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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신화를 이루려는 자>
<목차>
프롤로그
1장-그것만이 한 줄기 빛
2장-하늘은 내게 확신을 갖는 것을 요구했다.
3장-나를 찾아 떠난 여행
4장-주관의 중요성
5장-불가능은 없다
6장-나는 누구인가
Special-생각의 전환점
7장-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8장-오르막길과 사람
9장-생각의 전환점2
10-몽당연필
작가의 말
프롤로그
“병사가 전투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듯 그대도 쉬게.
하지만 그대의 마음이 있는 곳에 그대의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
「연금술사」 중
1장- 그것만이 한 줄기 빛
학교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온 서현은 책상 앞에 가방을 던져놓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휴-” 한숨을 내쉬자 모든 에너지가 그녀에게서 빠져나가는 듯했다.
고단한 하루였다.
지루한 수업에 흥미로운 척 눈을 크게 뜨고 지내느라, 서로 진실된 마음은 빼놓고 있는 친구의 비위를 맞춰주느라, 높은 점수을 받기 위해 하루종일 종이만 바라보느라.
서현은 황폐해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다고 할 일을 미룰 순 없었다.
그녀는 내일까지 작성해야 하지만 백지장 상태인 자기소개서를 가방에서 꺼냈다.
이어지는 두 번째 한숨.
그 순간 서현의 눈길은 그녀가 힘들 때를 대비해 벽에 적어둔 동기부여 글귀로 향했다.
<가장 어두운 때는 해 뜨기 바로 직전이다.>
서현은 문장 끝에 찍힌 마침표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며.
그녀는 그녀가 처한 상황이 암흑같다고 생각했다.
높은 성적, 쾌활한 성격, 반장이란 자리와 그녀의 많은 친구들이 그녀로 하여금 남부럽지 않도록 보이게 했지만 그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그녀는 그닥 행복하지 않았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서현은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처음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를 회상했다.
서현은 학생이라면 매사 사람들과 어울려 배우고 밝게 뛰어놀아야 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치맛바람 센 사립중학교에 들어간 후 그녀의 환상은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그 사회에서는 상위권에 들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당했다.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좋은 성적을 받는 방법밖에 없었다.
서현은 명예를 얻고자 하는 마음에,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죽도록 노력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네”라고 말했으며 토론 전날에는 새벽 3시까지 준비를 하고 시험기간에는 모든 교과서를 10번 이상 읽었다.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면서까지 그녀는 명예를 얻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현은 소위 모범생이라고 불리는 인정받는 학생이 되었다.
‘신서현’이라고 했을 때 “어우~ 걔 독하지” 라는 평을 듣는게 그녀의 낙이었다.
그녀는 모든 걸 다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나 피곤했던 서현은 과학시간에 졸다가 한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 꿈에서 그녀 자신과 똑같이 생겼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사람이 나왔다.
그 사람의 얼굴은 다크서클이 볼까지 내려오고 눈에 초점이 없어 창백해보였으며 교복은 여기저기가 찢겨져 있었다.
“누구세요?” 서현은 그 사람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조심스레 물었다.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던 찰나, 그 사람은 입을 열었다.
“이게 진정 네가 원하던 삶이었니?” 그 사람은 서현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갑작스레 물었다.
“네..?” 정적이 흘렀다.
서현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모든 질문에는 무조건 대답을 해야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당연하죠”라고 재빨리 답했다.
그러자 그 사람의 창백한 눈 속에서 작은 불길이 일었다.
서현은 그녀가 뭘 잘못하기라도 한 듯 움찔했다.
더 당혹스러웠던 것은 그 불길이 일어난 눈이 흡사 그녀의 눈과 닮은 것이었다.
갑자기 배경이 바뀌더니 어느새 서현은 그 사람과 함께 영화관에 함께 앉아있게 되었다.
영화관 스크린이 천천히 내려오더니 영상이 하나 시작되었다.
그 영상에는 서현과 그녀의 반친구 민서가 비춰졌다.
몇 주전 시험기간 때의 모습이었다.
“서현아, 시험공부는 잘 돼가?” 민서가 물었다.
“그냥 그럭저럭 하고 있지.” 서현이 말했다.
“에이, 잘하고 있으면서. 그래서 말인데 서현아”
“응?”
“나 너 노트 필기한거 한번만 보여주면 안돼? 나 이번에 시험 망치면 전학가야 될지도 몰라. 비싼 돈 들여봤자 얻는게 없다며 엄마가 지금 엄청 벼르고 있어.. 하.. 한번만 도와주라.”
“에? 전학? 야 그게 뭔.. 어우 근데 어쩌냐 나 노트필기한거 집에 다 놔두고 와서 줄 수가 없어. 나 기숙사 사는거 알잖아.”
“아, 그래? 알겠어 그럼.” 민서는 할 말이 더 있어보이지만 그저 걸어갈 뿐이었다.
서현과 민서는 둘 다 알고 있다. 첫째로 시험기간이니 서현이 노트들을 절대 집에 놔두고 올 리가 없다는 것과 둘째로 서로가 서로를 경쟁자로 느끼는 것을.
‘민서는 워낙 잘하니까 내가 안 도와줘도 될거야. 도움이 필요하단 것 자체가 거짓말일걸.’
서현은 영상을 보며 시험직전까지 마음이 불편했던 그 때를 회상했다.
스스로의 그릇이 너무 작다고 부끄러워하면서도 끝내 노트를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째 영상이 시작되었다.
서현은 친구들과 급식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옆에 있던 쓰레기통이 쓰러지더니 그들의 발 앞에 쓰레기가 펼쳐졌다.
서현은 주우려고 허리를 굽혔으나 친구들이 그냥 가는 것을 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 황급히 친구들을 따라갔다.
세 번째 영상이 잇따라 틀어졌다.
방에서 스탠드 불빛 하나로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있는 그녀 자신의 모습이었다.
누가 보면 학생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하겠지만 서현은 그 영상을 보며 마음이 저려왔다.
영상 속 그녀를 자세히 보면 숨죽여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의 감정이 다시 느껴졌다.
‘이 꽃다운 나이에 왜 이딴걸 하고 있냐..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서현의 머릿속 생각이 영화관에 울려퍼졌다.
뒤처지고 싶지 않단 생각은 그렇게 서현은 스스로를 옭아맨 것이다.
서현은 이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하여 옆을 쳐다보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냉철해 보이던 그 사람이 영상 속 자신과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사람을 방해하기는 싫어 다시 시선을 영상으로 돌렸다.
그녀는 금세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네 번째 영상은 주말에 집에 와 모든 피로를 잠으로 푸는 자신이었다.
“뭐야, 벌써 12시야? 아 할 것도 많은데. 엄마 왜 나 안 깨워줬어!”
집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 몰라 피곤해” 서현은 다시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 뒤로 몇몇 영상들이 더 재생되었지만, 그중 뒤통수를 한 대 때리는 듯한 한 영상이 있었다.
도덕 시간이었다.
그날의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였다.
긴 생머리의 도덕 선생님은 우리에게 한 명씩 앞으로 나와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보라고 요구했다.
남들은 다 종이를 적어 내려가는 데 서현만은 멀뚱멀뚱하게 종이를 바라보았다.
연필을 잡았지만, 쉽사리 생각이 나질 않는 모양이었다.
서현은 영상을 그만 보고 싶어졌다.
감추고 싶은 속내를 들킨 기분이라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왜 보여주는 거예요? 그만-” 서현은 그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그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거울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거울 안에는 그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자신이 있을 뿐이었다.
그 꿈을 꾸고 나서 서현은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자꾸만 그 꿈이 아른거려 수업은커녕 친구의 말도 흘려들었다.
‘그 영상 속의 나는 내가 바라는 내가 아니야.’ 그녀는 숨기고 싶은 고통스러웠던 마음을 직면했다.
그녀는 바뀌고 싶었다.
남을 도울 여유가 있는, 좀 더 이상적인 인간상이 되고 싶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서현의 마음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서현은 죽은 듯이 살았던 지난날을 잊고 깨어있는 사고를 하자고 스스로와 다짐했다.
‘이곳에 순응해버리면 난 항상 뭔가를 빼놓고 사는 느낌일 거야.’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향하는 곳을 알기도 전에 현실은 서현에게 ‘더 나은 미래 보장’이란 명목으로 더 높은 성적을 계속해서 요구했다.
또한 그녀 자신에 대해서도 알 길이 없었던 서현은 여전히 남들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갈 뿐이었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한 혼돈의 도가니 속에 그녀는 중3이 되었다.
어느 날, 서현은 ‘자신이 어디에 가장 큰 가치를 두는 지, 그리고 왜 그러한지 알아라’라는 국어 선생님의 말에 깊게 감명받았다.
‘이 교육에 잘 적응하는게 가치 있을까?’ 라며 골똘히 고민하던 서현은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남자아이에게 “넌 책 왜 읽어?”라며 질문했다.
그 남자애는 “어..?”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아이는 전교 1등에다 노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할 정도로 공부만 죽어라 하는 아이였다.
그 아이의 이름은 곤유였다.
“생기부에 넣을 독서록 쓸려고 읽는거지?” 서현은 조금 실망한 채 물었다.
“그렇지 뭐,” 곤유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너도 참 빡빡하게 사네. 넌 뭔 재미로 사냐?”
“학생신분에 공부해야지. 노는 건 어른 되면”
서현은 곤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곤유는 그런 그녀의 시선을 맞받아 싱긋 웃었다.
서현은 그 아이에 대해서 더 알아가보고 싶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 아이에게 어떤 고등학교를 희망하는지 하루 일과가 어떠한지 물었다.
그런 관심이 싫지는 않았는지 그 아이는 성실히 대답해주었다.
곤유는 한국 교육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시사·경제에 관한 기사들을 보고 등교하여 하교 후 밤 11시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12시에 운동한 다음 자는 일정이었다.
그 일정을 매일 소화해내는 곤유가 그리 힘들어보이진 않아 서현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공부가 최선이야. 이왕 몰입할거면 제대로 해야지” 곤유가 말했다.
“그래도 그렇게 살면 몸 다 버릴 것 같은데.. 네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야?”
“응”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서현은 그 아이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않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그렇게 열심이다니.
게다가 그 아인 매너도 좋았다.
서현은 곤유에게 관심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 뒤로도 서현과 곤유는 계속해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다 서로에 대한 호감을 인정하고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그 둘은 학교에서 우등생 커플로 불리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현은 곤유가 자신을 옥죄는 존재라고 느껴졌다.
뭐든지 완벽한 그이기도 해서지만 공부에 회의를 느끼는 서현을 그는 이해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딱딱한 교육에 순응하면 안 된다고,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 아닌 독특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서현의 말을 곤유는 마치 교육부장관이라도 된 양 꺾으려고만 했다.
서현은 자신이 비정상이 된 기분이었다.
그녀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그 둘은 헤어지고 말았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서현은 울적해졌다.
앞에 놓여진 자기소개서 따윈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계속 앉아있으면 기분만 더 나빠질거라고 생각하여 서현은 잠바를 하나 집어 들고 기숙사 밖으로 나갔다.
시원한 바람이 그녀를 마주했다.
문득 서현은 좋아하는 책 「연금술사」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 말고는’
‘참 모험심 넘치는 사람이야.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나도 내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었으면.’ 서현은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며 생각했다.
기숙사 뒷 언덕으로 잡초들을 헤치고 걸어가자 그녀만의 아지트가 나왔다.
지는 노을 빛을 받아 따스하게 빛나고 있는 나무들 사이의 커다란 넓적한 돌.
서현은 그곳에 있는 시간이 좋았다.
신발을 벗고 돌 위에 올라가자 차가운 감촉이 그녀의 걱정거리를 다 가져가는 느낌이었다.
‘무엇이 내 마음을 이리도 힘들게 하는지 알면서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 없다니.
난 지금 자아의 신화를 쫓으려 하지만 내 주위의 것들이 그러지 못하게 막고 있어.’ 서현은 돌에 드러누우며 생각했다.
“막막한 현실! 좋은 성적 받아서 좋은 고등학교, 대학교 가도 자기 스스로가 누군지도 모르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갖지도 못하면 뭐가 다 소용이냐고.
근데 어떡해. 난 여기 말고는 딱히 있을 데도 없는걸.” 그녀는 소리쳐보지만 목소리엔 힘이 없다.
그렇게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며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든다. 그리고 꿈을 꾼다.
꿈에서 서현은 어딘가로부터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는다.
웃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놀랍게도 그곳엔 자기 자신이 20여명의 사람들과 어울려 뛰어놀고 있었다.
그곳엔 영화에나 나올 법한 큰 목조 건물이 있었다.
목조 건물 앞 넓은 잔디 운동장은 아무 이유도 없이 그녀의 마음을 뛰게 했다.
교복을 입고 있는 자신과는 달리 또 다른 서현은 체육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이는 웃음이었다.
‘내가 언제 저렇게 웃어봤을까?’ 서현은 잠시 멍때렸다.
또 다른 서현은 열심히 뛰다말고 갑자기 우뚝 멈춰서고선 서현을 바라보았다.
두 눈이 마주쳤다. 또 다른 서현은 그녀에게 다가왔다.
“학교 예쁘지?” 또 다른 서현은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가 학교야? 되게 포근해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며 서현은 대답했다.
“난 자아의 신이야. 줄여서 자신(自神)이라고 불러.
좀 헷갈리는 이름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오랜만이다. 2년만인데 그치? 잘 지냈어?” 자칭 신이라고 하는 자신(自神)은 빠르게 그러나 또박또박 모든 말을 쏟아냈다.
모든 이가 그렇듯 꿈에선 아무리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서현도 그 상황에 빠져들었다.
“무슨 말이야. 오랜만이라니. 네가 누군지도 사실 잘 모르겠는데” 라고 말하는 동시에 서현은 중1 과학시간에 꾼 꿈을 떠올렸다.
자신(自神)은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근데 그 때와는 엄청 달라보이는데? 어떻게 된거야?”서현은 물었다.
“난 신이자 우주이자 네 자신이야.
나에게 불가능이란 없어. 난 항상 너와 함께 있지.
바람이 되어 너의 머리칼을 넘겨주고 땅이 되어 너가 서있을 수 있도록 했지.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네가 네 자신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야.
자아를 잃어버릴 때 너의 빛은 사라져버려.”
서현은 그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자신(自神)이라면 그녀의 고충을 이해해줄 것 같았다.
“그럼 어떡해. 이제 난 지쳤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개성을 찾길 원하지 않아.
모두가 똑같은 책을 읽고 똑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내가 널 도와줄게. 그러니 계속 너의 마음이 가는 곳을 따라가.
기억해 넌 너다울 때 가장 빛난다는 것을”
주변이 서서히 깜깜해져갔다.
서현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초조하기만 했다.
암흑이 되자 한 줄기 빛이 번쩍거렸고 그 빛이 남긴 흔적엔 ‘하반하세계여행학교’라고 써있었다.
그 순간 잠에서 깬 서현은 몇 초간 눈만 끔벅끔벅거렸다.
‘무슨 꿈을 꾼거지?’ 서현은 혼란스러웠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추위가 느껴져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야겠다며 일어섰다.
하늘의 별들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서현은 입김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다 별똥별을 보았다.
‘내가 가야할 길을 보여준 것일까’ 그녀는 생각했다.
하반하세계여행학교라면 오래전부터 그녀의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학교였다.
중2, 갑갑한 학교생활에 힘겨워하던 서현은 한 달간 그 학교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세계여행학교란 이름답게 그때의 여행지는 이집트였다.
그 곳의 학생들은 분명 비슷한 또래들임에도 어딘가 달라보였다.
뼛속부터 박혀있는 모습과 일이 생겼을 때 내빼지 않는 모습들이 그들을 어른스럽게 보이게끔 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 또한 서로를 가식적으로 대하거나 경쟁하지 않고 협력하는 모습이 그녀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었다.
그 학교에서 그녀는 ‘학생답다’를 느끼며 행복해했다.
그러나 시간은 지체없이 흘러갔고 한 달이 쏜살같이 흘러가버려 그녀는 집에 돌아가야했다.
하반하에서의 삶을 맛보고 나니 그녀는 도저히 원래의 삶에 적응할 엄두가 안 났다.
그리고 실제로도 적응하지 못하였다.
달라지지 않는 주변 환경에 답답함을 느낀 그녀의 머릿속에는 하반하만이 자리잡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해결되는 건 없었기에 그냥 좋았던 추억으로 남기자며 그녀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반하는 그녀의 마음 속에 있었지만 서현은 애써 그것을 잊으려고 했다.
‘꿈에서 가르킨 길이 하반하라니. 나에게 맞는 길일까 ’ 방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서현은 생각했다.
그러다 한 질문에서 멈춰섰다.
‘나는 누구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우개가 그녀의 머릿속을 지우기라도 한 듯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서현은 당황스러웠다.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았다.
자아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불안감에 떨었다.
서현은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아는 것들을 짚어보았다.
그녀의 이름은 신서현. 올해로 17살. 대한민국 경상남도 양산시에 거주하고 아담한 체구에 누가 봐도 한국인 같은 외모의 소유자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
그녀 자신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서현은 가장 중요한 알맹이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녀에게 그럴 여유란 없었다.
눈을 감고 자신을 떠올리자 앙상한 나뭇가지가 떠올랐다.
그 순간 거품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텅 비어 있던 것 같던 그녀의 마음에 포인트가 적립되듯 무언가 채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지? 뭔가 물렁했던 마음 근육이 단단해진 느낌이야.’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서현은 혼란스러웠다.
방에 들어가자 룸메이트이자 그녀의 모든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인 가령이 와있었다.
둘은 눈 마주치자마자 곧바로 수다 모드로 들어갔다.
서현에게 가령과의 수다는 서현에게 빡빡한 학교생활을 다 잊게 해주는 유일한 낙이었다.
“어디 갔다왔어? 오늘 너 자소서 쓴다고 하루종일 방에 있는 줄 알았는데.” 가령이 물었다.
“자소서 너무 쓰기 싫어서 잠깐 바람 쐬러. 넌 다 썼어?”
“난 학원에서 첨삭 다 받았지. 그래서 오늘 국제고 면접 준비 했거든?
면접 봐주시는 쌤 2분 계셨는데 한 분은 완전 날카롭고 또 한 분은 내가 말 더듬을 때마다 고개 젓고.. 진짜 장난 아니었다.”
“무슨 질문 나왔는데?”
“시사·경제 쪽에서 한 문제 나오고 인성 영역에서 하나 나오고 창의성 영역에서 하나 나왔는데 인성 영역에서 뭔 문제 나왔는지 알아?
내 단점이 뭐냐고 묻는거야.
그래서 난 내가 속도가 느린 사람이라고 대답했지.
그런데 그렇게 대답하면 안된다는 거야.
내 단점을 말하되 ”그러나 이러이러한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까지 말을 해야한대.
난 몰랐지. 이 면접도 정해진 흐름이 있더라고.
내가 느끼는 솔직한 것보단 그들이 원하는 걸 말하는게 답이더라.”
“...나 국제고 안 갈래”
“어?” 서현과 함께 국제고 준비를 하던 가령은 갑작스런 서현의 말에 무척이나 놀랐다.
“야, 너 왜그래- 나 너 때매 국제고 갈려고 마음먹었는데. 우리 같이 가기로 했잖아.”
“굳이 고등학교를 가야할까? 내가 여기서도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데 국제고 간다고 해서 행복해질 것 같진 않아.
더군다나 국제고마저 날 틀에 끼워넣을 것 같은데.
나도 알잖아. 나 한국 교육 싫어하는거. 모두가 똑같아야 하는거 재미없어. 아니 아무리 좋은 고등학교 입학설명회 가봐도 아무것도 귀에 안들리고 화만 난다니까!”
“아니, 고등학교 자체를 안가겠다고? 그럼 너 어디 가게”
“하반하세계여행학교”
“작년에 너 다녀온 곳?”
“어, 거기. 1년 다녀오게.”
가령은 잠시 침묵에 잠기더니 툭 한마디를 뱉었다. “멋지네”
서현은 미소를 지었다.
가령이라면 그녀의 걱정을 믿어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1년 다녀오고 나서의 계획이나 지금 당장 해야할 일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 서현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그녀의 마음을 따르는 일이었다.
서현은 일기장을 꺼내 들어 왼쪽의 지나온 장들을 쫘락 넘겨보며 그녀 자신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해왔는지 느꼈다.
이제 막막했던 날은 지나갔다.
그녀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2장-하늘은 내게 확신을 갖는 것을 요구했다.
주말이 되고 서현은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갔다.
서현은 그녀의 새 꿈을 말할 생각에 잔뜩 들떠있었다.
그러나 하반하란 꿈 자체가 부모님의 동의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그녀가 하반하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해 설득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자 언제나 그렇듯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그녀를 맞이했다.
보고싶었다며 엄마, 아빠를 한번씩 안아주고 이번 주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녁 밥상에서 서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엄마, 아빠. 나 내년에 고등학교 안갈래.”
“그럼 어디갈건데?” 남들이 가는 길을 꼭 따라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엄마였다.
“나.. 하반하 가고 싶어요” 서현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하반하? 갑자기 하반하엔 왜?” 그녀의 아빠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나 이제 학생답게 살고 싶어. 수업시간에 애들 둘러보잖아?
다 자거나 멍 때리고 있고 쌤들은 공부 잘하는 애들만 챙겨.
자고로 학생이면 활기 넘치고 건강해야 하는데 말야.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은데 그러기엔 하반하밖에 떠오르지 않았어.
내가 느낀 하반하는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보람 있었고 하루하루 내가 커가는게 느껴졌거든.
난 아직 사회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고 배울 것도 너무 많아서 꼭 하반하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게다가 17살에 세계여행하면 세상 다 만만해질 것 같은데.
내년 1년 하반하 어떻게 생각해?
”엄만 찬성이야. 작년에 너 다녀왔을 때 많이 큰게 느껴졌거든.
표정도 많이 밝아지고. 네가 그렇게 원하면 내년 1년 갔다오면 되지.
그 정도는 엄마, 아빠가 해줄 수 있어.“
”아니, 여기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아빠가 예전에도 말했듯이 무슨 환경이든 적응해가야할 부분은 있는거야.
한국 교육이 물론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네가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만이 아니라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서현의 아빠는 반대의 입장을 내비쳤다.
“알아, 그래서 왜 나만 이렇게 다른 길을 원할까 궁금했는데 내가 적응을 못해서가 아니라 나만 깨어있는 생각을 하려고 해서 그런거야.
지금 학교에서는 자기들이 앞을 뭐해야 할지도 모르고 지금 일어나는 일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애들이 대다수야.
요즘엔 서울대 나와도 백수 된다는데 이젠 학벌이 다가 아닌거 아빠도 알잖아~”
“넌 여기서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서현아”
“아냐, 아빠. 시키는 건 누구나 잘해.
나 하반하 갔을 때 예의나 센스 부분에서 부족한 면들 얼마나 많이 느꼈는데.
죽은 듯이 사는 사람 말고 정신이 깨어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일단 한번 생각해볼게.
네가 최선의 길을 갈려면 모두가 잘 생각해보아야지.
시간 좀 가지고 서로 생각해보다가 또 모여서 얘기해보자.”
“알겠어요. 나도 생각 더 해볼게.” 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엄마, 아빠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짝 귀를 귀울여봤지만 아무것도 정확히 들리지 않았따.
침대에 누워 서현은 무의식적으로 하반하세계여행학교 카페에 들어갔다.
하반하에 마음이 이끌린 뒤로 하반하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보는 것은 그녀의 취미를 넘어 습관이 되었다.
카페 속 9기의 사진들은 참 생동감 넘쳤다.
그녀는 9기 중 한 학생의 일주일 보고서를 읽었다.
그 글엔 ‘너무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조차 계산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지나고보니 할만했고 뿌듯했다.’ 라고 적혀져있었다.
“아! 진짜 좋겠다.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이랑 하반하에서의 시간은 차원이 다르네.” 서현은 부러움에 사무쳤다.
동시에 그녀도 내년에 여행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랐다.
계속되는 설득에 서현의 아빠는 결국 서현을 하반하로 보내는데 찬성했다.
확신은 없었지만 서현이 그토록 원하니 그녀를 한번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서현은 큰 결정에도 자신을 믿어주는 가족에게 무척이나 감사했다.
그녀의 마음은 새로운 미래에 부풀어올랐다.
학교에 가서 그녀는 친구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야야! 나 하반하 가기로 했어!”
“오- 니 진짜 인생 멋지게 산다. 세계여행 간다고?”
“진짜? 와 좋겠다. 입시 준비 넌 그냥 끝났네”
“너 그럼 고등학교는 어떡하게?”
“나 좀 여행가방에 넣어서 데려가면 안되나?”
친구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한 걱정과 비웃음보단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것이었다.
‘내가 가고 싶은 길 가는건데 누가 날 비난하겠어.
나를 첫시작으로 애들의 생각도 좀 트였으면 좋겠다.’ 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선생님, 저 내년에 고등학교 안가고 세계여행하는 대안학교 가기로 했어요.”
그 말을 들은 담임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떴으나 이내 그녀의 선택을 응원해 주었따.
담임 선생님뿐만 아니라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이 그녀의 선택을 듣고 매우 놀라며 기뻐하였다.
서현은 그들의 눈에서 그들 또한 색다른 삶을 원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 자신에겐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결정이었지만 다들 그녀가 무슨 개척자가 된 것처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서현은 고민하던 부분이 해결되자 마음을 조금 놓고 여유롭게 상황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입시 준비를 할 때 독서를 하고 스스로를 압박감에서 조금씩 놓아주기 시작했다.
중3 입시기간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겐 힘겨웠다.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떨어진 애들은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엄청난 상처를 입었고 그렇기에 합격한 애들은 마음껏 기뻐하지도 못했다.
고등학교 진학 포기서에 도장을 찍으며 서현은 그녀의 선택이 옳았음을 다시 느꼈다.
그러나 그 확신은 얼마 못가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COVID-19이란 신종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부터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바람에 세계여행을 못할지도, 아니 못한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기다리고 바라던 내년이 이렇게 될 줄이야.. 왜 하필 딱 올해야.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난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거냐고..’ 서현은 왜 이런 일이 그녀에게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서현은 하늘이 야속했다.
하반하는 하반하 나름대로 코로나 19 사태를 대처해나갔다.
입학 날짜를 미루고 인터넷으로 북강의를 시작했으며 강원도 영월에 있는 밤치학교란 폐교를 사들여 수리를 시작했다.
서현은 이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마음을 굳혔다.
비록 세계여행이란 기회는 사라졌지만 하반하만이 가지고 있는 메리트를 더 특별하게 여겼기에 서현은 2020년을 하반하에 묻기로 결정했다.
광활함, 그 불안에 대하여
자유로운 꿈과 삶에 대한 고민은 광활한 바다를 누비는 물고기와 같다.
오늘도 선택의 갈림길에 서서 꿈을 꾸는 당신에게 마음을 따라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3장-나를 찾아 떠난 여행
‘10개월 동안 같이 살 사람들을 보게 된다니.. 잘할 수 있을까?’
막상 간다고 하니 그녀는 떨리기만 하였다.
가족과 함께 정읍의 무무다원에 도착한 서현은 어떤 아저씨의 길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후에 알고보니 그 아저씨는 오유민이라는 18살 형님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서현은 오랜만에 느끼는 그 에너지가 좋았다.
‘역시 난 남들과 어울려 있어야 생기가 돌아’ 서현은 생각했다.
‘폭!’ 들려오는 거품 터지는 소리.
또 들려오는 소리에 서현은 놀랐다.
동시에 이 소리가 우연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날씨도 우중충한 탓에 서현은 그녀가 선택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길에 덩그러니 홀로 있는 것 같았다.
멀어지는 부모님의 차를 보며 서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 어떡해, 이젠?’ 그날 밤 서현은 취침시간을 넘긴 12시까지 잠에 들지 못하였다.
그녀의 머릿속엔 수만가지 생각이 오갔다.
그러다 하반하의 빡센 일정을 기억하고 서현은 잠을 청했다.
푸른 지구. 우주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지구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서현은 어딘가에 발을 딛고 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고요하고 어두운 우주는 그녀의 존재 자체도 까먹게 했다.
“여기까지 잘 왔네. 이제 시작이야. 네가 네 자아의 신화를 위해 첫 한 걸음을 딛은 순간이지.” 자신(自神)이 서현에게 말을 걸어왔다.
서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자신(自神)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어.
그 우주는 그 사람과 긴말하게 연결되어 있지.
그 사람이 무언갈 간절히 바랄 때는 온 우주에 에너지가 흘러넘치고 그 사람이 좌절할 때는 온 생명체의 색깔이 사라져.
지금 넌 네가 누군지 잃어버린 상태야.
왜인지는 네가 누군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알게 될거야.
너의 우주는 텅 빈 상태고 이대로 간다면 너의 우주는 절대 살아날 수 없어.
마침 하반하란 곳은 네 자아의 신화를 알아가기에 적합한 곳이고 너도 예상하고 있겠지만 앞으로 아주 다양한 일들이 널 기다리고 있을거야.
17년 동안 몰랐던 너의 모습을 알아가며 너의 우주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바래.” 자신은 말을 끝맺었다.
지구는 곧 초록빛 바다로 변하더니 넘실거리며 서현을 집어삼켰다.
물 속에서 서현은 더 깊이 깊이 밑으로 헤엄쳐 갔다.
눈을 뜨니 집이 아니라 정읍이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는 소리에 서현도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간밤의 꿈을 곱씹으며 그녀는 침낭을 갰다.
자신은 당분간 얼굴을 비칠 것 같지 않은 기미였다.
‘내가 이뤄낼 신화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건가.. 흠 꽤나 괜찮은데?
이런 공부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뭐.
근데 문제는 이제부터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처음 보는 사람이란 거야. 그들도 내가 누군지 모르고 나도 내가 누군지 몰라’
생각을 계속 할 여유도 없이 서현은 아침운동을 하러 바깥에 빨리 가야했다.
하반하 삶이 시작된 것이다.
10기 중에는 9기 졸업생도 대다수 있었다.
그들은 확연히 신입들과는 달랐다.
목소리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자신감과 열정이 그들을 한층 더 빛나보이게 하였다.
‘1년전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낯설고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을 텐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성장시켜놓은 것인지 궁금하다.
여행이 끝날 때쯤 나도 저렇게 변해있을까? 물론 그 변화 속엔 눈물겨운 노력이 있겠지?
어휴 뭐 그럴려고 여기 온거니까 잘하자!’
서현은 생각했다.
그렇게 서현은 하루하루 하반하에 적응해갔다.
써니쌤, 대장님, 상규쌤, 윤쌤, 진성쌤, 해인쌤 그리고 18명의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건 즐겁기만 했다.
써니쌤은 호통 없이도 학생들을 아우르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어떠한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끔 했다.
서현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학교를 만든 써니쌤에게 인정받으면 사회 어디서도 잘하는 사람일거라고 생각했다.
정읍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던 중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그날은 회장단을 뽑는 날이었다.
“회장단 해볼 사람?” 이 질문을 듣자 서현의 내부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소용돌이쳤다.
그것은 ‘열망’이었다.
그 순간 서현은 회장단이 되어 열심히 무언갈 알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런 상상을 하자 그녀의 마음은 즐거움으로 채워졌다.
‘난 어딜가든 내 자리가 있어야 해. 사람들 속에서 내 존재감이 드러나야 하고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지.
팀원으로 서포터를 하며 빛을 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남이 시키는 걸 하기는 싫어.
그럴 바엔 내가 하고 말지.’
서현의 리더욕심은 그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던 것이었다.
사실 그녀는 하반하에서의 회장단을 전부터 꿈꿔왔다.
일반학교에서의 회장단은 이름만 거창했지,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었다.
10개월 동안 함께 살아야하는 이곳에서의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지 배우고 싶었다.
서현은 부회장이란 자리를 자신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장치로 걸어두기로 했다.
그리하여 하반하 10기 회장은 준수, 부회장은 서현, 도윤이 되었다.
‘하반하에서 부회장은 어떻게 하면 되는거지? 아까 써니쌤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하루에 5분이라도 우리끼리 모여서 회의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준수형님이랑 도윤이에게 말해볼까?’서현은 생각했다.
그러나 또 다른 생각이 잇따랐다.
‘아 근데 무슨 회의냐고 반대할지도 몰라. 준수형님이랑 도윤이 입장에선 내가 오지랖을 떠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거절하거야. 그냥 가만히 있자.’
서현은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낯설었다.
‘내가 거절을 두려워 하는 사람인가 보구나.’
그 순간 또다시 들려오는 거품 터지는 소리와 마음에 무언가 채워지는 듯한 느낌.
그제야 서현은 알아차렸다.
그것들은 그녀의 자아에 대해 알아갈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었다.
혹은 그저 그녀의 상상에 의해 발생된 걸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집중하는 것에는 작은 일이라도 크게 의미부여를 하니.
어쨌거나 서현은 앞으로 알아갈 그녀의 모습들에 기대해보기로 했다.
12일 동안 서현은 코로나로 어지러웠던 바깥 세상도 다 잊고 망가졌던 몸과 마음을 위로했다. 그렇게 정읍에서의 삶은 눈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7일이란 공백기간을 가지고 10기는 영월에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영월 밤치학교 모습을 본 서현은 실제로 그 모습을 보곤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가 꿈에서 보았던 그 목조 건물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다 계획되어 있었구나’ 서현은 생각했다.
‘신들이 하는 일들에는 섭리가 가득하다.
그리고 운명이 하는 일들은 자연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섭리에 의해 안배된 모든 것들로 서로 섞여 짜여 있다. 모든 것이 거기에서 흘러나온다.
필연이라는 것도 네가 속해있는 우주가 주는 온갖 혜택도 다 거기에서 흘러나온다.
죽는 순간까지도 불평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고 진정으로 즐거워서 신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명상록」 중
4장- 주관의 중요성
하반하에서의 삶을 시작하며 ‘주관’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신경 테이블에 올라오게 되었다.
때는 적극적인 분위기의 독서 토론 수업.
책을 읽은 후 독후감을 작성하여 토론주제를 나눠보는 수업이다.
사실 독후감은 초등학생 때부터 서현에게 큰 부담이었다.
어떤 내용을 써야할지 난감해하던 그녀였다.
그 이유를 서현은 그날 독서토론을 하며 알아냈다.
뭐든지 그 자체로 수용해버리는 것.
그것이 문제였다.
‘난 언젠가부터 책에서 ’~이러하다‘라고 히면 ’아, 그렇구나‘라고만 할 뿐 내 생각을 하려고 하지 않은 것 같아.
수동적으로 책 내용을 따라가기보다는 내 생각은 어떠한지 내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해야겠어. 비판 0%, 수용 100%이니 내 주관이 없잖아!
난 내 스스로가 주관 있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어찌보면 난 부딪힘 자체를 꺼려하는 사람일지도 몰라.
솔직히 상대가 내 생각에 상반되는 말을 해도 눈썹만 찌푸릴 뿐 실제로 내 의향을 나타내진 않잖아?
나만의 생각을 하는걸 내 스스로가 계속해서 억누르고 피한 건 아닐까?’
서현은 문득 정해진 답만 외우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틀리는 것을 두려워 했기에 안정된 길만을 찾곤 했다.
그러다보니 교과서에서 하는 말이면 다 맞는 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새삼 그녀가 한국 교육에서 얼마나 순종적이고 다루기 편한 학생이었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적절한 비판까지 별난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난 날들이 잘못되었던 거야.
그러나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이제부터는 내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의식을 가지고 지내다보면 변화를 느끼겠지.’ 서현은 다짐했다.
그러자 들려오는 거품 터지는 소리.
서현은 또 미지의 부분을 찾아낸 것 같아 뿌듯했다.
‘그래, 이렇게 하면 돼. 여려가지 상황 속에서 나 신서현이라면 어떻게 할지, 무엇을 선택할지 찾아가는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 나의 색깔을 다 찾을 수 있을거야.’ 혼잣말인지 자신(自神)이 해주는 말인지 분간할 수 없는 말이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그날 밤 서현은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에 들었다.
“아니, 전 그걸 싱크대에 올려놔야 한다고 생각한다니까요?”
“야, 그럼 사용하기 불편하잖아”
“아니죠, 그게 더 편하죠!”
워커를 끝내고 방에 돌아온 서현은 기진맥진했다.
오늘도 찬영형님과 어김없이 생긴 충돌 때문이었다.
하반하에서 함께 일을 할 때면 생각을 뚜렷히 전해야하고 그러다보면 의견충돌이나 부딪힘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런 부딪힘들은 쉽게 다툼으로 번지곤 했다.
감정 소모가 심한 다툼은 그녀에겐 버겁기만 했다.
그러나 몇일간 계속되는 일상에 몇몇 깨닫는 부분들도 생겨났다.
‘나는 살아오면서 사람과 싸운 경험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은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는데 아닌 것 같아.
그런 경험이 없는 이유는 그저 내 주관이 뚜렷하지 않아서가 아니었을까.
주관을 내세우면 충돌은 당연히 감당해야할 것이지.
부딪히다보니 내 부족한 부분이 뭔지도 알았어.
나는 화를 어떻게 내는지 잘 몰라 표현에 미숙함이 있었던 것 같아.
그동안 나는 화가 나지만 삭히거나 화를 내는게 나쁜 것이라는 이상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어.
분명한 것은 부딪힌다는 건 나만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이제부턴 그 부딪힘을 나를 알아가는 현상으로 인식하도록 하자’ 서현은 생각했다.
하반하는 서현이 그동안 지내왔던 곳들과는 정말 다른 점이 많았다.
정해진 일을 보여주고 해내라고 하는 학교와는 달리 일을 찾아서 해야하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내서 개선시켜야 하는 하반하는 어렵게만 느껴졌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하는 것.
물건 하나 옮기는 것에도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했다.
생각없이 행동하면 곧바로 야단 세례였다.
“이건 왜 이렇게 한거야?” 란 질문에 “어.. 잘 모르겠어요..”란 대답은 최악 중에 최악이었다.
서현은 그동안 스스로가 생각 없이 한 행동들이 많았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17년간 그렇게 살아왔으니 하루아침에 바뀔 것도 아니었다.
때때로 서현은 자신의 근본 자체가 잘못된 것인가 하며 괴로워하기도 하였다.
자신이 그동안 옳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하반하가 가르치는 것과는 많이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ㅇㅇㅇㅇㅇㅇ
5장-불가능은 없다.
초여름, 하반하는 영월에서의 바쁜 삶을 뒤로하고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 여행 느낌이 나 서현의 마음은 설레임으로 부풀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첫 번째 여행지인 이호테우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큰 배낭을 짊어맨 행진은 마치 대가족이 이동하는 듯 했다.
코로나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서글펐지만 해수욕장 화장실의 한 글귀를 보고 서현은 마음을 다 잡았다.
‘여행은 삶과 같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길로 가게 되지만 그 길에서 또다른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그래,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야.’
이호테우 해수욕장의 노을은 강렬해서 서현은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
‘우리가 난민이 되었다고?’ 서현은 충격에 빠졌다.
앞으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은 하루에 20만원, 가진 것은 식기구, 텐트. 옷가지, 세면도구. 주어진 임무는 제주도 둘레길 걷기.
이름하여 ‘난민 되어보기 프로젝트’
취지는 난민과 같은 생활을 해보며 없는 자들의 처지를 공감하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가는 것이었다.
항상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선호하는 하반하였다.
‘아이고.. 이젠 어떤 고생을 하게 될려나.. 그래도 인생에서 이런 경험은 흔치 않으니까.
신선하긴 하다.
스스로 난민이 되었다 생각하니 어떠한 힘든 일을 해도 ‘난민이니까..허허’ 하며 넘길 수 있는 능력이 생긴 듯 하내.‘ 서현은 생각했다.
그녀가 생각해낸 인생에서 최고 긍정적인 자기합리화였다.
이호테우 화장실에서 야영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현은 10기 학생들이 한 곳에 동그랗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서현은 헐레벌떡 뛰어갔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나서 주위까지 치운 사람?” 써니쌤의 질문이 들렸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몇 초후 소수의 몇몇이 손을 들었다.
서현은 화장실이 더러운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치운다는 건 그녀로서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난민이었다.
화장실을 마음대로 막 써서 혹여나 화장실이 유료화 된다면 그들처럼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큰일이었다.
유료화가 되는 것을 막을려면 화장실을 사용하는 모두가 시민의식을 가지고 청결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기저기 떨어진 휴지조각들, 휴지통에 들어있는 각종 쓰레기 (심지어 우산까지!), 모래 때문에 막혀버린 세면대가 관광객들의 시민의식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다 진짜 화장실 요금 1,000원 내는거 아냐?’ 서현은 생각했다.
그녀는 스스로가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고 느껴졌다.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면 그 자신부터 노력해야 했다.
그때부터 서현은 땅에 떨어진 쓰레기나 화장실에 널브러진 휴지조각들을 눈여겨보고 줍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더럽다고 쳐다도 안 볼 것들이 그녀에겐 다르게 느껴진 것이다.
하도해수욕장에는 샤워실이 없었기에 페트병에 물을 받아 화장실에서 샤워를 해야했다.
‘어라..왜 불이 안 켜지지?’ 서현은 여자화장실 전등 스위치를 켰으나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서현과 희원의 눈은 어쩔 수 없이 남자화장실로 향했다. 그들은 남자화장실 칸막이에 한 명씩 들어가 변기 뚜껑 위에 옷을 놔두고 페트병 물로 눈물겨운 샤워를 했다.
중문색달 해수욕장에는 그럴 만한 화장실도 없었기에 야영장 옆의 강에서 선녀처럼 씻었어야 했다.
설거지를 할 여건도 안되어 주변의 모래와 풀로 그릇의 기름기와 음식물을 제거하고 흐르는 강물로 헹구었다.
그러나 숟가락 하나 빠지기라도 하면 누가 가져올지 가위바위보를 하기 일쑤였다.
그러하 일상이 계속되자 서현은 어디에 던져놔도 잘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온갖 고생을 다해봤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피곤에 찌든 몸에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한 걸음 한 걸음을 고통스럽게 느껴지게끔 했다.
온 몸을 누르는 듯한 무게의 배낭 또한 부담이었다.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비가 내릴 때면 무려 판쵸를 쓰고 걸어야 했다.
서현은 집이 얼마나 편한 곳이었는지 생각했다.
‘왜 난 고생을 사서 하지.. 버스 타고 가고 싶다.’
그러나 그날의 할당 거리를 다 걸어내고 나서 맞이하는 뿌듯함은 말로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배낭을 던져놓고 바닷가로 달려들어 시원하게 빠질 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건강한 학생이 된 듯 했다.
고생이 있어야 행복이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서현은 어쩔 수 없이 ‘고생’이란 녀석을 사랑해야 했다.
텐트 치는 것도 5일차되니 뚝딱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머리 속에서 힘들다고 징얼대도 다리는 계속 다른 사람들과 맞춰 걷는다.
서현은 머리와 몸의 타협점을 찾느라 온 진이 빠졌다.
그러다 중간에 간식을 먹는다고 멈추었을 때는 그야말로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어느 날, 중간에 “여자애들은 차에 짐 싣어라”라는 소리가 들렸다.
서현은 “옙!”하면서 일어났다.
“전 메고 갈게요” 들려오는 14살 제일 막내 혜윤이의 목소리.
서현은 그 순간 얼어붙었다.
막내 혜윤이마저 배낭을 메겠다는데 형님인 자신은 무얼 하고 있나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폭!’ 거품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싣으라고는 하셨는데 정말 싣어야 할까. 헷갈린다.
눈치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자꾸 내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네.. 근데 중요한 건 난 잘 들 자신이 없어.
다들 들고가는데 나만 안들고가니 불편하기도 하고.’
서현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가 걷는 중에 해인쌤에게 털어놓았다.
하반하 경력이 어마무시한 해인쌤은 그녀에게 많은 조언을 주었다.
“나도 그런 고민을 할 때가 많아.
그러나 그럴 때마다 그런 고민을 계속 갖고 있기보다는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민들에 메여있다 보며는 그 후의 일들도 놓치게 되어 좋지 않아.
얼른 털고 일어나야지.”
서현은 그 말을 듣고 힘을 냈다.
여전히 그녀가 힘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할거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큰 배낭을 드는 대신 다른 사람들의 보조배낭을 들고 물통을 담당했다.
고민에 메여있기 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념하도록 다짐하게 되는 계기였다.
더불어 그 시점에 서현은 자아정체성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했다.
‘어릴 적 난 사람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나고 사소한 움직임에도 그 사람의 성향을 잘 알아채곤 했는데 커서는 그렇지 않아진 것 같네.
그냥 나 혼자만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야. 내가 왜이렇게 차갑게 변한거지?
뭐, 이유를 굳이 찾자면 중학교 때 겪었던 사춘기겠지.
그때 내 주위에는 나와 맞는 애들도 없고 기대해보자 돌아오는 건 실망뿐이었으니..
그때부터 사람에 대해 기대가 없어지고 덩달아 관심도 없어진 것 같다.’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셨다.
또한 그 즈음에 모범생의 정의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했다.
‘어릴 때부터 선생님 말씀 하나는 끝내주게 잘 들었던 나인데 이게 마냥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모든 상황이든 수용해버려서 변화도 딱히 없고.
또 나에게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때 선생님께 말할 용기도 없어.
난 나 스스로가 그런 부분에선 대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 도대체 왜이러냐..’
하반하에 오기 전만 해도 그녀는 그녀 자신에 대해 무척이나 만족하며 지냈는데 하반하에 오니 스스로가 너무나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서현은 여행하며 자신을 알아간다는 말이 마음에 절실히 와닿았다.
여행을 할 때는 수많은 새로운 상황과 환경을 맞닥뜨리게 되니 자신의 모르던 면까지 알게 되는 것이었다.
마음이 힘들어지자 서현은 연금술사를 꺼내 읽었다.
그날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그대의 삶은 그대가 자아의 신화를 이뤄내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대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현실로 이뤄낸다오’ 였다.
그 구절을 읽고 서현은 직감적으로 그녀의 고민이 조만간 해결될 것을 느꼈다.
그녀는 노력할테니까.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란 말도 있지 않은가.
거품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까지.
그녀는 그녀의 우주가 얼마나 차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제주도 2주살이가 끝이났다.
마지막 날까지 그들은 그들이 머물렀던 함덕해수욕장의 화장실을 말끔히 청소했다.
화장실은 아주 가관이었다.
휴지만 버려야할 쓰레기통엔 먹다 남은 치킨, 아이스크림 통, 물티슈, 비닐봉지 등등 아주 잡동사니 천국이었다.
서현도 난민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는 화장실 쓰레기통엔 아무 쓰레기나 다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무의식적으로 그런 비도덕적인 습관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이 체험을 해보아야해”
서현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이번 제주도 살이로 인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제야 진짜 여행이 시작된 듯한 기분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행기 한 대가 유유히 하늘을 가로질러 날고 있었다.
6장-나는 누구인가
2020년 7월 14일 화요일
내가 줏대가 없는 사람인가? 줏대란 뭐지? 자기 주관?
난 항상 주장은 해왔어도 누군가 나에게 반박을 해올때면 “아 그렇겠네” 혹은 “알았어” 하며 쉽게 수긍해버린다.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답답하다.
그리고 이 단점은 정말 내가 맞닥뜨리기 싫어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윤쌤 말씀처럼 누군가 나의 부족한 점을 짚어준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어떻게 나 자신을 키울지만 남았다.
그래! 난 좀 답답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
물렁한 부분도 존재하고.
그게 난데 슬퍼할 필요 없어! 내일부턴 180도까진 아니더라도 1도라도 바뀌고 발전하자.
2020년 7월 15일 목요일
오늘의 내가 지켜본 나는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규칙이 있고 그것을 따라야 한다면 반드시 따르는.
예를 들어 주변 사람들이 간식을 허락없이 먹을 때 그 사람들이 권해도 난 거절하곤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대가가 나중에 따를 것 같고 그 때의 부끄러움이 너무나 싫기에 애초에 그런 일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이런 성향 때문에 피곤할 때도 있고 외로울 때도 있다.
그러나 마음이 불편한 것보단 낫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나는?> 2020년 7월 16일 목요일
항상 제안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온순하게 그저 따르는 사람말고 나만의 줏대를 갖고, 내 줏대에 자신감을 갖고 제안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선생님의 말씀이라 하면 언제나 “예!”하고 따르는 나였는데 이게 과연 생각있는 행동일까 의문이 든다.
그러나 그런 습성이 몸에 깊게 베여있어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계속 바라고 움직이다보면 될지어니..
2020년 7월 20일 월요일
난 갈대같다.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내 줄기가 좀 더 굵어져 나만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마디로 줏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나에 관련된 사소한 일임에도 내 스스로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한숨 짓곤 한다.
문제는 ‘자신감’인 것 같다.
내 선택에 대한 확신, 내 자신을 믿는다고 말로만 하지말고 행동으로 보이자, 서현아!
2020년 7월 21일 화요일
진지하고 경직되어 있을 때가 많은 사람이다.
특히 써니쌤, 대장님 앞에서 너무 진지해지고 경직된다.
그분들도 웃지 않고 딱딱한 학생이 힘드실 텐데 알면서도 쉽사리 다가가기가 힘들다.
그런 부부넹선 도윤이나 사랑이가 부럽다.
써니쌤, 대장님과 많은 대화 나누고 싶은데 마음에 모래주머니라도 달려 있는 듯 무겁기만 하다.
‘실수’에 대한 나의 두려움 때문이겠지.
2020년 7월 24일 금요일
속상하지만 내 자신에 대해 회의감이 드는 하루였다.
내가 생각해왔던 내가 아닌 것 같아서.
난 누구일까? 10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른데 그럼 그 둘이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내 단점을 아는 것. 여행 오기 전 각오했던 부분이다.
각오를 했음에도 힘겨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내 부족한 점을 아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라는 것.
부족한 점을 아예 모르면 개선할 수 없지 않은가.
지금 난 그저 내 단점을 받아들이는 중이고 언젠간 이것들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20년 8월 4일 화요일
도윤이에게 감동을 많이 한 나이다.
자기 할 일도 많은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봉사하는 모습이 참 멋졌다.
그리고 자신을 낮추고 남을 올려세울줄 안다.
경제학 시험에서 둘 다 패스했지만 난 100점이라며 치켜올려주는 순간 난 도윤이가 더 나은 사람으로 느껴졌다.
겸손 그 자체이다.
‘내가 받고 싶은 건 남도 받고 싶다.’는 마인드를 항상 갖고 살다보면 나도 어느 새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밖에 비가 무수히 떨어진다.
빗소리에 내 고민들도 씻겨내려가는 듯 하면서 오히려 마음 밑바닥에 눌러붙는 것 같기도 하고. 여름이 무르익어가는구나-
영월에 돌아온 서현은 한달간 주위 그 어느 곳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그녀 자신만 바라보았다.
그녀의 정체성을 시험하는 일들이 줄줄이 일어났다.
워낙 생각이 많았던 서현은 점점 자기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하루하루가 자신에 대한 실망의 연속이었고 그녀의 어깨는 항상 축 처져있기만 했다.
그녀에게서 자신감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녀를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진 못했다.
서현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장마에 기분도 우중충해지고 몸도 피곤해졌다.
분명 그녀가 원해서 온 길이고 쉽지 않을 것을 각오했지만 이렇게까지 고생스러울 줄은 몰랐다.
창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누워서 비를 한없이 맞을 수 있다면’
그러자 갑자기 창가 앞에 피어있는 민들레 한 송이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얘! 이제 그만 털고 일어나!” 서현은 커튼을 쳐버렸다.
단어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그녀는 샤프를 집어들었다.
샤프를 종이에 대는 순간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글이 써졌다.
‘힘내, 많은 일이 겹쳐 막막하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 다 알아.
그래도 의지만 있다면 정말 어떤 일이든 잘 헤쳐나갈 수 있을거야.
주변에서 뭐라하든 네 자신에 대한 믿음은 저버리지 말길.’ 자신(自神)이 보낸 편지였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가 보내는 편지이기도 했다.
그렇다. 서현이 의지하고 기댈 곳은 다름 아닌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그녀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새삼 스스로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어떻게 하면 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고민 상담 프로그램에서 서현이 말한 고민이었다.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픈 마음에 꺼낸 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었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었다.
그녀 스스로 회의가 많던 때라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서현은 오랜만에 만난 아빠에게 그녀가 어떻게 지냈는지,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조잘조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말했다.
‘신기하네. 분명 엄청 힘들게 지낸 것만 같았는데 막상 나오는 말은 ’너무 잘 지낸다‘라니.
나 스스로도 내가 보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나봐.
그리고 돌이켜보면 내 1학기는 치열하고 눈물겨웠지만 그만큼 값진 시간들이었던 것 같고.
그동안 하반하에 적응하느라, 내 위치 잡느라, 나 자신 알아가느라 수고 많았네’ 서현은 생각했다.
“아빤 네가 올해 하반하에 온거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기 오지 않았으면 다른 애들 같이 집에 갇혀 공부만 했을 텐데.
네가 이렇게 건강하게 크고 있단 거 자체로도 엄청 감사하다.
네가 올해 초 잘 선택한 것 같구나. 그 누구보다 아빠가 제일 마음에 든다.”
그 말을 들은 서현의 마음은 기쁨으로 차올랐다.
‘하반하 반대하시던 아빠가 가장 지지해주시다니. 감사하다. 더 잘해야지.’ 서현은 생각했다.
그 날 서현은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방향을 잘 잡아 오고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까지 흔들리기만 한 그녀에게 그런 시간은 아주 힘이 되어주었다.
자아를 찾아나서는 과정은 쉽지 않고 많은 고뇌를 동반하나, 자신에 대해 알면 알수록 단단해지는 것을 서현은 느꼈다.
조금씩 자기만의 길을 찾아내며 그녀는 무채색이었던 세상에 색을 입혀갔다.
그녀의 자아를 찾는 과정은 눈물겨웠지만 결국 그만한 가치를 보여준 것이다.
‘네 마음에 새겨두고서 늘 반추하고 돌아보아야 할 두 개의 원리가 있다.
하나는 외부에 있는 사물들은 외부에 있어서 너의 혼을 지배할 수 없고 너를 흔들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불안은 언제나 너의 내면에 있는 생각이나 판단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네 눈에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변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다.
네 자신이 이미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어 왔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라.
우주는 변하고 삶은 의견이다.
「명상록」 중
Special-생각의 전환점
무소유: 가진 것이 없이 모든 것이 존재하는 상태,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세속적 욕망이나 집착에서 벗어나면 완전한 마음의 자유에 이르게 되는 것.
언젠가 한번 써니쌤이 이런 말씀을 했다.
“인도의 비샬이라고 한 마을의 유명한 인사인 친구가 있어.
그 친구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른 적이 있는데 비샬은 돈을 받지 않더라고.
우리가 인도에 온 손님이라고 하면서.
몰래 돈을 넣어놓은 때가 있었는데 그 돈을 찾아서 우리가 떠나는 차 안에 던졌단다.
또 그 친구는 누군가 자기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원래 그 사람 돈을 자기가 갖고 있다라 돌려줄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선뜻 내어줘.
비샬은 물질적인 것에 대한 집착이 전혀 없지. 대단한 친구야.”
그 말을 들은 서현은 소유함으로서 얻게 되는 욕심과 이기심이 떠올랐다.
예를 들어 하반하에서 흔하지 않은 간식을 가지게 된다면 소유하기 위해 욕심과 이기심 같은 감정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것들은 서현을 괴롭게 했다.
그러나 무소유에 따르면 그것들은 서현에게 있으나 마나한 것들이 된다.
그렇기에 서현은 거기에 마음 쓸 일이 없다.
’생각 하나만 바뀌어도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는가‘ 서현은 생각했다.
무소유를 접함으로서 서현은 더 이상 주고받는 것, 갖는 것에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난 쓰레기를 남을 위해 줍지 않고 나를 위해 주워” 써니쌤이 말했다.
이해하지 못한 서현은 가만히 있었다.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를 하나 주울 때마다 소원을 하나 빈단다.
신께서 그런 내가 예쁘다고 느끼시면 내 소원을 들어주시겠지.
그런 의미에서 난 쓰레기를 나를 위해서 주워.”
일석이조였다. 쓰레기를 주움으로서 환경도 개선시킬 뿐더러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장치가 된다니.
서현은 앞으로 길가에서 마주하는 쓰레기가 반가워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난 신을 믿어. 옛날에 한번 이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마음이란 답이 나오더라고” 써니쌤이 말했다.
“마음이요?” 서현이 물었다.
“그래, 마음. 난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갔을 때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어.
주위의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내가 어느 길을 가야할지 잘 보이는 거지.
언제나 마음이 가는 길을 가야해.”
참으로 신선한 발상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런 듯 했다.
서현이 무언가 비도덕적인 일을 했을 때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이래서 가장 중요한 게 마음이란 거구나‘ 서현은 생각했다.
서현은 똑같은 상황이라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짐을 발견했다.
생각이 결국 인생을 바꾼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었다.
서현의 시선은 서서히 바뀌어갔다.
서현에게 생각의 전환점이 생긴 것이었다.
7장-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학기 학생회 선거 전날 서현은 큰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서현은 ’회장‘이란 자리는 감당할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책임이 막중한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선거날이 다가오자 서현은 또다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휩싸였다.
’아직 내 줏대가 부족하고 결단력 없는 나이지만 이 자리가 날 더 성장시켜주지 않을까‘’
그녀는 훌륭한 리더로 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회장’이란 자리가 가장 적합했다.
그녀는 마음이 이끄는 곳을 따라가기로 했다.
서현은 손을 들었고 기쁜 마음으로 회장이란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예상대로 회장의 길은 험난했다.
공지사항을 그 누구보다 잘 기억해야 했으며 그렇지 않을 시 모두가 피해를 보았다.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해서 선생님에게 건의를 드려야 했으며 모든 일에 나서서 아이디어를 내야 했다.
그야말로 총대를 매는 자리였다.
그런 리더의 자리는 한번도 맡아본 적 없는 서현에겐 몇 차례 고난이 다가왔다.
첫 번째로 정산낙제.
하반하 학생들에게 정산낙제라면 치를 떤다.
9기 때 정산낙제로 꽤나 고생을 했다고 들은 서현은 각오를 단단히 했으나 정산 여부를 물어보지 않은 실수로 정산낙제를 맞이하게 되었다.
서현은 이 상황을 풀어나가야 했다. 머리를 굴렸다.
‘써니쌤께 뭐라고 용서를 구해야 할까..’ 서현은 여러 가지 말들 가운데 써니쌤은 완벽한 사람보단 실수를 해도 만회하려는 사람을 더 추구하는 걸 떠올렸다.
“써니쌤, 저희 이번 정산낙제 관해서 말씀드릴려고 왔습니다.
제가 깜박하고 정산 여부 여쭤보지 않은건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써니쌤께선 완벽한 사람보단 실수를 해도 만회하려는 사람을 더 추구-”
서현은 말하면서 아차 싶었다.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네가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나본데 그걸 빌미로 내게 용서를 바란다면 큰 오산이야.
더군다나 네가 용서를 구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그 사실은 네가 알아둘 것이지 이렇게 앞에서 말하면 정말 잘못하고 있는거야.”
그 말을 들은 서현은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 모든 몸이 굳어버린 듯 했다.
“어..어.. 그러면 다시 정리해서 오겠습니다.” 서현은 당황하여 말했다.
몇 분후 할 말을 다 정리한 서현은 써니쌤을 찾아갔다.
써니쌤은 부엌일로 바빠보였다.
“써니쌤,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 혹시 바쁘세요?”
“어, 지금 바빠”
“넵, 알겠습니다” 서현은 주방을 빠져나왔다.
그 후로도 써니쌤은 계속 바빠보였다.
사람이 바빠보이면 다가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서현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저녁 설거지가 끝나고 한가한 시간, 서현은 10기 전체와 써니쌤에게 갔다.
“써니쌤, 말씀 드릴게 있는데 지금 드려도 될까요?” 서현은 물었다.
“이때까지 왜 안왔어?”
“네? 써니쌤께서 통화 때문에 바쁘신 것 같았어서..”
“그건 네 판단이지. 내가 바빠보이든 말든 넌 계속 와서 말을 해주었어야해.
아까도 주방에서 내가 바쁜건 너도 뻔히 아는 사실인데 바쁜 걸 물어보면 당연히 바쁘다는 답이 들려오지.
‘정산 낙제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는데 해도될까요?’ 라고 말했어야한단다.
정 안되겠으면 편지라도 써놓고가던가. 왜 머리를 쓰지 않니.”
“아..네. 제가 그렇게 한 것에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또, 또, 사과드리고 싶습니다라고만 하지 죄송합니다라고는 말하지 않잖아.”
서현은 멘붕 그 자체였다.
학생들 모두 앞에서 잘해내야겠다는 막중한 압박감과 그녀만 바라보는 시선들이 너무나 부담스러운데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 정산 해야하는지 확인하지 않고 저희끼리 판단한 점 죄송합니다.
저희가 특히 제가 챙겼어야하는 부분인데 미처 신경쓰지 못한 것 반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 없도록 유의하겠습니다.” 서현은 간신히 말을 끝맺었다.
“잘못을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어떻게 할래?” 써니쌤이 물었다.
서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저 써니쌤 앞에 놓여진 컵만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단어 20개 일주일간 10기 전체가 모두 패스하도록 해” 보다못한 써니쌤이 제안했다.
단어 20개라면 할 만 했다. 그제야 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날 서현은 2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혼자 추측하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둘째는 용서를 빌 때는 용서 해주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
서현은 경험 부족으로 인한 미숙함이 드러나 괴로웠다.
리더의 자리에 있으면 신속한 상황 판단과 결단력, 행동려기 필요한 것이었다.
그날 밤, 서현은 홀로 밖에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숙사 아지트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별들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만일 회장이 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힘겨운 일도 없었을 테지.
그러나 이 힘겨운 일들이 없었다면 얻는 것들도 없을거야.
아파야 배우는 거지.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이건 다 더 강한 나를 위한 성장통과 같은 경험일 뿐이다!’ 서현은 생각했다.
회장의 무게가 버겁긴 했지만 포기하기 싫었다.
수고로움을 택할수록 얻는게 많다고 생각했으니까.
다 각오했던 부분이고 이를 잘 견뎌내면 단단해질거라며 서현은 스스로를 무장시켰다.
게다가 이런 배움을 그녀는 얼마나 갈망해왔는가.
‘폭’ 거품 터지는 소리.
이로서 서현은 고개를 하나 넘어갔다.
서현은 회장 말고도 워커장이란 자리를 맡고 있었다.
워커장은 일이 주어졌을 때 팀원의 성향을 빨리 파악해서 일 분배를 하고 단순한 작업보다 어려운 작업을 도맡아 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일해본 경험이 없는 그녀로서는 막막할 다름이었다.
그녀 자신조차도 일이 보이지 않는데 일을 나눠주기란 벅찬 일이었다.
서현의 팀이 워커일을 할 때면 바람 잘 날 날이 없었다.
답답한 서현을 보다못한 15살 동생 세훈이 그녀의 일을 뺏기도 하였다.
세훈보다 일을 못하는게 사실이니 서현의 말엔 힘이 사라져갔다.
그렇게 힘든 일이 쌓여가던 중 기어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서현이 워커일 분배를 제대로 하지 않아 팀원 중 한명만 워커를 하다 다른 수업에 늦어 혼나고 만 것이다.
이에 상규쌤은 서현이 팀, 특히 서현에게 화가 났다.
상규쌤은 한번 화가 나시면 아주 무서워지는 선생님이었다.
서현은 상규쌤에게 용서를 구했다. 상규쌤은 서현의 잘못을 짚으며 야단을 쳤다.
서현은 미움받고 있다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그 때 들려오는 상규쌤의 목소리. “계속할래, 그만할래”
서현은 쉽사리 말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가 현재 너무 못하고 있단 생각에 앞으로도 잘할 자신이 없었다.
그녀의 팀에서 워커일을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러나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서 포기하면 어디를 가도 똑같을 것이었다.
서현은 이겨내야만 했다.
몇 분간의 고민 끝에 서현의 입에선 “계속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래, 포기 안했으면 됐어. 전에도 말했지?
혼나고 울면서 배우는 거라고. 그러면서 크는 거야. 포기 안했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야.” 상규쌤이 말했다.
서현은 놀라 상규쌤을 쳐다보았다.
상규쌤은 서현을 미워한 것이 아니었다.
상규쌤이 꾸짖은 것은 서현의 잘못이지 서현이 아니었다.
그 뒤로 서현은 워커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몇 번 혼나기도 하였지만 조금씩 서현에겐 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워커장으로서의 자리도 다시 잡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서현은 그날 포기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감사했다.
리더의 자리는 어렵고 고되고 외롭고 무거웠다.
그러나 동시에 서현에게 중요하고 필수적인 가르침을 주었다.
그녀는 리더를 하며 얻을 수 있었던 것에 깊이 감사했다.
리더의 자리가 가장 좋은 것은 아니지만 서현에겐 그 어떤 자리보다 스스로를 꺠어있도록 하는 장치로서 귀중한 것이었다.
또, 사람들과 함께 무언갈 해낼 때면 그것만큼 행복하고 보람찬 일도 없었다.
그리고 회장일을 하며 서현은 어느 때보다 거품 터지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난 이 자리가 맞나보네.’ 서현은 생각했다.
그녀는 왕관의 무게를 감당할 힘이 생겼다.
8장-오르막길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공통점이 딱 하나있다면 그건 바로 고개가 아닐까’
노래 ‘강강’ 중
여행이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하반하 10기는 부산에서부터 임진각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게 되었다.
자전거 타기에 소질이 없는 그녀에겐 과연 매일매일이 도전이었따.
혹여나 넘어질까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오르막길을 마주하면 한숨부터 나왔다.
오르막길은 그녀에게 두려움 그 자체였다.
어느 한번 오르막길을 마주한 서현이 절망하고 있을 때 누군가 외쳤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 그 말을 들은 서현은 멍해졌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들으니 새로웠다.
그렇다. 오르막길에선 한없이 지치고 절망스럽지만 의지를 가지고 오른다면 분명히 정상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신나고 짜릿한 내리막길을 맞이할 것이다.
이 진리를 생각하니 서현은 오르막길이 오르막길로 보이지 않고 내리막길고 가기위한 단계라고 생각되었다.
오르막길이 눈에 보이면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기어를 내린 다음 열심히 페달을 밟아 수월히 오르막길을 넘겼다.
계속 하다보니 오르막길은 더 이상 서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인생도 똑같아. 고비가 닥치면 지치고 힘든 탓에 하고 있는 일에 회의를 느끼지만 이겨내고 나면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
그 고비들이 날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것.
서현은 그녀가 넘어왔던 지난 날의 많은 고비들을 떠올렸다.
그 순간은 힘겨웠지만 넘겨내고 나니 서현은 성장한 것이 보였다.
이때까지 겪어온 수많은 고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이유 없는 고비는 없었다.
서현은 오르막길로 인생을 배웠다.
앞으로는 어떠한 고비가 닥쳐와도 자전거 여행에서 느낀 것을 떠올려 쉽게 겁먹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9장-생각의 전환점2
서현은 바램이 한 가지 생겼다.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 것.
함께 지낸 지 7개월 쯤이 지나고 나서야 서현은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에 그동안 그녀는 자신만 챙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서현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얼굴이 종종 붉어졌는데 그 이유는 한 깨달음 때문이었으리라.
서현이 개인주의적으로 살아왔다는 것.
“준원형님, 형님은 농활 돈 모은거 각자 나눠가져서 뭐 했으면 좋겠어요.” 서현이 물었다.
“난 각자가 나눠갖지 말았으면 좋겠어. 우리가 어떻게 모은 돈인데 의미가 사라지잖아.
차라리 그 돈을 내년에 하반하 너무 오고 싶어하는 경원이에게 투자하는 건 어떨까?”
서현은 그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시지?
실천 가능성을 따라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대단하시다.
저런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빛나보여.’ 들려오는 거품 터지는 소리.
미니멀리즘 다큐를 시청하고 났을 때였다.
써니쌤은 2개월 배낭 여행을 간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지 일기장에 그려오라며 숙제를 주었다.
서현은 원래 가져가는 것들을 평범하게 적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숙제였지만 한 사람은 아주 특별하게 적어냈다.
오유민. 유민은 가방 안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한 공간’을 그렸다.
‘와, 유민형님 머릿속은 ’나‘뿐만 아니라 남을 위한 생각도 깊이 뿌리박혀있구나.
그동안 난 너무 나만 보고 살았다.
자꾸 반성하게 되네
그런 나에게 계속 이런 깨달음이 오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건 표지같다.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자하는 마음을 일깨워주는 그런 표지.’ 서현은 생각했다.
‘우선 문제의 원인. 난 남을 위해 봉사해본 경험이 없어.
난 경쟁해야 살아남는 사회에 있었고 남을 위해 무언갈 하는건 상상도 못했지.
그러나 문제는 내가 아니라 날 둘러싸고 있었던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하련다.
내가 애초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앞의 상황들에 자극을 받지도 않았겠지.
내 생각의 흐름에 전환이 필요할 때다.
나를 가장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되 나만큼 남을 대해주고 생각하자.
내가 한 사람에게라도 빛이 되어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될지니.’
서현은 행동했다.
헬스장을 너무 가고 싶어하는 찬영을 대신해 부엌 대청소를 하고 아픈 혜윤을 위해 대필을 해주었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으면 달려갔으며 그녀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게 되었다.
서현은 바뀐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었다.
여행이 후반대에 접어들자 회장인 서현은 극도로 바빠졌다.
‘그러고보니 자신(自神)이 만난지도 꽤 오래됐네. 모르겠다. 내 할 일이나 잘해야지.’
개인적으로는 연극 준비, 공동으로는 스승의 날, 대장님 생신 준비 등 챙길 것이 끝이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9월 생일자부터 지우와 함께 빠짐없이 현란한 춤과 노래로 생일 파티 공연을 해왔던 그녀였기에 이벤트 기획이라면 자신있었다.
서현은 따뜻한 방바닥에 퍼질러있다가 해야할 일을 떠올리곤 벌떡 일어나 강당으로 뛰어갔다.
“자자! 얼른얼른 준비합시다. 시간이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적극적인 학생들은 벌떡 일어났지만 몇몇 비협조적인 사람들은 들은 체 만체도 안했다.
리더의 숙명이 시작된 것이다.
비협조적인 사람들까지 끌고 가야 하는 것.
어딜 가나 그런 사람들은 있는 것이기에 서현은 화를 낼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왜 그녀의 말을 따라주어야 하는지 의미부여만 잘 한다면 수월한 일이 될 터였다.
3일간 모두가 열심히 준비한 덕에 스승의 날은 정말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아직 대장님 생신 파티가 남아있었다.
스승의 날만큼의 퀄리티를 내야한다고 생각한 서현과 몇몇 학생들은 또다시 공연준비에 몰두했다.
그리고 점점 서현은 여유를 잃어갔다.
서현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화를 냈다.
그러다보니 서현보다 형님인 사람들과 트러블이 잦아졌다.
‘하기 싫은 사람들 데리고 하느라, 시간 약속 안 지키는 사람들 데리고 하느라 내가 여자 혹은 동생이라고 무시하는 형님들 데리고 하느라 난 지쳐버렸어.’ 서현은 생각했다.
서현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예민해져 신경전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가족같았던 10기가 서로를 의심하고 싫어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래도 해내야했다.
잘 해내고 싶었으니까.
10기의 역사를 세우고 싶었으니까.
서현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자신이 끌고 있는 무리가 최고가 되길 바랬다.
서현은 스스로와 학생들을 더욱 밀어붙였다.
대망의 크리스마스이자 대장님 생신 파티.
그야말로 성공이었다.
일사분란하게 공연을 하는 모습들이 함께의 힘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대장님도 감동하고 써니쌤도 감동하고 10기 전체가 감동이었다.
써니쌤은 10기가 너무 자랑스럽고 너무 감동이라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일정이 끝나고 거의 홀로 뒷정리를 하다보니 서현은 울적해졌다.
그녀가 애쓴 것들이 모든 사람들의 공으로 돌아가는 것이 내심 억울했기 때문이다.
‘10기가 너무 자랑스러웠으며 무엇보다 해낸 내 자신이 기특하고 너무 수고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내 공이 정말 컸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나만 그랬나보다.
내가 힘들인건 결국 10기 전체의 공에 파묻혔고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네.
돌아오는 건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이런 일이 쌓여가니 회의감 든다.
난 회장이니까 항상 봉사하고 희생해야하는건가?’ 서현은 울음이 터져나왔다.
모든 관계가 엉망이었고 그녀는 지칠대로 지쳤다.
한번 내려간 마음은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여행 끝에 와서 아무것도 얻은게 없다는 느낌에 그녀는 절망했다.
그런 그녀에게 써니쌤이 다가왔다.
“다 잘해놓고 이렇게 주저앉아 버리면 네가 해온 것들은 뭐가 되니.
그렇다면 인정받기 위해 한 일이 되어버리는 거다.
게다가 회장이란 자리가 원래 외롭고 힘든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꺼려하는 자리이지.
수고를 알아주는 이를 바라기 보단 네가 그들의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이 되어야해.
그리고 너에게 칭찬 해주는 사람 앞에서 알랑방귀 뀌지 마라.
칭찬은 그 때 한번 들으면 그걸로 끝이야.
더 큰 걸 원하면 기다려야지.
누가 아니? 이게 너의 먼 훗날 중대한 결정에 운으로 쓰일지.
생각의 전환점이 필요한 때야.” 써니쌤이 말했다.
서현은 속상했긴 했지만 자신의 상황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어느새 서현의 마음은 자기만족을 넘어 인정을 바라고 있었다.
매사 남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눈물을 그치고 보니 서현은 많은 일을 놓치고 있었다.
서현은 스스로에게 말을 걸었다.
‘난 그동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커왔지.
이렇게 거친 세상에 나와보니 많이 깨지는게 당연해.
드넓은 광야 속의 거대한 나무가 되려고 풍파를 맞는 중인가봐.
이게 난 더 이상 남에게 나를 맞추거나 그로부터 오는 인정을 바라지 않을 테야.
유일하게 나만이 나의 가치를 정하고 인정해줄 수 있는 존재다.’
거품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면이 가득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리더란 자리에 설 수 있음에 깊이 감사하자.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협조해주니.
이렇게 내 뜻을 펼칠 수 있는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지.
그렇지 않니? 리더의 자리가 막중한 책임을 져야하기도 하고 때론 고독하기도 하지만 그 배로 성장하니 좋지 아니한가!
내가 옳은 생각, 가치관,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좀 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고. 난 아직 배울게 참 많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서현은 다시 시작하려 일어섰다.
마치 총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총회의 들어가기 전 서현은 펜을 잡고 글을 썼다.
지난 며칠 간 그녀의 예민함에 대해 사과하고 아직 그녀에게 힘이 남아 있으니 믿고 따라와달라는 내용이었다.
‘그저 내 진심이 잘 전달되길..’ 서현은 생각했다.
서현에게 10기는 이제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다시 일어선 그녀를 보고 모두가 환영해주었다.
모든 관계가 회복되고 그녀는 안정되었다. 서현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녀에겐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는 힘이 생겼다. 거품 소리가 여느 때보다 크게 들렸다.
‘현재의 내 생각이 강한 확신에 바탕을 둔 것이고. 현재의 내 행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내 마음이 나를 에워싼 모든 것에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명상록」 중
11장-몽당연필
몽당연필: 꿈꾸는 사람만이 당당하게 살고 그러다 인연을 만나면 그 꿈을 필히 이루게 된다.
1월의 한가한 어느 날 밤, 서현은 난로가에 앉아 홀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주변은 고요했고 장작만이 난로 안에서 타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영월학교도 이젠 그녀의 집 같이 느껴졌다.
우여곡절 산전수전 다 겪고나니 모든 곳이 추억 깃든 곳이었다.
서현은 입학식 때부터 쓴 일기를 꺼내들어 읽었다.
일기장 한 장 한 장을 넘길수록 그녀는 놀라움과 환희로 가득찼다.
어느 새 그녀의 바램이 다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뒤에는 눈물 겨운 노력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많은 것을 얻었다.
‘No Pain, No Gain. 그간 나 자신 찾느라 난 참 열심이었다.
가득이나 예민한 성격에 매일매일 다양한 상황에 부딪히니 생각도 많았던 것 같고 힘겨웠고 거의 매일이 자신감 바닥이었지.
난 내가 아주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다 더 잘 알아간 것 같아 뿌듯해.
올해 끝에서 난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내가 처음과 얼마나 달라졌을지 가늠이 안 되지만 뭔가 달라진게 있긴 한 것 같다.
매순간 고뇌하고 번번히 실수했으나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으니. 이런 내가 대견스럽다!’
서현은 따뜻한 온기와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에 스르륵 잠에 들었다.
서현은 바다 속에 있는 듯했다.
수면이 바로 위에 있었지만 서현은 바라볼 수만 있을뿐 더 올라가지 못했다.
그 때 자신(自神)이 말을 걸어왔다.
자신(自神)이 하는 말은 바다 곳곳에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지금 네가 있는 곳은 너의 자아 속 세상이야.”
“왜 난 물 속에 있어?” 서현은 어딘가 모르게 무서워졌다.
저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제 네가 왜 그동안 혼란스러운 현상들을 겪었는지 알려줄게.
16살 너는 네 자신을 좀 더 가꾸고 키워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결국 무릎을 꿇고 포기하고 말지.
너는 점점 네 스스로를 잃어갔고 부풀어오르는 고슴도치처럼 세상을 바라볼 뿐이었어.
이에 너의 자아는 갈 곳을 잃은 채 상실되었고 네가 이루어야할 신화조차 희미해져갔지.
이 바다는 소멸의 바다로 불리는 곳이야.
너의 자아는 이 바다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고 있었단다.
그때 너의 우주이자 삶인 내가 너에게 나타난거야.
네가 다시 색깔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무튼 넌 내가 바랐던 대로 네가 이뤄낼 자아의 신화를 잘 쫓아왔어.
네가 한 단계 이뤄낼 때마다 네 자아가 숨을 쉬게 되고 바다 위로 올라오면서 거품 터지는 소리가 난 것이지.
그동안 넌 영적 세상에 연결되어 있었기에 나 또한 볼 수 있었던 거고.
어쨌건 넌 네가 이뤄야할 자아의 신화를 잘 이뤄냈어.
무엇보다 네가 누군지 네가 누군지 잘 알았잖니.
앞으로 네가 이뤄낼 굉장한 신화들이 또 기다리고 있어.
이곳 하반하에서의 경험이 그것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크게 뒷받침해줄 것이고.
너의 우주가 너를 항상 응원하고 있단 걸 잊지마.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자신을 믿고 나아가.
네겐 그럴 만한 힘이 있어.” 자신(自神)은 말을 끝맺었다.
서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아를 찾게 되고 자신을 언제나 믿고 응원해준 부모님과 10기 사람들을 만난 것에 감사했다.
그녀는 꿈을 쫓았고 하반하란 인연을 만나 그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서현은 자아의 신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삶은 얼마나 자비로운지 새삼 신의 뜻에 고개가 숙여졌다.
이제 저 머리 위의 수면 위로 떠오르면 그녀는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할 터였다.
그러나 그 세상이 어떻든 간에 서현에겐 상관 없었다.
이미 그녀에겐 가족만큼 끈끈해진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고 자기 자신을 믿는 힘이 있었다.
서현은 당차게 수면 위로 올라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신서현입니다.
창밖에 눈이 펑펑 내리는 지금 저희는 지난 10개월간의 여행을 되돌아보며 문집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소복이 쌓이는 저 눈들처럼 이번 10기에서 제가 취득한 것들이 소복이 쌓인 것이 잘 느껴지는 듯해 뿌듯할 따름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몫과 이루어낼 일이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을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기 위함이라고 표현을 하죠.
연금술사란 책에서 자아의 신화란 단어를 보고 제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기에 제가 이뤄낼 신화는 제 자신에 대해서 보다 더 잘 알고 사회에서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는 여러 자질들을 키워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반학교는 제게 그런 가르침을 주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곳이었습니다.
일반학교에서 저는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고 내면으로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제가 가치없다고 느끼는 것들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힘들다며 많이 울었고 몸과 마음 모두 피폐해져갔습니다.
또한 제 자아에 대해서도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터라 중심조차 잡혀져있지 않았던 사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는 것이면 안정적이니 따라가고 뭐든지 틀대로 이행하는 그런 답답한 사람이었습니다.
제 중학교 시절은 혼자서 한 엄청나게 외로운 싸움 때문에 어둡기도 하면서 깊이가 무척 깊습니다.
그렇다고 제 중학교 시절이 마냥 암흑기로 남은 것은 아닙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제 안에 있는 열정을 만나게 된 시기였습니다.
하반하 오기전 제 생각들과 상황들을 무척 상세히 적은 이유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을 위해서입니다.
소설인지라 판타지가 많이 가미된 부분도 존재하지만 저의 내적갈등과 고민은 충분히 잘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만약 자신의 마음이 남들과는 다른 곳을 향해 뛰고 있고 그 길에 가능성이 보인다 싶으면 그 길을 과감히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마음만이 당신에게 기준입니다.
당신을 막을 사람은 당신말고는 없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사회가 어떻게 보든 당신의 인생은 당신에게 달려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학벌이 중요하지 않은 요즘 시대를 증명하듯 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GED(미국 검정고시)와 SAT(미국 수능)을 준비해 유학을 갈 예정입니다.
한국 교육에 마냥 비판만 하지 않고 직접 행동으로 옮겨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제가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하반하에서 저는 많이 깨지고 또 깨졌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마무리 하는 지금, 전 주관도 생기고 일을 보는 눈도 가지고 있습니다.
리더로서 팀을 이끄는 법도 알며 무엇보다 무슨 일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깨진 틈 사이로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좋은 영양분을 채워 넣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문집에도 나와있듯이 저는 써니쌤께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인생을 해석하는 방법, 이타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에서 존경스러우셨고 훌륭한 리더이자 엄마이자 선생님이신 부분에서도 본받을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써니쌤께 혼난 부분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저의 더 찬란한 미래를 위한 성장통과 같은 경험이란걸 알아 감사할 따름입니다.
결국에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요
저를 항상 사랑으로 보듬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더로서의 자질을 가르쳐주신 대장님, 일머리를 갖게 해주신 상규쌤, 따뜻한 위로 때로는 따끔한 충고로 저를 성장시켜주신 윤쌤,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주신 종하쌤, 자신보다 남을 더 위해주시는 남다른 그릇을 보여주신 종은쌤, 언제나 제 아군으로서 응원해주시고 믿어주시는 해인쌤, 마음가짐에 있어서 많은 조언을 해주신 정인쌤께도 감사합니다.
또한 10기 학생들을 보면 참 가족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사람 간의 정을 느끼기 힘든 요즘, 함께 여행한 형님 친구 동생들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저를 항상 믿어주고 챙겨주어 참 감사합니다.
하반하에서의 삶은 couldn’t be better 였습니다.
제 2020년이 빛날 수 있었던 건 함께한 사람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 덕분입니다.
꼭 훌륭한 어른이 되어 받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주변에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제가 제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시작했듯이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자아의 신화를 찾아 흥미진진하고 찬란한 인생을 마음껏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문집이 여러분의 마음속 한구석을 따뜻하게 데웠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문집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삶이 counldn’t be better이길 응원하겠습니다.
-영월 밤치학교 3번방에서 추억회상하는 서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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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폭~~ 들려오는 거품 터지는 소리~~
(함께 느끼는 흐뭇함~^^)
짝짝짝!!!
밤잠을 기꺼이 양보하고 흥미진진하게 감정이입 제대로 하며 읽었어~~
서현이의 고민과 눈물과 자괴감과 절망과 후회 기타등등... 10개월간의 내면의 싸움 의 깊이만큼 정말 멋진 성장의 열매가 맺힌것 같다~~ 정말 멋지다!!!
회장으로써 많이 힘들었을텐데 잘 이끌어준것도 고맙고~
앞으로 서현이가 목표하고 가는 길에서도
함께 나누고 위로가 되어주는,
서로 빛을 비춰주며 반짝일수있는 삶이 되길 응원할께~~
(정읍에서 안내해주는 아저씨= 유민이....
빵 터졌음....ㅍㅎㅎㅎ)
서현아,
스스로 원하는 바를 찾았고
무엇을 할 지 알았으니
축하하고 응원한다
수고 많았고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
어디에서도 행복한 자로
늘 빛나길 바란다^^
서현이의 자아 찾기 신화 흥미롭게 읽었어. 자신을 찾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
하반하에서많은 깨달음과 성장을 이루었구나.
똑같은 경험도 누군가에게는 흘러가는 일상으로 남지만 서현이에게는 자신의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구나.
세훈이의 손빠름, 준원이와 유민이의 역발상. 리더로서 겪은 고민...
실수나 실패를 대하는 태도...
원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는 한해가 되길 바래. 멋진 대한민국의 리더가 탄생할 것이라 믿어
사랑하는 우리딸 서현아~~
올한해 정말 많은 성장을 한것같아!
자기 살아온 삶을 소설로도 표현하니 말야~
색다르지만 너의 지난 일년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수 있었어.힘든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이 대단해보이네.
모레 볼수있다고 생각하니 급 보고싶고 많은
얘기를 듣고 싶어지네.ㅎ
서현이는 왜 하반하에 왔을까... 많이 궁금했어.
그 궁금증을 문집을 읽으면서 알게되었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네 모습과 네가 원하는 너의 모습 사이에서 남모를 고민이 많았더구나.
서현이의 강점으로 보이는 섬세함과 배려심 때문에 서현이 스스로 많이 힘들었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결국 너는 알게 되었더구나.
1,2학기 모두 회장단 일을 한 사람이 서현이 외에 또 있을까? 10개월 동안 리더의 위치에서 정말 열씸히 자신을 알아온 서현이를 오랫동아 기억할거 같아. 멋진 세상을 만드는 일을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한 서현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크게 보낸다. ^^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서현이에 대해서 궁름했고
얘기나누고 싶었는데
이렇게 현란한 글 솜씨로
서현이에 대해 말해주니
아 그랬구나하고 이해가 된다
서현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보는 장점에다가
너 스스로의 갈증으로 인해
하반하를 찾아와서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제대로 보게 되어
점점 완벽을 향해 가지 않나 생각이 든다
우리 사랑이도 나는 참 좋은데
서현이와 같은 딸이 하나 더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현이 보모님은 얼마나 좋으실까 생각이 들었어
서현아 멋진 어른이 될것을 미리 축하하고 싶고
계속 하반하를 통해 서현이 만나고 싶다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너의 모습에 엄청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늘부로 서현이 팬이 됐다ㅋㅋㅋ
멋지다!
거품소리 터질때마다 너의 방향과 새로운다짐 깨닮음
너의 문집의읽는 어른들도 생각에 갇히지않고 거품들이 터졌음해~
나또한 거품소리가 들렸음좋겠다
너의 글이 마음에들어 일부 캡처를 해두었단다ᆢ다시 한번 아니 여러번읽어보게^^
고생이있어야 행복이있기에 고생이란 녀석을 선택했다!참 좋다 네 나이에 이런 표현을 할 수있는것자체가 대단하고 아줌만 왜 이렇게 부끄러워지나ᆢ
도윤이 생일때 말 한것처럼 같은 경남에 있으니 부모님과 좋은 연을 맺고싶구나
너의 방향대로 넌 분명 잘 해내리라봐~
수고많았고 언제나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