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대한항공 'B777-300ER'
인천-타이페이 코스모 스위트 2.0
일등석 탑승기 (KE693)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일등석을 타다.
외항사 비즈니스 급 이상은 꽤 리뷰했지만 지금껏 국내 항공사는 거의 리뷰한 적이 없는 나. 그런 내게 어느 날 대한항공 일등석 취재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도 제일 좋다는 코스모 스위트 2.0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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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너무 외국 자본에 익숙해진 탓일까? 국내 항공사가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한항공 단골 고객층이 그렇게 두텁다는데 대체 왜?”라며 품었던 의문을 해소할 기회가 왔다 생각했다. 과연 대한항공은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을까? 이제부터 그 생생한 취재기를 함께 해보자.
0. TMI - 대한항공의 코스모 스위트 2.0
이번에 취재할 주인공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꼭 읽고 넘어가야 할 파트. 가볍게 읽고 싶다면 패스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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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 스위트 2.0은 대한항공의 일등석 4종류 중 최상위 등급의 좌석이다. ex) 슬리퍼→ 코스모 슬리퍼→ 코스모 스위트 1.0→ 코스모 스위트 2.0 대한항공은 B747-8i, B777-300ER 두 기종에만 코스모 스위트 2.0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B747-8i을 처음으로 도입시킴과 동시에 소개됨. 따라서 대한항공이 보유한 모든 B747-8i에는 코스모 스위트 2.0이 탑재돼 있다. B777-300ER 기종에는 신형(총 277석)에만 코스모 스위트 2.0이 탑재돼 있음. 구형(총 291석)에는 이전 버전인 코스모 스위트 1.0 일등석이 있음. 따라서 B777-300ER 탑승 시엔 신·구형을 잘 살펴보고 예약해야 한다. ex) 모든 A380-800에는 코스모 스위트 1.0 버전만 있음을 참고 코스모 스위트 1.0과 2.0의 가장 큰 차이는 '슬라이딩 도어'. 프라이버시에 중요한 슬라이딩 도어는 2.0 버전에만 있다. B747-8i와 B777-300ER 기종 내 코스모 스위트 2.0은 같은 일등석이라도 생김새가 매우 다름. 따라서 취향을 고려해 잘 골라 타야 한다.
1. 체크인 - 어디에서도 못 받아본 VIP 서비스
인천공항 제 2터미널 도착! 대한항공 퍼스트, 비즈니스 승객들은 A에 따로 마련된 프리미엄 체크인 카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일단 들어가면 여기서 또 퍼스트와 비즈니스 카운터가 분리된다. 퍼스트 승객은 직원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전용 응접실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 VIP 전담 직원분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여권과 위탁 수하물을 건네면 직원분이 알아서 체크인 과정을 다 마무리 짓고 티켓을 받아와 주신다.
심지어 VIP 전용 출구를 통해 빠르게 수속하도록 도와주고, 면세품 수령 센터와 라운지까지 내내 동행해주신다.
이 모든 것은 대한항공의 ★KAL 프리미엄 케어 서비스★ 덕분. 보딩 직전까지 전과정을 밀착 케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퍼스트 승객 중에서도 사전 신청자/인천 출발 편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Editor's TALK : 현장에서 원한다면 제공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음을 참고할 것. 또한 보너스 항공권 구매 시엔 이용 불가)
버기(Buggy)를 타보고 싶다고 하니 바로 대령해주는 클라스!
이걸 타고 게이트까지 아주 편하게 갔다. 진짜 바로 이 피켓 앞에서 세워주심… (시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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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내 - 코스모 스위트 2.0 전세 내버리기!
대박인 건 이번 비행에서 퍼스트 승객은 나 하나뿐이었다는 것. 덕분에 평소엔 전력 질주했을 이 길을 아주 여유롭게 지나갈 수 있었다.
드디어 기내 입성. 단독이라 모든 승무원의 환대를 받으며 들어올 수 있었다.
1-2-1-배열, 총 8석으로 구성된 B777의 코스모 스위트 2.0. 전 좌석이 높게 파티션 처리돼 있고 슬라이딩 도어가 탑재돼 있다. (Editor's TALK : B777-300ER과 B747-8i 코스모 스위트 2.0의 레이아웃은 굉장히 다름. B777-300ER은 1-2-1배열이지만, B747-8i는 1-1배열. 즉 B747은 2인석이 없기에 이 부분을 잘 고려해서 기종을 선택해야 함)
탑승의 시작을 알리는 웰컴 샴페인(ft. 견과류)
이날 내게 배정된 전담 승무원은 두 분이나 됐다. 이륙 전, 사무장님을 포함해 전담 승무원 두 분이 인사를 오셔서 서로 잘 부탁드린다고… 훈훈
1인석
일단 창가 1인석부터 살펴보면 Pitch 83인치(211cm), Width 24인치(61cm)로 굉장히 널찍한 공간을 자랑하고 있다. 한 사람이 창문 4개를 차지할 정도.
체리 몰딩이 개인적으로 좀 별로였지만, 남녀노소 취향을 저격하기 위함이라 생각하고… 화사한 스카이 블루+화이트 톤 시트가 굉장히 깔끔하게 느껴졌다.
(스툴 아래엔 충전 포트가 있음), 다리를 최대한 뻗어도 널널
좌석마다 이렇게 개인 옷장도 마련돼 있다. 옷장은 1.0엔 없는 2.0버전만의 특징! 두꺼운 옷 1~2벌 정도 넣을 수 있는 크기였다. (Editor's TALK : B747-8i 코스모 스위트 2.0에 있는 개인 옷장은 기내 수하물용 캐리어까지 들어갈 만큼 널찍함. B777과 B747의 또 다른 차이점)
사이드 테이블 쪽에 마련된 다양한 크기의 수납함들
2시간 내외의 짧은 노선이라 어메니티는 따로 없지만 기본적인 슬리퍼, 담요,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은 잘 준비돼 있었다. (Editor's TALK : 대한항공은 중장거리 승객들에게 프랑스 향수 브랜드 ‘아뜰리에 코롱(Atelier Cologne)’ 어메니티를 제공하고 있음.)
좌석 플랫을 좀 조절해볼까? 특이하게도 비슷해 보이는 조절 버튼이 두 군데나 마련돼 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조작법을 알고 나면 세상 편하다는 사실!
Black 버튼: 좌석의 기울기 및 위치를 세심하게 조작할 수 있는 버튼 Silver 버튼: 단 한 번만의 클릭으로 원하는 자세가 자동 세팅되는 버튼
75도로 세팅했을 때
180도 풀 플랫 세팅했을 때
싱글베드 뺨치게 넓은 시트도 좋았지만,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플랫이 자동 세팅되는 기능은 완전 신세계였다. (세상 편함)
2인석은 이런 느낌
중앙 칸막이가 스크린부터 좌석 끝까지 이어져 있어 프라이버시 보장이 잘 되는 느낌이었다.
프라이버시 하면 빠질 수 없는 두 가지가 있으니 바로 전 좌석에 설치된 ★파티션, 슬라이딩 도어★다. 파티션 높이는 139cm로, 기존 일등석보다 24cm 높게 설계됐다. 앉으면 얼굴이 아예 안 보일 정도!
특히 슬라이딩 도어는 ‘미늘창’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설계해 안에선 밖을 볼 수 있으나 밖에선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슬라이딩 도어 닫고, 파티션에 기대 있으면 거의 고립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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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내식 - 가벼운 식사마저 맛있다.
짧은 비행이라 비교적 간소한 기내식이 제공되고 있었다. 전채와 디저트류는 동일하지만, 주요리는 한식과 중식 두 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난 중식 국수를 선택)
주류 리스트도 이렇게나 풍성하지만, 중·단거리 노선에서 즐길 수 있는 건 화이트 와인 2개(알베르 비쇼, 맘부르그)와 레드 와인 2개(샤토, 고스트 블록)뿐이었다.
대한항공은 짧은 노선에는 아예 샴페인을 싣지 않기 때문에 마실 수 없다… 하지만 중장거리 노선에 탑승한다면 꼭 ‘페리에-주에 벨 에포크 로제 2012’을 마셔보길 바란다. (Editor's TALK : 명품 샴페인이라는 '페리에 주에' 라인 중에서도 벨 에포크는 '샴페인의 꽃'이라 불리는 빈티지 샴페인으로 로제 중에서는 최고급으로 손꼽히고 있음)
기내식의 시작을 알리는 빵 트레이. 호두빵을 선택했는데 맛은 별로였다.
이어서 나온 레드 와인 2종. ‘샤토 네넹’과 ‘보졸레 빌라주 누보’이다. 보졸레는 메뉴판에는 없었지만, 겨울철 한정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해서 시켜봤다. 샤토 네넹은 알코올 맛이 강한 편. 스모크 향이 굉장히 매력적인 와인이었다. 이에 비해 보졸레는 맛이 좀 순하고 차갑게 칠링해 먹는 와인이라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전채 요리로 나온 ‘사과레물라드 소스를 곁들인 관자’
특이하게도 통 관자가 아니라 곱게 다져 소스와 함께 버무려져 나왔다. 익숙하지 않은 비주얼에 멈칫했으나 맛은 최고! 사과의 상큼함과 관자의 신선함이 너무도 조화로웠다.
주요리로 나온 ‘칠리소스의 왕새우 요리&중식 국수’
튼실하고 생생한 알 새우가 5개나 있고 맛도 좋았다. 자칫 잘못하면 칠리소스가 짜 맛이 없을 수 있는데 간이 딱 적당해서 국수를 비벼 먹어도 맛있었다.
디저트로 나온 모둠 과일. 투박하지만 정갈하게 잘린 모습이 왠지 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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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타 - 일등석 전용 화장실
일등석 전용 화장실은 뭔가 다를까 싶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조금 더 쾌적하고 인테리어가 예쁘다는 정도?
이코노미 화장실과 비교해보면 1.5배 정도 더 널찍했고
아뜰리에 코롱 어메니티와 기타 세면도구, 타올 등이 준비돼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일등석 화장실엔 꼭 직접 말린 드라이플라워를 놓아둔다고 했다. 은은한 향이 꽤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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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총평 - “왜 단골이 많아?” 그 답을 알아냈다.
취재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품고 있었던 궁금증 “대한항공 매력이 뭐길래 단골이 많다고 하는 걸까?” 지금껏 같은 퍼스트면 무조건 외항사 것이 최고일 거라던 나. 이번 취재를 통해 그 생각이 무너졌다.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싱가포르항공… 최고의 퍼스트석을 자랑하는 이 항공사들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이번 비행에서는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세심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시작된 체크인,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에스코트를 해주던 직원, 최상위 컨디션의 좌석, 황송할 정도로 극진히 대접해준 승무원분들까지… 그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특히 짧은 비행일수록 서비스의 부족함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번 비행은 신기할 만큼이나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내가 뭔가를 요청하지 않아도 먼저 좋은 것들을 제안해주는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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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외 - KAL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대한항공의 KAL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여느 항공사들의 퍼스트 라운지와 같이 규모가 작고 매우 조용했다. 하지만 이곳의 핵심은 ★프라이빗★
보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었던 엄청난 높이의 좌석 파티션. 이때는 탑승 전이었음에도 ‘와… 대한항공이 프라이버시에 되게 민감한 항공사구나’ 생각했다.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는데 직원분이 오셔서 즉석요리를 주문받았다. 시간이 촉박해 가장 빠르게 되는 요리를 물어 ‘스테이크’를 시켜봤다.
즉석요리 외에도 뷔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다이닝 레스토랑도 준비돼 있었다.
소프트 드링크, 물, 맥주, 위스키, 샴페인, 와인 등… 이 많은 것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 건
바로 문배술! 이게 바로 중동항공사에 아라빅 커피, 대추야자가 있는 느낌일까…? 신선한 주류에 당장이라도 시음을 해보고 싶었지만, 취재라 겨우 참았다.
네 가지 맛 하겐다즈 아이스크림까지 완벽!
그리고 가장 중요한 푸드 코너. 어떤 항공사들은 퍼스트 라운지의 핵심이 다이닝이라며 뷔페에는 너무 힘을 빼는 경우가 있는데 대한항공 퍼클 라운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메로 구이, 새우 아스파라거스 볶음, 관자 계란 볶음밥, 라조기 등 고급 재료로 만든 핫푸드들이 먹음직스럽게 마련돼 있었고
예쁘게 플레이팅 된 베이커리, 디저트류도 6가지나 됐다.
+ 쿠키 및 스낵, 견과류
구경하고 자리에 돌아와 보니 이미 스테이크 세팅 완료…! 시킨 지 5분도 안 돼서 미디엄 레어로 잘 구워진 스테이크가 나왔다. 고기 육질도 매우 부드럽고 굽기도 딱 생각했던 대로… 맛과 서비스, 분위기를 모두 만족시킨 대한항공의 퍼클 라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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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프레스티지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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