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성근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우리 장수군 귀농귀촌 협의회에서 쓰는 회장, 국장, 처장이라는 말이 너무 딱딱하고 마치 윗사람 - 아래사람인 듯 하다면서 우리말로 알맞은 것이 없을까 하는 전화였다.
무척 반가웠다. 나는 10여 년 전부터 '우리 농사 말 바로 쓰기'라는데 관심을 갖고 여러 번 글을 쓰기도 했었다. 우리 농사말에 지나칠 정도로 일본말과 영어가 뒤섞여 있는데서 시작된 관심이었다. 이른바, 말이란 얼이 들어 있는 것이라 세상 모든 말은 그냥 말이 된 것이 아니다. 소리와 뜻이 딱 들어 맞는 것이 말이다. 그냥 나무가 아니고 그냥 돌이 아니다. 여기 진안군에 있는 용담이 그냥 용담이 아니지 않은가?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도 있듯이 선인들이 하는 염불선에서 하는 주문수련과 탄트라 수행은 다 말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해당 장기 (이를 9궁이라 한다._)가 움직이고 활성화된다. 그래서 건강수련의 한 갈래로 영가무도가 있다. 이를 소리수련법이라고도 하는데 예를 들어 '허'라고 길게 소리를 내면 이는 목(木) 기운으로 간이 튼튼해지고 '아' 소리를 길게 내면 이는 화(火) 기운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
그래서 어떤이는 '말은 곧 주문이다.' 고 까지 하시는데 요즘은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 말이 더럽혀져 있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 였을 때는 다 알듯이 우리 조선말과 조선의복과 조선 의례와 조선 글을 뺏는데에 일본이 기를 쓰고 달라들었다. 그래서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죽은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았다. 박정희처럼 앞장서서 이름을 두번씩이나 갈아치운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시키지 않아도 뽐내듯이 남의 나라 말이나 이상한 말을 쓰면서 우리 얼과 혼을 더럽히고 있어서 어처구니가 없다.
우선 조성근회장에게 문자로 내 뜻을 전했는데 여기에 그것을 좀 더 풀어 쓰고자 한다.
회장 : 으뜸분
부회장 : 버금분
국장 : 빗분
처장 : 곳분
으로 내 의견을 전했다.
으뜸과 버금은 다 아실 것이라 설명을 생략한다. '분'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 빗분 : 이전 벼슬 중에 '빗아치'라고 있었다. 상당한 벼슬이었다. 요즘과 비교하면 사무행정총무 역할이다. '빗'이라는 말은 가르마를 탄다. 몇 가지로 나뉜다는 뜻으로 국장이라 하면 흔히 서 너개의 '국'의 으뜸이므로 '빗분'이 알맞다고 하겠다.
- 곳분 : 처장을 이렇게 해 봤다. 여기서 '처'라는 글자는 한자로써 '곳'이라는 뜻이다. '처장'이 곳곳을 잘 살피며 일을 하는 위치이므로 '곳분'이라 하면 알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우리가 하는 일과 관련된 우리 토박이 말을 살펴 볼 수 있겠다. 요즘에 '멘토' 라는 말과 '멘티'라는 말이 부쩍 많이 쓰이는데 이는 영어로 된 새로운 말을 쓰면 괜히 우쭐거려지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 토박이말을 맞대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남의 나라 말을 쓰는 버릇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 멘토 : 갈도뷔. 또는 갈칠도뷔
- 멘티 : 갈받이, 또는 갈칠받이
가 어떻까 싶다.
'도뷔'는 순 우리말로 고조선 때 부터 써 온 말이다. 자유와 평등과 밝음을 실천하는 '큰 선비'를 뜻한다. 이 말은 나중에 '제뷔'로 되었다가 '제비'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제비뽑기'를 한다고 할 때 한 무리 안에서 누군가를 한 사람 뽑을 때 그 뽑는 방식을 '제비'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제비' 는 큰 어른, 큰 선비를 말한다. '제비뽑기'라는 말은 '뽑기'를 통해 제비를 정한다는 뜻이 된다. 그렇게 본다면 '제비뽑기'라는 행위는 아주 혁명적인 풀이가 가능하다. 곧, 모든 사람이 다 제비이다. 모든 사람이 다 제비로 태어났고 그럴만한 소양과 자질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순번을 정하든지, 그냥 뽑기로 제비를 정한다고 풀이 할 수 있다. 이는 불교에서 모든 존재에 불성이 있다는 말이나 동학에서 '시천주' 또는 '인내천'이라고 한는 것과 같은 말이 된다. 성경에서 하나님 형상으로 사람이 창조되었다는 말과도 같다.
이번에 녹색당에서 전국 대의원을 모두 성별, 나이 등을 고려하여 추첨을 통해 뽑았는데 '제비' 뽑기의 정신과 뜻을 되살렸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지도위원이니, 자문위원이니 하는 말도 우리 토박이 말로 다듬자면 뭐가 될까?
- 지도위원 : 배움도뷔
- 자문위원 : 물음도뷔
쯤 되지 않을까 한다.
더 나아가 보자. 우리 장수군 귀농귀촌인 협의회의 각 면에는 지부장이 있다. 이 이름을 토박이 말로 하면 뭐가 될까?
- 지부장 : 두레분
이 어떨까 싶다.
이 이야기들은 수 십년 우리 말과 글을 되살리고자 애 쓰시는 여러 선생님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해서 쓰는 글이다. 이오덕 선생님이나 권정생선생님, 그리고 전주에 계시는 염시열 선생님이 그런 분이다. 인천의 원종찬선생님도 그렇다. 특히 염시열 선생님은 이 쪽에 연구와 실천이 깊은 분이시다. 15 년 쯤 전, 완주 고산면 삼우초등학교에 계실 때 처음 만났는데 전라북도 생명평화학교를 만들 때였다. 그 후 줄곧 우리말 연구를 해오신 분인데 얼마전에는 내가 관계하는 동학 천도교 전주교구 달력을 만들어 주셨다.
첫댓글 아 ~~~~
우리 글 멎저부러....
이런 말이 전해지지 않아서
알고있는 단어가 몇가지 않되지만 뜻이 매우 쉬워서 잘 알 수 있구먼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배워 사용하려 해요.
고맙습니다.
우리말인데도 낯설다는게 부끄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선생님 글에서 늘 얻어가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