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9월8일
부산으로 사전 전시회 보러 갑니다.
30년이 흘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서 물설고 땅설은 낯선 경산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언덕 위에 하얀 집>으로 불렀습니다. 언덕 위에 하얗게 궁전처럼 지은 아파트에서 그녀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아들딸을 낳고 키우면서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여자들만 친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고 남편까지 비슷한 또래라서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형제처럼 지냈습니다.
아이들도 형제처럼 지냈습니다. 힘든 시간이 각자가 있었지만 모두 잘 견뎌내고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나에게 그들은 가족 같은 사람입니다. 그때는 건설회사 다니는 남편이 무척 바빴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오는 일도 있었고 늦은 퇴근에 휴일도 없이 일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친구 남편들이 아빠 몫까지 해주었습니다. 간호사 친구는 ‘소아청소년학과’에 있으면서 우리 아이들을 키우다시피 했습니다. 물리치료사인 친구 내외는 남편이 바빠서 비우는 자리는 이모처럼 챙겼습니다.
이제 아이들도 성인이 되어서 각자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형제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물리치료사인 친구가 사진전을 합니다. 10년 넘게 작업하더니 개인전을 하는 겁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모였습니다. 부부 동반으로 아이들까지 다 모여서 이모 사진전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습니다. 자랑스러운 친구입니다. 수필을 하는 벗도 멀리 남해에서 남편과 함께 자리를 빛냈습니다. 자갈치시장에서 점심으로 모둠회를 먹었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늘 한결같은 든든한 가족입니다.
부산 광안리와 해운대를 둘러보고 국도를 타고 여행처럼 집으로 왔습니다. 친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것 같기에 마음이 찡했습니다. 이제 너무 애쓰지 말고 살기로 합니다. 천천히 즐기면서 살아가기로 합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그녀들과 그녀들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또 열심히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