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론(Dog's Speaking)
아침부터 하루 종일 갈등을 하다 후기 글을 쓴다.
김영철 전임 회장님은 필자와 처음 뵈었는데..
필자의 글을 읽었기에 이내 편하게 빨리 소통할 수가 있었다.
필자 또한 글에 빠져서 익숙해져가는 자신을 느낀다.
2. 일진 사나운 낭만시인의 하루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한다. 산행 전날 매 4일과 9일이 장날인 모란시장과 똑같은 게 하남 덕풍시장날이다.
하남에 친한 친구가 있어 덕풍장에서 만나서 하는 술 한잔이 낮에서 부터 이어져 저녁을 넘었다.
없는 살림에 미국에 유학보낸 딸이 갑자기 같은 유학생을 만나서 이번 달 결혼을 한단다.
마음이 허탈해진 친구를 위로하며 술 마시다 보니 밤새 무조건 Go..!!
문제는 한결총무님이 부탁한 코펠과 바나를 산행에 가지고 가야하는데 친구집에서 눈뜨니 새벽 5시 30분
고양이 세수를 하고 택시를 타고 모란으로 Go..!!
아, 그런데 왠걸 6시 정각에 모란역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산수정 버스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
다시 택시를 타고 야탑으로 가면서 한결총무님에게 전화하나 안받고..
석홍님에게 전화를 하니 다행히 받아서 중앙공원으로 간다고 말했더니..화들짝!
나도 조금 있다가 갈건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낭만시인 술 취했냐? 오늘은 조기산행이 아냐..!!
갑자기 머리 속을 울리는 종소리가 나면서 새가 날아갔다..
진즉 알았으면 집에가서 코펠과 바나를 챙겨놓은 배낭을 가져올 수 있었는데..
불행의 씨앗은 이미 잉태되고..
나중에 야탑에서 만난 총무님은 약속을 안지킨 낭만시인을 난사..
돼지고기 숭숭 썰어놓은 김치찌개를 준비해서 산에서 데우려고 했는데..
3. To go or not to go mountain
버스에 올라타니 제일 앞좌석 엄회장님 옆에 좌석을 배정받았지만..
한결총무님 좌석이 없다. 미안한 마음으로 자진해서 통로의자를 들고 뒤쪽으로 왔다.
버스는 속리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고 엄회장님의 리더로 산행 준비체조를 하는 동안
머리 속은 줄곧 To go or not to go ..
고재무님..
체조후 모두가 산행을 하는데.. 고재무와 한라봉님이 안올라가길래 가까이 갔더니..
한결총무님이 와서 '낭만시인님은 산에 안가시려고요..?'
'아, 네 갑니다 가요..'
올려다 보는 속리산은 그다지 높아보이지는 않아도 화려하고 멋있어 보였다.
'아이참, 코펠과 바나가 꼭 있어야 하는데..'
한결총무님의 말이 비수가 되어 뒤통수를 찔렀다.
병택사부가 앞에 가길래 따라 붙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쳐지고..
숨이 턱에 차고 땀이 삐질삐질 육수가 온 몸을 적시고 정신이 없다.
혼자서 열심히 가다보니 선두그룹인 고문님들이 보인다.
배낭도 없이 잠바를 옆구리에 끼고 오르는 낭만시인이 기가 막힌 가보다.
'낭만, 여기서는 갓길로 빠지는 데가 없어..'
차라리 필자가 좋아하는 B코스 C코스가 없으니 일단 마음의 갈등은 없었다.
쉬지않고 6.25 전쟁시 이름을 날렸던 쌕쌕이 비행기처럼 쌕쌕거리며 산으로 올라갔다.
어찌하든 고문님 일행과 합류해서 문장대(정상)에 올랐다.
산은 높지 않았지만 설악산처럼 기암괴석이 즐비한 것이 설악산 동생 같았다.
식사를 하러 내려오는데 영순 부회장님이 문장대에 같이 올라가잔다.
또 올라갔다. 어쨌든 후미하고는 20-30분 차이가 났으니..
문장대에서 내려오다가 한결총무님을 만나서 또 올라가고..
그제서야 알았다. 에너지가 넘치는 낭만시인은 알콜로 가는 자동차..
4. 하산 길은 인생여정
내려가는 길에 만난 김영철 전회장님은 말씀이 청산유수 흐르는 물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당신의 퇴직후 사업과 인생이야기도 하시고..
당구와 바둑 이야기 등등..
첫번째 들린 주막은 냉골 당귀 동동주를 시키고 감자전을 시켰다.
갓 점심을 먹고왔지만 살짝 쌉쌀한 당귀의 한약재 향이 배어난 동동주를 마시고는 Go..!!
두번째 들린 주막은 할딱고개 솔잎 동동주를 시키고 배가 부른 관계로 안주 없이..
주막에서 내어 놓은 갓 무친 참나물 무침은 다른 안주보다 월등하게 좋았고 맛있었다.
내려가면서 합류한 진곤 고문님 이야기는 당신의 수술 투병 및 고 김자옥 탈렌트의 암으로 인한 사망 등..
한라봉님이 전에는 산에서 선두로 날아다녔는데..
단짝인 분은 폐암으로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함께 내려가던 단짝분 말씀이 고 김자옥 탈렌트의 부군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 하면 요즘 젊은 이들이 개사한 가사는..?
'땅속에 묻힐 딱 좋은 나이라고..'
아, 그렇구나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줄 알았더니..
아무튼 문화차이나 세대차이가 심한 게 꽤나 충격적이다.
5. 후기
점심은 석순이님과 한결총무님이 넉넉하게 싸와서 여럿이 나눠 먹고도 남았다.
엄회장님은 보온병에다 담아온 일본정종 사케가 있었는데 한잔씩 돌렸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김영철 고문님과 신현기 고문님이 바둑을 잘 두신단다.
잘 두시는 정도가 아니라 일반 몇급 두느냐는 급수가 아니라 아마 6단이라고 하셨다.
필자도 전에 좀 두는 편이어서 산행후 식사를 할때 다음에 한번 맞두시자고 했다가 그날 당장 불려가서 둘뻔 했다.
바둑을 맞두거나 깔고 두거나 지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잃을 것이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
청일점 종헌형님..
미소가 예쁜 두분..
식사후 속리산 정이품송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속리산 산행
2014. 11. 21 池 石 박진수
아름다운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한다
속리산이 봉우리마다 아름다운 기암괴석
길이 위험해 보이는 것은
나의 머리 속에서 나온 이성적 판단
평탄한 길로 굽이굽이 돌면서
세상 시간 비웃기라도 하듯 느리게 간다
속리산 보은에 최첨단 위성지구국이
통신위성과 빠르게 전파를 송수신하는 건
산 느린 것을 보충하는 것은 아닌가
산행하는 사람들을 다독거려서 순하게
인생 바르게 살라고 산은 길을 연다
아름다운 꽃이 속리산만 같다면 좋으련만
말없는 꽃이 속말이 많다
가는 길이 길고 시간을 가두고 살아서
신선처럼 늙어도 젊은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