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스파이더맨(Spider-Man)] 시리즈가 처음 나온 2002년도에 적었던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거미를 너무너무 싫어합니다.
거미를 보는 것은 당연히 싫어하는 일이고, 거미줄을 만지거나 거미줄에 우연히 스치는 경험을 - 사실 가끔 새벽이슬 맞은, 커다란 거미집을 볼 때 참으로 멋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걸 만지는건 너무나 싫은 일입니다.. -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보니, 제가 이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열광한다는 사실은 조금 아이러니한 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것 같습니다.
하지만 [슈퍼맨(Superman)], [배트맨(Batman)], [엑스맨(X-Men)] 등등... '맨' 시리즈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비록 그 능력이 '거미'의 능력이라 하더라도 이 영화를 좋아할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지난 겨울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막강해진 적들과 - 2탄에서 그 탄생을 예고했던 고블린 쥬니어, 도저히 죽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모래인간' 샌드맨,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고스란히 복사한 악당 베놈 - 싸워야 하는 한편, 그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한다는 스토리라인(story line), 그리고 전편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뛰어난 비주얼과 공중액션에 반해버려 비록 '거미인간'이 나오는 영화라 할지라도 개봉하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제 머릿속을 지배했던 것입니다.
영화는 1탄과 2탄의 스토리를 오프닝 크레딧에서 간략하게 보여주며 스파이더맨의 탄생과 역경, 그리고 현재의 위치를 간략히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보여주는 현재 스파이더맨의 위상(位相)...
그는 더 이상 생활고(生活苦)에 찌들리는 가난한 고학생이 아니며, 자신의 힘에 회의(懷疑)하고 고민하는 여린 청년이 아닙니다.
뉴욕시민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며, <메리 제인>과의 관계도 더할 나위 없이 좋고, 학업에도 충실한 모범생인, 2탄과 사뭇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슈퍼 히어로인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성공이 그를 변하게 만든 것일까요?
약간은 불안해보이고, 어딘가 미숙해보였던 전편들과 달리, 이제 스파이더맨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구원해주는 일들을 즐기고 있으며, 자신이 전지전능한 신(神)이라도 된 듯이, 약간은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메리 제인>과의 관계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영화는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전편보다 훨씬 강력해진 악당 고블린 쥬니어는 다름 아닌 절친한 친구 <해리 오스본>, 그와의 대결도 버거운 판국에 도저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모래인간 '샌드맨'이 그를 위협하고, 게다가 외계생명체인 '심비오트(simbiote)'에 감염되어 '블랙 스파이더맨'이 탄생... 그는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 하며, 그 외계생명체를 극복해냈다 싶더니 그의 능력을 고스란히 복제해낸 심비오트는 <피터 파커>를 증오하는 사진기자 <에디 브록>에게 옮겨가 스파이더맨보다 더욱 강력해 보이는 악당 베놈을 탄생시킵니다.
이렇게 악당들에게 둘러쌓여있는것만 해도 버거울 텐데 <메리 제인>과의 삐걱거리는 로맨스, 각 악당들과의 구구절절한 사연, 게다가 '블랙 스파이더맨'으로 변했을 때의 일탈(逸脫)을 보여주며 이 영화는 '집중력'을 잃게 됩니다.
사실 영화의 액션장면들은 너무나 환상적이고, 볼거리로 따지면 이 영화는 A+를 받기에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스파이더맨을 좋아하게 만들었던, 1탄에서 '힘'에 대한 '의무'를 깨닫게 만들었던 과정과, 2탄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심지어는 자신의 능력을 포기하려 했던, 슈퍼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피터 파커>의 너무나 인간적이었던 고뇌는 이 영화에서 씻은 듯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강력해진, 다수의 악당들과의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고, <메리 제인>과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줄거리를 지루하게 만들다가, 마지막 장면의 약간 어이없는 결말로 이 영화는 마무리 되고 맙니다.
차라리 악당의 수가 적었다면 이렇게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 영화의 중간부분만 빼놓고 보면 사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 전편들과 비교할 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고블린 쥬니어와의 공중대결, 거대 크레인에 의한 참사를 막는 장면, 마지막 태그 매치(tag match)는 한마디로 압권이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니.. 뭐 이런 장면을 본 것 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4탄이 나온다면, 4탄 에서는 더욱 강력한 악당, 더욱 강렬해진 볼거리보다 1탄과 2탄에서의 이야기처럼 인간적인 스파이더맨의 모습과 <메리 제인> 과의 이야기에 더욱 비중을 두고, 1~2명의 악당과 싸우는 이야기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잘 아는 배우 <브루스 캠벨(Bruce Campbell)>이 이번 3탄에서도 카메오(cameo)로 프랑스 레스토랑의 지배인으로 등장하여 웃음을 선사하니 잘 보시기를...^^
사족(蛇足)....
결국 이 시리즈 최고의 강자는 샌드맨인가요? ^^
첫댓글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 3번째는 무리인가? 저야 DVD가 나와야 보겠지만 말초신경계의 즐거움만이라면 거미인간 시리즈가 아닌게 아닌지. 아니면 너무 꼭꼭 숨겨나서 보이지 않는건가? 왠지 김빠지는. 하지만 보고싶은.
정말 아쉬웠죠. 액션 장면은 완성도 높아서 지루함은 느끼지 못했지만, 갑작스런 피터파커의 춤 장면은 '마스크'를 떨어리며 엉뚱한 느낌을 받았죠 ㅎㅎㅎ. 리뷰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