 뱉은 네르메스의 말에 혜린은 그저 말없이 한숨을 내 쉬었다.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 했는데...
자신에게 한 무례한 행동에 대해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 하면서도
혜린은 결국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말없이 네르메스를 응시하던 혜린이 갑자기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전 그와 눈이 마주 친 순간 혜린은 그가 키스를 할 것 같다고 생각 했었다.
그가 자신의 얼굴을 끌어 당겼을때..
그를 밀쳐 버려야 한다고 생각 하면서도 혜린은 아무 것도 할 수 가 없었다.
그 눈동자를..빨려 들어 갈것 같은 그의 검은 눈동자를 도저히 거부 할 수가 없어서...
"또 잊어 버릴 뻔 했군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 릴 것 같던 혜린이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약한 듯 하지만 강한 아이였다.
악마라고 말 하는 네르메스의 얘기에 몸을 떨면서도 눈을 치켜들고 대들던 아이였다..
"당신이 악마라는거... 항상 기억하고 있었는데..."
쓰러 질 것 같이 위태로운 걸음을 떼던 혜린이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며 얘기했다.
"그런데..오늘은...오늘만은 당신이 인간 이길 바랬어요.."
지금 이 순간 누군가 자신을 잡아 줄 사람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건 낼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슬프진 않았겠지...
그가.. 악마가 아니라 인간이기만 하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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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러브연재]
╂트릭..(악마와의 동거)╂ 17편 - 부모님의 장례식..
★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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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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