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둥지를 틀고 - 조영란
가지가 부러졌다고 해서 나무가 끝나는 건 아니다 나무의 울음소리를 들은 적 없지만 슬픔이란, 소리 없이 쌓이는 것 아파하며 재구성되는 것 부러진 가지 끝에도 수액은 흐르고 나는 몸통에서 떨어져 나간 잎들의 행로를 본다 그것은 소멸이라기보다 귀환에 가깝다 그럼에도 새들은 날아와 둥지를 튼다 바닥에 흩어진 고통의 잔해들을 물어와 차곡차곡 쌓으며 마른 잎들과 어둠의 깃털을 뽑아 빈틈을 메운다 나는 연약한 가지처럼 사소한 바람에도 쉬이 흔들리고 나의 상념은 목마른 가지처럼 닿고 싶은 쪽으로 팔을 길게 뻗는다 다시 태어나는 날개들
ㅡ계간 《가히》(2026, 봄호) ******************************************************************************************** 2026년 2월 마지막 날, 한반도를 찾아 겨울나기하던 철새들이 이동할 준비에 분주합니다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도 덩달아 바쁩니다 둥지를 바꾸려는 새들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것이어도 날개를 쉬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은 꼴불견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전봇대에 둥지를 튼 새집을 헐어버리는 사람들의 수고를 목도했습니다 저 멀리 전깃줄에 앉앗다 날아가면서 시끄럽게 울부짖는 까치들이 안쓰러웠지요 어차피 지금 기새등등한 정권도 영원할 리 없건만 눈치 보기 바쁜 정치지망생들도 안쓰럽긴 마찬가지네요 '날아라, 날아라, 닿고 싶은 쪽으로 날개를 펼치거라' 혼잣말이 길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