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시인동네 시인선 067
하루가 유난히 붉었다 이동화 시집
이동화 시집 | 하루가 유난히 붉었다 | 문학(시) | 신국판 | 138쪽 | 2016년 11월 10일 출간
값 9,000원 | ISBN 979-11-5896-287-6 03810 | 바코드 9791158962876
[책 소개]
〈시인동네 시인선〉 067. 2004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동화 시인이 오랜 서정과 사유의 담금질 끝에 세상에 내놓는 시집이다. 이동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파른 ‘현실’과 낭만적 ‘꿈’ 사이의 복합적 접점을 다양하게 드러내는데, 이는 좋은 시들이 가지는 서정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시집 전반에 걸쳐 삶의 근원적 이치를 묻는 서정적 고백록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그를 통해 우리는 한층 심원하고 보편적인 세계로 나아간 시인의 진경(進境)을 바라보게 된다. 개별성과 보편성을 통합적으로 구현하는 그의 시편들은 서정시가 개인 경험의 산물인 동시에 보편적 삶의 이치를 노래하는 양식이라고 하는, 감각과 인식의 갱신을 구축하며 뭇 생명에 대한 경이를 경험하게 해준다. 또한 구체적 삶의 활력을 확보하면서도 결코 생경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법 없이 다만 일상의 눈으로는 지나칠 수 있는 어떤 잃어버린 근원에 대한 끝없는 추구를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근원적 실재를 아름답고 처연하게 보여주면서도 우리가 망각한 가치들을 들여다보게끔 하는 그의 시편들은 그 자체가 곧 시의 존재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책 속으로]
삶의 근원적 이치를 탐구하는 서정시의 존재론
모든 서정시는 가파른 ‘현실’과 낭만적 ‘꿈’ 사이에서 생성된다. 이성적 질서에 의해 파악되는 ‘현실’이나 정서적 침윤과 융기 과정에서 생겨나는 ‘꿈’은, 그렇게 서정시의 양면적 속성을 풍요롭게 구성한다. 그것이 한쪽으로 경사되거나 한쪽을 배제할 때, 우리는 서정시의 불구적이고 편향적인 풍경을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좋은 서정시는 현실을 순간적으로 반영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꿈의 질서를 마련하여, 현실과 꿈의 복합적 접점을 다양하게 드러내게 마련이다. 이때 시인들이 꾸는 ‘꿈’이야말로 우리의 삶 곳곳에 배인 폐허와 불모의 기운을 치유하고, 나아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상상력을 견지하게끔 해주는 원질(原質)로 작용한다. 나아가 시인들은 ‘회감(回感)’의 원리를 통해 우리가 가닿아야 할 새로운 삶의 태도를 암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현실과 꿈의 복합적 접점을 풍요롭게 드러내면서 시인이 구현해낸 풍경을 통해 삶의 근원적 이치를 새롭게 듣게 된다. 시인이 말한 것처럼 “떠나보낸 것들도/언젠간 저 먼 우주를 돌아/운명처럼 다시 다가올”(「시인의 말」) 순간을 예감하면서 말이다.
이동화의 시 한 편 한 편에 서린 경험적 실감이나 무게는 탁월한 개성을 담고 있다. 그것은 그가 삶의 활력을 노래할 때에도 그 안에는 매우 미세한 정서가 숨 쉬고 있고, 가없는 슬픔을 담아낼 때에도 거기에는 퍽 구체적인 삶의 과정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시편은, 서정시가 개인 경험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보편적 삶의 이치를 노래하는 양식임을 뚜렷하게 알게 해준다. 이처럼 이동화 시인은 보편적 삶의 이치에 대한 잔잔한 성찰의 음역(音域)을 통해, 사물 속에 선명하게 담긴 시간의 흐름을 읽어내고, 일상적 감각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생명의 질서를 은유해가고 있다.
서녘 하늘 한 자락을 베어 앵글에 담았다
남쪽에서 몰려온
하루가 유난히 붉었다
목젖이 푸른 새가 울어
나는 아무도 가지 않는 숲의 반대편으로 걸었다
느티나무는 천 개의 푸른 혀를 가지고도 침묵하고 있었고
가로등 하나 묵묵히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저녁이었다
—「하루가 유난히 붉었다」전문
시인은 “서녘 하늘 한 자락을 베어” 앵글에 담아간다. 서쪽 하늘은 마치 하루를 유난히 붉게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이때 “목젖이 푸른 새”의 울음이 ‘붉음/푸름’의 이미지 대조를 파생시키고, 시인은 “아무도 가지 않는 숲의 반대편”을 택하여 걷는다. 바람 한 점 없는 저녁의 이 ‘붉음’은, 느티나무의 천 개 “푸른 혀”의 침묵과 어울리면서 선명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동화 시인이 견지하는 관조와 묘사의 힘이 여기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이동화 시편은 “이별은 새로운 희망일 뿐”(「가방을 버리다」)이라는 역리(逆理)와 “아직 나에게 도달하지 못한 빛”(「별에서 온 그대」)처럼 존재하는 가치를 새겨가는 근원적 탐구의 세계이다. 원래 모든 서정시는 진솔한 자기 고백과 확인을 일차적 창작 동기로 삼게 마련이다. 따라서 서정시의 저류(底流)에는 시인 자신이 오래 겪은 경험 가운데 가장 절실한 기억의 층이 녹아 있게 된다. 그 기억의 지층에서 시인은 회상(回想)과 예기(豫期)를 치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동화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이러한 서정시의 기율을 전형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는 범례(範例)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처럼 아름답게 도달한 시의 존재론을 넘어, 그가 앞으로 개진해갈 다음 세계를, 마음 깊이, 기대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시인의 말]
나를 떠난 것들이 나를 묶어놓는다.
하지만 그들은
먼 우주를 돌아 다시 운명처럼
내게 다가올 것이다.
나는 그 궤도를 공전하는 외톨이별이니,
기다리지 않는다.
다만, 떠난 자와 다가오는 자
그 사이에 그리움이 있다.
거기에서 나의 詩도 태어난다.
[저자 소개]
이동화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4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밤마다 별을 키운다』가 있다.
■ E-mail: firstvil@hanmail.net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목발 13
호모오피스쿠스 14
가방을 버리다 16
바닥論 18
폐휴대폰의 침묵 20
부러진 화살 22
카를 마르크스 참회의 밤 24
개기월식 26
나이트메어 28
발바닥 지도 30
메타폴리스의 저녁 32
2036년 6월 3일 34
마흔, 소유와 존재에 대하여 36
얼룩팬지꽃 38
외계인 40
개나리아파트 424
제2부
뱀의 혀 45
고사목 46
가을의 전언 48
빗소리 레시피 50
조화(弔花) 52
조팝나무 53
어둠 속에는 그늘이 없다 54
물버들나무 56
낙과 58
보리수나무 59
봄날은 간다 1 60
봄날은 간다 2 62
5월의 밤길 64
황혼이혼 66
까치밥 68
제3부
장미 71
삼색 신호등 앞에서 72
별에서 온 그대 74
폭설 76
고백, 소리에는 내력이 있다 78
응답하라 1987 80
사랑 82
달에게 쓰다 83
오래된 정원 84
빙하기 86
벽 87
미포에서의 하룻밤 88
꽃 지다 90
하루가 유난히 붉었다 92
여름 93
공전, 별의 짝사랑 94
제4부
희망의료원 97
까마귀 나는 밀밭 98
만월 100
성묘 102
사데풀꽃 104
환생 105
석간신문 106
금붕어의 집 108
추석 무렵 110
뇌성마비 소녀 112
석남꽃 113
인계동 114
이동산부인과 116
화장祭 118
그해 여름은 길었다 120
봄날 122
해설 삶의 근원적 이치를 탐구하는 서정시의 존재론 123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펴낸 곳 문학의전당 | 편집실 주소 (04144)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413호(공덕동, 풍림VIP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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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집을 출간하심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감사합니다
한권을 집필하면서 얼마나 행복하셨을까 싶으네요.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