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부에게
오늘은 좀 특별한 얘기를 하려고 하오.
중국에는
江山易改 本性难移라는 말이 있죠. 타고난 본성을 고치기란
정말 힘든 것 같소. 오래된 습관도 본성만치 고치기가 힘들다는 것을 귀국하여 알게 되었소.
내가 귀국 했을 때 고치기 힘들었던 말이 몇개 있었소.
그것은 북한과 중국 동포들이 제일
많이 쓰는
'일없습니다' 와
'인차' 란 말이었소.
일없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해석이 나왔소.
1,소용이나 필요가 없다.
2,걱정이나 개의할 필요가 없다.
3,괜찮다의 북한 말이라고 했소.
일없다는 중국 동포들이 시도 때도 없이 많이 쓰는 말이잖소.
나는 중국에서 쓰던 습관대로
일없습니다는 말을 썼는데 한국인들은 알아듣지 못했죠. 듣는 사람들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번 했는데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착각하더라고요.
내가 일없습니다는 말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죠. 그때면 나도 얼마나 무안하고 당혹스러웠던지 몰랐다오.
일없다는 어원은 중국말인 没事儿이죠. 没事儿를 직역하면 일없다가 되니 말이오. 근데 일없다는 한국말로 괜찮다는 뜻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말을 고치려고 무척 노력했는데도 저도 모르게 불쑥불쑥 튀어나와
얼마나 무참하고 곤혹스러웠는지 모르오.
또 한가지 고치기 힘든 말이
'인차'
란 말이었죠. 인차는 马上이란 말인데 동포들이 많이 쓰는 말이죠. 그런데 귀국하여 내가 인차란 말을 쓰니 한국인들은 못알아 듣는거요.
사전을 찾아보니
인차는
곧 즉시 바로 금방 이내의 북한 말이라고 나와 있었소. 한국인들이 못알아 듣는 것은 당연했죠.
그리고
조선족들이 자주 쓰는
단어 가운데 선생질, 야들 개란 말도 한국에서는 꼭 삼가해야 돼요.
예를 들면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직업을 물어 올 때가 많죠. 그때 학교 교사로 근무했으면 조선족들은 선생질을 했다고 하는데 그건 실례가 되요. 질은
보통 도적질, 서방질, 개다리질 같은 부정적인데 많이 쓰여요.
8은 한국에서는 여덟이라고 해요. 근데 많은 조선족들이 야들이라고
해요. 예를 들면 서른 야들살 등등.
그리고 일인칭으로 나와 저가 있잖소. 조선족들은 어른 앞에서도 나, 목사님 앞에서도 나, 선생님 앞에서도 나라고 하죠. 이런 경우 한국인들은 나대신 저를 사용해요. 저는 자기를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뜻이래요.
우리집 사람에게 나외 저의 차이점을 얘기하며 나대신 저를 사용하라고 그렇게 권하지만 지금까지도 고치지 못하고 있소.
저희는 우리의 낮춤말이죠. 그러니 우리나라, 우리민족을
저희나라, 저희민족이라고 하면 안되요. 가끔 한국의 지성인들도
방송에 출연하여 우리나라를 저희나라라고 하는데
그건 큰 실수예요.
질부의 음성 메시지를 들어보니 질부는 참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소. 그곳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성장했는데도 한국말을 어쩜 그렇게 잘해요. 목소리는
또 얼마나 예쁘다고. 아마 질부는 타고난 언어구사 실력이 있는 것 같소.
질부는 한국에 와서 살이도 탈북자로 또는 조선족으로
의심받을 일은 없을 것 같소.
한국에 살려면 그게 얼마나 중요한
데. 중국에서 조선족이 한어 발음이 좋지않아
高丽棒子로 취급받는 일 많죠.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탈북자 또는 조선족으로 의심받기 십상이죠.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게 돼요. 질부는 한국에 와서 살아도 그런 스트레스는 받지
않겠으니 그게 어디게요.
질부는 참 대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