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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못난이] 01
S#1. 사이판 호텔. (낮)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호텔. 그 위로.
차연E : 이 세상에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아들 딸이 잘 되라고 행복하라고....
S#2. 사이판 호텔 연회장. (낮)
차연, 유행이 지난 촌스러운 한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차연 : 마음으로 빌어주는 (최만복옹의 회갑현 플랭카드 걸려 있고, 최옹부부 어깨 덩실거리며 춤 추고 있고) 최영감인데....
최영감, 은근슬쩍 차연에게 다가와 음흉한 웃음짓는 차연, 별 생각 없이 말가니 웃어주고.
최영감, 자기 몸을 은근히 차연에게 밀착시킨다. 최영감의 손이 차연의 어깨를 거쳐 엉덩이로 내려가고. 할머니, 곱지 않은 시선..
차연, 민망하지만 그 손 잡아 한 바퀴돌며 자연스레 내려놓고.
차연 : (아들부부 곁으로 가서 손을 잡아끌며 나오라는 시늉을 하지만. 아들 손을 흔들며 살짝 지폐를 꺼내 차연의 가슴에 꽂아주는)
최영감, 흥에 취해 차연을 뒤에서 안으며 난리났다.
할머니, 표정 점점 울그락불그락 해지며 참을 수 없다는 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잔치상을 확 뒤집어 엎으면
반주 멈추고 썰렁해지는 연회장.
할머니 : 내가 40년을 참았어 인간아! 환갑이 되도 철이 안들어!
차연 : 아유 할머니 40년 참은 거 하루 더 참으세요. 자, 반주 계속!
할머니 : (차연 머리도 휘어잡으며) 너도 이년아 똑같애 어디서 살살 꼬리를 쳐!
차연 : 노래나 끝나면 엎으시던지. 나 오늘 세곡 불러야 일당 받아간단 말예요.
차연, 끝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으며 머리 잡혀있다. 아수라장이 된 연회장. 아들 딸들이 와서 말리는.
S#3. 싸이판 호텔 연회장
손님들이 싹 빠져나간. 직원들이 아수라장이 된 연회장을 정리하고 있다.
의자에 널부러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혈압 식혀 주느라 부채질 하는 아들, 며느리...
차연, 옆에서 괜히 안마해 주는 척. 할머니, 이 차연 확 떨쳐내는.
할머니 : 이년.. 이년..! (더 열받는다)
아들 : 왜 안 가시구요?
차연 : 일당 주셔야 가죠.
아들 : (어이 없는) 누구 땜에 이렇게 됐는데..
차연 : 할아버지가 껄떡거리신 게.... (그러다 아차 싶고, 헤 웃으며) 그래도 주세요. (덥썩 두 손 내민다)
할머니 : 이년.. 이년.. (울화가 치밀어 숨도 제대로 못쉬면서) 서방 환갑날 나 초상 치루겠네.
차연 : (콧소리까지 섞으며) 주네요, 넹.
S#4. 싸이판 호텔 식당. (낮)
직원들 설거지 하고 분주한 모습으로.
차연, 난리통에 뜯겨진 한복 훌훌 벗으면 민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변한다. 얼굴이며 머리며 엉망이다.
그런 와중에도 현지인 직원이 들고오는 접시에 남아있는 음식을 주어먹는. 현지인 직원 차연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는.
차연 : 자식, 먹으면 다 똥 되는 건 똑같은 거야.
아줌마 : (피식 웃으면서) 걔네들은 그거 몰라. 즈그들이 엄청 깨끗한 줄 알잖아.
차연 : (연신 주어 먹으며) 느네들이 그래서 허구헌날 그 타령인 거다.
아줌마 : 꼴 참 볼만하다.
차연 : 그 할머니 천하장사대, 천하장사. (그러면서도 손가락까지 쪽 쪽 빨며 열심히 주워먹는)
아줌마 : 오늘은 팁도 안나왔지?
차연 : 팁은. 그 할아버지 주물러대는 통에 팁 챙길 틈이나 있었나. 일당이라도 받은 게 다행인데.
아줌마 : 참, 오늘 애 병원 가는 날 아닌가?
차연 : 왜 아냐. 약은 받았나.... (얼른 핸드폰 여는)
S#5. 국립 병원 앞. (낮)
두리, 벤치에 앉아 발 까딱거리며 심심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S#6. 바닷가 근처 칵테일 바. (낮)
호태, 급하게 뛰어와서, 바 앞으로 오는.
호태 : 방사장 안왔냐?
동철 : (칵테일 만들면서) 오늘 방사장 찾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호태 : 왔어, 안왔어?
동철 : 안왔는데. 사무실에 없어요?
호태 : 없으니까 찾아온 거 아니야.
현지인 청년 다가오는.
호태 : (어눌한 영어로) 방사장 봤냐?
청년 : (영어로) 아까 택시 타고 공항 가는 거 같던데.....
호태 : (영어로) 공항은 왜?
동철 : 혹시 형, 방사장한테 돈 줬어요?
울리는 호태의 핸드폰.
호태 : 여보세요? 방사장?
S#7. 호텔 로비. (낮)
차연, 한복 꾸러미 들고 걸어나오면서.
차연 : 방사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두리 약 받았냐?
S#8. 칵테일 바. (낮)
호태 : (표정 일그러져서) 지금 받고 있다. (버럭) 바쁘니까 끊어.
S#9. 호텔 로비. (낮)
차연 : (핸드폰 들여다보면서) 이 자식이 아주 겁대가리 짱 박았네.
S#10. 칵테일 바. (낮)
호태, 울상이 되서 돌아서는데, 한국인 중년 여자 급하게 뛰어오는.
여자 : 방사장, 방사장 봤어?
호태 : 아줌마는 또 왜요?
여자 : 그 새끼 순사기꾼이야. 한국에 전화해서 알아봤더니 그런 물건 실은 적도 없대.
호태 : (하얗게 질리고)
S#11. 사이판 공항 앞 길. (낮)
호태, 택시에서 내려 미친 듯이 뛰어가는.
S#12. 사이판 공항. (낮)
호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사람들 밀치고 앞으로 뛰어가는.
동주와 승혜, 수혁 등. 기자들과 같이 걸어오는.
기자1 : 서유경씨가 처음으로 출연하는 영화라 기대로 크지만 불안도 하실텐데.
기자2 : 연기력이 검증 되지 않아서 이런 대작은 모험이라는 말들도 많이 하는데...
동주 : (미소 지으며) 인생에 모험이 없으면 너무 심심하지 않겠습니까? 당신 생각은 어때?
승혜 : (주위를 의식한 미소로 바라보는)
호태, 정신 없이 뛰어가다가 승혜와 부딪히고.
승혜 : (넘어질 뻔하는데)
수혁 : (얼른 승혜를 잡고)
승혜 : (동주를 바라보면)
동주 : (기자들과 태연하게 걸어가는)
승혜 : (서늘한 표정으로)
S#13. 공항 탑승구 앞. (낮)
대통, 티켓 보여주고 들어가고 있는. 호태, 뛰어오는.
호태 : 야, 김사장. 김사장.
대통 : (약간 당황하지만. 호태가 공항 직원들에게 제지 당하는 거 보고) 나중에 보자, 호태야.
호태 : 너, 너, 나한테 죽어.
대통 : 어차피 한번 죽는 인생이잖냐?
호태 : (미칠 듯이 펄펄 뛰지만 공항 직원들이 잡고 있어서 발버둥만 치게 되는)
대통 : 호태야, 행복해야 한다. (탑승구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호태 : 너 이 새끼. 나한테 잡히면 죽어. 너 그 돈이 어떤 돈인데....그 돈이....
S#14. 도로. (낮)
여러 대의 차가 달리는.
동주와 승혜가 탄 차 안. 운전석 옆에 수혁이 타 있고. 공항에서와는 다르게 싸늘한 표정으로 각자 창밖만 보고 있는.
동주 : 꼭 여기까지 쫓아왔어야 하나?
승혜 : 쫓아오고 싶어서 온 거 아니니까 조용히 가죠.
동주 : (비웃듯이) 우리 어머니도 참 순진하시지. 이런다고 불화설이 잠잠해질 것도 아닌데.
승혜 : (싸늘하게 웃으며) 그래도 조강지처 노릇은 해야되지 않겠어요.
동주 : 난 염려가 되서 그러지. 우리 귀하신 어부인께서 아니, 조강지처께서 혹시 마음에 상처라도 받으시면 어쩌나 해서...
승혜 : 당신하고 살면서 심장 하난 튼튼해졌으니까 그런 염려까진 사양하죠.
동주 : 나하고 살면서 언어구사도 참 다양해지는 거 같은데 뭘.
승혜 : (지루한 말싸움이다 싶은 표정으로 창밖만 보는)
동주 : (그런 승혜를 슬쩍 보고, 지겹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S#15. 바닷가. (낮)
차연, 관광객에게 설명하고 있는.
차연 : 이곳은 사이판 티니안 로타라는 세섬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동 장소. 차연 관광객들에게 페러세일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차연 : 자, 이렇게 장비를 다 착용하신 후에....
관광객1 : 위험하지 않아요. 사고 나서 죽은 사람도 있다는데....
관광객2 : 나도 그 뉴스 봤어요.
차연 : 여긴 안전장치가 완벽하게 되있다니까 그러시네.....
관광객1 : 그럼 직접 시범을 보여보시던가.....
차연 : (어색하게 웃으며) 제가 고소공포증이 좀 있어서.....
관광객1 : 위험한 거야?
관광객2 : 그렇지 뭐.
S#16. 바다. (낮)
배에 끌려 하늘을 가르는 페러세일링. 하늘을 나르는 차연.
차연 : (어색한 미소 지으며 손까지 흔들지만) 그만 좀 내려줘라. 이 미친 놈아....
S#17. 바다 일각. (낮)
관광객들 페러세일링을 하고 있으면, 차연 갈지자로 걸어오다가 주저 앉아서 구역질을 해대는.
칵테일바의 동철, 칵테일 쟁반 들고 걸어오면서.
동철 : 누나 왜 그래요?
차연 : (손 저으며) 죽다 살아왔다.
동철 : 또 탔어요? 참, 호태형, 방사장한테 당한 거라죠?
차연 : (입가의 침 닦으면서 의아하게 보는) 뭐?
동철 : 방사장 그 새끼 눈빛부터 난 마음에 안들더만. 하여간 호태형은 귀가 얇아서 큰일이라니까. 얼마나 뜯겼대요?
차연 :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은 표정으로)
S#18. 국립병원 앞. (낮)
차연, 정신 없이 뛰어오는. 벤치에 앉아있는 두리.
차연 : 두리야.
두리 : (돌아보고, 내려서며) 엄마?
차연 : 호태 아저씨는?
두리 : 잠깐만 기다리라고 해놓고 안와.
차연 : 이 자식이 정말.....
S#19. 국립병원 내. 약국 앞. (낮)
차연, 직원에게 사정하고 있는. 그 옆에 멀뚱하게 서있는 두리.
차연 : (영어로) 얘 죽어, 약 없으면 콱 죽어. 너희도 잘 알잖아? 얘 병 진짜 희안한 거.
직원 : (영어로) 이상한 병인 건 나도 알아.
차연 : (영어로)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러니까 약 있어야 된다구. 약 없으면 얘 죽는다니까.
돈은 내일 가져올게, 그러니까 약 좀 주라. 너도 자식이 있으면 내 마음 알 거 아냐?
직원 : (영어로) 나 애 없는데...
차연 : (버럭) 그 나이까지 처먹으면서 애도 안낳고 뭐했어?
직원 : (영어로) 뭐?
S#20. 길. (낮)
차연, 두리 걸어오는.
두리 : (눈치 보면서) 엄마 그래도....
차연 : (화가 나서) 그래도 뭐?
두리 : 그래도 죽이지는 마라. 아저씨.
S#21. 호텔로비. (낮)
유경, 스탭들과 웃으며 걸어오는.
감독 : 컨디션 어때요?
유경 : 저야 매일 최상이죠.
걸어오는 동주.
유경 : (화들짝) 어머, 대표님?
동주 : (미소 지으며 걸어오는)
감독 : (인사하고)
동주 : (감독과 악수하며) 수고 많으십니다.
감독 : 여기까지 와주시고 감사합니다.
동주 : 우리 유경씨 첫작품인데 당연히 와서 격려를 해줘야죠.
유경 : (다정한 눈길로 동주를 보는데. 계단을 올라와 모습이 나타나는 승혜 보고 싸늘해지는. 얼른 동주를 보고)
동주 : (어설픈 미소로)
감독 : 사모님도 동행을 하셨네요?
동주 : 네. 당신 이감독님 알지?
승혜 : 그럼요, 오랜만에 뵙네요.
유경 : (싸늘하게 승혜를 보는)
승혜 : (감독에게) 고생들 많이시죠? (유경에게) 서유경씨도 수고 많아요.
유경 : 제 일인데요 뭐. 여기까지 함께 오실 줄은 몰랐는데....
승혜 : 서유경씨가 모르는 일이 그것 뿐이겠어요.
유경 : (질리는 표정으로)
S#22. 승혜의 호텔룸. (낮)
승혜,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S#23. 유경의 호텔룸. (낮)
동주, 유경을 끌어안으려고 하면.
유경 : (매몰차게 뿌리치는)
동주 : (웃으며 다시 유경을 끌어안는) 어쩌냐? 어머니가 공항까지 데리고 나오셨는데....
유경 : 아버지 무서워서 한 결혼 어머니 때문에 이혼도 못하고. 그럼 난 대체 뭔대요?
동주 : 나라고 좋아서 여기까지 달고 왔겠어?
유경 : 그 여잔 정말 자존심도 없대요? 나같으면 죽어도 안따라온다.
동주 : 아마 여기까지 따라온 게 그 여자 자존심일 걸.
유경 : 정말....이혼이 가능하긴 한 거냐구요? 정말....할 수 있긴 한거냐구요? (동주의 목에 팔 두르면서 묘하게 웃으며)
우리 둘이 침대에 누워있는 거.....그 여자 불러서 보게 할까?
동주 : (웃으면서) 야, 대사 못외우는 거 보고 머리 무지하게 나쁜 줄 알았는데 머리 좋구나, 우리 아가씨.
유경 : (주먹으로 동주의 가슴을 때리는)
S#24. 야시장. (밤)
차연, 여기 저기 두리번 거리며 걸어오는. 장사하는 현지인들에게 호태를 봤냐고 묻고. 못봤다고 고개 흔드는 현지인들.
차연 : 그래, 이호태, 오늘 관 짜자, 관 짜. 아니지, 너같은 새끼한테는 관 값도 아깝다. 내가 그냥 묻어주마.
오늘 이 진차연 젖 먹던 힘까지 짜내본다.
화가 나서 걸어가다가, 저쪽에서 현지인과 무슨 사정인가를 하면서 손을 비비고 있는 호태를 발견한다.
차연 : 이호태. 너?
호태 : (돌아보고 기겁하는)
차연 : (미친 듯이 뛰어가면서) 이 미친 새끼야.
호태 : (걸음아 날 살려라 하는 심정으로 뛰어가는)
차연 : 너 거기 안서.
호태 : 잡히면 죽는데 너같으면 서겠냐?
차연 : 그러다 잡히면?
호태 : 잡힐 때 잡히더라도.....
차연 : 저 새끼 저거 입만 산 거 봐. 너 이러는 거 주유소에 라이터 던지는 거야.
호태 : 아 몰라.
장사하는 좌판들 엎으면서 쫓고 쫓기는 두 사람.
현지인1 : (영어로, 머리 저으면서) 쟤네들 또 저러네.
현지인2 : (영어로) 애들이 가만 보면 힘도 좋아.
호태, 결국 자전거에 걸려 넘어지고, 차연 달려와서 호태를 타고 앉는.
차연 : (숨 헐떡이며) 아주 죽으려고 빽을 썼다, 네가....
현지인1 : (영어로) 저 놈은 꼭 잡힐 거면서 도망은 왜 치지.
현지인2 : (영어로) 애가 좀 미련한가봐.
S#25. 차연의 집 내. (밤)
허름한 실내, 두 개의 침대가 대칭인 벽 앞에 놓여있고, 가운데 식탁으로 쓰는 테이블과 세 개의 의자가 놓여있는.
호태쪽 공간 벽에 신문을 오려붙인듯한 오래된 허재 사진과
침대 머리맡에는 고우영의 낡은 삼국지, 초한지 몇권이 낱권으로 꽂아 있다.
호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도망치는. 차연 후라이판을 들고 뺑뺑이를 도는.
두리, 침대에 앉아 한심하게 보면서 발만 까딱이고 있는.
차연 : 저....저 또라이 새끼. 그, 그걸 지금 말이라고.....
호태 : 말이 되잖냐? 우리 나라 사람 정력에 좋다면 뭔들 안먹냐?
차연 : 그래서? 굼벵이 수입해다가 한약 만들어 판다는 소리를 믿었다구? 이 정신나간 시키야?
호태 : 그럴싸 했다니까 그런다. 한국에선 굼벵이가 거저일 거구, 그거 수입해다가.....
차연 : 저거, 저거, 아 저 돌대가리 새끼.
호태 : 야, 야. 애 듣는다.
차연 : 두리가 너 돌대가린 거 모를까봐서? 너 이리 안 와.
호태 : 야, 야, 그걸로 치면 최하가 사망인데. 그러지 말고 차연아, 우리 진정하고 이성적으로.....
애 앞에서 우리 폭력은 좀 자제하자. 대화로....이성적인 대화로....
차연 : 이성적인 대화 좋아하시네. 인간 구실 못하는 건 빨리 묻어버리는 게 인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야.
아까운 식량 축내지 말고 오늘 그냥 묻어줄테니까 이리 와.
호태 : 네가 무슨 조폭이냐. 꺼떡하면 묻긴 뭘 묻어. 내가 김장독이냐? (그러다 의자에 걸려 넘어지고)
차연 : (얼른 호태를 잡고 후라이판을 치켜드는데)
호태 : 엄마야.
차연 : 이 또라이 새끼야.
두리 : (버럭) 시끄러 죽겠어. 이 웬수들아.
차연 : (홱 돌아보는) 뭐? 웬수?
두리 : (순간 내가 무슨 말을 했나, 굳어지고)
차연 : (벌떡 일어나서 후라이판 확 집어던지고, 두리를 안고 엉덩이를 마구 때리는) 웬수? 웬수? 그게 에미한테 할 말이야?
호태 : (놀라서 차연에게서 두리 빼내려 발버둥 치면서) 야, 야, 아픈 애를.....
차연 : 이 자식도 아프다고 오냐 오냐 했더니 아주 무서운 게 없어요. 무서운 게....
S#26. 바닷가. (밤)
호태, 두리 시무룩해서 앉아있는.
호태 : 아. 독한 년. 아, 독한 년.
두리 : (보면)
호태 : 아, 독한 여인, 아, 독한 여인네.
두리 : 그러니까.....좀 잘 좀 해요.
호태 : 임마, 진짜 그럴싸 했다니까, 굼벵이 수입이 열배는 그냥 떨어지는 사업이라고....
두리 : 아저씨, 나까지 아저씨 한심해 했으면 좋겠어요?
호태 : (어깨 푹 꺼지고)
그위로.
차연E : 밥들 안먹을 거야?
S#27. 차연의 집 내. (밤)
식탁 위에 놓여있는 세 개의 접시, 그 위에 바나나 하나씩 놓여 있고.
호태 : 우리가 뭐 원숭이냐?
차연 : (식탁 앞에 앉아서 노려보는)
두리 : (아무 말 없이 식탁 앞에 앉아 바나나 껍질 까는)
차연 : 오늘부터 한달은 이게 밥이야.
호태 : 야, 그래도 두리 얜 환잔데....
차연 : (노려보고) 영양식이라고 생각하고 먹어.
두리 : 응.
호태 : 이거 먹고 무슨 힘을 쓰라구?
차연 : 왜 힘 모아서 굼벵이 수입하려구?
S#28. 차연의 집 내. (밤)
차연, 침대에 앉아 한복 뜯어진 곳 바느질하고 있고. 방 가운데 커튼이 쳐져 있는.
커튼 이쪽 침대에 끌어안고 누워있는 호태와 두리.
차연 : 두리 너 이리 안와. 그 아저씨라는 인간하고 붙어있으면 물 들어.
호태 : (입 삐쭉이며) 말 하는 거 하곤.
차연 : 빨리 나오라니까.
호태 : 두리 잔다.
두리 : (킥킥 웃으며 호태를 보면)
호태 : (킥킥거리고)
차연 : 그래, 누구 탓을 하겠냐? 네 놈이 내 인생에 웬수라는 거 뻔히 알면서도
한국에서 여기까지 달고온 내가 제정신 아닌 년이지.
호태 : 야, 33년 우정 그런 식으로 뭉게는 거 아니다.
차연 : 우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호태 : 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 인연이 보통 인연이겠냐? 고아원 앞에 한날 한시에 버려진 것부터 해서....
차연 : 그래서, 그렇게 눈물나는 인연이라서 내 인생 구비 구비마다 끼어들어 깽판을 노냐?
호태 : 그게 다 파란만장한 인생 경험 아니냐?
커튼 확 열리면서, 후라이판 들고 서있는 차연.
차연 : 네가 아무래도 오늘 매가 좀 부족했던 거 같다.
호태 : 야, 야. 프로 선수들도 한 게임 끝나면 휴식이라는 게 있는데...
울리는 차연의 핸드폰.
호태 : (화들짝) 전화 왔다. 전화.
S#29. 호텔 앞. (밤)
차연, 중국 옷 입고 자전거 타고 급하게 오는.
S#30. 호텔 카운터 앞. (밤)
차연, 지배인 말하고 있는.
지배인 : (영어로) 한국에서 오신 귀빈이시니까 각별히 신경을 좀 써.
차연 : (영어로) 한국 사람?
S#31. 승혜의 호텔룸. (밤)
문 열어주는 승혜. 차연 얌전 빼면서 들어서는.
승혜 : (목욕 가운 차림으로 머리에 수건 감고 있는, 영어로) 30분쯤 더 있어야 올 줄 알았는데....
차연 : (영어로) 제가 좀 일찍 왔습네다.
승혜 : (샤워실로 가다가, 영어로) 중국분이세요?
차연 : (영어로) 아닙네다. 연변에서....
승혜 : 그럼 한국분?
차연 : 한국분이십네까? (전혀 몰랐다는 듯이 반색하며 연변 말투로) 정말 반갑습니다.
승혜 : 연변 분이 여기까지 와서 일하시네요.
차연 : 네, 길림성 안마 특수 학교 졸업하고 바로 이리로 파견 나왔습네다.
승혜 : 그래요. 머리만 말리고 나올게요. (샤워실로 들어가려다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음식 접시 보고)
미안하지만 그것 좀 내놔주시겠어요?
차연 : 네. 걱정하지 마십쇼.
승혜 : (샤워실로 들어가면)
차연 : (음식 접시 보고, 아, 아까워라. 얼른 고기 한점 입에 넣는)
벨 울리고.
차연 : (급하게 음식 꾸역 꾸역 입에 넣으며, 영어로) 잠깐만이요. (얼른 음식 놓여있던 쟁반 들고 문 앞으로 가서 문 여는)
동주, 서있고.
차연 : (음식이 목에 걸려 캑캑 거리며, 영어로) 누...구...십니까?
동주 : (뭐야, 하는 눈빛으로)
마침, 직원 오고, 차연 얼른 음식 접시 주는데, 여전히 음식이 목에 걸려 가슴이 답답하고.
직원과 차연이 쟁반 주고 받는 사이에 동주 방으로 들어서는데...
차연 : (영어로) 누구십네까? (그러다 캑캑거리고)
동주 : (인상 찌푸리며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 하는 표정으로 무시하는데)
차연 : (영어로) 누구신지 말씀을 해주셔야...
승혜, 머리 풀고 가운 차림으로 샤워실에서 나오는.
승혜 : 웬일이예요?
동주 : 내 방에 오지도 못하나.
차연 : (더는 못참겠는지, 욱욱 거리면서 가슴 치는)
동주 : 옷만 갈아입고 나갈 거야. 늦을테니까 기다리지 말고 자.
승혜 : (싸늘하게 보다가, 괴로워하는 차연 보고) 왜그래요?
차연 : 아, 아닙니다. 갑자기 가슴이 좀 답답해서.... (안되겠다 싶은지 입 틀어막고 욕실로 뛰어들어가는)
S#32. 승혜의 룸 욕실. (밤)
차연, 변기 잡고 구역질하는.
동주E : 뭐하는 여자야?
승혜E : 안마사예요.
동주E : 안마사 불러 밥도 먹이나?
승혜E : 네?
차연 : (아, 망신스러워하는 느낌으로, 구역질하는)
S#33. 승혜의 호텔룸. (밤)
동주,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승혜 거울 앞에 앉아 머리 빗질하는.
승혜 : 기자들 있다는 거 참고해요.
동주 : (미소 지으며) 뭔가 기사꺼리 안터지나 기대들 하고 있을텐데 기대에 부응 좀 해줘야 하지 않겠어?
차연, 욕실에서 나오는.
차연 : 죄송합네다. 갑자기 속이 좀 불편해서....
동주 : (나가는)
차연 : 아, 남편 분께서 몸이 참 좋으십네다.
승혜 : (싸늘하게 보고, 일어서서 침대로 와서 눕는)
차연 : (손 풀고 옆에 앉아 안마 시작하는) 자끈 짜근 밟아드릴까요?
스페셜이라 비용이 좀 더 나오긴 하지만 한국분들은 진짜 좋아하십네다.
승혜 : 됐어요, 그냥 손으로만 해요.
차연 : 아, 네. 그래도, 한국 분들은 좀 밟아드려야 시원하다고 하시는데....
승혜 : 됐어요.
차연 : 네에. (좀 하지 하는 표정으로, 그러다 쓰레기통 속에 스타킹이 보이는) 이거 버리시는 겁네까?
승혜 : (보면)
차연 : (쓰레기통에서 스타킹 주워들고)
승혜 :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쓰레기통 뒤진 손으로 안마 할 거예요?
차연 : (아차싶고)
승혜 : 무슨 특수 학굔가 나온 거 맞아요?
차연 : 맞습니다. 하림성 특수 안마 학교 출신입니다.
승혜 : 길림성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차연 : 그게, 거기가 거겁네다. 무지하게 가깝습니네다, 길림성하고 하림성....
승혜 : (이 여자 뭐야 하는 표정으로)
S#34. 호텔 내 수영장. (밤)
동주, 술잔을 들고 의자에 앉아있는. 수혁 다가와 옆에 앉는.
수혁 : 피곤할텐데 좀 쉬지?
동주 : 그 여자 옆에서?
수혁 : 그렇게.....안되는 거냐?
동주 : 형규 자식 수영 참 잘했어.
수혁 : (감회에 젖어 미소 지으며) 잘했지. 너 엠티 갔다 배 뒤집혀 호수에 빠졌을 때 그 자식이 꺼내줬잖냐.
동주 : (웃으며) 그 자식이 너무 잘난 척 해서 니들 몰래 석달 동안 새벽마다 수영장에서 살았다.
수혁 : (웃고) 우리 셋 참 좋았는데.... (서늘해지면서) 그래도.....이젠 잊어줘라.
동주 : 저 여자 옆에서?
수혁 : ....
동주 : 저 여자가 없었으면 또 모르겠지. 아니 저 여자가 없었으면 형규 자식 생각하는 게
지금처럼 목에 가시같진 않았을지도 모르지.
수혁 : 그냥....일이 좀 꼬인 거라고 생각할 순 없겠냐?
동주 : 가난한 애인 버리고 조건 맞는 놈하고 덜컥 결혼한 여자가 바로 내 마누라라는 여자다.
수혁 : 동주야?
동주 : 자기가 버린 애인이 자살 하자마자 조건 좋은 그 친구 놈하고 결혼한 여자.
하필이면 그 가난한 애인이란 놈이 내 친구 자식이구.
수혁 : (암담한 심정으로)
동주 : (일어나서 물 속으로 뛰어드는)
S#35. 씬. 호텔 복도. (밤)
차연(중국옷 차림으로), 주방 아줌마와 같이 빨래 통 밀고 오는.
아줌마 : 영화 촬영인가 뭔가 때문에 세탁실이 바빠서 난린데 여기 애들이 시간 외 근무 같은 게 하려고 하니?
차연 : 그 덕에 우리가 부수입 챙기는 거잖아?
반대편 복도에서 걸어오는 동주. 벽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서로가 보지는 못하는.
아줌마 : 오늘은 스페셜 좀 했어?
차연 : 웬걸. 여자가 어찌나 깐깐한지 길림성에서 특수 학교 나온 연변족이라고 해도 씨가 안먹히더라구.
아줌마 : 연변 말 좀 제대로 쓰라니까.
차연 : 몰라, 오늘은 호태 자식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길림성이랬다 하림성이랬다....
동주, 걸어오는.
차연 : (동주를 보자, 갑자기 연변 말로) 그랬다는 거 아닙니까? 길림성에서 특수 교육 엉성하게 시키지 않습니다.
손님분께서 특수 학교 나온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구 어찌나 칭찬을 침이 마르게 하시는지....
동주 : (비웃는 미소로 스쳐지나가는)
차연 : (동주 들으라는 듯이) 요즘은 예약도 어찌나 많은지 손님을 골라가면서 받아야 하지 뭡니까?
S#36. 마켓 앞. (아침)
차연, 채소등 짐을 차에서 내려 가게 안으로 바쁘게 옮겨주고 있는.
S#37. 폐차장. (아침)
호태, 쇠망치 들고 차 위에 올라가서 차를 내려치고 있는.
S#38. 폐차장. (낮)
호태, 폐차에서 떼어낸 부품 현지인에게 건네주는. 현지인 지폐 몇장을 주는.
호태 : 야, 야, (영어로) 조금만 더 주라.
현지인 : (영어로) 이것도 많이 봐준거다.
호태 : 하여간 얜 너무 짜게 굴더라. (영어로) 야, 너 스케일 크잖냐. 조금만 더 주라. 응.
현지인 : (영어로) 나랑 거래 안할래?
호태 : 됐다, 짜샤. (영어로) 알았다. 너 사업 무지하게 잘한다.
현지인 걸어가면, 현지인과 스쳐서 걸어오는 차연.
차연 : (손 내밀면)
호태 : 돈 냄새는 기가 막히지. (돈 주면. 차연,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 하나 꺼내 볼펜으로 싸인하는)
차연 : 972일 남았다.
호태 : 672일 아니냐?
차연 : (노려보면) 어제 네가 사고 쳐서 날린 건?
호태 : 972일.
차연 : (주머니에 있던 돈 꺼내 호태가 준 돈과 합쳐서 세는) 3일치만이라도 달라고 해. 너 때문에 이제 하루치씩 사먹어야 돼.
호태 : 누군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냐?
차연 : 미친 놈. 속을 게 없어서 굼벵이한테 속냐?
호태 : 장수 풍뎅이도 있었거든.
차연 : (주먹 확 드는)
S#39. 호텔 일각. (낮)
승혜, 일광욕 하면서 앉아있는. 유경, 다가오는.
승혜 : (눈 뜨고 보는) 햇빛 가리지 마. (눈 감으면)
유경 : 우리 얘기 좀 해야 할 거 같지 않아요?
승혜 : .....
유경 : (옆에 앉으며) 왜 그렇게 살아요?
승혜 : .....
유경 : 남편이 다른 여자 방에서 자는 거 알면 간통으로 고소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보통 아줌마다운 거 아닌가?
승혜 : 세컨드는 세컨드답게 굴어.
유경 : 아, 그 잘난 본처 유세를 해보시겠다.
승혜 : 세컨드는 본처 앞에서 나 죽었습니다, 시늉이라도 하는 게 세컨드다운 거야.
유경 : 남편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본처 자리 그렇게 지키고 싶어요?
승혜 : (일어나 앉아서 타올 등을 챙기는) 너같은 허접쓰레기한테 남편 내줄만큼 너그러운 사람 아니니까
앞으로 얘기니 뭐니 하면서 귀찮게 하지마. (일어서서 걸어가려고 하면)
유경 : (팔 잡으며) 허접쓰레기? 넌 뭐가 그렇게 잘나서? 있는 집 딸이라구? 나보다 좀 배웠다구?
그래서 그렇게 목에 힘 빳빳하게 주고 잘난 척하는 거니? 근데 너 내 눈에 너무나 불쌍해보이는 거 아니?
아무리 정략 결혼이라도 너같이 남편한테 무시 당하면서 사는 거 죽었다 깨나도 난 안해.
동주, 수혁, 기자1, 2 걸어오다가 그 모습 보고.
수혁 : 서유경씨?
유경 : (돌아보는)
동주 : (난감한 표정으로 두 여자를 보는)
S#40. 승혜의 호텔 룸. (낮)
동주, 서있고, 승혜 앉아있는.
동주 : (비웃듯) 자제심 하난 대단한 줄 알았더니 역시 당신도 여잔 여잔가보지. 기자들까지 보는 앞에서.
승혜 : 난 내가 선택한 거에 대해선 그게 행복이든 불행이든 책임은 져요. 나와의 결혼, 어쨌든 당신이 선택한 거예요.
동주 :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서 자폭 한거지.
승혜 : 어설픈 변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버지의 유언이라고는 하지만 당신도 우리 아버지 힘이 필요해서 한 선택이었어요.
(욕실 문고리를 잡는데)
동주 : 궁금한 게 있는데....
승혜 : (보면)
동주 : 가끔.... 형규 생각을 하긴 하나?
승혜 : (싸늘해지는)
동주 : 정말 궁금해서 말이야.
승혜 : 나 역시 정말 궁금하네요. 죽은 친구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왜 차라리 집안이 망하는 쪽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가끔 당신이 잃어버리는 거 같아서 상기 시켜주는 건데. 우리 결혼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쪽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었어요.
그러니까 자폭이다 뭐다 어쭙잖은 핑계는 대지 말아요. (욕실로 들어가버리는)
동주 : ....
S#41. 호텔 일각. (낮)
동주, 서있으면, 뒤에서 다가오는 수혁.
수혁 : 서유경.....네 상대는 아니야.
동주 : (자조적으로 웃으며) 정승혜만 아니면 어떤 여자든 상관없어.
수혁 : 그렇게.... 끔찍하니?
동주 : 저 여자 옆에선 숨을 쉴 수가 없어.
수혁 :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동주 : 그럼 둘 중 하나겠지. 저 여자가 자살을 하거나 내가 하거나. (서글프게 미소 지으면서) 근데 아무래도 내가 먼저일 거 같다.
수혁 : .....
동주 : .....
수혁 : 그럼.....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구나.
동주 : (보는)
S#42. 단란 주점 내. (밤)
차연, 정신없이 뛰어들어오면, 웨이터 복장하고 술 나르던 호태, 손님 테이블에 술 놓아주고 얼른 다가오는.
호태 : 빨리 좀 와라.
차연 : 관광객들 호텔에 집어넣고 눈썹 휘날리며 뛰어왔다. 참, 너 두리 약은?
호태 : 받았어. 3일치만이라도 팔라고 사정 사정 해서 겨우 받았다.
주인 : (화가 나서 차연에게) 뭐해?
차연 : 네, 네, 갑니다.
시간 경과.
차연 현란한 무대 의상 입고 무대에 올라가서 구성지게 노래 부르고 있는.
호태 : (손님 테이블에 안주 놓아주면서) 거기선 좀 더 간드러지게 꺾으라니까....
손님 : (호태 보면)
호태 : 즐거운 시간 되십쇼.
동철, 들어와서 두리번거리며 호태를 찾는.
동철 : (얼른 호태 곁으로 다가와 호태의 팔을 잡는) 형? 형?
호태 : 나 지금 정신 없이 바쁘다.
동철 : 형, 건수 하나 생겼어.
호태 : (보는)
S#43. 술집 룸 앞 복도. (낮)
동철, 호태 걸어오는.
호태 : (망설이는 투로) 야, 야, 아무리 그래도 그게 제비 아니냐?
동철 : 형이 지금 제비고 쪽제비고 가릴 처지야? 두리 약값 홀랑 날렸잖아? 돈 필요하다며?
호태 : 그건 그렇지만....
동철 : 꿩 먹고 알먹곤데....왜 이러실까 선수끼리. 내가 형이나 하니까 넘겨주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데 난 나이가 너무 어리다잖아.
호태 : 얼마나 팍 삭은 아줌만데 그래?
S#44. 술집 룸. (밤)
동철, 호태 인사하는. 술상 앞에 놓고 앉아있는 수혁.
동철 : 이만한 물건 사이판 안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저번에도 이혼 사건 하나 깨끗이 마무리해 준 경력도 있구요.
수혁 : (호태를 유심히 보면)
동철 : (호태의 옆구리를 찌르면)
호태 : 믿고 맡겨주십쇼.
수혁 : .....
S#45. 차연의 집 내. (밤)
차연, 녹초가 되서 들어오면.
호태 왔다 갔다 하면서 종이 손에 들고 의학 용어들 외우고 있다. 두리, 침대에 앉아 발 까딱이고 있는.
차연 : (한심하게 보면서) 왜? 영어로 굼벵이 팔아먹게?
호태 : (열심히 중얼거리며) 학구열에 불타는 사람 건드리지 마라.
차연 : 참 가지 가지 한다. (버럭) 애 밥은 먹였어?
두리 : 응. 아저씨가 빵 사와서 먹었어.
차연 : 돈이 어디서 나서? 너 또 꿍쳤지?
호태 : 사람 함부로 보지 말고 당신 하실 일이나 하세요.
차연 : 너 꿍쳤다 걸리면.....(하다가 벽에 걸려 있는 양복, 와이셔츠를 보는. 눈에서 불꽃이 확 튀고) 이, 이거 뭐야? 이호태 너?
호태 : 사업상 필요해서 장만 한거니까 여러 말 마라.
차연 : (확 다가가 호태 목 휘어감으며)
호태 : (숨이 막혀 캑캑 거리고)
차연 : 돈 어디서 났어? 어디서 났냐구? (하는데 핸드폰 벨 울리고)
호태 : (비굴하게) 전화 오셨는데요.
S#46. 승혜의 호텔룸. (밤)
승혜, 자기 침대에 누워있고. 차연, 중국 의상 입고 승혜 안마하고 있는. 동주, 자기 침대에 누워 눈 감고 있는.
차연 : 남편분께서 술이 과하셨나봅네다.
승혜 : ....
차연 : 술은 우리 옌벤 술이 최곤데....우리 옌벤술로 말씀드리자면 말입네다.
동주 : (베게 던지며 일어나는) 아, 시끄러워서 정말....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가는)
차연 : 남편 분께서 한 성깔 하시는 거 같습네다.
승혜 : 됐어요, 오늘은 그만하죠. (일어서서 화장대 앞으로 가서 지갑 꺼내 지폐를 꺼내는데)
차연 : 시간은 다 못채웠어도 요금은 다 주셔야 하는데....
승혜 : (한심스럽게 보는, 지폐 꺼내서 내밀면)
차연 : 계시는 동안 자주 불러주십시오. 안마라는 게 말입네다, 받을 때 쭉 받아야지 효과가 있는 겁네다.
우리 길림성 손님들은 말입네다.
동주, 욕실에서 나와 테이블 위에 있던 물컵 들어 벌컥벌컥 마시는.
차연 : 그럼 안마도 받고 몸도 나근나근 해지셨는데.... (묘하게 웃으면서) 두 분이 행복한 시간 보내십시오.
(동주에게 씩 웃으며) 사모님 지금 몸상태 좋으십네다.
동주 : (기가 막히고)
차연 : (인사하다가, 쓰레기통 보고, 얼른 집어들며) 제가 쓰레기통은 비워드리겠습네다.
승혜 : 그냥 둬요. 매이드가 처리할테니까.
차연 : 아닙네다. 서비스로다 제가....
승혜 : (짜증스러워서) 그냥 두고 가시라구요.
차연 :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쓰레기통 속에서 콤펙트 집어들며) 이거 버리시는 겁네까?
승혜 : 쓰레기통 뒤지는 게 취미예요?
차연 : (콤펙트 열어보며) 요 거울이 좀 필요해서....
아이고, 분도 아직 많이 남았습네다. 제가 가지고 다니던 거울이 깨진지가 꽤 됐는데....
승혜 : (귀찮아서) 갖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하세요.
차연 : 고맙습네다. (콤펙트 들고 좋아라 인사하고 가려하는데)
승혜 : 차라리 저런 여자가 어때요?
동주 : ....
차연 : (뒤 돌아보고) 네?
승혜 : 혹시 모르잖아요.
동주 : .....
차연 : (의아하게) 남편분께서도 안마 받으시겠습네까? (얼른 다가오며) 잘 생각하셨습니다.
두 분이 함께 받으시고 (묘하게 웃으며) 좋은 시간 보내시면 진짜 끝내줍네다.
승혜 : 됐어요. 오늘은 그만 가세요.
차연 : 아니, 왜 받으시지 않구요.
승혜 : 됐다구요.
차연 : (인사하고 나가는)
승혜 : (문 탁 닫고 침대로 와서 앉는) 저런 여자라면 또 모르잖아요. 내가 정말 자존심이 상해서 물러나줄지.
동주 : .....
S#47. 차연의 집 앞. (밤)
차연, 자전거에서 내리며.
차연 : 호태 이 자식 오늘 아주 죽었어. 지가 무슨 돈이 있어서. 먹고 죽을 돈도 없는데 옷이나 사들이고....
지가 미치지 않구서야....
S#48. 차연의 집 내. (밤)
차연, 문 벌컥 열고 들어서는데.
차연 : 이호태 너.
두리 :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나며) 아저씨 없는데.
차연 : 어디 갔어?
두리 : 동철형네서 잔다구.
차연 : 어쭈, 이게 이젠 도망까지....(벽을 보면) 옷은?
두리 : 사업상 필요하다구 싸가지고 갔는데.
차연 : 아주 삽질을 하는구나, 그 인간이....
S#49. 바닷가. (밤)
호태, 동철 캔맥주 들고 앉아있는.
동철 : 어째 그렇게 주구장창 맞고 살아요?
호태 : 차연이 걔가 원래 나 패면서 팔뚝 힘 기른 애다. 어려서부터.
동철 : 형이 맞을 짓을 좀 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맞고 산다. 그러니까 확 자빠뜨려버리라니까. 그럼 그 순간부터 여잔....
호태 : 내가? 차연이 걜?
동철 : 차연이 누난 뭐 여자 아니유?
호태 : 넌 걔가 여자로 보이냐?
동철 : 차연이 누나가 왜?
호태 : 너 취향 참 독특하다. 내가 너니까 말인데. 남자들 아침에 그거 바짝 스잖냐?
동철 : 근데?
호태 : 근데 차연이 걔가 커튼 확 열면서 이호태, 하고 소리지르는 순간 진짜 (아랫도리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엄마, 뜨거라 하고 팍 꼬꾸라지는 거야. 난 말이다, 맞는 건 겁 안나는데,
차연이 그거랑 계속 붙어 살다가 고자 되는 게 아닌가, 그건 정말 겁난다.
동철 : 그렇게 무서운데 왜 붙어 살아?
호태 : 세계에 4대 불가사의가 있다잖냐? 난 거기에 꼭 하나 꼬불쳐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차연 그 지지배 옆에 붙어사는 거.
동철 : 형은 그때 떴어야 하는 거야. 미스 사이판 나갔다가 떨어졌던 걔하고 미국으로 떴어야 하는 건데.
그때 걔가 비행기표까지 다 준비했었잖아?
호태 : 아, 그 얘긴 하지도 마라. 가슴 미어진다.
동철 : 인생에 그런 기회가 언제 또 있을 거라구.
호태 : 아, 속터지는 소리 할래. 그때 내가 달리 못떴냐?
차연이 그 웬수가 애 낳는다고 사흘 밤낮을 왝왝 소리 지르면서 지랄 발광을 하는데. 아 우정이 뭔지....
동철 : 차연이 누나도 참 웃겨. 겨우 3일 같이 산 남자 애를 낳는다는 게 말이나 돼.
호태 : 첫사랑이잖냐, 첫사랑.
차연E : 이호태.
호태 : (기겁을 해서 돌아보면)
차연 : (달려오는)
호태 : 내가 미쳐, 내가.... (일어나서 달아나는)
S#50. 야시장. (밤)
호태, 뛰고 있고, 차연 쫓고 있는.
현지인1 : (영어로) 진짜 쟤들 힘 좋다.
현지인2 : (영어로) 두구봐. 조금 있다가 저 남자애 또 넘어질테니까.
호태, 뛰어가다 비틀거리고.
현지인2 : (영어로) 저봐, 맨날 도망 다닐 거면 뛰는 연습이라도 좀 하던가.
호태, 위기 일발의 상황에서 과일 밀어 넘어뜨리고 일어나서 뛰고. 차연, 과일 때문에 넘어지고.
현지인1 : (영어로) 오늘은 머리도 쓰는데....
현지인2 : (영어로) 그러게, 미련해보이더니 오늘은 테크닉 좀 쓰네.
시장 일각, 호태 짐더미 옆에 숨어서 헐떡이는. 차연, 달려와서 두리번거리다 호태 못보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호태 : (한숨을 돌리는)
차연 : (걸어가면서) 이호태, 그러다 걸리면 넌 정말 죽는 수가 있다.
호태 : 죽여라. 차라리 죽여. 그래도 나 제비질 한다 이실직고는 못한다, 내가.....
S#51. 길. (낮)
호태, 양복 차림에 뻐기며 서있는, 그 옆에 동철. 근사한 차 앞에서 둘이 신이 나있다.
동철 : 야, 이 스타일 봐라, 이거, 이거.
호태 : 난 어떠냐?
동철 : 진짜 죽인다. 형. 이번 일 잘 되면 우리 마카오 쪽으로 뜨자. 그래서 한방에....
호태 : 미친 놈. 두리 수술은?
동철 : 엥?
호태 : 맨날 그 비싼 약 사다 먹이는 거 진짜 신물 난다. 아, 진짜 그 지지배 어떤 얼굴일지 궁금해 미치겠다.
차연이 그 지지배 내가 두리 수술비 턱 내놓으면.... (차연이 흉내 내며 무릎 꿇고) 호태야, 그동안 내가 너한테 너무 했지.
미안하다, 호태야. 그동안 나한테 맞은 거 똑같이 날 때려줘. 그럼 내가 목에 힘 팍 주고.
장수는 비는 적장의 목을 치는 법이 아니오.
동철 : (한심하게 보면서) 형, 지금 뭐하냐?
호태 : 넌 삼국지도 안봤냐? 짜샤?
S#52. 호텔 복도. (아침)
직원, 밀대 밀고 걸어오는. 수혁. 다가서는. 찻잔 속에 액체로 된 약병 따르고 있는 손.
직원 : (안절부절 하는)
수혁 : (직원 앞에 지폐 내미는)
S#53. 승혜의 호텔룸. (아침)
승혜, 앞에 찻잔과 간단한 아침 식사 놓아주는 직원(앞씬의 직원)
직원 :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서있는)
승혜 : (무심하게 창밖만 보고 있는)
S#54. 호텔 일각. (아침)
유경, 차에 올라타고 있는. 코디 차문에 매달리는.
코디 : 언니? 언니? 금방 촬영인데?
유경 : 오늘 컨디션 엉망이라서 촬영 못한다고 해. (차문 닫고 차 출발 시키는)
코디 : 언니? 언니?
S#55. 동주의 호텔룸. (낮)
승혜, 욕실에서 구역질하고 힘이 빠져서 휘청거리며 나오는. 지배인, 직원 안절부절하고 있는.
들어오는 수혁.
수혁 : 무슨 일입니까?
승혜 : (침대에 앉는)
지배인 : (영어로) 갑자기 복통을 일으키셔서....
수혁 : (영어로) 의사는 불렀습니까?
지배인 : (영어로) 병원으로 모시려고 하는데, 기운이 없으시다구.
수혁 : (영어로, 톤 높여서) 무슨 일들을 그렇게 합니까? 의사를 불러야죠. 환자가 병원까지 찾아가야 합니까? (수화기 드는)
국립병원 전화 번호 부탁합니다.
S#56. 도로. (낮)
호태, 운전하면서 핸드폰 중이다.
호태 : 걱정하지 마십쇼, 준비는 완벽합니다. (핸드폰 끊고 콧노래 부르는데. 길가에 서있는 유경을 본다)
유경, 고장 난 차 옆에 서서 짜증을 내고 있는.
호태 : (차 그 옆에 세우고, 영어로) 무슨 일이십니까?
유경 : (영어로 말문이 안열리고) 카....마이 카....미스테이크. (안되겠다 싶고) 호텔 ## 텔레폰 넘버? 오케이?
유 노 ## 호텔 텔레폰 넘버? 에스 오 에스?
호태 : 혹시? 서유경씨?
유경 : (의아하게 보다가 반색하며) 한국 분이세요?
호태 : (기겁을 하는 느낌으로 차에서 내리며) 아, 반갑습니다. (덥썩 유경 손 잡고 흔들며) 아듀, 마이 러브. 그 서유경씨 맞으시죠?
저 정말 서유경씨 팬입니다. 서유경씨 나오는 쇼프로 비디오 제가 안빌려 본 게 없는데....
유경 : 아, 네.
S#57. 도로. (낮)
달리는 호태의 차. 호태, 운전하면서도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서유경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히죽거리고.
유경 : 한국 분을 만나서 다행이네요. 무슨 길에 차도 한대 안지나가고...
호태 : 원래 이쪽 길이 그렇습니다. 영화 찍으신다는 기산 스포츠 신문에서 봤는데....
유경 : 영화 찍으러 왔어요.
호태 : 아, 정말이세요? 그러셨구나. 사이판에서 찍는구나. 진작 알았으면....
유경 : (차 내부 슬쩍 보면서) 교포신가봐요?
호태 : 아, 네. 여기서 닥터, (내과 영어로) 닥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국립병원 영어로)
유경 : (조금 호기심을 갖고) 그러세요?
호태 : 부모님은 다 영국에 계시고, 전 어려서 자란 곳이라 못떠나고 계속 남아서 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떠나려고 해도 제가 떠나면 병원에 너무 큰 지장이 있다구 사이판 정부 차원에서 어찌나 막는지....
유경 : 좋은 일 하시네요.
호태 : (흐뭇하기만 하고)
S#58. 호텔 입구. (낮)
호태, 유경 차에서 내리는. 호텔 직원 기다리고 있는.
호태 : (영어로) 국립병원에서 나온 내과의다. 환자는 어디 있나?
직원 : (반색하며) 이리로 와라.
호태 : (유경을 보고 아쉬워 하면서) 전 그럼 진료를 해야 해서...나중에 꼭 한번 따로 뵈었으면 좋겠는데...
유경 : 그러게요. 고맙다는 인사도 해야 하는데....
코디, 걸어나오다 반색하고.
코디 : 언니?
유경 : (보고)
호태 : (유경을 보면서 아쉬워 하는데, 호텔 직원 빨리 오라고 재촉하고. 유경을 보고 웃고, 손 흔들며 걸어가는)
코디 : 감독님이랑 다 화나셨어요.
유경 : (짜증이 섞인) 그래서?
코디 : 언니 없는 씬부터 찍는다고 현장으로 다들 이동하셨어요.
유경 : 그 사람은?
코디 : 대표님이요?
유경 : 그럼 누구겠니?
코디 : 길도 모르면서 어딜 나갔냐고 좀 화나 신 거 같은데....
유경 : 나 밤새 울었단 얘긴 했니?
코디 : 그럼요. 참, 언니, 그 여자 복통으로 떼굴떼굴 구르고 있대요. 지금 의사 부른다 뭐다 난리예요.
유경 : 아...아...그래서.... (호태가 왜 왔는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걸어가며) 죽을 병은 아니라디?
코디 : (걸어가면서) 그거야 모르죠.
S#59. 승혜의 호텔룸. (낮)
지배인, 수혁 서있고. 승혜, 욕실에서 구역질하고 나오는.
직원과 같이 들어오는 호태.
수혁 : (부축하려고 하면)
승혜 : (무시하고 침대로 가서 앉는)
호태 : (영어로) 진료를 해야 하니 다들 나가주시요.
지배인, 직원, 수혁 나가고.
호태 : 진찰부터 해야 하니 누우시죠.
승혜 : 한국 분이신가요?
호태 : 네. 호텔 직원과 올라오면서 한국분이시라는 얘기 들었습니다.
승혜 : (눕고)
호태 : (청진기로 귀에 꽂으며) 윗옷을 좀.....
승혜 : (옷을 걷어 배를 보여주는)
호태 : 증상부터 말씀해주십쇼.
승혜 : 아침 먹고 나서....뭐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심한 구토가 올라와서 계속 토하고 있었어요.
호태 : 다른 증상은? (영어로) gastralgia(위경련)? hyperacidity(위궤양)? rigidity(사지마비)? 아, 죄송합니다. 위경련이라든가....
승혜 : 아니요, 편하신대로 말씀 하세요. 그 정도는 알아들어요.
호태 : (당황스럽고) 아닙니다. 같은 국민인데 우리 말을 써드려야죠.
승혜 : 오한도 조금 있는 거 같고, 마비 증세는 없구요.
호태 : 아, 네. (청진기로 꾹 꾹 누르고)
승혜 : 아.
호태 : (얼른 청진기 떼면서 당황해서) 조금 체하신 거 같군요.
승혜 : 제 생각에도 그런데....워낙 구토가 심해서...
호태 : 그럼 위산제를 처방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승혜 : 네? antacid, 제산제(한국말)가 아니구요?
호태 : 네?
승혜 : 제산제?
호태 : 아, 네, 발음이 좀 이상하셔서....우리 의사들은 그렇게 발음을 안해서... 제가 위산제라고 했군요. 한국말이라 헷갈려서...
우선은 제산제를 좀 복용해 보시고, 경과를 좀 보도록 하죠. 계속 같은 증상을 보이시면 병원에 나오셔서
(영어로) precise(정밀) 검사(한국말)를 받는 걸로 하시구요.
승혜 : 정밀 검사까지 받을 건 없을 거 같은데....
호태 : 아, 의학 용어 많이 아시네요.
승혜 :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으로 보면서) 근데.....낯이 좀 익은 거 같은데....
호태 : 저를요. 아, 작년 뉴포클랜드 의학저널에 표지 모델로 한번 실린 적이 있는데, 그걸 보셨나보죠.
승혜 : 그런 의학 전문 잡지는 본 적이 없는데....
호태 : 그럼 언제 보셨을까.... 제가 가끔 그런 말을 좀 듣습니다. 왜 서글서글한 사람들이 그런 말을 종종 듣죠.
편해보여서 그런가봅니다.
승혜 : (왠지 본 듯한 느낌이다 하는 표정으로)
S#60. 바닷가 일각. (낮)
차연, 관광객들 사진 찍어주며.
차연 : (신혼 부부로 보이는 남녀에게) 아이 신랑 분 너무 쑥스러워하신다. 신부 볼에 입술 좀 갖다대보세요.
신랑 : 그냥 좀 찍어주세요.
차연 :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맘 놓고 해보겠어요. 자 찐하게.
신랑 : (웃으며 신부 볼에 뽀뽀하고)
차연 : 아, 모델이 따로 없네. (그러다 칵테일 나르고 있는 동철 보고. 얼른 카메라 신랑에게 넘겨주고) 잠시만요.
동철에게 달려가는 차연, 동철의 뒷덜미 잡는.
S#61. 바닷가 일각. (낮)
동철 무릎 꿇고 있는. 차연 팔짱 끼고 서있는.
동철 : 호태형 두리 수술비 마련한다구. 진짜예요. 딴 짓하려고 그런 게 아니라....진짜....
차연 : 기가 막혀서, 내 새끼 수술비를 제비짓으로.... 이게 정말 약 먹었나.
S#62. 호텔 앞. (밤)
승혜, 호텔 차 타고 떠나는. 창 안에서 그 모습 보고 있던 수혁 핸드폰을 거는.
수혁 : (뭐라고 얘기하는)
S#63. 호텔 복도. (밤)
동주, 유경 방에서 나와 걸어가는데,
차연 어떤 방 앞에 서서 어설픈 중국 말로.
차연 : (중국말로)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돌아서다가 동주를 보고 인사하는) 사모님은 오늘 안마 안받으신답네까?
안마라는 게 연속적으로 계속 받아야 효과가 있는 것인데...
동주 : 옌변말 너무 어색한 거 아십니까? 아주머니?
차연 : 무, 무슨 말씀이십네까? 사장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동주 : (걸어가면)
차연 : (동주의 등에 대고) 사장님, 오해 너무 심하게 하십네다. 우리 옌변 사람은 거짓말 같은 거 진짜 할 줄 모릅네다.
동주 : 거짓말을 옌벤에선 꽝포라고 하지. (하고 가버리면)
차연 : 저런 싸가지.... 내 사업에 지가 왜 배 놔라 배추 놔라야.
S#64. BAR. (밤)
승혜, 바 앞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들어오는 호태.
호태 : 아니....
승혜 : (돌아보면)
호태 : 이게....아니, 이런 우연이.... (옆에 앉으며) 근데 이러시면 안됩니다. 속도 안좋으신 분이 무슨 술을....
승혜 : (보다가. 스쳐 지나가는. 공항에서 호태와 부딪혔던 모습이. 묘한 시선으로 호태를 바라보는)
호태 : 뭐 안좋은 일이라도?
승혜 : (묘하게 미소 짓는. 이 인간이 하는 짓이 가소롭기만 하고)
호태 : 복통....그것도 대개는 신경성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승혜 : (영어로) 신경성 복통인 경우 의학적으론 어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계신가요?
호태 : 네? 홧?
승혜 : (영어로) 위장장애가 심할 때는 어떤 검사를 통해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호태 : (어색하게) 술 많이 드셨나보네.
승혜 : (입술 비틀며 웃는)
S#65. BAR 앞. (밤)
호태, 술에 취한 승혜를 부축하고 차 문 열면서.
호태 : 안되겠습니다. 어디 가서 잠시 쉬었다가 가셔야지. 그러기에 무슨 술을 그렇게 과하게....
승혜 : (확 뿌리치면서) 너....
호태 : 깜짝이야.
승혜 : 얼마 받기로 했니? 벌써 받았니?
호태 : 무슨....왜 그러세요? 사람 당황스럽게?
승혜 : 어디까지 해주기로 했는데? 나 호텔에 데려다 눕히고 사진이라도 찍어다주기로 한거니?
호태 : (당황해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주정 참 희안하게 하시네.
승혜 : (뺨 때리는)
호태 : 에이 씨....난 무슨 놈의 팔자가 이렇게 여자들한테 허구헌날 얻어 터지기만 하냐.
승혜 : 정신 차려 이 자식아. 너 너무 서툴러. (걸어가는)
S#66. 승혜의 호텔방. (밤)
승혜, 앉아있고, 그 앞에 직원 주눅이 들어서 서있는.
직원 : (영어로) 죄송합니다. 그냥 배만 잠시 아프고 말거라구....
승혜 : (암담한)
S#67. 호텔 내 바. (밤)
동주, 술 마시고 있으면, 수혁, 핸드폰 중.
수혁 : 무슨 일을 그 따위로 해. (화가 나서 핸드폰 끊어버리는)
동주 : (보면)
수혁 : 미안하다, 내가 실수를 좀 한 거 같다.
S#68. 차연의 집 앞 일각. (밤)
호태, 힘 없이 걸어오면. 그 위로.
차연E : 제비짓은 잘 하고 오냐?
호태 : (기겁해서 보는)
S#69. 차연의 집 앞 일각. (밤)
호태, 눈에 멍이 들어있고, 머리 어수선하고 또 한바탕 당한 모습이다.
차연 : 넌 새끼야.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사는 놈이냐?
호태 : 내가 뭘....
차연 : 두리가 참 병도 잘 났겠다. 제비짓같이 더러운 짓 하고 벌어온 돈으로 수술하면 병도 참 잘났겠다구.
호태 : 돈이야 다 똑같은 돈이지.
차연 : 내가 왜 호텔방에서 손님들이 남긴 음식은 주워먹으면서 그거 남겨다 두리 안먹이는 줄 아냐?
호태 : 네가 원래 식탐이 좀 있잖냐.
차연 : (노려보고) 난 지저분한 거 먹어도 내 새끼한테는 그런 거 먹이기 싫으니까.
그런 거 먹이느니 차라리 바나나 하나 먹여 재우는 게 마음이 편하니까.
호태 : 기집애 별나긴....
차연 : 도대체 어떤 새끼들이 그런 일 시키고 돈 준다고 하디? 하여튼 세상에 별 쓰레기 같은 새끼들도 다 있어.
S#70. 호텔 라운지. (밤)
수혁, 동주에게 방 키 내주는.
수혁 : 오늘은 승혜씨를 부딪히지 않는 게 좋겠다.
동주 : (어이 없다는 듯이 보는) 뭐하러 그런 어설픈 짓을 하냐? 정승혜가 그렇게 호락호락 당해줄 거 같아서....
수혁 : 미안하다. 내가 너무 서둔 거 같다. 네가 자살 어쩌고 하는 통에....그만두자.
동주 : (수혁 어깨 툭툭 치고 걸어가는)
S#71. 수영장. (밤)
동주, 수영하고 나오면. 서있는 승혜.
승혜 : ....
동주 : (수영장에서 나와 스쳐지나가는)
승혜 : 너무 치졸하다는 생각은 안해요?
동주 : 그만큼 간절했나보지. 그렇게 치사하게 굴어서라도 당신이라는 여자 옆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승혜 : 앞으론 좀 더 머리를 써봐요. 신동주씨. (걸어가는)
동주 : .....
S#72. 호텔 라운지. (밤)
동주, 수영가운 입고 걸어가는데, 차연, 아줌마 빨래통 밀고 걸어가는.
차연 : (동주를 못보고, 아줌마와 얘기하면서 걸어가는데)
동주 : (차연을 유심히 보는데)
S#73. 동주의 호텔룸. (밤)
동주, 테이블 앞에 있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일어나서 수화기 드는.
S#74. 수혁의 호텔룸. (밤)
수혁 : (자다가 전화 받는) 네? 응, 아냐. 말해. 내일 아침에?
S#75. 동주의 호텔룸. (밤)
동주, 수화기 들고 서있는.
동주 : 내일 아침에 기자들하고 내 방으로 와. 내 방에서 차기작에 대한 설명도 할테니까.
벨 소리.
동주 : 내일 일정도 빡빡하니까 일찍 하자구. 공식적인 인터뷰니까 사진 촬영도 하겠다구 하고. 그래, 자라. (수화기 내려놓는)
문 열면. 차연, 중국 옷 입고 서있는.
차연 : (어라, 하는 표정으로) 사장님이 부르셨습네까?
동주 : (안으로 들어가면)
차연 : (들어서면서) 방을 바꾸셨습네까?
동주 : (술병을 꺼내 따는)
차연 : (의아하게 보면서) 바로 시작 하시는 거 아니십네까?
동주 : 난 안마 받기 전에 술을 한잔 버릇이 있습네다, 옌변 아주머니.
차연 : 자꾸 놀리지 마십시오. 사장님께서 오해가 아주 많으신 모양인데....
시간 경과. 차연, 동주 테이블에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차연 : (술 마시면서 헤롱대는 느낌으로) 아, 빈속에 마셔서 팍 올라옵네다.
동주 : 한잔 더 하세요. (술을 따라주고)
차연 : 아, 아닙니다, 안마도 해야 하는데....
동주 : 천천히 하죠 뭐.
차연 : 사모님께서 들어오시면 이상하게 생각하실텐데....
동주 : 워낙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라 이상한 생각 안할 겁니다. 그동안 집사람 안마 하느라 수고도 많으셨는데....
차연 : (술 마시며) 정말 이러시면 곤란한데....
동주 : 시간으로 계산해드릴테니까 걱정 마시고 드세요.
차연 : 시, 시간으로.... (이게 왠 떡이냐 싶고)
동주 : 술 좀 드시고 천천히 하죠, 안마. 우리 집사람도 들어오면 안마 받아야 하는데...
차연 : 시간으로 계산해주신다니까 뭐 드릴 말씀은 없는데...
동주 : 객지라 술친구가 없어서 그럽니다. 오늘 술이 좀 마시고 싶은데 혼자 마시기도 그렇고....
차연 : 아, 네. 그런 날이 있지요, 왜. 아, 이 술 쏴하니 좋습니다, 우리 옌변 술만은 못해도....
아, 제가 술도 한잔 한 김에 노래 한번 불러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스페셜루다.
S#76. 동주호텔 룸 욕실. (밤)
차연, 세면대 앞에 서서 찬물로 얼굴 축이는.
차연 : 왜 이렇게 가물 거리냐.....안마도 해야 하는데..... 뭐 시간으로 계산해준다니까.....손해는 아니지만....
동주, 문을 열면 차연 벽에 기대 잠들어 있는.
S#77. 호텔 전경. (아침)
S#78. 호텔 복도/동주호텔 룸. (아침)
수혁, 기자 대여섯명과 걸어오는.
기자1 : 저희야 뭐 상관 없죠.
기자2 : 차기작이 엄청난 대작일 거란 소문만 있지, 정확한 정보가 나오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주신다면야 저희야 좋은 일이죠.
룸 앞에 가서 서는 일행.
수혁 : (벨 누르면, 응답이 없고)
기자1 : 어....문이 열려있는데요.
수혁 :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슬며시 문을 여는) 신사장? 아직..... (기자들 안을 슬며시 기웃하는데)
기자1 : (화들짝 하는 느낌으로) 어.... (하면서 안으로 얼른 들어가는)
침대 위에 누워있는 차연과 동주. 알몸으로 침대 시트가 가려져 있고. 기자들 놀라서 카메라 후레쉬 터트리는.
동주 : (잠결인 듯 눈을 뜨는데)
수혁 : (당황해서 카메라 렌즈 가리면서) 왜들이러십니까?
동주 : (멍하니 일행을 보는데)
기자2 : 어떻게 된겁니까? 신동주 사장님?
기자들 아우성을 치면서, 사진을 찍어대는. 그제서야 눈을 뜨는 차연.
차연 : 뭐....뭡니까? (그러다가 벗고 있는 자신과 동주를 보고 놀라서 몸을 일으키는 모습에서 스톱 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