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와집(正訛集)>에서 양무제가 굶어 죽었다는 무고에 대해 이미 변명한 적이 있었으나, 그 밖의 일은 다소 미흡한 듯하므로 여기서 대강 밝혀두려 한다.
무제가 육식을 끊고 채식만 했다 하여 사람들이 비웃고 있으나, 농부가 힘써 농사지어 양식이 넉넉하더라도 능히 입에 맞는 갖가지 음식을 먹을 수가 있는데, 임금으로서 어찌 자신의 입에 맞는 맛있는 음식이 수만 가지인 것을 모르고 한갓 채식으로 만족했겠는가?
또한 국수로 희생을 대신했다 하여 사람들이 비웃고 있으나, 선비가 뛰어난 성적으로 급제하더라도 오히려 조상에게 은혜를 베풀어 준 것을 감사하며 영광으로 여기는데, 무제는 자신의 부귀가 천자임을 알지 못하고 어찌 한갓 국수로 대신했겠는가?
사형을 집행할 때 반드시 눈물을 흘렸다 하여 사람들이 비웃고 있으나, 그것은 '수레에서 내려 눈물을 흘리며, 한 백성이라도 죄를 지은 것은 나의 잘못이다.' 한 마음으로, 무제는 죽이고 살리는 것이 어찌 자신의 권한임을 알지 못하고 그랬겠는가?
다만 그가 몸소 승려가 된 점에 대해서만은 임금의 체통을 잃어버린 잘못이라 할 것이니, 그것은 신심만 있고 지혜가 없어서 이치를 보는 안목이 분명치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지 않고 종교만을 중히 여겼던 것이니, 너무 지나친 집착이라 할 것이다.
또한 진·송(晉·宋) 이후로 다투어 선관(禪觀)을 자랑했으나, 이 밖에 더 훌륭한 일이 있는 줄 알지 못하였다. 이 때문에 달마 대사 같은 큰 법을 만났으면서도 깨닫지 못했으니, 이 점이 무엇보다 안타까울 뿐이다.
만약 나라를 잃어버린 사실을 들추어 헐뜯는다면 정확한 사관(史觀)이라 말할 수 없다. 무제의 허물은 자비롭다는 허물이요, 무제의 자비는 자비롭지만 너무 지나쳤다는 점이다. 이를 어찌 진(陳) 후주(後主)나 북주(北周) 천원(天元)이 나라를 잃어버린 것과 동일하게 평가하겠는가?
만약 부처님을 숭봉(崇奉)했다는 사실을 들어 헐뜯는다면, 나는 이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첫댓글 지나치게 자비롭다는 허물?
신심뿐만 아니라 이치를 보는 안목과 지혜를 동시에 갖추기를. _()_
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