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 짧은 여행 28 - 초임지 찾아가기 (정선 - 영월 - 고한)
목필균
세 친구들이 의기투합하여 첫부임지를 찾아다니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정선행 버스를 탔다
1975년 새내기 교사가 되어 강원도 정선이라는 오지로 부임했던 학교를 퇴임을 하고서야 돌아보게 되었다.
도시에서 공부만 하던 스물 두 살 어린 나이로 선생님 소리를 들으며 낯선 타지에 부임했을 때, 모든 것이 미숙하여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저질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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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했던 탄광촌에서 일했던 기억, 물이 넘치면 몇 시간을 걸어 출근했던 오지에서 눈물 흘리며 견디어내던 여린 여교사, 일찍 결혼하여 타지에서 육아를 하며 오가던 어설픈 20대를 돌아보았다.
먼저 정선으로 가니 넓어진 길이 오히려 낯설었다.
정선 5일장이 관광코스가 되어 제법 북적거리는 산촌이 된 것이다.
정선초등학교는 너무 많이 변해서 40년 전 그 때의 기억하고는 너무나 달라졌다.
그 시절 제자들은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서 지천명을 향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참 무심하게 흘러간 세월이다.
그나마 750년된 은행나무 만이 학교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짧은 근무기간이었지만 결혼하여 첫애를 갖고, 동료교사들과 정있게 지냈던 일들을 떠올리며 교문을 나섰다.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변화된 모습이 당연하다는 담담한 생각으로 마침 장날인 정선전통시장으로 향했다.
정선 전통시장은 진귀한 약초와 버섯이 많아 나와있었고, 각종 볼거리와 먹거리들이 푸짐하게 가판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덕구이와 곤드레밥, 올챙이국을 맛보며 즐거워 했다.
우리들은 사십 년 교직에 묶여있던 끈을 풀고, 이렇게 평일날 여행을 할 수 있다는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영월로 가서, 전설이 남겨 있는 <선돌>과, 1000년 묵은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를 살펴보고, 동강이 흐르는 강변을 거닐다가 숙소인 동강 빌리지 펜션으로 가서 짐을 풀었다. 여름 성수기를 피하니 모든 것이 한가롭고 좋았다.
다음날 친구 이선희의 첫부임지 옥동초등학교를 찾아 갔다. 영월시가지에서 김삿갓면으로 깊숙히 들어가면서 선희는 밤열차를 타고 다녔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날들이 정말 눈물 겨웠다고 회고했다.
물이 넘치면 버스가 끊겨서 걸어서 오갔던 오지 근무가 서러웠다는 데....
옥동초등학교 주변은 김삿갓이란 브랜드를 걸고, 동강 리프팅, 문학 순례지 등 명소가 되어 크게 발전해 있었다. 툭하면 넘치던 동강이 넓고 튼튼한 다리로 길을 닦여 자동차들이 질주하였다.
옥동초등학교는 시설이 크게 늘어났고,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다.
친구 선희는 배신한 첫사랑을 바라보는 애증의 눈으로 그 시절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옥동초등학교를 나와 고한으로 가기 위해 상동 만항재를 넘어가다가
모운동이라는 해발 700 미터 산골마을로 들어섰다. 몇 십 년 전에 인구 9천 명 이상이었던 탄광촌이었다는데.... 지금은 납작 엎드린 집 몇 채가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지금은 주민 오십 여명이 벽마다 동화 그림을 그려 동화마을로 거듭나고 있었지만, 이런 산골에도 영화로웠던 시절이 있었다니 놀랍기만 했다.
모운동에서 만항재로 가는데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외길이 이어졌다.
지인 노민석박사님이 안내해 주지 않았으면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첩첩산중의 풍광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영월서 고한으로 넘어가는 만항재는 함백산 정상으로 야생화 단지와 등산코스로 역시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라서 많이 발전해 있었다.
고한쪽으로 내려오면서 유서깊은 적멸보궁 정암사를 들렸다.
일주문에서 바라보니 포대화상의 환한 미소가 반겨주었다.
부처님 사리탑이 수마노탑이 높이 자리잡아 있고, 신라시대부터 있던 정암사는 그 동안 불사가 잦았던지 그 규모가 많이 커져있었다.
고한으로 내려와 전은숙 친구와 내가 근무했던 고한 초등학교를 찾으니 전혀 다른 위치에 있어서 깜짝 놀랐다.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강원랜드가 자리잡으면서 근무했던 학교자리에 강원랜드 사무행정 건물이 크게 자리잡았고.... 현재 학교는 고한중학교 자리였던 곳으로 옮겨갔던 것이다.
시커먼 탄광물이 흐르던 좁은 개울은,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로 제법 넓혀져 있었다.
카지노, 스키 등으로 도시인들이 드나들며 유흥업소도 늘어난 고한, 사북지역은 탄광촌이었다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서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돌아보니 사람도 변했고, 산천도 발전이란 명분으로 너무 변했다,
퇴임 후 친구들과 찾은 첫부임지 학교에서 풋풋했던 초임시절, 마숙해서 힘들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친한 친구들과 여행하며 추억을 찾아보는 행복을 누렸다.
첫댓글 수구초심 이라고 했나요?
강원도 오지로 부터 시작된 세분 은퇴 교사님들의 첫부임지를 찾아 떠난 여행길을 기록과 함께 추억속을 같이 걷게되니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나도 추석연휴때 경북 울진 덕구온천장에서 하룻밤 눈 붙이고 삼척,태백,정선,고한,영월 거쳐 가는길을 귀경길로 잡아 물좋고 산좋은 추적추적 비내리는 강원의 심심산골을 세월아 네월아 누비고 다녔거든요.ㅎㅎ
지금은 정말 교통이 좋아져서 강언도 산골도 금방 오갈 수 있으니.......선배님하고 같은 코스 여행이기도 했네요...
강원 산길의 시발점 이었던 삼척 동활계곡 사진 하나 첨부합니다.^
첩첩산중 태백산맥 웅장한 풍광에 기를 받게 됩니다. 선배님,
@목필균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차타고 가면서 우리나라 도로망의 위용을 실감했어요.
화전민 만의 텃밭이던 태백산 오지를 이렇게 쉽고 편하게 누빌수 있다니 말입니다.ㅎㅎ
결코 짧은 여행 아닌 추억으로 빠져든 기인 여정이었네요, 옛 자취 발견하군 몇 번의 탄성을 올렸을 세 분의 여정이 아름답습니다.....***
두 친구들은 어린 나이에 오지 산골마을에서 고생한 일들을 회상하며 눈물도 흘렸습니다.
친구들에 비해 저는 역에서 가까운 곳에 근무해서 친구들보다는 고생을 덜 했습니다.
의미있는 여행으로 행복했습니다. 선배님!
세분이 그때 그시절 초임지를 추억여행하셨군요 누구나 때가 지나면 그때가 그리워 지는법이지요 그 시절 대단한 험지였던 곳일텐데 남다른 추억을 떠올리며 뜻깊은 여행을 하셨네요 ㅎ
이선희 친구의 제안으로 출발한 추억여행이 생각보다 더 의미가 깊었습니다.
중석, 석탄 따라서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폐교된 학교, 옮겨진 학교, 너무 달라진 여견들이 낯설고 아쉬웠지만..... 영원한 것이 어디 있을까요, 무상한 인생살이의 현실을 몸으로 느끼고 왔습니다.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