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초 부진했다.
=‘ 어린 나이에 결혼하더니 마누라 치마폭에 싸여 성적도 나쁘다’는 소리를 들을까 부담됐다. 무릎수술을 받을 때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답답해 펑펑 울기도 했다.
▲ 설마 울었을까.
= 아내를 만나기 전 나는 철저한 이기주의자에 냉혈인간이었다. 아내를 만난 뒤 착해졌고, 주위 사람에게 정(情)을 주는 것도 배웠다. 아내가 손가락질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다.
▲ 주량이 많다고 들었다.
= 남보다 적지는 않다. 2003년 가슴이 답답해 혼자서 소주 30병을 마신 적 있다. 잘 아는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이 아닌 글라스로 3시간 동안 마셨다. 주인이 말려서 그만 마셨는데 빈병이 30개나 바닥에 있었다.
▲ 왜 그렇게 힘들었나.
= 성적이 나빠서 어려울 때였다. 돈 많이 받고 들어와서 잘난 척하더니 잘됐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진우는 2002년 당시 신인 최고 계약금인 7억원을 받고 기아에 입단했다)
▲ 지금도 힘들면 우는가.
= (웃으며) 지금은 안 운다.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 고통을 이긴다. 뱃속의 아이도 큰 힘이 된다. (이향희 씨는 임신 4개월 째다) 원정경기에서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컴퓨터 게임을 즐긴다.
▲ 아내가 입덧하지 않나.
= 요즘 입덧이 심하다. 곰장어, 닭똥집을 먹고싶다고 조른다. 예쁜 것만 먹이고 싶은 생각에 딸기, 사과, 수박같은 과일만 잔뜩 사간다.
▲ 아내는 어떻게 만났나.
= 2003년 3월31일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내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매일 시간만 나면 쫓아다녔다. 그 때마다 ‘남자친구 있어요’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라는 대답만 들었다. 2주일 만에 ‘그럼 누나, 동생으로 지내자’는 소리를
들었다.
▲ 연애시절 에피소드는.
= 직업이 뭐냐고 묻길래 ‘기아에 다닌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느냐’고 묻길래 ‘타이어 끼운다’고 말했다.
일주일 뒤 신문 1면에서 나를 발견하고 ‘혹시 야구하느냐. 왜 말하지 않았느냐’며 서운해하더라. 결혼하기전 비디오방에 가자고 했더니 ‘어린 것이 비디오방이 뭐냐’고 꾸짖기도 했다.
▲ 어릴 때 말썽꾸러기였다는데.
= 유리창 깨기, 고무줄 끊기, 과일 서리, 초인종 누르고 도망가기 등등 국가대표급이었다. 초등학교 때 수업이 끝나면 해질 때까지 놀다가 집에 갔다. 한 달에 가방 3~4개씩은 꼭 잃어버렸고 폭죽놀이하다가 옆집에 불까지 낸 적 있다.
▲ 다른 운동은 안했나.
= 서석초등학교 3학년 때 소년체전에 나가 육상 100m 은메달, 투포환 금메달을 땄다. 진흥고에 입학할 때까지는 4번타자를 도맡았다. 진흥고 역사상 최초의 만루홈런도 내가 쳤다. 2001년 봉황기였는데 당시 투수는 대구상고 안지만(삼성)이었다.
▲ 한기주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김진우와 랜디 존슨(양키스)을 꼽으며 ‘김진우 선배와 라이벌이 되고싶다’고 말했다.
= 나는 항상 나 자신과 싸울 뿐이지 다른 선수를 라이벌로 삼을 생각은 없다. 한기주가 팀에 합류해 잘 던져주면 팀에 보탬이 될테니 좋다.
▲ 해외진출 욕심은 없나.
= 없다면 거짓말아닌가. 하지만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가겠다는 생각은 없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면 그때 생각하겠다. 해외 진출보다는 기아하면 김진우, 한국프로야구 투수하면 김진우가 생각나도록 공을 뿌리는 것이 내 목표다.
이상준 기자 j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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