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영업직종에서 장기간 연간 10억 대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분에게 심심파적 삼아 물어보았다. “그 동안 그 많은 돈 벌어서 다 무얼 하셨습니까?" 답변은 간단 명료했다. “허허…먹고 살았지요, 뭐." 그래서 식대를 화폐가치로 환산해 보았다. 대충 한 끼 3천원(한화, 이하 동일)이면 하루에 9천원, 1년이면 329만 5천원이니 10년간 먹어대는 댓가로 지불되는 화폐 금액은 3천 295만원에 이를 것이고, 70년 인생이면 2억650만원, 혹80년 인생이면 무려 2억 6,360만원이란 계산에 도달하였다. 4인 가족이면 간단히 10억 대를 훌쩍 넘어서고. 물론 이 계산법에는 음식점의 용역 마진은 포함되지 않았으니 조금 부풀려진 계수일지는 모르겠으나, 종종 맛집을 찾아나선다거나 비교적 값비싼 건강식까지 감안하면 그리 틀린 것은 아닌 성 싶었다. 더구나 늘상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는 일일 터, 간식거리나 기호식품, 특히 애주가나 주당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가히 천문학적인 수치가 산출될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때 이후로는 적당히 필요할 때마다 ‘입님'이라 깍듯이 존칭을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나 어찌 감히 ‘입'이라 마구 부를 수 있으리. “새벽종이 울렸네"시절에는 ‘먹고 사는 문제'를 논함은 게으른 자의 소치일 뿐이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뒤따라 재테크니 무어니 하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 주요 관심사가 되는 시절이 오면서 잠시 잊혀진 듯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생전 처음 보는 영어식 금융 파생상품명칭이 머리를 어지럽히더니 드디어 로또의 시대로 접어든 요즘은 어째 갈수록 만만찮게 다가온다. 아! 로또란 것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시대에 살고있으니 이 얼마나 감격스런 축복인가. 어쨌거나 ‘입님'은 중요하다. ‘입님'문제가 해결된 이후에야 인간다움이 가능하니 중요할 밖에 없다. 망자를 떠나보내는 의식에도 ‘입님'께 한 줌 쌀을 떠 넣어드려 마지막을 장식하지 않던가. 나 역시 나와 내 가족에 걸린 이 엄청난 고액의 ‘입님'들을 잘 건사해 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어찌 생각하면 한 세상 ‘입님'들을 잘 모신 것만으로도 ‘인간승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