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독보적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전성기를 맞는 배우 김희애(47)를 향한 평가다. 김희애가 여배우에게는 ‘한계’가 될 수 있는 40대 후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느 청춘스타 못지않은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21년 만에 주연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이 같은 시기 개봉작 가운데 흥행 1위에 오른 데 이어 오랜만에 선택한 멜로 장르의 드라마 <밀회>를 통해서는 전성기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스타 몸값의 지표로 통하는 광고 시장에서도 여전히 인정받는다. 화장품, 가전, 음료 등 인기 브랜드의 모델을 두루 맡고 있다. 연예계 안팎에서 ‘김희애의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희애가 2월 18일 열린 영화 <우아한 거짓말>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윤성 기자
“촬영장에서 한 번도 찡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린 배우에게 연기 선생님이었고 어떤 때는 엄마와 같은 역할을 했다. 스태프들이 더 믿고 따랐다.”
김희애와 <우아한 거짓말>을 함께 찍은 한 스태프의 말이다. 김유정, 김향기 등 대부분 10대 배우들로 채워진 촬영 현장에서 김희애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21년 만에 나선 영화 촬영장이었지만 머뭇거릴 수만은 없었다. 어린 후배 연기자들을 다독이고 스태프들까지 챙겼다. <우아한 거짓말>이 적은 제작비와 빠듯한 촬영 일정에도 불구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완성될 수 있었던 데는 촬영장 안팎에서의 김희애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우아한 거짓말> 촬영이 끝나자마자 김희애에 관한 ‘소문’은 영화계 전반에 퍼졌다.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제작진이 대부분이었다. <우아한 거짓말>이 개봉하자마자 또 다른 영화 <쎄시봉>의 주인공을 맡은 건 김희애를 향한 영화계의 적극적인 구애를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른 스타 배우들은 자기만의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희애는 정반대였다”며 “촬영장을 편안하게 해주는 분위기 메이커였고 연기력 또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실력자”라고 평했다.
사실 연예계에서 김희애는 ‘희귀한 존재’로 통한다. 1983년 데뷔해 30여 년 동안 스타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스캔들에 한 번도 얽히지 않은 점에서 일단 대중의 호감을 산다. 동시에 쉰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인기 화장품 모델로 활동하고 있고, 이제는 20대의 남자 배우와 파격적인 멜로 연기까지 소화한다. 모두 김희애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왼쪽부터 <밀회>, <우아한 거짓말>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밀회>는 김희애가 대체 불가능한 배우란 사실을 다시 증명하고 있다. 재벌 산하 예술재단을 이끄는 ‘연봉 1억 원’의 실장 역을 맡은 김희애는 극 중 음대 교수인 남편과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고결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순수한 청년(유아인 분)과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드라마는 회를 더할수록 인기다. 종편이란 한계를 딛고 시청률 4%까지 넘어섰다.
<밀회> 제작진은 드라마를 기획하면서부터 여주인공으로 김희애를 점찍었다. <밀회>의 연출자이자 앞서 김희애가 주연한 드라마 <아내의 자격>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안판석 PD와의 신뢰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년 여성과 젊은 남자의 사랑’을 표현하기 적합한 여배우로 김희애 외에 대안이 없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연하의 상대 배우 유아인은 그런 김희애를 두고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칭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인 메릴 스트립은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받은 명배우. 나이 들수록 더 깊은 매력을 드러내며 멜로와 휴먼드라마, 역사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활약하고 있다. 후배이긴 하지만 동료 배우로부터 이런 극찬을 받는 중년의 여배우는 드물다.
유아인은 “김희애와 사랑을 함께 표현하는 데도 나이는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랑 자체에 세대 차이가 없고 나이 차이도 중요하지 않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에 김희애와 유아인은 선배와 후배이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나에게 김희애는 그냥 여자로 보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중심에 서 있는 여배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그녀의 팬”이라며 열띤 지지를 보냈다.
<꽃보다 누나>
김희애가 새삼스럽게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다시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 출연한 케이블위성채널 tvN의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서부터다. 윤여정, 김자옥, 이미연과 함께 크로아티아 여행을 떠난 그는 일상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결혼하고 처음이었다. 제작진의 끊임없는 출연 요청을 받고 어렵게 참여를 결정한 그는 예능에서 뜻밖의 모습을 보여줘 호감과 함께 호기심까지 이끌었다.
예능 효과는 상당했다. 베일에 가려 있던 김희애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던 점도 이런 관심에 불을 지폈다. 특히 남편과 함께 있는 모습을 처음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김희애의 남편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두 사람은 1996년 톱스타와 유망 기업인의 결혼으로 화제를 뿌렸다.
김희애는 예능을 통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빗장을 풀었다. <꽃보다 누나>에 이어 출연한 SBS <힐링캠프>에서는 “남편을 만나 3개월 만에 결혼하게 됐다”는 사연을 처음 꺼내며 “불꽃처럼 튄 사랑은 아니었고 먼저 신문에 열애설이 나서 기자회견부터 하고 상견례를 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남편의 이름도 정확히 몰랐다는 얘기도 했다. “이찬진이 아닌 이창진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식사를 하고 계산하며 카드에 적힌 이름을 보고 본명을 알았다”고 말했다. 완벽에 가까운 이미지와 달리 ‘허당’ 같은 실제 모습은 대중의 호감으로 이어졌고 다시 주목받는 기회가 됐다.
<꽃보다 누나>에서 <우아한 거짓말>을 거쳐 <밀회>로 이어진 활동에 대해 김희애는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자평한다. 최근 열린 ‘밀회’ 간담회에서 그는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19세 연하와의 멜로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건 김희애가 갖고 있는 ‘연기 욕심’의 결과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첫댓글 우와~!진짜 뿌듯한 기사네요~오늘도 밀회 본방사수!!!ㅋㅋ
그쵸 그래서 요즈음 팬으로서 덩달아 행복합니다.
대박뿌듯한기사네요 본방사수합니다~~ㅎ밀회때문에설레는월요일입니담~!!ㅎ
본방 사수 노력할려고 애들도 일찍 재우고...ㅎㅎ 모든 일은 9시 30분전에 마침니다...방해받기 싫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