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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시간째였다. 최는 선수들의 개개인을 파악하는데 하루하루를 소비했다. 이렇게 오래 앉아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잠시 쉬며 생각해본다. 아무리 10년을 쉬었어도 축구선수는 선수였나보다. 지인은 정회장과 Downes코치의 생각보다는 훨씬 전술에 대한 기반이 탄탄했다. 전성기 시절에 프리롤 역할을 맡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여하튼 출국 날짜가 29일로 잡힌 만큼 그 전에 최대한 선수단 파악을 해야만 했다. 출국 뒤로는 아주 바쁠것이 뻔했다. 6월 21에 계약하여 29일날 출국 하는 것이라 출국전과 후 모두 시간이 빡빡했다. Downes코치는 친절하게도 스케쥴을 짜서 최에게 전해주었다. 스케쥴표에는 대략적인 일정이 적혀있었다. 최는 알고있던 상식으로 약간 번역해놓았다.
스케쥴표를 받는 순간 최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첫경기가 리버풀이었기 때문이었다. 막 승격한 팀에게 만년 강호인 리버풀은 넘어야할 이 아닌 넘지못할 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되겠지 생각하고 바로 7월 16일에 있을 인터토토 컵이 문제였다. 인터토토컵에 대해서 약간 알아본 결과 8강 준결승 결승까지 모두 2차전으로 진행되며 8강에 만난 상대는 슬로바키아의 강호 두브니카였다. 크게 잘하는 선수는 없으나 전체적으로 조직이 잘된 팀이었다.
일단 무엇보다 최에게 중요한 건 3일뒤 있을 출국과 다음달 초부터 진행될 강의였다. 강의는 김호 감독으로부터 2일, 거스히딩크 감독으로 3일, 스콜라리감독으로 부터 2일 교육이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명장의 향기가 나는 감독으로만 편성되어있었다. 최는 만족스러워 하며 역시 돈의 힘을 실감했다.
출국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없었고 몇몇 친구들에게서는 연락이 왔으나 바빠서 만나지는 못했다.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최에게는 유토피아로 향하는 고속도로인 마냥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졌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기쁜 것도 오랜만이었다. 애완 고양이인 구름이는 여자친구의 집에 이미 맡겨놓은 상태였다. 사실 인희와 지인은 부부사이였으나 인희의 직장은 양산이었기에 동거하지 못했기에 이 점을 꼬집어 매일 여자친구라고 불렀다.
고대하던 29일의 아침이 밝았다. 출국은 아침 9:00 비행기. 물론 예약은 H사에서 알아서 되어있었고, 집앞으로 검은 차도 와있었다. 최는 옷이 그다지 없었기에 가방도 보통 여행가방이 아닌 아이들 학교 가방 만한 것을 챙겨서 나왔다. 그 것을 본 H사의 에이젼트는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에..? 혹시 뭐라도 뭍었나요?"
지인은 검은 차의 창문에 자신의 얼굴을 비쳐보며 머쓱한듯 머리를 뒤로 넘겼다. 며칠전에 짧게 자른 머리가 더욱 젊어 보이게 보이게 했다. 에이젼트는 당황한듯 손바닥을 보이며 아니란듯이 손을 흔들었다.
"아 ! 아닙니다. 짐은 먼저 보내셨습니까?"
지인은 그제서야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작년의 연봉이 올해의 주급이 되는데 무슨 짐이 필요하겠습니까? 허허."
공항에서 가방에 든 커터칼을 빼앗긴 걸 제외하면 편안했으며, 비행기 속에서도 지인은 끊임없이 Downes의 선수리포트를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얼굴 한번 본적없지만 그 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경기모습 다 상상이 가능할정도로 지인은 열정적으로 공부했다. 좋아하는 것이기에 쉬지않고 공부할 수 있었다. 신문에 박명진이 쓴 자신의 뉴스를 볼때마다 흐뭇하기도 하고 고마웠다. 그동안 섭섭하게 대한 것을 실력으로 꼭 갚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약간 눈을 붙였을 뿐인데 벌써 비행기는 런던 공항이었다. 소속지인 레딩은 북쪽 버크셔(Yorkshire)에 위치했다. 최가 들은 이야기로는 한인촌과 가까워 한국인은 생활이 무척편하다고 했다. 지인은 일단 런던에서 영국 여행중인 김호감독으로부터 강의를 받고 다음날엔 설기현과 식사를 가진 뒤 다음날 김호감독으로 강의를 들은 뒤 마데이스키 캠프에 합류하기로 했다. 설기현은 7월 10일 정도에 계약을 확정짓게 된다고 했다.
일단 지인은 호텔에 짐을 놔두고 부모님과 아내에게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했다. 왜 이시간에 전화냐고 핀잔을 무척이나 들은뒤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오늘의 스케쥴은 마땅히 없었지만 시간이 약간 있었기에......
호텔 방에서 자기전까지 몇시간이고 공부를 더 한뒤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닳아 빠진 리포트를 다시 한번 감상하고 오후 2시에 있을 김호 감독과의 미팅을 준비했다. 교육은 하루는 런던근교의 음식점에서, 하루는 근교의 연습장에서 지역 Little School 학생들로 구성된 팀으로 교육을 받기로 되어있었다.
오늘은 음식점에서 하는 날이었는데 호텔밖에 또 검은차가 준비되어있었다. 또 조그마한 가방을 챙긴채 오늘은 정장을 빼입고 검은차로 향했다. 검은차에는 이제 한명의 현지인과 두 명의 한국인이 탔다. 현지인은 드라이버였고, 한국인은 각각 에이젼트겸 통역사, 보디가드였다. 에이젼트는 한국에서의 그사람이 아니었고 용모가 굉장히 단정했다. 나중에 이름을 물어보니 영재라고 했다. 보디가드는 상당히 날카로운 인상에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이버는 이름이 Lennon이라고 했다. 드라이버는 전형적인 서구인 처럼 생겼고 콧수염을 기른 멋쟁이였다. 서른 중반에 옷차림은 넥타이 없이 흰 와이셔츠였다.
보아하니 독신일게 분명했다. 지인의 경험상으로는.
음식점에 도착하니 사진으로만 봐왔던 김호 감독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멀리서 한번 인사를 한뒤 가까이 와서 악수를 한번 건네었다. 김호감독은 웃으며 악수를 했다. 3명의 친구들은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으며 지인은 김호감독과 둘이서 앉게 되었다. 김호감독은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감독을 맡게 된것을 상당히 부러워 하며,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물었다.
"팀을 몇위에 올려놓을 생각인가?"
김호감독은 육즙이 아직도 새어나오는 스테이크를 칼로 자르며 말했다. 점원은 스테이크를 갖다주며 그들의 고객이 동양인 2명이란 것을 알고는 약간 인상을 찌푸리고는 가버렸다.
"음... 이번에 막 승격했으니, 크게 이기는 것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15위 정도면 만족할만한 성적일 것 같습니다."
김호감독은 인상을 잠시 찌푸리더니 스테이크를 다 씹어 넘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15위라고 했나? 자네에게선 전혀 승부욕이 보이지 않네. 초면에 실례지만 상당히 실망이 크군."
지인은 몹시 당황하였다. 막 승격한 구단이 15위라면 상당히 성공적인 출발인 셈인데 어째서 불평을 늘어놓는 것인지 궁금했다.
"감독이 스스로 팀의 능력을 한정지어 버리면, 그 팀의 전술이 위축되기 마련이지. 스스로 15위의 팀이 되어버리면 전술은 15위 팀의 전술이 되어버리지. 수비적이고 시간끌기에 바쁜, 게다가 선수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운. 그렇게 되면 16위의 팀과 붙게 된다면 이길수는 있겠지. 하지만 14위의 팀과의 경기에선 어김없이 지는 법이지. 그 것이 초보감독들이 실패하는 이유중 십중팔구라네. 자네 첫 프리미어 경기가 리버풀 이랬지? 그럼 그 경기는 어떻게 전략을 짤 셈이지?"
지인은 한국의 명감독 앞에서 할말을 잃었다. 마땅히 무언가 말해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리버풀과의 경기에선... 스티븐 제라드와... 사비알론소의 화력을 막기위해 중원 압박을 가할 것 입니다. 그리고... 벨라미 크레이그의 속공을 막기 위해.. 역습을 위한 수비를 강화해야겠지요."
나름대로 만족스런 답변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공부를 한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스스로 기뻤다. 하지만 김 감독의 표정이 왠지 어두웠다. 무언가 잘못된걸까? 지인은 스스로 자신의 전술에 문제점을 찾지 못하였다.
"수비만 하다가 끝나는 경기인가?"
지인은 크게 잘못했음을 바로 알았다. 이때까지 생각해왔던 전술은 다 수비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자신의 팀을 최하의 팀으로 몰아넣고 막을 궁리만 해놨던 것이었다. 김호감독의 말이 옳았다. 공격에는 누구를 기용해서 어떤 효과를 볼것인지도 생각 해놓지 못했다. 막연히 설기현-리타-콘베이 라인을 생각해놨을 뿐이었다. 어째서 생각하지 못한 걸까.
"최 감독, 자신의 잘못을 알겠지? 어서 드시게. 초보감독들에게 흔히 있는 문제가 승부욕결핍이지. 오늘은 그것만 짚고가면 되네. 하지만 기억해둬. 감독만은 자신의 팀을 믿어야해. 절대 지지 않는 다고."
지인은 뭔가 크게 당한듯 느꼈지만 뿌듯함도 느꼈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못한터라 스테이크가 맛있게 느껴졌다. 적어도 호텔의 맛없는 수프와 바게트보단 맛있었다. 게다가 스테이크완 비교할수 없는걸 건졌으니.
ps: 언제나 응원은 힘이 됩니다. ^^~
하루 2~3편 연재하겠습니다. 사실 7월 초에 설기현 이적설 돌때 혼자 써놓은 건데 기현이 형이 활약이 좋아서 오늘 2편 부터 썼네요 ^^;
꼭 1편부터 읽어주세요^^
오늘은 너무 막 써서 그런지 스토리라인이 좀 허접하네요 ㅜ
FM으로 시뮬레이션 한거라 첫 상대가 리버풀이네요 ^^
내일부턴 제대로 스토리 잡아서 재밋게 연재해보겠습니다!!
첫댓글 선리플 후감상
늘 감사합니다.ㅎ 혹시 고칠것이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해주시면 정말 감사히 듣겠습니다.
하하... 그냥 전 리플 많이 달리는거 위주(또는 개인적 취향)로 보는 편이라^^ 전문가가 아니라 단점같은건 잘 모르겠고요 주말마다 와서 볼터인데...(기숙사) 토욜날 오면 계속 연재되고있는 모습 기대할게요(요즘 선수모집까지 하면서도 연재가 끊기는 자서전이 많아서 ㅠㅠ)
그런가요. 여기 까페분들 FM하시면서 잠시 짬나는 시간에 볼수있는 소설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잼있어요 잼있어요!! 저도 빨리 글실력을 키워서 소설 쓰고싶네요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재밌어요 !!! 끝까지 !
와.. 재밌슴다~ 건필하세요~
정말 감사합니다~ㅎㅎㅎ!
너무 재밌습니다
재미있게 보구갑니다~!
즐감하고 있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