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자 인터뷰]- 류동완, 이춘규 초단
지난 12월 2일 제111회 입단대회가 끝나고 두 명의 입단자가 발표됐다. 89년생 동갑내기인 류동완 초단(사진 오른쪽)과 이춘규 초단(사진 왼쪽)이 그 주인공. 모두 퇴출이 얼마 남지 않은 늦깎이 연구생이었다.
이번 입단대회는 새로운 대회를 적용한 첫 번째 대회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둘 수 있다. 가장 먼저 적용한 대회는 지난 8월에 있었던 지역연구생 입단대회였고 1년에 두번 열리는 정규 입단대회로는 처음이었다.
대회 방식은 최종본선에서 12명이 풀리그를 벌이던 기존과 달리 예선부터 4인 리그를 통해 두 명을 뽑고 다시 4인 리그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입단자 2명을 뽑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비교적 본선 진출자가 많이 나오는 큰 도장에서 밀어주기 등의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수렴해 채택된 이번 방식에서 무명의 '골든벨 바둑도장 (원장 김정렬)' 출신의 류동완 군이 입단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골든벨 바둑도장은 입단자를 처음 배출한 신생도장이며 지난 3월 MBC 뉴스데스크에 의해 ‘혹독한 바둑수업’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되어 바둑계의 큰 이슈가 되었던 도장이다. 보도에는 편집되었으나 당시 오리걸음을 하던 학생들의 구호 중 하나가 '동완이 형을 이기자'였다.
한국기원 본선 대국실에서 만난 두 명의 새내기 초단을 만나 입단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먼저 입단을 축하합니다. 식상하지만 소감을 듣지 않을 수 없겠죠?류동완(이하 ‘류’): 너무 시원합니다. 목욕탕에서 묵은 때를 한번에 벗겨낸 느낌이랄까요? 그 동안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하신 부모님과 친자식처럼 키워주신 김정렬 원장님께 감사 드려요.
이춘규(이후 ‘이’): 저도 마찬가지에요. 한 동안 슬럼프에 빠져있어서 입단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프로가 되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부모님은 물론 허장회 사범님, 염정훈 사범님, 처음 바둑을 가르쳐 주셨던 이관철 사범님과 공태희 사범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바둑은 언제 시작했으며 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이: 어릴 때 너무 산만해서 아마추어 초단 정도 되시는 아버님이 바둑교실에 보내주셨어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했으니 10년이 넘었네요.
(기자: 지금은 산만한 성격 같지 않은데요?) 지금은 많이 변했습니다. 얼마나 산만했는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날엔 뛰어 놀다가 달리는 트럭 밑에 깔린 적도 있어요. 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부모님은 많이 놀라셨죠.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요.
류: 저도 마찬가지에요. 장난이 심하고 산만하다고 초등학교 3학년일 때 부모님께서 바둑교실에 보내주셨어요. 그때 김정렬 원장님을 만났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온 거죠. 저와 두살 아래의 동생(류민형, 연구생 2조)이 연구생 생활을 위해 서울에 오자 조금 지나서 사범님도 서울에 도장을 차리셨죠.
이제 프로기사가 되었으니 욕심나는 기전이 있을 것 같은데요?류: 저는 바둑리그에 들어가고 싶어요. 바둑TV를 보면서 많이 부러웠는데 저도 프로가 되었으니 열심히 해서 TV에도 나오고 인터뷰도 멋지게 하고 싶어요. 그 외에는 명인전이나 GS칼텍스배 같은 리그전에서 활약하고 싶어요. 정상급 프로들과 많은 대국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속기파라서 속기 기전이 좀 더 자신 있어요.
이: 전 반대로 장고파에요. 저랑 두는 사람들이 다 싫어하죠. 하하.
(옆에서 류초단이 "춘규는 별명이 진드기에요."라고 거든다.) 속기전은 좀 자신 없고 시간이 많은 바둑에서 승부를 보고 싶어요. 가장 탐나는 타이틀은 '국수전'이죠.
가장 존경하는 기사는 누구인가요?류: 전 온소진 사범님을 존경합니다. 백홍석 사범님과 함께 도장에서 실전 스파링을 많이 해주셨는데요.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이 뛰어나요. 프로로서 꼭 본받고 싶습니다. 작년에 이창호 사범님께(GS칼텍스배 본선) 반집을 이긴 기보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이: 전 이창호 사범님을 가장 좋아해요. 이유는 다들 그렇듯이 멋진 바둑과 훌륭한 인격을 갖추셨기 때문이죠. 꼭 열심히 해서 이창호 사범님 같은 기사가 되고 싶어요.
원성진 8단과 같은 선 굵은 공격바둑을 두는 류동완군과 먼저 실리를 챙기고 타개에 승부를 거는 이춘규군은 반대의 기풍을 가지고 있지만 걸어온 길에는 닮은 점도 많았다. 19세의 나이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바둑에 올인하며 한국기원 옥탑방에서 수년간 그들만의 승부를 벌였던 산전수전 다 겪은 승부사다.
"바둑을 포기하려고 한 적도 있었어요. 불안한 미래와 비좁은 입단의 길에 좌절하다 바둑이 싫어진 적도 있었고요. 그 때마다 부모님께서 용기를 주셔서 마음을 다 잡을 수 있었죠." 힘들었던 경험을 물어보자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하는 두 기사는 모두 1조에서 4조까지 내리 곤두박질을 한 경험이 있다. 불과 수 개월전 일이다. 다시 조금 올라가 류초단은 3조, 이초단은 2조의 신분으로 입단관문을 뚫었다.
89년생 프로기사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강동윤 7단과 김지석 4단은 일찍이 프로가 되어 정상권을 헤집고 있다.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좁은 연구생실에서 불안한 미래에 떨고 있었던 두 초단의 고충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류동완 초단의 부모님은 입단이 결정된 날 전라도 광주에서 올라와 아들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동생인 류민형 군도 입단을 준비하고 있어 곧 있으면 오랜만에 형제기사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류초단에겐 지난 MBC 뉴스데스크 보도 당시 상황을 듣고 싶은데요?
류: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까워요. 저는 그때 연구생이어서 기합을 받지 않았어요. 당시 연구생들 말고 그 밑에 반 학생들이 사범님께 제안을 했어요. 약속한 시일 내에 책을 다 풀면 맛있는 걸 사주고 못 풀면 오리걸음을 하겠다고 했죠.
그래서 그 날짜에 약속을 못 지킨 아이들이 나가서 기합을 받았는데 어떤 시민이 그걸 휴대폰으로 찍어서 신고하신 거죠. MBC기자분은 이튿날 오셨고요. 사범님이 그런 분이 아닌데 이상하게 보도되어서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당시 철없던 아이들은 우리 도장 TV에 나왔다고 좋아하기도 했죠. 하하
입단대회 방식이 새롭게 변경됐죠. 그 동안 입단대회 참가경험에 비추어 볼 때 어떤 것 같나요?이: 저는 아주 좋았어요. 일단 쉬는 시간이 많아져서 준비할 수 있는 기간도 생겼고요. 12명이 풀리그를 할 때는 정말 피곤했어요.
류: 저도 찬성입니다. 풀리그전은 너무 지겨운 느낌이에요. 지금은 일단 세 판만 두면 어떻게든 결론이 나오니 토너먼트 같은 생각도 들고 판수는 비슷한데 여유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방식이 바뀐 이유가 큰 도장들의 밀어주기를 막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던데요? 실제 그런 일들이 있나요?류: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듣긴 했어요. 다만 이전부터 다른 도장에서 저를 입단 후보라고 인정해주지 않아서 그런지 별로 견제 당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저는 항상 자신 있었는데 남들이 인정을 안 해주니 오기가 생기기도 했고요. 논란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런 방식이 더 좋은 것 같네요.
이: 저는 타깃이 되는 도장 출신이라 좀 껄끄럽긴 한데요. 부끄럽지만 이번이 첫 번째 본선진출이에요. 연구생 상위권엔 오래 있었는데 항상 입단대회만 나가면 유독 약해졌어요. 예선 마지막 판에서 탈락한 적도 셀 수 없이 많죠. 이번에 처음으로 본선에 올라서 그 동안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본인들의 바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이: 저는 초반이나 중반에 비해 끝내기나 형세판단이 약해요. 그래서 이창호 사범님의 바둑을 많이 본 것도 같아요.
류: 저는 초반이 문제에요. 입단대회에서도 초반만 안 망하면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뒀어요. 실제로 진 바둑도 모두 초반이 나빠서 졌고요.
한상훈 초단의 활약이 연구생들에게 많은 격려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이제 세 달 뒤면 공식기전에 출전할 텐데 꼭 만나고 싶은 기사는 누구인가요?이: 네. 저는 연구생 시절에 많이 둬봤는데요. 지금은 엄청 강해졌지만 솔직히 입단 당시에는 그렇게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물론 그때도 저보다 셌지만요. 상훈이 형을 보고 저 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나도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가장 두고 싶은 기사는 존경하는 이창호 사범님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성적을 잘 내야 되겠죠.
류: 저는 이세돌 사범님이요. 이세돌 사범님의 힘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요. 예전에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다면기를 둔 적이 있었는데요. 정선으로 도전해서 졌던 기억이 나네요. 이세돌 사범님과 두려면 엄청 많이 올라가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