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東疎
開而不繁 合而不狹 立而無得 破而無失 是爲馬鳴之妙術 起信之宗體也
개이불번 합이불협 입이무득 술이무실 시위마명지묘술 기신지종체야
열어도 번잡하지 않고 모아도 협소하지 않으며, 세워도 걸림이 없고 부숴도
잃을 게 없다. 그것은 마명보살의 신묘한 저술 기술로 기신론의 핵심을 멋지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수만 가지 세계를 만들어 내어도 번잡함이 없다. 태양은 수만 가지 햇살을 쏟아내고 있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과 같다. 영화의 화면이 아무리 장엄하고 스펙터클하더라도 결국엔 은막속으로 다 들어가 버린다. 성난 태풍이 불고 노도가 넘실대며 불길이 천지를 태우고 총과 대포의 초연이 난무해도 스크린에 상처 하나 내지 않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열면 팔만대장경이 나오고 모으면 가슴 속 일심에 들어가 버린다. 마음이 작동하면 전 중생세계가 만들어지고, 닫아 버리면 그 많던 세계가 흔적도 없이 홀연히 사라진다. 수많은 세계가 일어나도 마음에는 자취가 없고, 끝없는 세계가 없어져도 마음에는 자국이 남지 않는다.
마명보살이 지은 기신론 원문은 정말 간결하고 적은 분량이다. 그 작은 부피의 글 속에 부처님의 45년 장광설법을 모두 다 집어넣었다는 것이 너무 놀랍고 경이롭다. 이것은 마치 옛날 우체국에서 전보를 칠 때 꼭 필요한 몇 마디 함축어에 전체의 뜻을 담아 보내는 것과 같다.
첫댓글 .....()
마음을 열면 팔만대장경이 나오고,
마음을 모으면 일심으로 돌아간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