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돌로 빚은 신비의 절,
화순 운주사
전남 화순군
수정일 : 2020.12.15
‘천불천탑’으로 잘 알려진 운주사로 들어가는 남쪽 골짜기에서 만난 구층석탑
전남 화순 운주사는 ‘천불천탑’으로 잘 알려진 사찰이다. 양식이나 형태가 독특한 석불과 석탑이 절 곳곳에 있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지켜온 석불과 석탑은 누가, 왜 세웠는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경내에 있는 호떡탑,
항아리탑, 동냥치탑, 실패탑 등은 흔히 우리가 보는 반듯하고 아름다운 탑과 거리가 멀다. UFO를 닮은 탑도 있고,
항아리를 닮은 탑도 있다. 탑신에는 절에서 흔히 쓰는 연꽃무늬 대신 X, V, ◇, // 같은 기하학무늬가 새겨졌다.
절 곳곳에 놓인 석불도 크기와 얼굴 모양이 제각각이다. 홀쭉한 얼굴도 있고, 동그란 얼굴도 있다. 코는 닳았고
눈매는 희미하다. 눈, 코, 입이 단순하게 선으로 처리된 얼굴도 있다. 어떻게 보면 못생겼고, 어떻게 보면 우습게
생겼다. 근엄한 표정은 찾아볼 수 없다. 하나같이 우리 이웃의 얼굴을 보는 듯 소박하고 친근하다.
베일에 싸인 신비의 절 운주사는 유네스코가 인증한 무등산권세계지질공원 지질 명소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세계지질공원을 “경관이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아름다운 장소로, 크기와 범위가 적당하고, 자연과 인문,
사회, 역사, 문화, 전통 등이 결합하며, 지역 주민의 경제적 이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공원”이라 정의
한다. 운주사 지오 트레일은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돌로 만든 석불과 석탑을 보며 지질 환경이 어떻게 우리 삶에
스며들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운주사 경내에 자리한 구층석탑(보물 796호)과 석조불감(보물 797호), 원형다층
석탑(보물 798호) 등에서 층상 응회암, 유문암 등 지질 유산을 살펴보자.
전문가는 운주사 지오 트레일이 “중생대 백악기 능주분지 남부에서 일어난 격렬한 산성질 화산활동을 보여준다”
고 설명한다. 운주사 주차장에서 경내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한 층상
응회암이 있다. 층상 응회암은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재와 돌덩이가 켜켜이 쌓이면서 굳은 암석인데, 구층석탑과
석조불감, 원형다층석탑 등을 이것으로 만들었다.
책을 수백 권 쌓아놓은 듯한 층상 응회암에 기댄 석불 6좌
운주사로 들어가는 남쪽 골짜기에서 가장 먼저 구층석탑을 만난다. 탑은 거대한 암반 위에 우뚝 섰으며, 탑신에
기하학무늬가 빼곡하다. 구층석탑을 지나 오른쪽 길에는 층상 응회암 노두 중 가장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암상과
퇴적 구조를 관찰하기 좋은 바위가 있다. 층이 뚜렷해 책을 수백 권 쌓아놓은 듯 보이는 이 바위 앞에 납작한 부처
6좌가 기대어 있다.
탑신이 둥그레서 도넛탑, 호떡탑으로도 불리는 운주사 원형다층석탑
운주사의 석불과 석탑이 납작하고 형태가 뚜렷하지 않은 까닭은 주변에서 채취하기 쉬운 층상 응회암을 그대로
떼어 조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원형다층석탑은 연화탑이라고도 하며, 이색적인 생김새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탑신이 둥그레서 도넛탑, 호떡탑으로도 불린다. 운주사가 무등산권세계지질공원 명소로
지정된 이유를 석탑과 석불 주변 암석이 설명해준다.
국내 와불 중 규모가 가장 큰 운주사 와형석조여래불
운주사에는 도선국사의 전설이 있다. 운주사에 천불천탑을 세우면 국운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 국사는 도력으로
하룻밤에 석탑 1000기와 석불 1000좌를 세우기로 했다. 동자승이 장난삼아 닭 울음소리를 내는 바람에 안타깝
게도 석불 2좌는 세우지 못했다. 절 서쪽 산비탈 솔숲에 남편불과 아내불이 사이좋게 누웠다.
화순 운주사 와형석조여래불(전남유형문화재 273호)은 각각 길이 12.7m와 10.3m로 국내 와불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와불이 일어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고 전해진다. 층상 응회암 노두에 조각했는데, 수직 노출면(옆면)에서 층상 응회암 단층에 발달하는 다양한 퇴적 구조를 관찰할 수 있어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있다.
운주사는 문인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200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가 비 내리는
날 운주사를 방문했는데, 천불천탑 전설이 너무나 경이롭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프랑스로 돌아가 〈운주사,
가을비〉라는 시를 쓰기도 했다. 황석영은 대하소설 《장길산》에서 운주사를 ‘혁명의 땅’으로 묘사했고,
조태일과 황지우, 이원규 등 많은 문인이 운주사에 관한 글을 남겼다.
고인돌 596기가 분포한 화순 효산리와 대신리 지석묘군
화순에는 지오 트레일이 한 곳 더 있다. 화순 효산리와 대신리 지석묘군(사적 410호)은 국내 최대 규모 고인돌
유적지이자, 무등산권세계지질공원을 대표하는 지질 명소다. 고인돌 596기가 분포한 이곳에는 덮개돌을 뗀
채석장이 있어 채석과 운반 등 고인돌 축조 과정을 살펴보기 좋다.
500년이 훌쩍 넘은 마을 숲, 연둔리 숲정이
예쁜 마을 숲도 있다. 동복면 연둔리 둔동마을에 자리한 숲정이로, 지금 가면 늦가을 정취가 가득하다. 마을 앞에
남북으로 뻗은 700여 m 숲이다. 숲정이는 ‘마을 근처 숲’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1500년경 마을이 형성되면서
조성했다니, 어느덧 500년이 훌쩍 넘었다. 느티나무와 팽나무, 서어나무, 왕버들이 빼곡한데, 느린 걸음으로 천천
히 걷다 보면 이 땅의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껴진다.
화순고인돌전통시장 주변에서 전라도식 팥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전라도답게 화순에도 맛있는 먹거리가 많다. 대표적인 음식이 팥칼국수다. 화순고인돌전통시장 주변에 팥칼국수
를 내는 집이 여러 곳 있다. 걸쭉한 팥죽에 쫄깃한 칼국수를 듬뿍 담아준다. 테이블에 놓인 설탕을 넉넉히 넣으면
전라도식 팥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당일 여행 코스〉
운주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운주사→화순 효산리와 대신리 지석묘군
둘째 날 / 연둔리 숲정이
여행 정보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문의 전화
- 화순군청 관광진흥과 061)379-3503
- 운주사 061)374-0660
- 화순 효산리와 대신리 지석묘군 061)379-3933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광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수시(05:30~다음 날 02:00) 운행, 약 3시간 20분 소요.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18번 농어촌버스(화순·능주 방면) 이용, 운주사 정류장 하차, 운주사까지 도보 약 1.2km.
[기차] 용산역-광주송정역-화순역, KTX-무궁화호 환승 하루 2회(18:20, 16:45) 운행, 2시간 40분~3시간 소요.
화순역에서 공설운동장 정류장까지 도보 약 800m 이동, 218번 농어촌버스(화순·능주 방면) 이용, 운주사 정류장
하차, 운주사까지 도보 약 1.2km.
○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산월 IC에서 무안광주고속도로·제2순환도로 방면→효덕교차로→효덕로→효산삼거리→도암·운주사 방면→운주사
○ 숙박 정보
-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양동호가옥 : 도곡면 달아실길, 010-8611-8650
· 한국관광 품질인증 이란?
☞ 숙박, 쇼핑 등 관광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품질을 국가에서 인증하는 제도로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되며, 다양한 사후관리를 통해 품질을 유지합니다.
※ 더 많은 품질인증업소가 궁금하시다면? KQ 접속!
○ 식당 정보
- 봉순이팥죽·칼국수 : 팥칼국수, 화순읍 칠충로, 061)375-8735
○ 주변 볼거리
화순 적벽, 백아산하늘다리
글 : 최갑수 (여행작가)
사진 : 최갑수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