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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의미 있는 것이다. 행선지가 있으며, 가치가 있다. 단 하나의 괴로움도 헛되지 않으며, 한 방울의 눈물, 한방울의 피도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제 남이 아닌당신의 인생을 노래하라. 당신이 지금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인생은 항상 삶의 기쁨을 준비해 놓고 있다.
▣ 저자 고바야시 츠카사(少林司)
1929년생으로 도쿄 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조치 대학교 카운슬링연구소의 교수를 역
임했다. 현재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컨설팅, 강의, 저술 작업도 함께 펼치고 있다. 또한 에스페
란티스토로서 국제보조어 에스페란토의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주요 저서로『만남에 대하여』
『사랑이란 무엇인가』『마음의 건강학 입문』『성격을 바꾸고 싶을 때 읽는 책』등 다수가 있다.
▣ 역자 이종영
일본 고베 대학교 상학박사로 전 경북대학교 교수, 전 고베 대학교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국제적인
에스페란티스토로 세계에스페란토협회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기업윤리』『에스페란토』등 다수
가 있다.
▣ Sho rt S umma ry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뜻있는 삶이란 어떤 삶이며, 사는 보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보람과 사는 보람을 착각하는데 이 둘은 엄연히 다르며, 사는 보람에는
사랑이 가장 먼저 포함되며, 음악과 책, 사람 등 많은 것과의 만남을 통해서 유지된다고 말한다. 일
도 아니고 놀이도 아니라 순전히 좋아하는 것을 함으로써 능력을 신장시키는 자아실현이야말로 사는
보람이며, 자기중심의 삶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타민족에게 도움이 되는 삶의 방식이야말로
가장 큰, 사는 보람이라는 것이다. 인생의 허무함, 일의 강박, 사랑, 만남, 행복, 늙음, 죽음 등의 주제
를 통해 사는 보람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명함을 버렸을 때 당신은 누구인지 되묻고 이제 남이
아닌 당신의 인생을 노래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1. 아, 인생이란
덧없는 인생: 아무리 오래 살아도 헛되이 살면 죽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든 백발이 되어 이제
죽는구나. 그런데 난 지금까지 무얼 했지? 하고 돌이킬 때, 후회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취생몽사(醉生夢死, 취몽 속에서 살고 죽는다는 뜻으로 아무 뜻 없이 한세상
을 흐리멍덩히 보냄을 이르는 말)라는 말처럼 먹고, 자고, 일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한평생도 꿈
처럼 지나가고 만다. 일본 무로마치 시대의 노래를 모은 <칸긴슈>에도 무엇을 하든 한때의 꿈이니 그
저 미쳐라라는 노래가 있다. 이처럼 예로부터 덧없는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는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현대인의 삶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신문을 보고 만원버스에 흔들리며 출근하여
직장에서는 매일 같은 일을 되풀이하며 일만 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얼마 못 가서는 암이나 다른
병을 얻어 죽는다. 죽을 때가 되어서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을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때는 이미
늦다. 매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이런 삶은 가치 없고 싫증나는 것이 된다. 또 그 싫증은 절망 상
태로 돌변해 환각제 중독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아! 모르겠다: 1923년 유행했던 아! 모르겠다라는 노래는 사람이 무엇을 바라보고 사는지 모르겠네.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것도 모르겠고 어쩌면 죽는 게 더 나은지도 모르겠네로 끝을 맺는다. 그로부
터 60년이 흘렀지만, 모르겠다는 사정은 여전하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왜 사냐 고 물으면 넷 중 하
나는 여전히 뭣 때문에 사는지 모르겠다 고 답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중요한 것
은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더 좋게 사는 것이다. 음미할 줄 모르는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 라고 말했
으며, 플라톤도 같은 말을 했다. 더 좋게 산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극히 중요한 것, 즉 선한 것
과 아름다운 것을 의미하며 다른 말로 하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나 이상을 깨닫고 그렇게 사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무척 드물다. 대다수는 늘 하던 대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을 상기해 보자. 인간의 삶이 가진 비밀은 단지 사는 것이 아니고 무엇 때문에
사느냐에 있다. 만일 사람에게 무엇 때문에 사는가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없다면, 옆에 빵이 산더미처
럼 쌓여 있어도 그 삶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며, 이런 세상에 남을 바에야 차라리 자살의 길
을 택했을 것이다.
왜 강하게 살아가야 하나요?: 도쿄의 16세 여고생 키시모토 미나코가 1986년 5월 25일 아사히신문
투고란에 왜 강하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담긴 원고를 보내왔다. 친구의 자살로 충격과 슬픔
에 잠겼던 그녀는 죽음을 서두르는 젊은이들에게 선생님과 어른들이 강하게 살아야 한다 고 경고하
는 것을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 그런데 왜 강하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주는 사람은 아무
도 없었다. 그저 네가 죽으면 부모님이 슬퍼하실 거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녀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
는 목적도 모른 채 그저 명예나 이익만 추구하는 삶을 살아도 되는 건지에 대해 질문하고 있었다. 이
학생은 7월 18일 다시금 바로 지금 사는 의미를 알고 싶다 는 내용의 글을 투고해 왔다. 이 편지에서
그녀는 인생의 목적이야말로, 평생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찾아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으
며, 죽을 때까지 그 답을 찾지 못하거나 겨우 깨달았는데 실천할 시간이 부족할까 봐 불안해 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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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했다. 하지만 단지 살기 위해서 산다는 타협적인 인생으로 끝을 맺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두
번째 편지에서도 그 소녀는 자신의 의문을 그대로 간직한 채 솔직하게 그 마음을 밝히고 있었다. 아
마 많은 사람들이 지금 그 소녀의 비슷한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2 . 인생, 사는 보람을 찾아서
인생의 길을 걷다: 흔히 인생은 여행에 비유된다. 그렇다면 사는 보람은 여행의 도착점, 즉 목표에 있
는가, 아니면 길을 걷는 과정 자체인가? 목표를 향해 걸어갈 때, 그 목표보다는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삶의 과정에는 여러 방식이 있는데, 죽을 때 되돌아보니, 맛있는 음식도 좋은
경치도 관심 없었고, 사람은커녕 즐거운 일들조차 외면하고 오로지 집과 직장만 왔다갔다했다면, 이런
사람을 진실로 살아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스스로 이 한 생 살아 있어 행복했다라고
실감하는 순간이 없었다면 그 사람은 살아 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 루소는 <에밀>의 도입부에서 가
장 많이 산 사람은 가장 오래 산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생을 느낀 사람이다 라고 말했다. 적극적
이고 건설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병들거나 절망에 빠지기 쉽다는 뜻이다. 인간에게 허무
란 견딜 수 없는 독이기 때문에 절망에 빠진 사람은 타인에게도 해가 된다. 허무는 자신의 삶과 주어
진 상황을 어쩌지 못하는 무기력감에서 오며 이것은 얼마 안 가 고통에 찬 불안과 절망으로 이어진
다.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도 삶에 대한 태도나 목적의식의 유무는 저마다 다르게 갖고
있다. 이 차이는 바로 사는 보람의 문제에 있으며, 활기찬 삶을 영위하려면 사는 보람만큼 중요한 것
이 없으며, 때문에 누군가에게 그 보람을 주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는 보람 이란: 사는 보람의 사전적 의미는 ①살아 있는 의의나 가치. 살아 있음에 의의나 기쁨을
느끼는 마음의 보람. 살아 있다는 실감. 세상에 살고 있다는 증표. ②사는 목표. 충족감을 주는 것으
로 되어 있다. 또『사는 보람으로의 여행』을 쓴 모리모토 테스로는 사는 보람이란 각자가 가진 가치
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목표의식이다. 그 목표가 얼마나 확고한가에 따라 보람의 선명도도 달라진
다 라고 말했다.『늙음의 미소』를 쓴 나카무리 미츠오는 우리는 자신의 주관에 따라 살고, 바르다고
믿는 바를 행하려는 본연의 욕구가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계획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인생의 의미, 또는 사는 보람은 바로 여기에 있다 라고 하였다.
* 사는 보람의 특징 6가지 (카미야 미에코의 정의)
- 다른 사람에게 사는 보람을 느끼게 만든다
- 반드시 실익과 관계되는 것은 아니다
- 하고 싶다는 자발성을 가진다
-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며, 동시에 자아의 표현이다
- 사는 보람을 느끼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가치 체계를 만들려는 성질이 내재한다
- 그 안에서 편하게 살수 있도록 자기만의 마음의 세계를 만든다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시라이시는 사는 보람이란 잘사는 것이며 잘사는 것이란 아름답게 사
는 것이라고 했다.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내면에서 풍기는 아름다움, 인품과 생활 태도, 마음가짐과
살아가는 자세 모두를 포함한다.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인생의 목표와 자신만의 세계 그리고 여유
를 가질 것이 요구된다. 사람은 스스로가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고 느낄 때 사는 보람을 느끼는데,
이는 산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
라서 직업도 세상사의 흐름이나 수입을 떠나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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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적 지위가 높아도, 목표를 행해 나가지 않으면 자기 자신에게 면목이 서지 않아, 결국 스스로를 속
이려 들게 되고 만다. 반대로 사회, 그리고 자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의무와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할 때,
사람은 가장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지금은 초라해도, 자신을 초월한 무언가에 한 몸을 바치고
자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사는 보람에는 정열이나 집념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사는 보람은
살아 있음에 대한 충만감이며, 인간이 체험을 통해 변화하는 것처럼 기쁨과 용기, 희망 등으로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채워나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인간의 생이란 욕망이 강할수록 정신적으로는 힘들
어도 풍요로운 보람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사는 보람: 매슬로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은 점차 고차원적인 것을 원하게 되는데, 안전,
애정, 존경 등 기본적 욕구가 충족된 후에야 비로소 자아실현이나 의미에 대한 욕구가 생겨난다. 그래
서 욕구의 최고 차원으로서의 사는 보람은 내부의 가능성을 외부로 뻗치는 과정, 살아가는 의미를
주는 것들이 된다. 하지만 현재 사는 보람이라는 단어가 일하는 것이 내 사는 보람이라든지 내 삶의
보람은 게이트볼을 치는 것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 것처럼 모호하게 쓰이는 경향이 있다. 사는 보람은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하는 취미생활이 아니다. 세상 누구도 내 사는 보람은 늦잠을 자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에 몰두하면 일하는 보람이 있는 것이고, 놀기를 좋아하면 노는 보람이 있을
뿐이다. 사는 보람이란 일하는 보람이나 노는 보람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는 의미
를 주는 것이나 자기의 가능성을 발전시키는 자아실현의 과정이다.
3 . 고통, 아우슈비츠의 사람들
내일이 없을 때조차: 세기를 통틀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학살만큼 잔혹한 역사도 없을 것이다. 이곳
에 수용된 사람들은 사회적 신분은 물론 가지고 있던 모든 소유를 박탈당했고, 매일같이 2000명이 가
스실에서 죽임을 당했으며 살아 있는 사람들도 죽은 것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학살의 소용돌이
에서 가족을 잃고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절망적인 나날이 언제 끝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런 잔혹한 상황 속에서도 과연 사는 보람을 가질 수 있을까? 사
실 비참한 수용소는 아우슈비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열등감, 분노로 인해 인간성을 포기한 사람들
도 수용소에 갇힌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럴 때 다시금 미래의 목적에 눈뜰 수 있는 희망을 가
지면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반대로 실망과 낙심에 빠져들면 그 사람은 죽음이라는 치명적인
독을 품게 된다.
살아남아라: 사람은 다른 사람과는 다른 오직 혼자만의 길을 홀로 걸어가야 한다. 내 고민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해줄 수는 없다 는 사실을 아는 것이야말로 강제수용소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고통을 직시하고, 고민의 극한까지 다다라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깨달아 인
생이 내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고, 내 움직임을 바라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생명에 대해 중대한 책임을 느끼게 되면 스스로의 생명을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된다. 사람의
생명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의미가 있으며 심지어 고민과 죽음 속에서도 빛난다. 내 삶과 죽음 모두
가 의미 있음을 알고,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한계상황에 닥쳤을 때: 한계상황에 이르면 사람은 더 이상 사회적 역할이나 문화와 교양을 지닌 존
재가 아닌 벌거벗은 영혼이 되어 그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데, 보통은 죽음, 고통, 투쟁, 변절 등 다양
한 반응을 보인다. 친한 누군가가 죽는 일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그것을 겪은 사람은 슬픔과 고통에
가득 찬 인생, 과연 열심히 살 가치가 있는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또 난치병에 걸리거나, 삶의 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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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지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혹은 죽음에 직면해도 역시 한계상황을 느낀다. 하지만 아무리 죽음
이 뒤쫓아온다 해도 남은 시간 동안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의 삶에도 의미
를 부여할 수 있다. 인간의 존재는 미래에 의해 형성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슬픔을 넘어서: 펄벅은 <슬픔의 시작>에서, 슬픔을 극복하려면 이것이 내가 놓인 상황이고, 나는 여
기서 살아남아야 한다 는 의지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왜 나만 이런 어
려움 속에 놓였을까? 하는 자기중심적인 회한에 빠지는 순간, 그 사람의 인생은 갇히고 만다. 하지만
이 중심을 자기로부터 떼어내 먼 곳으로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슬픔을 견디는 법을 발견하게 된다.
실제로 펄벅은 단기 목표를 세워 슬픔에 집중할 틈을 없애 슬픔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사용했
다. 사는 보람을 잃어도 또 다른 보람을 찾으면 내·외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 괴로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며, 나는 이 안에서 늘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타인에게 손 내밀 수 있는 적
극성을 얻게 된다. 결국 펄벅은 선천적으로 모자랐던 자신의 아이가 더 큰 세계로 나아가 인류에 도
움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심은 그녀의 마음속에 크나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카미야
미에코가 말했듯이 괴로움의 사회화 , 소망의 사회화가 필요한 것이다.
아버지 없는 사회: 타인지향적인 현대인은 타인을 의식하느라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 스스로를
책임지는 삶을 살려면, 왜 이런 무서운 약점이 생겼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아버지 없는 사회를
향하여』에서 알렉산더 미첼리는 개인의 주체성이 사라진 원인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가치관의
전도와 혼란, 고도 산업사회를 맞아 부권사회의 중심인 아버지의 권위적인 모습이 사라진, 즉 아버지
없는 사회 , 모범으로서의 아버지로 대변되는 전통적 가치의 붕괴에서 찾았다. 옛날 부권사회에서는
자식들이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일하면서 삶을 배우고, 아버지의 가치기준에 밀착해 양
심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부권이 약해진 지금, 자식들은 본받을 대상을 잃어버림으로써 인격형성에 어
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성장한 뒤 사회에 진출해도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으며,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피하게 되고, 나아가 질투심과 경쟁심만 가득한 군중의 일원이 된다. 한편 아버지와 건전
한 동일화를 이루며 자란 자식은 아버지를 떠난 후에도 그를 내적 대상으로 간직하게 되어 설령 미워
하더라도 아버지 같은 사람은 안 되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 대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 나는 도쿄에 사는 고바야시입니다. 조치 대학교 교수이고 정신과 의사죠
라는 자기소개처럼 세상에 그 조건이 들어맞는 사람이 오직 나 하나뿐이라면 이것이 바로 정체성이
다. 그럼에도 참으로 나는 무엇인가라는 자아 정체성(Identity)을 자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를 들
어 겉모습만으로 나는 시청 직원 스즈키다라고는 말해도 나는 죽기 전에 좋은 소설을 쓰고 싶은 스
즈키다라고 소개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대다수 타인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을 벌거나 실적을 올리는 것만이 인생이 아니며, 인생이란 자기 안의 것들을 키워내 가장
나다운 나를 만드는 일이다. 나답게 사는 것을 실천하려면 그것을 발견할 줄 아는 안목도 필요하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지만, 분명한 것은 자아실현을 이뤄낸 사람은 마지막 순간 만
족스러운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게 될 것이다.
4 . 일, 인생의 딜레마
늘어만 가는 여가 시간: 근래 일하는 것이 사는 보람이라는 생각이 줄고 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
고, 퇴직 후의 여생이 길어져서 일을 하지 않는 그 긴 시간 동안 어떻게 살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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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된 것이다. 16세기에 토머스 모어는『유토피아』에서 여가는 자유로운 정신활동과 교양에 써야한
다고 말했다. 오코치 카즈오도『여가 권하기』에서 여가는 인간소외를 극복해 노동의 감옥에 갇힌 인
간성을 되찾는 시간이다 라고 말했다. 여가는 일 속에서 나를 구하기 위한 때이며, 그 안에서 일의 인
간적 의의를 체득하는 때라는 뜻이다.
일만 하는 당신, 미안하지 않은가: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기계문명이 발달하면서 이전과 똑같이 일할
경우 과잉생산이 초래되어 실업자가 증가한다는 면에서 볼 때, 이제는 지나치게 일만 하는 것도 반사
회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내가 아는 어느 편집자는 잡지 편집은 물론 외부의 모임
과 강연까지 한꺼번에 책임지느라 1인 3역을 하고 집에서는 주부 노릇까지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그녀는 자신이 회의석상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무얼 말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
다. 의욕과 기력이 떨어진 것도 문제였지만, 그녀는 그토록 멍청해진 자신을 용납하지 못해 괴로워하
다 갑자기 시력을 잃고 한 달이나 입원해야 했으며 어지러움증, 소화불량에 회사를 가려면 걷기 힘들
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꼼꼼한 완벽주의자였던 그녀가 이런 일을 겪은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이런 사람들은 확실하게 쉬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일을 중요하게 여기되 일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벅차면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실컷 놀기도 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이런 건 하기 싫습니
다 라고 말해야 한다.
무의미한 노동: 중국 진나라의 명장이었던 도간은 집 마당에 늘어놓은 커다란 장독 100개를 이곳저곳
으로 옮기면서 체력을 단련했다. 하지만 이것이 일이었다면, 아무리 천하장사라도 금방 싫증이 났을
것이다. 심지어 어느 나라에는 같은 자리에서 모래를 계속해서 왔다갔다 옮기는 형벌까지 있었다. 등
에 무거운 돌을 짊어진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가 생각나지 않는가?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생산체계가 자동화되고 단순화되면서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극소수 간부를 제
외한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기계 부품처럼 움직인다. 그들은 일의 의미와 자신이 가지는 위치를 모르
기 때문에 불안감에 시달리거나 소속감을 상실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특별히 유능하거나 사회성이
뛰어나지 않아도 자신에게 적합하고 자기를 지지해주는 인간적 환경 속에서 일을 할 때 자신의 능력
을 더 발휘하게 된다. 사람에게는 일 속에서 자신을 시험하고 자신을 살리고 싶은 욕구,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능력을 신장시키고 발휘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것은 곧바로 일하는 보람이나 사는
보람으로 이어진다. 또한 같은 일이라도 생각에 따라 보람이 생길 수도 있다.
노는 인간을 권하다: 노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라는 명칭은 일은 일일 뿐, 그것이 내 생활
방식을 좌우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고히 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말한
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을 사는 보람이라고 여기는 기성세대와 일과 여가를 모두 추구하는 젊은 세대
간의 차이가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 20세기 후반 신좌파의 대가 중 한 사람인 허버트 마르쿠제는
『에로스적 문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은 힘든 일이 저주가 아닌 미덕이 되는 시대다. 그
것을 미덕이라고 선전했던 윗세대들 때문이다 … 하지만 이제는 자식들이 일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키워야 한다. 일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건 정신병이다. 일을 하고 싶다
는 욕구가 없을 때도 스스로를 가치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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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유인가 존재인가
알몸의 디오게네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물질적인 사치를 거부하고 최소 필수품만 가지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삼았다. 그는 옷도 신발도 없이 알몸으로 나무통 안에 살았는데, 하루는 그 나
라의 왕이 찾아와 더 필요한 게 없냐고 물었다. 디오게네스는 대답했다. 왕이여, 조금만 비켜주십시
오. 당신에게 가려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군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어린아이가 샘물가에 앉아 두 손으
로 물을 떠먹는 것을 보고는 단 하나 남겨뒀던 찻잔까지 버렸다. 얼마 뒤, 그의 제자인 크라테스가 스
승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무소유만이 모든 괴로움과 고민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한 귀로 흘려버리고 점점 재물과 돈에 집착하게 되었다.
be의 시대로: 멋진 외제 골프채를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것이 많은 지금은 have'의
시대이며, 참으로 즐긴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do 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들 한다. 그러나 에리
히 프롬은 오래 전부터 have 의 시대는 끝났으며 be 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새로 소
유하는 것보다 있는 것, 존재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육에서조차 소유를
중시하도록 강요당한 탓에, 지식도 소유하는 것만으로 안심해 버린다. 그러나 돈도 가지고 있는 것만
으로는 소용없듯이, 공부도 공책에 적거나 머리에 넣는 것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be , 즉 존재
라는 것은 가진 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한 상태를 말한다. 맛있는 음식도 먹어서 몸의 에너지로 만들
때 의미가 있는 것처럼, 지식도 마음으로 받아들여 해석하고 소화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지식을 자
신의 존재를 통해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소유의 고통: 소유양식에서는 살아 있는 관계가 없다. 그 상대가 배우자나 연인일 때도, 나는 나가
아닌, 나는 연인이라는 물건을 가진 물건일 뿐이다. 소유에 대한 지배적 성향은 미성숙한 것으로 그
것이 계속되면 병(프로이트) 이며 소유에만 전념하는 사람은 신경질적이다. 만일 사람이 소유로써 자
기 존재를 증명한다면, 소유한 것이 불멸하면 나도 불멸한다고 생각해서 그 사람은 물건을 소유함으
로써 불멸에의 갈망을 이루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끝나지 않는 소유의 노예가 되는 고통의 결
과를 낳을 뿐이다. 또한 소유의 목적은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데 있기에 인간은 효율성과 공리성이라
는 새로운 기술로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하려 들었다. 결국 소유욕이 커지면서 자연을 그 소유욕을 충
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게 되었고, 이것은 곧 환경파괴로 이어졌다.
가야 할 도는 존재 : 사상과 순간 이외에 자기 것은 아무것도 없다 (괴테,『파우스트』),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거나 망해 버린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누가복음), 최고의 단계
에 도달하려면 소유랄 갈망하지 말라. 물론 우리에겐 모든 소유물을 다 버릴 용기가 없다. 하지만 돈
이나 물건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느냐, 아니면 다른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느냐는 선택할 수 있다
(석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고 자기가 무엇인가 하는 것 (에크하르트),
가야 할 도(道)는 존재 (노자). 이상은 모두 소유보다는 존재를 생각하라는 동서고금의 가르침이다.
소유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요구하지만 존재는 그 이기심, 자신을 비울 것을 요구한다. 존재는 인간
적 힘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내면적 능동성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성장하고 넘쳐흐르며 사랑하고
고립되지 않으며 관심을 주고받으며, 경험을 나누며, 사회에 유용한 변화를 일으킨다.
창조의 본능: 존재는 가면을 벗기는 일이며, 순수한 창조는 소유를 넘어 창조 속에 증발해 버리는
것이다. 창조력이란 단순히 예술활동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예기치 않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
어나는 우리의 인생에서 그럴 때마다 몇 가지 대처방법을 자유롭고 적절하게 응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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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다. 창조성이란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모든 행동양식이나 태도 속에 내포된 독특한 성질로서 반짝
이는 아이디어,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인지, 의표를 찌르는 행동 등은 결과에 상관없이 창조적이
다. 그래서 메슬로는 유명한 작품들에 나타난 창조성을 특별한 재능의 창조성 , 보통 사람의 창조성을
자아실현의 창조성으로 구별하고, 특히 두 번째 창조성을 중시하라고 권했다.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
라 그것을 만들어 내는 행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그는 창조적인 사람은 자아실현을 수행하며
완전을 향하고 있는 사람과 동일한 개념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안다. 양심을 통해 행위의 방향을 정하고,
거기에 인생을 맞추는 힘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태도와 창조적 태도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조의 기본은 의미에 대한 탐구로서 의미란 질서 찾기에 새로운 것을 만들고 발견하고자
하는 욕구가 결합된 것이다. 따라서 창조의 과정은 모든 경험을 받아들이는 용기와 두려움, 그리고 놀
라움의 능력과 관련이 있다. 창조적 과정을 따라가느냐 못 따라가느냐는 능동성과 수동성, 의식과 무
의식, 남성성과 여성성, 수용성과 생산성 등을 종합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창조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 창조성은 현실을 인정하고 자발적인 행동이 일정한 틀로 나타날 때 탄
생한다. 창조성이 가장 잘 발현되는 순간은 창조적 영감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황홀의 경지, 무아의
경지에 돌입했을 때다. 자연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일체가 되어, 인간을 초월한 근원적 존재가 되는
지극히 고도의 경험을 의미하는 것이다. 메슬로는 이럴 때, 과거와 미래에 대한 단념, 의식 집중, 의식
포기, 힘과 용기, 신뢰감, 통합성, 자발성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것을 보면, 소유보다
존재가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 내면의 잠재적 힘인 창조성과 더욱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는
보람이 살아가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내면의 가능성을 넓혀 가는 과정, 즉 자아실현이라는 것을 알
고 또 행하려면 반드시 사고를 소유의 세계에서 존재의 세계로 전환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6. 네 삶을 정당화하라
네 삶을 정당화하라: 사람은 누구나 살아 있다는 데 의미와 가치를 느끼고 싶어한다. 자신의 삶을 정
당화하고 긍정하는 것은 사는 보람과 직결된다. 이를 쉽게 해내는 사람은 사는 것도 즐겁다. 미국의
캔트릴에 의하면 사는 보람을 느끼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크게 만들고자 하는 욕구에서 시작하는
데, 이것은 인간의 본질적 경향이며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직관적으로 가치판단을 한다. 사는 보람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 역시 자신에게 맞는 마음의 세계를 만들고 그것이 가치 있다고
여겨지면 그 세계 속에서 통일, 질서, 조화 등을 이루며 안정을 찾게 된다. 소년 시절 아우슈비츠 수
용소에 갇혀 있다 살아남은 유대 베이컨은 고통도 나를 좋은 쪽으로 이끈다면 의미 있는 것이다 라
고 말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 인간은 누구나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다.
인간이 가진 나름의 독특한 사명은 매순간 변화하며 이 가치들은 단 한 번 오는 기회 속에서 자신을
잡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만일 그 기회를 놓치면 그 가치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 사람이 가장 기뻐
할 때는, 목적이나 효용, 필요, 이유와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행
동을 하는 것은 단순히 불쾌감을 없애거나 쾌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름다운 해돋이를 보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살
아 있기를 참 잘했다는 감동을 느낀다. 이처럼 인간은 존재 자체로 의미를 가지며, 기쁘거나 가치 있
는 일을 실천했을 때 자신의 생명까지 의미 있다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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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죽음을 부른다: 아우슈비츠에 갇혀 있던 한 유태인은 1945년 3월 30일이면 전쟁이 끝날 것이
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전쟁은 종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3월 29일 고열로 혼수상태
에 빠져 다음날 숨을 거두었다. 혹독한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딱 하나다. 미래에 펼쳐질 인
생의 의미를 확고히 파악하고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을 찾아 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언가를 창조하여 세상에 남겨라(창조가치),
경험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라(체험가치), 고통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라(태도가치)
를 제안했다. 창조가치는 행동에 의해 실현되고 체험가치는 세계를 수동적으로 수용할 때 나타난다.
하지만 창조성이 없거나 변변한 체험을 못해도 생명은 그 의미를 잃지 않는다. 아직 태도가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태도가치는 어떤 일이 운명처럼 불가피하게 닥칠 경우,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인간의 생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가 있다. 의식이 있는 한, 그 인간은 태도가치에
대해 책임을 진다.
더 큰 가치를 얻기 위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살기 피곤하다, 사는 것이 의미가 없으니 죽고 싶
다 고 말한다. 그러나 분명 찾아보면 의미가 있는데도 우울증에 걸린 순간에는 그것이 일시적으로 보
이지 않을 뿐이며,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희망을 찾게 되며, 그의 가치 또한 엄연히 건재한다. 이 사
실을 깨닫게 되면, 우울증 환자도 자신의 책임을 인식하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주어진 사명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자유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 직업의 경우도 자신이 하는 일이 별 가치
가 없다고 생각해도 그 직업 자체보다 어떻게 일하는가,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소화하는가를 더 중요
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람의 존재가치는 외형이 아닌 인격과 정신에 있다. 장애를 가졌든, 병에 걸렸
든 자신의 존재에 긍지를 느끼고 자존감을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사는 보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7 . 네 자신을 실현하라
자아실현이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려고 한다. 하지만 자아실현
이란 자기 자신이 되는 과정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심리적 특징이나 가능성을 충분히 신장시키는 과
정을 말한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
다. 그 어떤 생명체의 그것보다 어엿한 인간이 되는 일이 훨씬 더 어렵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아
실현은 다분히 정신적인 것이다. 비록 신체는 노화를 겪지만 정신은 죽을 때까지 커나간다. 인간의 마
음속에 그 능력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커가면서 소질과 가능성을 충분히 꽃피우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자아실현이다.
인생은 예술이다: 운케이는 조각의 천재로 근처에 있는 아무 막대기라도 붙잡고 끌을 대면 그 나무
의 영혼이 드러나 순식간에 불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저렇게 아무렇게나 끌을 대도 이마나 코가 되는
군 하고 감탄했다. 그러자 한 젊은이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 사람은 이마나 코를 끌질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나무 안에 있는 코나 이마를 끌로 파낼 뿐이지요. 그건 흙 속에서 돌을 캐
내는 작업과 비슷해서, 결코 잘못될 리가 없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꿈의 열흘 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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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의 참다운 자신을 평생 걸려 파내는 끌질, 자아실현의 과정도 이 운케이의 조각과 같다. 울프
는 예술가적 인생을 살려면 자신의 자질과 인간성에 대해 알아야 하며, 장인정신, 즉 가지고 있는 인
간성을 적절한 모양으로 바꿀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인생이라는 예술 창조의 목적과 목표를
알고, 이상을 실현시킬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살고 싶은 대로 산다: 1988년 아사히신문에 한 대학생이 쓴 사는 의미를 지금 생각하자라는 투고가
실렸다. 그는 대학 생활에 실패했다고 생각해 주위로부터 무모하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혼자 중국 여
행을 떠났다. 그는 여행 도중 만난 사람들로부터 귀한 충고를 얻었고, 그 이후로 사람은 어떻게든 살
아간다. 하고 싶은 것을 하자. 살고 싶은 대로 살자 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사는 방식은 스
스로 발견해야 하는 것이며, 정해진 길을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가 중국으로 떠난 것은 자신을 들
여다보고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종류의 고민은 방안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자기 안에
파묻힌 마음의 현(絃)을 찾는 일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바뀌는 주어지
는 사명을 그때그때 각각의 입장에 따라 주어진 일을 하는 것만이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가치를 실현
하는 길이다.
8. 세월처럼 성숙하라
세월 속에 여물어 가는 마음: 유아기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본질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울고 웃고 어리광을 부리지만 점점 커갈수록 침착해진다. 하지만 똑같이 먹는 물리적 나이와
는 달리 성숙해지는 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육체는 스무 살이 되면 완전히 성숙하지만 성격과
인격은 신체 발육에 비례하지 않는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격한지, 섬세한지 구분할 줄 알
며, 판단이나 결정도 잘 내리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성장에 제동이 걸리
고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이처럼 사람으로서 성숙한다는 것은 사는 보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
람은 생후 1년 동안 신뢰를, 생후 2, 3년 동안 자율성을, 또 생후 4, 5년경에는 적극성을 얻는다. 이
무렵 획득하는 기본적인 신뢰감에 상처를 입게 되면, 성장을 해도 그 불신을 여전히 남아서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려 들지 않고 폐쇄적으로 매몰되어 버리기 쉽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사춘기에 들
어서야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문제에 해당하는 개인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청년기가 되면 확고히 정립
된다.
정체성의 위기: 정체성확산 증후군이란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정체성을 형성해야 하는 청년기
후기에,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자기의식 과잉, 선택의 회피와 마비, 대인적
거리 유지 불능, 시간적 전망의 상실, 근면성의 소실, 범죄의 형태로 나타나는 부정적 정체성 선택 등
을 겪게 되는데, 최근 이런 상태에 빠진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 위기는 주위 환경
의 변화 또는 개인의 내적 변화에 의해서 생기는 정체성의 갈등을 소화하지 못할 때 생기며 특히 부
모로부터 이어받은 정체성을 버리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해야 하는 시기인 청소년 후기에 잘 나타난
다. 흔히 원만한 큰 병이나 사고 없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만이 원만한 성격의 어른이 된
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불행한 가정환경에서도 건실하게 자라난 사람들은 얼마든
지 있다. 훌륭하게 성숙한다는 것은 부딪히는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으며, 행복한 어린
시절이 도움은 될지 모르지만, 완전한 방패가 되지 못한다. 심지어 고통과 괴로움이 강한 의지를 만들
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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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의 조건들: 사람은 한 가지 또는 몇 가지의 목표를 행해 나아간다. 어떤 사람은 큰 목표를 위해
노력을 쏟고, 어떤 이는 뚜렷한 목표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성숙한 사람은 그 지향성
이 뚜렷하고, 그 목표를 향해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건강한 인성을 지닌 사람
은 환경을 능동적으로 지배하고 인성의 통일성을 유지하며 세상과 자신을 바라가 자각하며 다른 사람
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고도 홀로 일어설 수 있다. 또한 이성과 감정을 갈등을 느끼지 않는, 즉
각 부분이 조화롭게 통일체를 이루어 평온을 유지한다. 매리 야호다는 1950년, 건강한 인성이란 자
기 환경을 적극적으로 지배하여 인성에 일정한 통일성을 이뤄내고, 세상과 자신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성숙한 인격의 기준 7가지 (올포트)
1) 폭넓은 자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성숙해지면서 외부 활동이나 사상 등으로 흥미의 범위를
넓혀간다. 주위에 있는 경제적, 교육적, 오락적, 정치적, 가정적, 종교적 일들에 자신이 어떻게 관련되
는지 관심을 가진다.
2) 직ㆍ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타인과 정다운 관계를 유지한다: 충분한 자아 정체성 감각으로 타인과
친밀하게 지내며 사랑하는 사람과 심리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그 사람의 행복을 바란다. 공감할 줄 알
고 관용적이다.
3) 기본적이고 정서적인 안정(자기수용)을 유지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수용한다: 욕구불만에 인내할
줄 알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며, 타인의 복리를 방해하지 않는다. 인생에 대해 연속적인 안정
감을 갖고 있으며, 삶의 공포나 위협을 균형 잡힌 감각으로 통제할 수 있다.
4) 외부의 현실을 기꺼이 인정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자신의 상황이나 이상에 맞추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지 않는다. 느낌의 대다수가 진실이고, 인지작용이 정확하고 현실적이다.
5) 기능과 과제: 객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당한 기능을 활용하며 자기 일에 몰두하는 능력이 있
다.
6) 자신을 통찰할 줄 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지성적이며 유머감각이 있다.
7) 인생관에서 통일성을 추구하며 조화로운 생활을 누린다: 확고한 목적의식과 사명감, 가치관을 가지
고 있다.
자유인가 안정인가: 프롬은 사람의 성격은 사회나 문화 속에서 형성된다고 믿었다. 사람은 사회 관습
이나 종교적 규제로부터 해방되면서 안정감과 소속감을 잃은 대신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동료로부터
의 고립과 소외는 불안정하고 고독한 생활을 야기시켰다. 이러한 자유와 안정의 이율배반 속에서 인
간에게는 사랑을 통해 타인과 결합하려는 욕구, 생물로서의 수동성을 초월하기 위한 창조의 욕구, 자
연과의 연계 대신 친구와의 우애에 의한 사회적 참여를 바라는 욕구, 독자적인 자아의식을 통해 개성
을 가지고자 하는 욕구, 이성에 의한 세계관을 가지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했다. 이 다섯 가지 욕구가
충족되면 애정으로 충만하고, 창조적이고, 사회적이며,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 탄생한다. 이런
사람은 생산적 애정으로 누군가를 돌볼 줄 알며, 책임과 수용(존중) 속에서 이해심을 잃지 않고, 객관
성과 지성, 그리고 이성에 의한 생산적 사고와 인간적 양심을 소유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9. 만나라, 사랑하라, 행복하라
진정한 삶은 만남이다: 이른 아침 높은 산에서 일출과 마주쳤을 때, 우리는 살아 있기를 잘했다. 나
는 지금 인생을 살고 있다 라고 하면서 생을 실감하게 된다. 부버는 만남이란 이처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모든 것과의 마주침을 뜻한다고 했다. 이 만남들은 자아실현의 토대가 되고 결국 사는 보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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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가 된다.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진심과 진심의 접촉이다. 만남이라는 결정적 순간에는 지금까지
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일이 생기며, 최고의 만남을 경험하면 나갈 때와 들어설 때가 달라진다고 말
한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 테렌바흐 또한 만남은 몸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지각현상, 정신적
인 맛 또는 냄새이며, 말이나 생각 이상으로 사람들을 내적으로 결부시킨다 고 설명했다.
나와 당신: 사람은 누구나 대하는 상대가 그것(물건)인가 당신(인간)인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
다. 나와 그것의 경우는 상대를 하나의 물건으로 대하는 태도로 여기에는 인격적 인정이 없다. 나와
당신의 경우는 상대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자세로, 상대의 죽음을 무심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서로 사랑하여 나와 당신이 결혼했어도, 세월이 지나 남편은 아내를 청소기나
세탁기로 보고 아내는 남편을 월급 타오는 기계쯤으로 여긴다면 둘의 관계는 나와 그것이 된다. 그
러나 한쪽이 병이 들어 다른 한쪽으로부터 따뜻한 간호를 받으면서 다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게 되
면 또 다시 나와 당신의 관계로 회복된다. 이처럼 인생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관계들은 항상 당신과
그것 사이를 오간다. 인생을 그것만 가지고 사는 사람은 참다운 인간일 수 없다. 만남이 생기면, 다
른 사람은 나와 별 상관없는 존재지만 당신은 나만을 위해 존재하게 되고, 나는 당신만을 위해 존
재하게 되어 나와 당신은 함께 새로운 현실을 살게 된다. 이 둘은 융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로 마주보고 동시에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맺게 된다. 이처럼 만남에서 양자의 관계는 상호적인
것이며 이를 통해 나는 당신을 형성하고, 당신은 나를 형성해 간다. 노동이나 재산도 나와 당신
의 관계를 통해서만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으며 또 그 마음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상대의 인격에 몸을 던져 사랑을 느낄 때, 시공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다. 사랑을 해봤다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하루가 한 시간처럼 느껴지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서도 그 사람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고,
상대의 생각을 모두 아는 상태가 되는 순간, 비로소 두 사람은 나와 당신의 관계가 된다. 타인의 기
쁨을 자신의 기쁨으로, 타인의 슬픔을 자신의 슬픔으로 받아들이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곧
사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정신적 기쁨이다.
사랑…: 성숙한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 성숙, 번영, 행복에 대해 자신의 일처럼 관심을 가지
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의 편이 되어주는 일인데, 이는 상대를 환영하는 것, 소유하는 것, 공간적
거리를 좁히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본래 고독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는 보람을 가지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를 얻기 위해서는 사랑받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즉 사랑은 용기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는 어머니를 떠나 주변세계를 탐험하려 들지만 사랑에 목마
른 아이는 어머니에게 붙어 있는 순간조차 주변에 발 딛는 것을 피한다.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
람은 사랑을 할 줄도 모른다. 그런 사람은 일단 가능한 한도에서 주변의 누군가의 편이 되어 주는 일
부터 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관계, 즉 사랑 받는 일의 시작이다. 로저스는 사랑이란 깊이 이해되고 깊
이 받아들여지는 것 이라고 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질 때 삶의 의욕을 가지며,
인간관계가 좋을 때에 불안감과 경계심을 떨치고 살아갈 수 있다.
열등감을 넘어 행복으로: 인간은 욕구충족이나 쾌락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베란 울
프는 스승을 넘을 수 없다는 열등감을 기초로 쓴『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라는 책에서 행
복은 열심히 산 결과일 뿐, 행복 자체를 구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고 했다. 유아기가 턱없이 길고,
힘도 부족하며 그 어떤 동물들보다 약한 생물체인 인간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열등감을 가진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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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이 열등감은 사회생활 속에서 치유가 가능하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인간적 유대감을 가지는 것이
다. 사회에 잘 적응하는 사람은 세상을 재미있는 곳으로 인식한다. 반면 열등감을 가지는 사람은 쉬이
두통이나 피로를 호소하고, 사람을 싫어하며, 노동이나 성적인 문제를 피하고, 사랑할 수 없다는 부정
적 태도와 공포심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열등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다른 활동으로 열등감을 대신하
고, 열등한 것이 오히려 유리한 것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고, 마지막으로 열등감을 보상하는 생
활로 그 열등감을 사회적으로 유익하게 바꾸어야 한다. 또한 노동은 인간관계를 통하여 사람에게 발
전과 자부심을 가져다준다. 열등감을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로 바꿀 수 있는 직업을 가지면 더더
욱 좋다. 그러나 일만으로는 부족하며 남은 에너지를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활동으로 돌려야 한다. 완
전을 목표로 하지 말고,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대신 이해하려고 하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동참하랴,
거기에 잘 적응한 사람은 겸손하고 행동이 안정적이며, 목적과 판단이 확실하다.
행복의 조건: 프롬에 의하면 행복이란 건강한 인격의 중심이고, 보다 큰 활력을 가져오며, 건강을 증
진하고, 가능성을 실현시키고, 생산적 태도를 만드는 생활을 조건이다. 행복은 생산적 생활에서 나오
며,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생산성을 위해 생활을 자극하고, 성공적인 삶의 방식을 가졌는지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다. 사는 보람은 행복감의 일종이지만, 행복감보다도 한층 더 자아의 중심에 가깝고, 미래를
향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이것은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사
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의 지표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시로야마 사부로의『샐러리맨의 일생』에
의하면 건강, 좋은 인간관계, 아름다운 것을 볼 줄 아는 능력, 적당한 돈,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할 일
이 있을 것의 다섯 가지의 조건은 필수적이다.
10. 쉰 이후, 진실의 꽃이어라
사는 보람 대책: 노년이 되면 보통 심신의 건강, 경제적 기반, 사회적 연대, 사는 목적, 사는 의미나
가치등 다섯 가지를 잃는다고 한다. 정년퇴직을 하고 심신이 쇠약해지면, 대다수 스스로 쓸모 없는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해 생활의 목적이나 의미를 잃는다. 그러나 좋게 보면 노후는 일에서 해방되어
자기 시간을 자아실현에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며, 새로운 능력을 발전시킬 절호의 기
회이다. 그때까지의 경험, 능력을 지혜를 통해 창조적으로 되살려, 가정이나 사회에 헌신할 수 있다.
인간의 능력은 죽을 때까지 발전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노인이 되면 죽음에 한층 가까워진다. 따라서
한 발 한발 다가오는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는 일이 꼭 필요하
다. 잘 죽기 위해서는 잘 늙어야 하며,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산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사람은 누구
나 나이가 들면 죽지만, 우리는 대다수 쓸데없는 슬픔 없이 행복하게 늙고 싶어한다. 부버가 말한 것
처럼 나이가 든다는 것도 시작하다의 참뜻만 잊지 않으면 멋진 일일 것이다.
노인들의 생각: 사람은 나이가 들면, 체력과 몸이 쇠약해지고 오히려 나이든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
지게 된다. 무언가를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고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가
며 죽음이 다가옴을 느낀다. 하지만 이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원만한 인간관계도 불가능하다. 조지 웨
인버그는 노인이 소외되는 원인을 첫째, 다른 노인들을 차별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우정을 기대하며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둘째, 나이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생각, 셋째,
젊을 사람에게 폐를 끼칠 권리가 없다며 개인적인 문제를 감추려 하는 것, 넷째, 인생의 선배로서 젊
은 사람들에게 사사건건 충고하려 드는 것, 다섯째, 죽어 가는 것에 대해 동정 받고 싶어하는 것, 여
섯째, 요즘이라는 말을 쓰며 세상을 비난하는 것, 일곱 째, 젊은 사람처럼 행동하려 들고 젊은 사람
들의 사생활을 침범함, 여덟 째, 젊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고 도중에 끊으면 화를 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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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그들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으며, 아홉 째, 남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을 가지며 존엄을 상실해 스
스로 자리보전을 하거나 치매를 조장하는 것 등으로 파악했다.
현명하게 나이 드는 법: 웨인버그의 현명하게 나이 들기 위한 실천 목록
1) 자신을 위한 계획을 세워라
2) 새 옷을 입고, 머리를 정돈하는 등 용모를 단정히 하라
3) 체력을 위해 장거리 산책을 하라
4) 자유롭지 못한 신체 능력이 행동의 자유마저 제한하지 않도록 노력하라
5) 모두 노인을 미워하겠지하는 편견에서 벗어나라
6) 자식이나 친구들에게 약간 기댄다 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하며 편하게 생각하라
7) 모두가 나를 귀찮아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8) 다른 사람의 호의를 감사하게 기쁘게 받아들여라
9) 다른 사람의 죽음을 겁내지 말고 정면으로 응시하라
10) 죽음에 대해 솔직히 생각하고 말하라
11)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나이가 걸림돌이 될 거란 생각을 하지 말라
여든에 연주하는 바흐: 울포트에 의하면, 노인이 되면 활력과 감각은 떨어져도 이해력, 추리력, 판단
력은 거의 그대로라고 한다. 게다가 노인에게는 성숙한 기지, 깊은 지식, 오랜 경험에 의한 지혜처럼
무시하지 못할 장점들이 있다. 에릭슨은 이 지혜란 죽음이 직면해 와도 삶에 대해 집착이 아닌 관심
을 가지고, 신체적으로 쇠약해지고 지적 기능이 쇠퇴해도 통합된 경험을 유지하여 이를 다른 사람에
게 전하는 노력 이며 후세를 위해 다가오는 세대의 요구에 응하고, 동시에 자신이 남긴 지혜가 절대
적으로 옳은 것은 아님을 자각하는 일 이라고 했다. 오르간 연주에도 능했던 슈바이처와 첼리스트이자
지휘자 파블로 카잘스 모두 여든을 넘긴 나이였음에도 바흐를 좋아하고 바흐의 곡을 연주하며 활력과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령화 사회라는 말만 들어도 치매 노인들이 득실대는 어두운
세상을 상상하지만 80세 전후에도 활기차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진실의 꽃: 제아미는 예술을 꽃에 비유하며, 때에 따라 꽃 피는 모양이 다르다고 말한다. 때가 되면
피고, 때가 지나면 지는 꽃을 시분(時分)의 꽃이라 한다. 서른 이전의 젊음을 내세운 꽃이라면, 쉰 이
후의 꽃은 진실의 꽃이다. 그 꽃의 아름다움은 젊음도 당해내지 못한다. 제아미는 또 다음과 같이 시
든 꽃의 존귀함을 강조했다. 한 송이 꽃을 극찬할 때, 그 꽃이 시든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그 시
듦은 꽃보다 우위의 것이다. 꽃이 시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꽃피지 않은 초목이 시드는 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다. 꽃이 핀다는 것이 중요하듯이, 이후 그 시든 모양 또한 중요하다.
11. 죽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
삶과 죽음은 하나다: 죽음의 의의, 즉 죽음의 보람은 생의 의의나 사는 보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생의 의의는 죽음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아무리 높은 지위와 돈과 권력을 가졌다
해도 죽음의 순간에는 모두 벌거숭이가 된다. 고독한 죽음과 사후의 여로를 홀로 걸어가야 한다고 생
각하면 불안감에 소스라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의 최후의 순간인 죽음이야말로 인생에서 최고의
경험이라는 것을 알면, 죽음을 피하지 않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일단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면, 죽
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죽음을 통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인간에게 죽음은 마지
막 성장과정이며, 정상에 서느냐 마느냐의 분기점이다. 비록 몸은 재가 되더라도 그의 영혼은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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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마음속에 간직되는 것이다. 어떻게 죽을까하는 방법을 택하고,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한 사람
에게서 죽음을 배운다. 주위 사람들 또한 환자에게 존엄을 부여하는 동시에 그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외로움 속에서 죽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죽음의 심리 과정: 퀴블러로스는 1969년 <인간의 죽음>에서 죽음의 심리 과정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방어감정인 부인·고립 , 왜 나만 이런 지경이 되었는가하는 분노 , 보통 한 번만이라는 조건으로 고
통스러운 시간을 연기하기 위해 신적인 존재에 요청하는 타협 , 우울 , 상황을 받아들이는 평안한 상
태가 되는 수용의 다섯 단계로 설명했다. 그녀는 자신이 면접했던 200명의 환자들 중 대다수가 마음
의 평화와 존엄을 유지한 채 죽어갔으며, 죽음을 앞에 둔 환자가 곁에 있다면 환자의 심리 과정을 이
해하고 다음과 같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부인기에는 수용을 강요하지 말 것, 둘째, 분노
기에는 같이 화를 내거나 피하지 말라, 셋째, 타협기에는 하던 일을 완성하도록 권할 것, 넷째, 우울
기에는 가만히 곁에 앉아 손을 잡고 슬픔을 나누라는 것이다.
죽음은 멋진 선물: 죽음은 언젠가는 다가온다. 죽음은 인간을 소멸시킨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인간은 그때서야 처음으로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해방되어, 자신에 대한 집착
을 버리고, 묵묵히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면 구름, 바람, 꽃, 햇살과 같은 모든 것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한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죽음이란 이 세상이 무엇이었는가를 알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멋진 선물일 수 있다.
죽음을 이해하라: 죽음이 없다면 사는 보람도 없다. 라틴어 finis 는 종말과 동시에 목적을 의미한다.
인간에게 죽음이 없으면 목적도 사라지고, 그 생명은 내용과 의미를 잃는다. 즉 종말을 의식해야만 미
래의 목적을 인정하고 정신적으로 의지할 곳도 생긴다. 흔히 사람에게 생명은 빛과 같아 생명이 없는
곳은 암흑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암과 사투하며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이와모토 히데오는 죽음에 대
한 불안과 공포에 떨던 어느 날, 죽음은 암흑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에게 실
제로 주어진 것은 현실의 생명뿐이며, 사람에게 확실한 것은 지금 살아 있다는 것뿐이다. 이 하루하
루는 죽음이 임박해 왔는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어느 날이나 실체로서의 생명이고 귀중하다. 죽음이란
생명과 맞바꿔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단지 실체인 생명이 없어진 것에 불과한 것으로 즉, 죽음이란
생명에게 이별을 고하는 때다.
12 . 글을 맺으며
나의 사는 보람: 사람은 누구나 정서적인 건강이나 인격의 완성을 지향하며, 내면의 가능성을 신장시
키고자 하는 고유의 자아실현 충동과, 생산적 생활이나 조화와 애정을 구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
자아실현 충동을 깨닫기까지 인류는 수많은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이제는 보람은 이성과 밀접하게 관
련되어 있으며, 또한 사는 보람은 이성뿐만 아니라 정신과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참다운
사는 보람이란 일하는 보람이나 노는 보람이 아닌, 사람다운 보람이어야 한다. 따라서 내 사는 보
람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당연히 스스로의 삶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인생관과 직결된다.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타인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삶을 가치 있게 여긴다. 네
가 받고자 하는 대로 다른 사람에게 해주어라는 평범하고도 익숙한 이 금언이야말로 타인을 고려하
는 사는 보람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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