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먹은 술이 작취미성(昨醉未醒) 이다.
어떤 사람은 점심 때 이후에도 술이 깨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사람에 비하면 준수한 편이지만, 세월에 장사는 없는 것 같다.
속도 좋지 않고 항상 시키는 된장찌개보다 시원하고 매콤한 동태찌게가 좋을 것 같아 주문해 놓고 무심코 옆의 탁자에 있는 며칠이 지난 구문을 본다.
내가 애용하는 이 식당에서는 음식 배달을 위하여 덮을 신문이 필요해서인지 옛날 신문을 종종 본다.
백반을 시키면 금방 나오는데, 동태찌게를 시키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
음식을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에 옆에 있는 구문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도하 아시안 게임의 펜싱 경기에서 첫 번째로 우리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박세라의 사연을 봤기때문이다.
박세라는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헤어져 아버지와 두 동생을 생활을 책임져야 했다고 한다.
노동일로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아버지와 어린 동생들로 인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가고 싶은 대학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펜싱팀을 창단한 부산 시청에 입단하여 많지 않을 월급으로 가계를 이끌어 나갔다고 한다.
힘든 생활에 고치님에게 ‘도망가고 싶다’며 울어 보기도 했단다.
약한 몸이기에 아버지가 ‘힘 세라’라는 의미로 이름을 ‘박 세라’라고 지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남의 일 같지 않아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겁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식당 앉아 있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손님들과 주인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옆의 휴지로 눈껍을 닦는 시늉을 해보기도 하고 코로 나오는 눈물에 코도 풀어 본다.
“감기가 들으니 눈물 콧물이 다 나오네?”
이상하게 보는 낯익은 주인의 눈을 피하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본다.
“아주머니,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테니 동태찌게는 푹 끌여놓으세요?”
아무래도 이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남자의 눈물을 보이기가 싫어서 인지도 모른다.
덜 떨어진 팔불출이란 소리도 들을 수도 있으니.....
박 세라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겪었을 어려움을 자랑스런 메달로 돌려 주었다는 대견함 때문에 감동의 눈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다 커버린 두 딸아이의 어릴 적 일이 생각난다.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다닐 때이다.
무슨 일 때문에 둘째 아이를 혼 내주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렇게 하려면 집을 나가라고 말하자 정말로 집을 나가 저녁 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나는 후회했지만, 거두어 들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밤이 늦자 걱정도 돼서 동네 주변을 찾아 보니 다행히도 공원 벤치에 있는 것을 발견해 적이 안심을 하고 멀리서 지켜보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똑바로 자라 제 구실을 하고 있는 두 딸아이를 생각하면 대견스럽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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