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우연히 개봉날 보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의 영화 수준이 정말 높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되었죠
감동도 있고
웃음도 있고
나의 ,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영화
두시간 내내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요
송강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감동적입니다
이발사의 소심함이 저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15세 관람으로 되어있지만 12세는 충분히 봐도 되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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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임찬상
주연 : 송강호, 문소리, 이재응, 조영진, 손병호, 박용수, 정규수
개봉일 :2004-05-05 (수)
각본 : 임찬상 음악 : 박기헌
촬영 : 조용규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타임 : 116분 제작 : 청어람/쇼박스
장르 : 드라마
역사 속 개인, 개인의 역사
<효자동 이발사>는 한국영화가 30년 전 그때 그 시절을 뜨거운 심장과 충혈된 눈 없이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걸 알려주는 2004년이 낳은 의미 있는 작품이다.
청와대가 자리한 효자동에서 이발관을 운영하는 이발사 성한모(송강호)는 나름대로 숨은 역사의 주인공이다. 한모는 1960년 3.15 부정선거에 개입해 표를 빼돌렸다. 4.19의 난리통에는 외아들 낙안이를 얻었다. 5.16 때는 효자동을 가로질러 청와대로 향하는 쿠데타 탱크의 길잡이가 돼 준다. 어느 날 찾아온 청와대 경호실장의 눈에 띈 한모는 각하의 전속 이발사가 된다. 각하는 곧 국가다. "설마" 하는 사람이 간첩 용의자라는 국가의 말씀을 접한 소시민 한모는 물똥을 싼다며 칭얼대는 철없는 아들 낙안이를 간첩 용의자로 신고한다. 낙안이는 고문 후유증으로 앉은뱅이가 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동은 대통령이 머무는 청와대가 들어서 있는 탓에 늘 한국 현대사의 뒷배경이 되어왔다. 이런 곳에 차려져 있는 허름한 이발관이란, 곧 역사의 언저리에 하릴없이 머물렀던 한 개인을 뜻한다. <효자동 이발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어쨌든 거대한 역사와 하찮은 개인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나 <효자동 이발사>는 역사와 개인을 다루는 데 있어 지금까지의 한국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효자동 이발사>는 역사가 얼마나 개인의 삶을 깊숙이 관통했는지를 보여 주기보다는 오히려 역사와 가장 가까이 있었던 개인을 통해 역사 그 너머의 삶에 대해 말한다. 한모에게 역사란 이발소 창틀을 통해 보여지는 바깥 풍경과도 같다. <효자동 이발사>의 카메라는 이발소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각하의 이발사가 됐을 때조차 카메라가 머무는 곳은 청와대의 이발실뿐이다. <효자동 이발사>는 80년대와 90년대가 암묵적으로 개인에게 강요했던 역사에 대한 막연한 부채 의식과 비장미도 은근슬쩍 걷어낸다. 아이가 앉은뱅이가 돼 돌아왔을 때 한모의 선택은 거창한 투쟁이 아니라 아이를 들쳐 업고 산으로 들로 치료법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대신 <효자동 이발사>가 한모를 내세워 이루려 하는 진정한 야심은 현대사를 살았던 이름 없는 소시민의 맨 얼굴을 처음으로 스크린 앞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시종일관 덤덤하고 의뭉스런 유머와 우화로 일관하던 영화는 갑자기 격정적으로 변한다. 한모는 병신이 된 아들을 부여잡고 울분을 터뜨리다 길거리로 뛰쳐나가 자신의 머리를 가위로 자른다. 하지만 그의 행위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울분이 아니다. 한 사람의 상처 입은 아버지의 흐느낌일 뿐이다. 그 순간 모두가 투사이거나 변절자로 간주되던 그 시절의 인물 성한모의 일그러진 표정은 한국영화 스크린에 최초로 등장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진짜 얼굴이 된다.
<효자동 이발사>는 한국영화가 30년 전 그때 그 시절을 뜨거운 심장과 충혈된 눈 없이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걸 알려주는 2004년이 낳은 의미 있는 작품이다. 개인과 역사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일반적인 영화의 관습에서 비쳐볼 땐 고차원적인 방관자의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통하는 건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다. <효자동 이발사>는 그걸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