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아파트
구판우 집사, 시인
볕 좋은 처마 아래
꾸벅이는 비둘기
문 여닫는 소리에 화들짝 날갯짓
구구구, 저도 모르게 큰 실례 하나 보다
그물 두른 발코니에
날개 걸려 바동댄다
사고뭉치 자식놈 족쇄되어 살건만
고까짓 새똥 몇 점으로 철창 만든 주인네
이름값 못하는 비둘기 아파트
따가운 이웃 시선에 골바람 부산하고
입주민 돌아앉은 인심,
층층들이 금 핀다
회고록
- 생각하는 갈대
인기척에 놀라
연못으로 폴짝 뛰어든 개구리
동심원을 그리는 오후
별 하나
하얀 보자기에 떨어졌다
영광이 꽃 하나만큼 훌륭하지 못하고
헛되고 헛되다는 말,
그것은 솔로몬 자신의 인생관이라
명제가 틀렸다
마침표 대신 물음표 찍혔다
소소한 행복
길 가다가 딱 멈추어 서는 건
작은 돌개바람이 일었기 때문인데
귀가 후 서재에서 다시 회오리치고
미소 머금다 말고
바람을 다독다독 다독거린다
산기슭에 옹달샘이 솟고
산새들 드나들며 목 축이는 걸
살짝 훔쳐보노라니
눈물은 메말라도
쉬 눈 붙이지 못하는 신神께
다가가서 안길 수 있으리라
새의 흔적
왕왕 새가 되는 꿈 꾸어보기도 하여
모두 나를 새라 부르고
나는 모두 새라 부르고
새가 되어 창공을 차오르는 재미에
까맣게 잊고 사는 게 있었다
사람이 새를 생각하는 만큼이나
새의 생각이 사람과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는데
들녘으로부터 덩그러니
허수아비에 당황한 위험신호에
빨간 울음 배인 노을이 되었다
돌아앉아서 꺽꺽 흐느끼는 일이
참 고와지고 있었다
/
/
청소부 나라의 별
기묘한 별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주에 정
원이 딱 3인으로 제한된 소혹성이 있다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를 쓸고 치우는데
바이러스같이 우주에서 기생하는 별이라
고 한다
자생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존재
할 수 없는 별이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서 누가 만든 별이 아니다 뇌 구
조가 달라서 청소부의 성향이 다르다는 것
이 오늘의 논점이지만 셋 중 하나가 하늘나
라로 떠나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 더 큰
관심사다 (골치 아프니 이 정도로 마무리
해야 할까 보다)
무단으로 투기하는 우주인이 그만큼 많다
는 말이기도 해서 이웃 별들은 머지않아
쓰레기가 우주를 덮을 거라는 걱정이 이
만저만 아니다 은하수가 하늘을 흐르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개성
이 다른 것 때문에 선한 일을 하고도 평
가가 좋지 않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별로
소문이 나 있다 A 청소부는 쓰레받기를
뉘어 놓고는 쓰레받기 내 놓으니 투기한
다고 말하고 B 청소부는 쓰레받기를 엎
어놓고는 되가져갈 것을 버리고 간다고
말하고 C 청소부는 쓰레받기 치워놓고
는 어차피 쓸어야 할 걸 어때, 라고 말한
다 쓰레받기를 뉘어놓으면 담는 것이 세
상 도리이고 쓰레받기를 엎어놓으면 투
기하는 것이 상례이고 쓰레받기를 치워
놓으면 구르는 것이 이치라고 말한다
쓰레받기는 쓰레기를 쓰레기로 받아들
이고 쓸어 모으는 일이 자기의 정당한
의무라며 아예 치우든지 바로 뉘어 놓으
면 문제가 없는데 엎어 놓는 것이 말이
되냐고 말한다 자기의 색깔대로 청소부
모두 자기만의 쓰레받기 보관법을 고집
하는 것이다 청소부는 청소를 천직으로
생각하여 평생을 그 별에서 벗어날 수 없
을 것이고 우주에 버려진 쓰레기는 우주
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우주 쓰레기가
우주를 덮게 될 것이다 어린이는 우주 여
행의 꿈을 영영 꿀 수 없게 될 것이다
//
연일 계속되는
혹한의 날씨 속에
가슴 따뜻해지는 시집 한 권을 받았습니다.
<청소부 나라의 별>
경남기독문인회 회원이신 구판우 집사님께서
출간한 시집입니다.
귀한 시집 출간을 함께 기뻐하며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귀한 선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 12. 21. 목요일
경남 함안에서
김일연목사 올림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청소부 나라의 별, 구판우집사, 시인
동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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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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