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안녕하세요 아랑까페 여러분들
저는 쿨럭쿨럭입니다. ^^;; 아시는 분도 있을 거고 모르시는 분도 있을거고
저는 지금 다른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기자에 대한 열정은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말이죠
예전에는 씩씩하고 당돌한게 매력이자 기자시험 합격의 필수요소 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행동하고자 노력했는데
지금 저는 에쁜 유니폼을 입고 친절과 미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하기만 한 날들이지만
신이 주신 큰 선물 '빠른 적응력'덕분에 잘 버티고 있답니다.
아래 '기자에 대한 환상'에 대한 글을 보고 저 역시 하고픈 말이 있어
겸사 겸사 펜을 들었습니다.
처음 연수원에 들어갔을때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은행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했던 친구들에 비해 저는
열정도 실력도 모든 것이 부족했으니까요
돈세는 연습을 할 때도 그네들은 기쁜 마음으로
저는 불만이 가득한 마음으로 했습니다.
결과는 뻔하죠.
135명중에 몇 안되는 탈락자 그 중에 제가 끼었습니다.
중간고사도 봤지요.
채권과 펀드, 주택청약, 수신, 여신, 자산건전성...
10과목이 넘는 방대한 양의 공부를 잘 해낼
자신감도 의욕도 없었습니다.
공부도 별로 안하고 시험봤더니 평균이하의 점수가 나왔습니다.
여기 저기 가는 곳마다 구박을 받았지요
매 순간마다 언론사 시험 공부를 했던 그 시간이 그리웠어요
열정도 희망고 없는 하루를 보내고 힘없이 숙소로 오면 자정.
마감뉴스를 보다보면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눈물이 날때도 많았습니다.
저 자리에 내가 있었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왜 나는 졸업후 1년을 투자했음에도
이렇게 엉뚱한 곳에 와서 적성에 맞지도 않는 공부를 하고 있을까.
내가 기껏 이런 일이나 해야할까
.........
처음 연수원 들어가던 날 밤 저는 수차례 다짐을 했었습니다.
결코 자만하지 않고...
기자가 될 수 있었는데 은행원밖에 안되었다는 이상한 자존심 버리자고
그렇게 다짐하고 들었갔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짐이 순식간에 무너지더군요
모든 것이 낯설었고...
은행원을 꿈꾸던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너무 초라했거든요
관련분야에는 아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대체 무슨 일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그들에게 뒤쳐지는 것을 적성에 맞지 않기때문이라고 넘겼지만
중간고사까지 망치고 나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연수원에서 한 달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참 많은 것을 했습니다.
신문에 나왔듯 백키로미터 무박2일 행군을 했고
하루 종일 극기훈련도 받고
동기들과 밤을 새워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은 술마시다가 기자시험에 주구장창 떨어져 울던 때가 생각나
오열(?)을 하기도 했지요 (흥겨운 잔치분위기에 제가 찬물을 끼얹은 격)
그러다보니 자연히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저처럼 언론고시에서 쓰라린 상처를 받고 입행한 동기들도 몇 알게되었습니다.
그들 역시 메이저 언론사 최종문턱을 오르내리며
이번엔 되겠지 되겠지 하면서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하네요
그런 사람들을 알게 되니까
그간의 고통이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느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그 친구들도 똑같이 가지고 있더군요
다시 시험을 보게될지 어떨지 모르는 것도 비슷했고
마감뉴스를 볼때마다 가슴이 쓰리는 것도 같았습니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이 아마 다른 회사에도 아주 아주 많을 겁니다.
그렇게 동지의식을 느끼고 나자
제가 그동안 아파했던 상처가 좀 덜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하룻밤 코를 골며 곤히 자고 난뒤 아침에 이런 다짐을 했습니다.
저는 제 현실엘 꿈을 대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연수 과정중에 100킬로미터 행군을 하면서
중간 중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참 많았습니다.
주위 여자동료가 도저히 못가겠다며 버스를 타버릴때에도
마음이 많이 흔들렸구요.
그때마다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정말 기자가 되었다면 수일을 밤새우고도 펄펄 날아야할텐데
고작 하룻밤 새고 걸었다고 쓰러지면 안되지."
하도 걷다보니 나중엔 발톱이 빠지려고 덜렁 덜렁 하더군요 ,
그땐 또 이렇게 생각했지요
"전쟁 중에 취재를 한다면 한쪽팔에 총을 맞아도 취재를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깟 발톱하나 빠졌다고 그만둘순없지"
소심한 상사에게 사소한 것 하나로 욕을 먹어도 이렇게 생각을 하는거지요
"기자가 되면 저 사람보다 더 이상하고 또라이 같은 사람이 엄청 많을거야
저 인간은 내 인생의 연습문제일 뿐이지"
모든 것을 이렇게 생각하니 그렇게 하기 싫은 은행공부도 조금씩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생각을 바꾸니 행동이 바뀌었지요
사실 기자가 되면 채권 펀드 주택 방카 자산건정성 전자금융등...
이 모든 지식이 도움이 될겁니다.
단순히 상품판매에 대한 내용만은 아니거든요.
세법이나 관련법률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꼼꼼히 뜯어보니 알아둔다고 해서 해가 될 것도 아닌데
제가 해왔던 공부가 아니라고 해서 외면을 했었지요.
기말고사는 정말 열심히해서 잘 보려고 합니다.
훗날 운이 좋아서 기자가 된다하더라도 은행출입기자가 되면
경험없는 사람보다는 제가 잘 해낼수 있지 않겠습니까 ^^;;
아침구보를 하는데 한 친구가 이러더군요
"너 요새 수업 열심히 듣더라. 마음이 정리됐나봐? 다행이네. 여자에게 기자는 너무 고된
직업이야. 잘생각했어. 열심히 해라 보기좋다"
친구의 말이 큰 격려가 되긴 했지만
그 친구말은 완벽하게 틀렸죠? ^^
저는 사실 연수원에 들어오고 지금 은행에서 일하면서 기자에 대한 열정이
백수로 지낼때보다 훨씬 더 커졌습니다.
다만 현실이 스파나 국어공부만 하기에는 적당치않아
제가 처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공부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외환이면 외환 담보대출이면 담보대출... 여신심사면 여신심사..
은행원을 꿈꾸는 친구들보다 이제는 제가 더 질문도 많이하고
가르쳐달라고 쫓아다닙니다.
왜냐면 저는 언젠가 기자가 되고 싶으니까요
은행원들이 아는 것보다도 더 많이 아는 기자가 되고 싶으니까요
당분간은 제가 처한 현실에 꿈을 대입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기회를 봐서 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기자가 힘든 직업인거 맞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그 '힘든 것'의 실체를 잘 알지 못하지만
참 매력적인 직업임은 틀림없습니다
백수로 공부할때는 그 정도를 잘 몰랐는데
(기자가 되지 못하는 것보다 시험에 떨어지는게 더 슬펐다는게 맞는 말 같습니다)
지금 저에게는 참 절박하고 소중한 꿈이거든요.
그래서 이 까페에 와서 여러분들 보면 참 부럽고
저에게도 이런 기회가 다시 올까 그런 생각많이합니다.
주제넘는 말이지만 정말 시간과 돈(^^;;) 이 허락하는 한
기회가 주어질 때 지금 좀더 열심히 공부하세요.
직장인이 되면 온전히 꿈을 꾸기보다는 자기 현실에 꿈을 대입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하니까요.
다들 추운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카페 게시글
■ 자 유 게 시 판
현실이란 공식에 꿈을 대입하다 -그리고 기자에 대한 환상
쿨럭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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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66
05.02.01 23:07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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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쿨럭쿨럭님의 글에는 ..항상..뭔가를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보 후퇴 삼보 전진이 있겠지요^^
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제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유는... 아마 기자가 하고싶은 그~~뜨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쿨럭쿨럭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님의 글을 읽으며 제 마음을 다시 가다듬어봅니다.
마음가짐을 다시 꼬쳐 잡도록 만드시네요.....감사합니다...
오프라인에서 한번 보고 싶은 사람 1순위, 쿨럭쿨럭 님입니다. 어쩜 매번 이리도 장문의 글을 가슴에 와닿게 쓰시는지. 힘내세요. ^^
저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시간과 돈의 부족으로 인한 환경으로 일단 취업이후에 노력을 하려고 하는 상황....물론 무지 힘들거라는건 예상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다면 그렇게 해야한다는 생각에...^^
참 멋진 글입니다. 쿨럭 쿨럭님 힘내세요. 와신상담입니다!!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공식을 완전히 정리하여 이름을 떨치길 바랍니다!!!!^^ --쿨럭쿨럭의 정의--
힘내시길...
은행도 들어가기 힘들다는데...취업 척척 되시는 분들 보면 다들 너무 신기신기!^^..저는 어째 취업 하고 싶어도 취직공고가 잘 눈에 안 들어온다는...부럽네여~저도 어디서든 일하면서 꿈을 이룰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정말로..생활력 강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저도 님의 마음이 그대로 와닿는 걸 보니 그 동안 잊고 있던 기자에대한 열정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님...!!! 은 꼭 되실겁니다. 같은 길에서 언젠가 만날 수 있기를!
저는 '쿨럭쿨럭' 님이 지난 번에 올리신 모 언론사 전형 후기의 도움으로 그 언론사에 합격한 사람입니다. 저 역시 님처럼 쓰라린 실패의 기억을 안고 모 회사에 취직을 했고,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국어 참고서 읽어가며 나름대로 꾸준히 공부했습니다. 부디 제 전철을 밟아 좋은 결과 있으시길 빕니다.
만약에 제 후배로 들어오시게 된다면 옛날 얘기하며 술잔 기울일 수도 있겠지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