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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을까. KBS는 전문가들과 함께 꾼들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2012년 이후 임원 정보, 11만여 건을 전수 조사했다. 언론사 최초의 시도다. 박은석 : 법무법인 린 변호사, 전 검사 전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장 최병철 : 회계사, 충북대 경영학과 교수 무자본 M&A 관련 논문 발표 염유식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관계망분석(SNA) 전문 박주근 :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대표 [인터뷰] 박은석 / 법무법인 린 변호사, 전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장 “이 두 개 회사에서 근무한 분들을 추출해서 보니까 석연치 않은 M&A가 있었고 또 그분들이 근무한 뒤에는 얼마 있다가 상장폐지가 되더라? 정상적인 경영진이라기 보다도 자본시장을 흐리는 일을 하는 분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무자본 M&A 의심 기업과, 그 결과라고 볼 수 있는 상장폐지 기업을 모두 거친 임원들을 추적했다. 우선, 무자본 M&A 의심 기업은‘코스닥 개미귀신’ 1편의 결과를 가져왔다. 1편에서는 무자본 M&A 기업을 가려내는 기준을 제시했다. 잦은 최대주주 변경, 전환사채 발행, 유행 사업 추진 등 6개 기준 가운데 4개 이상 해당하면 무자본 M&A된 게 유력한 걸로 봤다. 모두 104곳이 나왔다. [인터뷰] 박주근 / 기업분석업체 대표(코스닥 개미귀신 1편 중) “그래도 현재 상장돼 있고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상장기업들인데 설마 이 정도 나올까? 사실 몇 개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거든요. 저는 사실 좀 놀랐습니다.” 이 104곳 무자본 M&A 의심 기업의 최근 10년 임원 가운데, 상장폐지된 기업에서 일했던 임원이 있는지 살펴봤다. 상장폐지된 기업의 임원은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장폐지 돼도 공시 내용은 남아있다. [인터뷰] 김성호 / 개발자, KBS 뉴스시스템개발부 “임원 정보를 연동할 수 있게끔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 실제 구현한 집계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수집을 하게 되면 축적된 데이터가 엑셀 형태로 재가공돼 나오게 됩니다.” 문제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회사를 무너뜨리는, 꾼은 몇 명이나 될까. 불투명한 자금 운영으로 상장폐지된 코스닥 기업, 119곳의 임원은 1800여 명이었다. 이들 중, KBS가 추출해 낸 무자본 M&A 의심 기업에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임원은, 141명이었다. 상장폐지 기업 출신 임원이, 무자본 M&A가 비교적 힘든 시총 ‘상위’ 기업에서도 일한 경우는 8명에 불과했다. [인터뷰] 최병철 / 회계사, 충북대 경영학과 교수 “‘한 나무에 벼락이 두 번 치면 그게 우연일까. 아니면 그 나무에 피뢰침이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봐야 되거든요. 무자본 M&A 라든가 상장폐지까지 되는 그런 사건들이 아주 확률이 낮은 사건들이죠. 임직원들이 겹친다면 ‘그런 전문가들이 실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리적인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기자 : 그분들이 무엇이 전문일까요, 교수님? “(무자본 M&A 세력들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죠. 첫 번째, 다양한 신사업 진출 공시라든가 과장 공시를 이용해서 주가를 띄우죠. 주가가 크게 올라가면 선량한 투자자들한테 팔고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겠고요. 두 번째는 외부에서 자금을 신규로 조달한 다음에 그 금액을 뒤로 빼내거나. 그런 분야에 통달한 어떤 전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전문가’들은 어떤 일을 했을까? 141명의 재직기간에 벌어진 일들을 역추적해봤다. 재직 기업 대부분에서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곳이 절반이 넘었다. [인터뷰] 최병철 / 회계사, 충북대 경영학과 교수 “(불성실 공시법인들은) 허위 공시나 과장 공시였던 경우가 많았고 그 과정에서 동시에 주가 흐름을 비교해보면요. 대부분 주가가 많이 올라갔다가 고점에서 내부자들이 주식을 팔면 주가가 내리막을 가는 경우가 많죠.“ 141명이 재직했던 기업이 거래 정지된 경우가 68%에 이르렀다. 절반 가까이에서는 소송이 제기됐다. 이 같은 위험 징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람은, 김용빈 회장이었다. [인터뷰] 박주근 / 기업분석업체 대표 “우리가 세봤는데 무자본 M&A 특징에 해당하는 6가지 이벤트에서 가장 많이 해당하는 사람은 무려 100회까지 해당되는 분도 있었어요. 그 정도로 많이 걸리는데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에서 이분들이 자유롭게 그런 것을 할 수 있도록 무방비하게 놔뒀다는 거 자체가 저는 충격이었습니다.” 이뿐만 아니었다. [인터뷰] 염유식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왼쪽에서 보시는 그림은 코스닥 상장사 지난 10년간 전체 임원, 약 3만 명 넘는 임원들 간의 연결망을 보여주고 있는 그림이고요. 오른쪽은 (무자본) M&A가 의심되는 104곳 기업들의 임원들 3300여 명 되는데 그 임원들의 연결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자본 M&A 의심 기업 임원들을 회사를 연결고리로 이어봤더니, 98.82%, 3309명이 모두 하나로 묶였다. 서너개 기업만 통하면 모든 임원을 알 수 있는, 사실상, 하나의 집단인 셈이다. [인터뷰] 염유식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무자본 M&A가 의심되는 임원들 간의 연결망은 물론 소규모 그룹으로 쪼개져서 분리돼 있는 그룹도 있지만 전체가 굉장히 끈끈하게 하나의 그룹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그런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로서로 알음알음 아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인터뷰] 박은석 / 변호사, 전 검사, 전 금감원 국장 “자본시장의 허점을 노려서 부당 이득을 꾀하는 세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상 그 사람들이 노리는 캐피털 마켓은 존재하는 것이고 그 사람들이 노리는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한 불법행위의 대상이 되는 시장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법 행위의 대상이 되는 시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141명 가운데 30명이 문제 기업 세 곳에서 재직했다. 문제 기업 네 곳에서 일한 경우도 있었다. 6명이었다. [인터뷰] 최병철 / 회계사, 충북대 경영학과 교수 “일반적이지는 않고 우연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정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더 큰 도전을 해보고 싶다 이렇게 해서 이직하시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그 회사의 경영자로 활동했는데 마침 그 기업들이 무자본 M&A 등이 의심되는 사건이 중첩돼 있다는 그거는 정말 생각해 볼 문제죠. 특히 작은 중소형 코스닥 기업은 그 사람이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서 깊게 보자 이런 이야기를 좀 드리고 싶어요.” 방송일시 : 2023년 6월 27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