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들르던 23세 여대생입니다.
늦은 시각에 도저히 잠이 오지 못하는 일을 겪어서 분을 삭히고자 글을 써 봅니다.
올해로 21세가 된 여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은 오산에 위치한 전문대에 다니고 있어요.
작년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거의 포기하고 있다가 자신이 원하는 과에 붙은 동생... 설렘과 부푼 마음을 안고 막 입학했을 때에 학회비 19만원 때문에 학교랑 한참 실랑이가 있었어요.
돈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매일 학교에 남겨서 조교며 교수며 선배들한테
압박 받는 동생이 안쓰러워서 결국 어머니께서 학회비를 내셨어요.
그리고 올해 동생이 2학년이 되었는데 학회비를 또 걷네요... 11만원...
(제가 다니는 학교는 1학년때 딱 한번 내라고 했었고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못낸다고 하니 크게 일 없이 지나갔거든요. 4학년이 된 지금까지 돈 내라는 압박은 한번도 없었구요. 그래서 형편을 말씀 드리면 아마 괜찮을 거라고 여겼는데 형편이 어려우면 분할납부를 하라고 하시네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학교에요.)
저희 가족 5명이서 지하 살아요. 어머니, 아버지, 저, 동생 둘...
게다가 아이들이 다 커서 3명 다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동생들과 제 학비며 용돈이며 자취비용이며...
일절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아도 참 힘들게 사는 집이에요.
자영업 하시는 부모님 항상 11시 넘게 들어오셔서 새벽 한두시까지 뜨게질 부업 하시고 주무시고... 어릴 적 부터 허투루 돈 한번 써보지 못하고 살아온 가족 입니다.
가족여행은 꿈도 못꿔보고 13년전에 한번 강원도 다녀왔고 3년전에 한번 무의도 다녀온 게 다네요. 제가 7살때 산 TV도, 외할머니께서 시집오실 때 혼수로 가져오신 손 미싱도,
어머니께서 처녀적에 신으시던 신발을 아직도 신으시는 검소한 집이에요.
그런 집 사정 잘 아는 동생인지라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회비 내기 힘들다고 몇번이나 말씀 드렸는데 이번에는 기어코 교수님께서 나무라시네요.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교수님께서 학회비에 대해 언급하시는 것에 놀랐어요.
게다가 통장도 직접 관리하신다구...
1학년때 학회비를 분할로 납부 했는데 이름이 없다구요.
그럼 그걸 다시 내라는 말씀 이신가요?
일단 2학년분을 내라는 말씀은... 그런 것 아닌가요?
그 돈...
저희 어머니께서 주말에 일일가정부로 일하시고 받아오신 돈 이에요.
하루종일 남의 집 청소하고 밥하고 그렇게 일하시고 받아오신 돈 이에요.
지금 너무 화가 난 상태인지라 글이 다소 두서없이 써지네요...
그저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었어요.
너무 슬펐어요.
아무것도 아닌 '학회비'라는 명목 때문에 고민하고 잠 못 이루는 동생을 보면서...
오늘 제가 사준 2만원짜리 청바지를 너무 고맙다며 하루종일 기분 좋아하던 동생을 생각하면서...
오늘 처음으로 가난이 미웠어요.
아마도...
여지껏 가난이라는 걸 미워해 본 적은 없어요. 우리는 가난 했지만 행복한 가족 이었으니까... 조금 더 아껴쓰면, 조금 더 사용하면 해결되는 일이었으니까요.
가난했기 때문에 검소한 습관을 갖게 되었고
물질적인 것보다 본질적인 것을 보는 올바른 사고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말했던 것 처럼 가난은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는데..
아직 어린 나이에 돈 때문에 눈물 보이는 동생들을 보면서
항상 감사드리지만 항상 죄송한 부모님을 보면서... 돈이 참... 밉네요.
오늘은 늦은 시각까지 잠 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린 28 ^^...
30...............................
우리도 30........ 안낼라고 용써봤지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