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마다 은총
2024.10.18
요즈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시간을 많이 갖습니다.
오래 전에 읽고 감명받았던
‘돌아보니 발자국마다 은총이었네’라는 이현주 목사님의 고백이
저의 고백이 되고 있습니다.
매 순간 자유롭게 선택하며 오늘에 이르렀지만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니 어떤 필연이 작동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세가 하느님의 뒷모습을 보았다는 말을
하느님 체험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반성적으로 인식된다는 말로 이해합니다.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 (Abraham Joshua Heschel)은
하느님의 선율은 스타카토 식으로 전개되기에
여간 주의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지금은 그 선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되는 것'이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힘.
하느님을 믿는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을 의식하고 사는 것입니다.
바오로의 고백입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갈라 2장20절)
그분이 내 안에 사시고 나를 쓰신다는 사실은 영광입니다.
하느님이 내 안에서 일하시니 범사에 감사합시다.
하느님은 살아 계시는 선한 분입니다.
일이 잘되었다고 우쭐거리지 맙시다.
세상의 평가에 흔들리지 맙시다.
판단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 ‘자유인’입니다.
어떤 상황, 어떤 평판이든 환영합시다.
처음엔 모릅니다.
지나면 그게 ‘은혜였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프고 억울하다고 해도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하는 것’과 ‘되는 것’을 착각하지 마십시오.
되니까 하는 것입니다.
숨 쉬는 것도, 용서하는 것도 되니까 숨 쉬고 용서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쥐뿔도 없습니다.
하느님이 허락하셔야 합니다.
세상에 나쁜 건 없습니다.
하느님께 개조해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예수님처럼 살겠다고 마음을 먹을수록 기도하십시오.
예수님의 눈으로, 예수님의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어린이들이 천국에 간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린이의 마음이 천국의 마음입니다.
어린이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하느님 나라와 의를 구하십시오.
하늘로 가는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저녁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떤 친구가 돈을 빌리고 ‘내일’ 갚는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돈을 주라고 하니 또 내일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내일은 실제로 머리로만 존재합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사십시오.
품은 마음이 몸으로 구체화 되도록 노력하십시오.
선택한 일을 목숨 걸고 해보십시오.
닭이 모이를 주워 먹습니다.
그런데 모래도 주워 먹습니다.
모래는 닭의 모이를 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닭처럼 모래와 같은 인간이 우리를 만듭니다.
나의 눈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성경에 나온 탕자의 비유처럼
하느님은 죄 지은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윤동주 시인이 24살 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사랑하고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길을 걸어갑시다.
하느님께 당신처럼 세상을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합시다.
하느님 나라를 구하는 방법입니다.
죽으나 사나 예수님 뜻대로 삽시다.
당장은 아니라도 세월이 흐르면
이러저러한 일 겪고 돌아보니 모두 은총이고 사랑이었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설령 아파도 행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십시오.
거짓 없는 감사의 마음으로 웃읍시다.
우리가 땅에 태어난 이유입니다.
저는 결혼 조건으로 28세에 영세를 받았습니다.
돌아보면 하느님을 알지 못했던 이전에도
많은 은총을 받았음을 깨닫습니다.
어려운 고비마다 주님의 손길이 있었음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저 혼자의 힘으로 걸어온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주님의 천사들과 함께 걸어왔음을 고백합니다.
최근의 일입니다.
1년 전부터 혼자의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요양원에 계신 친척을 위해 한 달에 두 번 병원에 갑니다.
약 대리 처방을 받기 위해서지요.
어떤 경우에는 귀찮기도 하고 짜증도 났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지 않으면 할 사람도 없고
이왕하는 것 즐겁게 하자는 생각이 들자
그분이 측은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 담당의사를 만나고 나오다가
지나가는 말로 저도 가려움증이 10년 전 부터 있는데
완전히 치료가 안 된다고 말하자, 한 번 보자고 했습니다.
보는 순간 이상하다며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가슴이 철렁했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이라 생각하고 응했습니다.
조직검사를 하고 2주 후 결과가 나왔는데
다행히? 암은 아니지만 잘 낫지않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고혈압처럼 평생 치료(현재는 연고)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병명을 알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문득 강길웅 신부님 강론이 생각났습니다.
어느날 똥오줌 싸는 시어머니를 떠 맡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대책이 안서지만 팔자려니 하고 불평을 하면서도 지고갑니다.
그러다가 이 일이 하느님 뜻이라는 생각을 하게되고
똥오줌 싸는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섬깁니다.
어디를 가서도 시어머니 자랑 하고...
아~ 이러니
“저 여자 팔자가 사나워서 그래.”
“전생에 죄가 많아서 그래.” 등등...
말하던 사람들이
“아무개 엄마는 하늘이 낸 여자야.”
“아무개 엄마는 천사 같애.”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십자가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태우고 가는 거예요.
평생 지고갈 십자가가 은혜가 된 것입니다.
발자국마다 은총입니다
이현주 목사님의
冊 제목처럼
돌아보니 발자국 마다
은총입니다
주님께서 날 업고 걸으신 길
바닷가 모래밭에
두 개의 발자국
"주님, 저 혼자 걷게
내버려 두셨나요?"
"저 두 개의 발자국은
내가 너를 업고 걸은
발자국이란다"
아아, 주님
주님은 나를
업고 걸으셨군요
나혼자 내버려 둔 것이
아니었군요
주님은 찬미 받으소서
이제와 영원히 받으소서
첫댓글
세잎 클로버 님
저는 늘 같은 마음이지만
세잎 클로버 님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살아온 발길을 돌아봅니다
11월도 가내 건승을 비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