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테니스 클럽 톡방에 부고가 올라왔습니다. 전에 저를 당혹케 했던 분의 아내가 소천 하셨다는 소식입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테니스장에 부부가 온 것을 봤는데 어느 날부터 아내는 휠체어를 타고 오셨습니다. 파킨슨병인지 뭐였는데 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병이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분에게 제가 목사인데 기도해 주겠다며 성함이라도 알려달라고 했었습니다. 그러자 폭포수처럼 저에게 쏘아 붙이셨습니다. 고쳐주면 낼부터 교회에 다니겠으니 저보고 고쳐줄 수 있냐고. 제가 멍하고 있으니 다 소용없다고 하셨습니다. 두 분이 불자로서 절에 가서 불공도 드리고 보시도 많이 했는데 이 꼴이라는 것입니다. 또 자기 주변 형제 가운데 장로도 있고 권사도 있는데 누구는 이런 병이고 누구는 저런 병이라며 한탄하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가끔 기도해 드리기로 하고 나름 약속을 지켰습니다.
언젠가는 절 보고 ‘목사님, 열심히 기도를 안 하시나 보네, 그대로여!’ 하셨습니다. 그럼 저는 ‘죄송해요! 제가 능력이 없어서.’하며 답했습니다. 그러다 코트에도 오실 상황이 안됐는지 한동안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주변 분들이 다시 좀 좋아지셨다는 소리를 몇 달 전에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소식을 들은 것입니다. 연세를 보니 67세이신데 요즘엔 너무 이르지 싶은 때입니다. 저는 제 선친이 50대 초반에 하늘의 별이 되셔서 그런지 아쉽지만 그래도 모든 상황을 고려해 보면 적당하지 싶습니다. 고인이 된 아내 분은 처음엔 게임을 구경하시곤 하셨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악화되신 이후로 의식이 없는 상태로 휠체어에 앉아 계시기만 했습니다. 가끔 힘겹게 썩션기로 가래를 뽑아내시기도 하셨기 때문입니다.
처음 아내분의 성함을 들을 때 긴장해서 성함이 정확한지 늘 고민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평범한 이름이 아니어서 긴가민가하며 기도할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확신이 없어서 이름이 틀려도 들어주시라는 기도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톡방에 올린 내용을 보니 그동안 틀린 이름을 놓고 기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내심 하늘의 기적이 일어나서 그 분의 얼굴에 진짜 행복한 웃음이 회복되길 기도했는데 제가 부족한 탓이지 싶습니다.
남편 되는 분은 아마추어 코치로 가끔 선수가 부족하거나 할 때 같이 놀아주시거나 가끔 제게 테니스에 관한 팁을 주셨습니다. 부고 소식을 듣고 조문을 가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가 굳이 가야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다녀왔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