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식이가 전화 해 아침 7시까지 집으로 오란다. 앞뒤없이 무조건 오라해 헛생각이 나랠 펴지만 아무래도 일하자는 것 같다. 내가 무슨 농사일을 한다고? 7시 반에 죽산 회관에서 전화를 하니 주소를 알려주며 계속 오란다. 소막이 먼저 나타나고 2층 집이 우식이 집인 모양이다. 불러도 대답없어 또 전화하니 하우스에서 작업 중이니 얼른 오란다. 동네 어른들이 모여 모판만들기를 하고 있다. 어서 오라며 상토를 기계 위 큰그릇으로 올려 담는 일을 맡긴다. 20kg을 그는 한 손을 들어올리며 시범을 보이지만 난 두 손으로 잡아 중심에 두고 끌어올려 허리를 보호한다. 모판을 대고 가는 흙이 차고 물이 나오고 볍씨가 내려오고 흙을 덮어 나가면 네명이 오가며 모판을 한쪽에 쌓는다. 우식은 모판이 끝나면 된다지만 모판은 밖에 가득 쌓여 있다. 비닐 상토포대를 칼로 그어 들어올리는 일도 계속하자 땀이 난다. 흙은 금방금방 아래로 사라진다. 우식처가 집에 가 새거리를 내 온다. 제육볶음에 술도 한다. 부부나 가족이 서로 품앗이를 한단다. 어른들은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 그 사이 누군가 타는 내음이 난다더니 건너 모터에 연기가 난다. 뜯어 들고는 우식이가 벌교로 가는 사이 주변을 돌아본다. 그 많게 보였던 모판이 사라지자 볍씨 상토 남은 건 두고 일을 마친다. 우식처가 중촌 가야성에 가 짜장면과 탕수육을 가져 온다. 옛우식이 집에 살고 있다는 경상도 과일장사도 와 일손을 돕다 같이 먹는다. 내 손도 농사일에 쓰인다니 다행한 일이다. 동네 사람들이 다 가고 우식네와 몇 잔 더하고 고추모종 한판을 싣고 집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