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전투병과 전체에 여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뉴스와 더블어 미해군 최초의 여군 승무원이 탑승했던 핵 잠수함에서 동료 여군 탈의실과 화장실을 남성 장교들이 조직적으로 몰카를 찍어 오다가 발각되었다는 뉴스에 문득 생각이 나서 미군의 최대 성추문과 그 여파에 대해 댓글을 작성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서 등록이 안되어(....) 여기 게시판으로 옮깁니다. 쿨럭 -_-
미 해군은 과거에도 미해군 최대 친목회인 테일후크 주최로 라스베가스에서 호텔을 하나 통째로 빌려 제독들에 참모총장까지 참석하는 대규모 파티를 열었다가 그날 하룻밤동안 술에 취한 파일럿들에 의해 83명의 여성과 7명의 남성이 성추행/성폭행을 당하는 군기사고가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테일후크 스캔들이라는 미 해군 최대의 흑역사인데, 폴라 코플린이라는 여군대위가 강간의 위기에서 도망쳐서 이 일을 상관에게 고발하자 그녀에게 상관이 한 말은 '술쳐먹은 놈들 옆으로 간 니가 잘못했네.'였고, 고발자 입을 이렇게 틀어막은후 사건을 군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다가 해군청 인적자원차장 바버라 포프(민간인)가 진상조사를 담당했던 듀벌 맷 윌리엄스 소장을 불러 추궁하자 윌리엄스 소장이 '해군 항공대 기집애들은 다들 창녀들인걸 모르쇼? ' 라는 똥별스런 소릴 늘어놓으며 대듭니다.
이 일로 군인들이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게된 포프 차장은 국방부에 사건을 정식으로 고발하고 코플린 대위가 제복을 입고 공중파 전국방송에 출연하여 이 사건의 진상을 폭로하게 되죠.
해군 최대의 엘리트 집단인 파일럿들이 벌인 이 추문으로 말그대로 전 미가 경악했고 해군청장이 경질되죠. 국방장관인 딕 체니가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신임 해군청장인 숀 오키프는 해군 내 대대적인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장교단의 음주모임도 금지했으며 여성의 전투함 승선과 전투기 탑승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 발표합니다.
이 사건으로 미군 전체 병과에 여성진출 속도가 가속되죠.
최근 미 국방부가 전투병과 일체에 여군을 받아들이겠다 발표한건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건을 외부로 고발한 코플린 대위와 포프 차장은 전미 여군들의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남군들에겐 배신자들 이었죠. 코플린 대위는 내부고발자들이 늘 그렇듯이 군생활이 끝장나서 위로금 명목으로 500만 달러를 받고 군복을 벗어야 했고, 다른 피해자들 역시 반 강제로 예편됩니다.
사건이 드러나고 국방장관이 무관용을 천명했지만 수사는여전히 미적지근하게 진행되었고 14명의 제독을 포함해 수많은 장교들이 옷을 벗긴 했지만 법적으로 처벌을 받은자는 아무도 없는 걸로 끝나죠.(군내에서 벌어진 사건을 군에서 조사하면 이렇게 됩니다. 저 미국조차 이게 최선이었죠.)
우리가 우리 군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군내 성군기 사건과 수많은 똥별들의 만행에 분노하며 선진국 군대라면 다를것이라는 기대를 흔히 하는데, 사실 어느 나라든 군대와 군인들은 사고 회로가 비슷하기 때문에 내버려 두면 비슷한 사고를 비슷하게 칩니다. 미군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벌이는 사건 사고도 한국의 상식을 초월하는 일이 많죠. 그런 미군이 우리와 다른 점은 사고가 터진후에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 있죠.
군에 대한 민간우위가 중요하다는게 이 사건 전개과정에서 드러납니다.
군인들이 저지른 추문과 범죄를 군은 해결을 못해요.
왜냐면 팔은 안으로 굽고 가재는 게 편 이니까.
전부 선후배로 엮인 끈끈한 관계인데 문제좀 일으켰다고 가차없이 처벌 할 수 있겠습니까.
상관 살해같이 어지간히 충격적인 사건이지 않은 이상은 그냥 덮고 쉬쉬 하는거죠.
이 사건도 그런식으로 묻혀질 뻔한 일이 민간인인 포프차장이 나서서 밖으로 꺼집어 내 알리고 역시 민간인인 국방장관이 진상조사를 명령합니다.
그랬는데도 관련자를 군 밖으로 쫒아내는데 그치는게 고작이었죠.
민간에서 군에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했는데도 조직의 저항이라는게 이렇게 큰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군내 비리와 범죄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묻히는 이유는 군을 민간이 통제하고 있다고 볼수 없기 때문이죠.
장관부터가 양복입은 군인 아닙니까.
수많은 의문사와 군기사고,군내 비리사건을 군인들이 제대로 수사할 리가 없는거죠.
미군의 이 군기 사고는 이 일로 끝나는게 아닙니다.
2003년에는 미 공군 사관학교에서 생도간 강간사건이 벌어집니다.
우리나라 사관학교에서도 같은 사건이 얼마전 있었죠?
한국 해군에선 함장에 의한 성추행도 있었습니다.
저 테일후크 스캔들 이후 이십여년이 지났고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군내 성평등 교육이 실시되고 감시도 강화되었으나 비슷한 사건이 미군 뿐 아니라 전세계 군대에서 빈발하는걸 보면(여자도 다 군대가는 이스라엘 군대가 강간의 왕국이라고 하죠.) 군대라는 조직은 존재 그 자체가 성차별적인 문화를 기본으로 생산하는 조직이고 그런 조직문화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평등 의식이란 개념이 증발되도록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군인정신이라는건 제정신이 아닌겁니다.
그렇게 때문에 항상 민간의 감시와 관리가 필요한거죠.
가만 놔두면 언제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게 군인 입니다.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중국과 전쟁을 벌인것도 전형적인 군의 폭주였죠.
민간 정부가 군을 통제를 못해 질질 끌려가다 군이 멋대로 전쟁을 일으켰고 나중엔 군인들이 정권을 탈취하는 일까지 벌어지죠.
아무튼 이 테일후크 스캔들은 그 사건도 충격적 이었지만 그 이후 해군 개혁과정에서 더욱 충격적이 일이 벌어집니다.
16살에 수병으로 입대해 참모총장에까지 이른 제레미 마이클 보더 제독.
해군 개혁을 위해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중졸에 이등병으로 입대해서 해군 대장까지 오른 입지전 적인 인물인 제러미 마이클 보더(Jeremy Michael Boorda) 대장을 신임 해군 참모총장을 임명시키지만 수많은 엘리트 장교와 제독들이 예편당하고 병출신 대장이(항공병과에서 계속 근무해 진급해서 파일럿 파벌을 아주 잘 아는 인물이었지만 파일럿이 아니었음) 총장에 취임하자 해군 최대의 엘리트 집단인 파일럿 병과 전체가 들고나서 이 병 출신 총장을 왕따시키고 기수열외를 한끝에 괴롭힘을 당하던 참모총장이 권총자살하는 일이 벌어진거죠.
해군 개혁을 위해 부임한 보더 제독은 병사 출신 이었기에 병사와 부사관들 그리고 여군의 복무여건 개선에 크게 힘을 기울였고 미 해군의 지상타격 능력이 지나치게 항공대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고 이 타격능력의 일정 비율을 함선으로 옮기는 아스널 쉽 계획을 세웁니다. 이를 파일럿 파벌에선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하는것으로 받아들이고 신임 총장을 왕따시키기 시작하죠.
그리고 당시 해군 항공병과 최고 현역 선임이던 해군참모차장이자 항공병과장인 스탠 아서 대장이(이사람도 테일후크 스캔들 관련자) 통합군 태평양사령관으로 내정되었다가 스캔들의 여파로 의회의 반대를 받아 낙마해 예편하자 이 모든걸 자신들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조치와 동시에 정치적 탄압으로 받아들인 파일럿 병과출신 해군 인사들의 불만이 폭발합니다.
당시 보더제독은 베트남전 전쟁에 참전해 전투에 참가한 사람이 달수 있는 약장을 패용하고 있었는데 제독 자신은 전쟁에는 참전했지만 전투를 치른적은 없기 때문에 패용할 자격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상관에게 허락을 받아 패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패용해도 무관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는데 파일럿 파벌(수많은 파일럿 출신 제독들이 공격에 앞장을 섬)에선 이를 언론에 뻥튀기하여 제보하고 보더제독을 지극히 부도덕한 인물로 몰아세우며 매도했죠.
이 때문에 가벼운 헤프닝으로 끝날 사건이 침소봉대 된 끝에 명예도 모르는 용서받지 못할 자가 되버린 보더 제독은 권총자살을 하게 되고. 보더 제독의 자살로 그가 세운 아스널 쉽 계획도 폐기되어 클린턴 행정부의 해군 개혁은 끝장이 나버리고 말죠.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죠?
한국에서도 고졸출신 대통령이 들어서자 비슷한 일이 벌어졌죠.
후임 참모총장으로는 F-14 조종사로서 졸리 로저스 비행대대(태평양 전쟁당시 일본 해군을 파리잡듯 때려잡은 명문 전투비행대대 중 하나)장 등을 역임한 항공병과의 베테랑이었던 제이 L. 존슨 해군참모차장이 임명되어 그대로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나 했지만...
미 해군은 거대한 조직이고 (43만3천500여명) 해군에 파일럿 파벌만 있는것도 아니고 파일럿 출신이 아닌 기라성 같은 현역과 예비역 제독들이 즐비 했기 때문에 파일럿 파벌은 이 사건으로 완전히 인망을 잃어서 이후 미 해군에 파일럿 출신 참모총장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첫댓글 잘보고갑니다..미군도 저저돈데..
재밌네요. 헬조선 군대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어 그나마 마음이 훈훈하군요..
크허 영화로 나오면 대박칠 이야기
테일후크 스캔들...해군항공대가 빛어낸 씹병크
미군은 써도되는 약장으로도 군수뇌부를 자살로 몰아갈수도 있는데 우리나라 되도않는 훈장에 약장쳐바르고 가스통굴리는 할아버지들은 어떻게 해드려나되나
미군도 저러는구나
ㅇㅇ. 병신들은 어느 세상에나 있기 마련이죠.
차이가 있다면, 그 병신들 제대로 조져놓을 수 있냐 없냐 뿐.
한국은 특이하게도 병신들 조져놓는걸 고민하는게 아니라 그 병신들을 지도자로 만들어 섬기는데 혈안되어 있다는게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