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 어떤 꽃이 피었는데, 한 뿌리와 한 가지에서 크고 작은 꽃이 피었다. 큰 것은 매화나 오얏만 한데 밖으로 빙 둘러 에워싸고, 작은 것은 귤이나 계수나무꽃만 한데 가운데로 송골송골 모여 피어 있다.
바깥 것의 수는 대략 여덟 송이요 안의 것은 백여 송이나 되는데, 나무꾼도 별로 기이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름을 아는 자도 없다.
나는 이것을 보고 퍽 기이하게 생각하였다. 같은 꽃이면서도 크고 작은 차이가 있는 것도 기이하거니와, 큰 것은 밖에서 감싸고 있고 작은 것은 안으로 모여 있으니 이것이 더욱 기이하였다.
그래서 '왕소(王所)의 꽃'이라고 불렀다. 큰 것은 심왕(心王)이요 작은 것은 심소(心所)다. 심왕의 수는 여덟[八]이니 밖으로 피어 있는 꽃이요, 심소의 수는 쉰하나[五十一]니 안에 있는 꽃이다. 밖의 것은 여덟에 간혹 증감(增減)하기도 하지만 여덟이 상수(常數)요, 안의 것이 항상 본수(本數)에 곱절이 되는 것은 심소가 비록 쉰한 가지지만 자세히 나누면 끝이 없기 때문이다.
심왕은 밖에 있고 심소는 안에 있는 것은, 왕(王)은 소(所)를 거느릴 수 있으나 소는 왕을 거느릴 수 없기 때문이다. 왕은 다섯에서 나왔고 소도 다섯에서 나와서 다섯 개의 꽃술이 있는 것은, 왕은 홑이요 소는 겹이기 때문이다. 밖의 것은 먼저 피고 안의 것은 늦게 피는 것은, 왕은 근본이요 소는 지말이어서 오래 묵어 있다가 이제야 나타나기 때문으로, 대개 시절인연을 말한 것이다.
어떤 이가 말하였다.
"이 꽃은 곱지도 않을뿐더러 태우면 연기가 사람을 괴롭히므로 나무꾼도 팽개치고 땔나무로도 쓰지 않습니다. 무엇이 기이하다 할 것이 있습니까?"
아! 이것이 바로 기이한 점이다. 장생(莊生: 장자)이 가죽나무를 귀히 여긴 것은 재목으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재목으로 쓰지 못하면 주워 땔나무로도 쓸 수 있을 것이지만 이것은 땔나무로도 쓸 수 없으니, 천하에 이보다 더 쓸모없는 것이 없다.
<주역>에서 말한 비둔[肥遯, 천산둔(天山遯)괘 上九 효사]이라는 것이 바로 이를 두고 말한 것이다.
첫댓글 무용지용,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_()_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은 장자에도 있었습니다
진리는 모두 하나 임을 새삼 알게 됩니다. _()_
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