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자두 치커리 샐러드 (夏 - 여름)
글 / 무과수
1.오늘은 종일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없이 몸이 축
처져 바닥 아래로 뚫고 내려갈 듯하다. 잠은 쏟아지는데 자다
깨다를 반복하느라 전혀 개운하지 않은 그런 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책상 모통이에 해질녘의 노
란빛 조각이 내려앉아 있다. 머리는 여전히 지끈거리고.
2.무기력에 완전히 포위당했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어제 저
녁 동네 이웃이 현관 문고리에 걸어두고 간 채소와 자두가 생
각났다. 집에서 직접 기른 채소라며 나눠주었는데 왠지 그걸
먹으면 힘이 날 것 같아서 봉지를 열어보았다. 상추와 치커리
그리고 자두 두 알, 싱크대 물을 트니 처음에는 미지근한 물
이 나온다 이내 시원한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창문이 없는
주방이라 이마에 금세 땀방울이 맺힌다. ‘여름에 가까워졌구
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3.재료를 씻고 있는데 성당 종이 울리기 시작한다. 저녁6시다.
치커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뜯고 냉장고에 있던 방울토마토
와 까망베르 치즈도 꺼내서 얹어주었다. 그렇게 준비한 샐러
드를 테이블에 놓고 자두 한 알을 먼저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얼마 만에 먹는 과일인지, 그러다 샐러드도 한 입, 직
접 키운 채소라 더 싱그럽게 느껴졌다. 이유 모를 무기력함이
덮칠 때면 오늘의 자두 치커리 샐러드를 떠올려야겠다. 싱그
러움에 정신이 번뜩 드는 이 맛.
안녕한'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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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9,水曜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