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갔다.
한 남자의 아내인 내가
지천명의 나이에
오늘 머리를 올렸다.
남편은 두려워했다.
시집가라고 부추기고 도와주더니만
막상 아동문학이라는 새신랑을 얻고 보니
감당하기 힘들었나보다.
살림을 내팽개치고
새 신랑만 받들고 살까봐였을까.
하지만 여보,
당신없이 내가 새 신랑을 얻을 수 있었겠오.
구관이 명관이라고
새신랑이 어디 당신만 하겠소.
당신말대로 연애 8년 결혼 20년, 30년의 인연이
맺은 영광이라오.
작품 쓰기위한 준비작업부터 작품교정, 시상식에 이르기까지
고맙다는 말밖에...
오늘 당신은 넘 멋지고
사랑스러웠다오.
나의 최고인
나의 사랑, 당신에게 한송이의 장미꽃을 선사하고 싶으오.
당선소감에 쓴대로
나의 첫작품인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치오.
2009,2,20 눈발이 흩날리던 시상식날에
당신의 안해
아침부터 눈발이 흩날리고 간간히 비가 뿌렸다.
머리에 힘을 주려고 아침일찍 미장원에 다녀왔는데
시어머님을 모셔오고 이것저것 챙기느라
좀 돌아댕겼더니만
머리모양새가 우스워졌다.
주문한 쑥개떡과 백설기 떡과 유과가 집에 도착했다.
집앞에서 영세받을 때 대모님이 되어주신 홍베로니카와 시어머님, 고모할머님, 작은 어머님을 태우고
덕진공원 앞에서 윤이현 선생님을 태우고
만남의 장소 월드컵 경기장 앞으로 갔다.
신명진선생님이 장소를 잘못찾겠다고 전화가 왔는데.
도착하니 잘 와 있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리명희선생님이 와 준 것이다.
손바닥발바닥 선생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못 드려 죄송했는데
너무도 반가웠다.
자리가 많이 남기도 하고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았으나
모두들 일이 있고 바쁜 일정이있는 분들이라 전화하면 부담을 줄 것같아서 못했다.
함께 가지 못한 분들은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학부형으로 만나서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도예가 최경화 선생님이 딸(영현)을 데리고 와주었다.
영현이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6학년때까지 내가 논술을 지도한 아이이다.
이 아이는 자기엄마와 함께 작품을 취재하는동안 내내 굿판현장으로 날 따라다녔다.
내가 차가 없어서 남편이 가주지 못할때 사진기를 가지고 함께 가주신 분이다.
그날 버스안에섯 미처 소개를 못했다.
화가 선생님 한분이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못 온다고 아침에 전화가 오고
내 친구 나혜도 갑자기 일이 생겨 못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그래도 맘으로 와주신거라고 생각한다.
경희썜이 귤을 가져오고,
은실쌤이 김치를 가져오고,
지형쌤이 꽃다발을 가져오고,
월선쌤이 김밥과 사진기를 가져오고,
은영쌤이 물을 가져오고,
영미언니가 버스기사님을 소개해 주고,
민자썜이 한복을 빌려줬다.
교수님이 축하의 마음을 가지고 참석해 주셨다.
서울에 도착해서 한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지형썜이 내 얼굴을 화장(분장?)해 주었다.
경희쌤은 속바지 입으면 이쁘게 안보인다고 그 추운날 다 볏겨내더니만
얍디 얄은 스타킹 하나민 신게 했다.
이날은 내가 죄인이니 내맘대로 할 수 없었다.
내가 넘 예뻐져서 사람들이 날 몰라볼까봐 걱정했다.
그날 수상자가 날 포함하여 네명이었는데,
나의 미모에 치일까봐 다른 세명에게 미리 미안했다.ㅋㅋㅋ
아무렇지도 않던 내 마음이
시상식장에 도착하자마자
떨려오더니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해서는 아무 생각도 안났다.
수상소감을 외울정도로 생각을 해왔는데도 안정이 잘 안되었다.
책을 받고는 앞에서 사인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난 잠시 혼자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식이 시작되고 심사평을 하고 그러는데 난 자꾸만 눈물이 났다.
요양병원에 누워계시는 친정엄마생각에 마음 한켠이 무겁기도 했다.
이자리에 와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지형이가 애써 해준 화장이 지워질까봐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꾹 참았다.
그리고 어찌나 떨리는지
이런 시상식 과정 거치지 않고 문학상을 주믄 안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아니 수상소감만 말하지 말라고 해도 할만은 하겠다는 생각과 함깨
내 순서가 되어 무대에 올랐다.
오늘 이시간이 지나면 할수 없는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동장아이들이 제발 하지말라는 일을 난 감행해야만 했다.
죽을 각오를 하고 문우들을 무대위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교수님께 큰절을 올리겠노라고 허락해달라고 말했다.
시상식이끝나고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평소에 소심하고 내성적인 내가
그럴때는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거는 마음가는대로 했을 뿐이다.
만사를 제치고 내 시상식에 와준 사람들 모두에게
정말이지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하지말하는 일을 해서 문우들에게 미안하다.
특히 바로 다음날 그림책 수업이 있어 집에 가지도 못한 문우들에게는 더욱
미안하고 고맙다.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운동장아이들, 손바닥발바닥 여러분
그리고 이글을 보시는 모든 여러분께
감사 감사드립니다.
2009, 2, 20 눈발이 흩날리던 시상식날에
윤미숙 드림
첫댓글 식이 끝나고 헤어질때 그만 사진기를 광주에 놓고 와서 아직도 사진을 못올리고 있어요. 미안해요...최대한 빨ㄹ 올리도록 하겠어요. 감사해요.
축하드립니다... 못가봤지만 행복에 겨운 모습 눈에 선합니다. 더 큰 상 받을 날 곧 있겠지요? 그날을 위해...
고마워요. 새책 내셨다구요! 축하드리구요. 감사해요.
왕따 당한 것도 아닌데 근 일년간을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늘 아쉬웠는데, 이 날은 가라고 등을 떠미는 신의 손길에 의해 잘 다녀왔더랬지요. 근데....담부턴 지발 앞으로 부르는 일 없도록 하셈...그날 쪽팔려 죽는 줄 알았음.ㅎㅎ
지행이 니 상타믄 한번 봐야쓰겄다이. 우리를 안불러들이고 백일수있나보겠다이말씨!!!
참 깜박할뻔했넹. 그 집부부는 참 보기드문 잉꼬커플입디다.ㅎㅎ 샘 납디다.
정말 멋진 시상식 모습입니다. 미숙씨의 은근한 고집이 이렇게 큰 일을 냈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축하해요. 벌써 시작했을 그대의 집념을 기대해 봅니다. 부러운 마음으로.
허리 아픈건 좀 좋아졌는지요. 건강이 첫째입니다. 어서 쾌차하시구요. 또 좋은 소식 어서 주세요. 축하의 말 고맙습니다. 감사해요.
이 글을 보니, 그날의 영광이 다시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큰 일 치루셨어요. 그날 떡도 맛있고, 김치도 맛있고... 다다 좋았어요.
경희쌤의 기를 받아 제가 상을 받은 거 같아 고마울뿐예요. 어서 또 큰 거 터뜨려야죠. 건필 또 건필하시길!!!
그날 귤도 넘 맛있었는디. 남평 귤 말여. 재 방송하는 드라마 한편 보고 나가는 기분입니당!
김치 정말 맛있었어요. 오랫만에 아들을 만나서 좋았겠어요. 은실썜의 장편이 어서 나오고싶다고 근질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