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지구온도 사상 최고에 북극 얼음은 급감
유럽엔 혹서로 사망자 속출…
엘니뇨 직후
라니냐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지구 기후가 최근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관측 사상 최고에 이르고 유럽과 북미에 혹서(酷暑)가 찾아온 가운데 북극에서는 매일 오스트리아 국토 면적만큼의 얼음이 녹아 없어지고 있다.
엘 니뇨가 봄에 급속히 소멸한 데 이어 여름 들어 곧바로 라 니냐가 나타날 조짐도 보인다.
◇올해 상반기 관측 사상 가장 더워 = 14일 기상청과 기상학계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 고다드 우주연구소(NASA GISS)는 올해 상반기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기기 관측 자료가 남아 있는 최근 131년 동안 가장 높았다고 추산했다.
올해 봄(3∼5월) 지구 표면 평균 온도가 사상 최고치에 이른 데 이어 여름 들어서도 온도가 예년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이 연구를 맡은 사토 마키코 박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2010년이 기기에 의한 측정이 이뤄진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최소한 50%"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반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올해가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악화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럽·북미 사상 최고 더위 = 올해 여름 유럽과 북미에 4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돼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면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주말 베를린 등 일부 지역에서 수은주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38도까지 치솟았고, 냉방장치가 고장 난 열차의 실내 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가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고 일부는 병원에 입원했다.
영국 보건국은 최근 2주간 사망자 수가 평소보다 수백 명이나 많았다고 밝히며 "잠정 수치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위가 사망자 증가의 원인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동북부 지역에는 이달 초부터 38도를 넘는 열파가 계속돼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으며, 캐나다에서도 무더위가 이어져 많은 도시의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다.
지난 6일에는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 뉴욕의 낮 최고기온이 역대 최고치인 섭씨 39.4도에 이르기도 했다.
◇북극 얼음 급격히 녹아 = 지구 온난화의 지표 노릇을 하는 북극의 얼음도 최근 들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6월 북극 바다의 얼음 면적은 하루에 8만8천㎢ 꼴로 감소하는데 이는 위성 관측 자료를 남긴 1979년 이후 연중 같은 기간을 비교할 때 가장 빠른 속도다.
오스트리아(8만2천444㎢ )보다 훨씬 큰 면적의 얼음이 단 하루 만에 녹아 사라지는 일이 한 달간 계속됐다.
특히 6월 들어 북극의 기압 배치에 `북극 쌍극 이상(DA·dipole anomaly)'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양상이 나타나 기상학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DA가 나타나면 북극의 얼음이 매우 빨리 녹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07년 세워진 북극 얼음 면적의 역대 최소치 기록이 올해 9월에 깨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엘 니뇨 이어 라 니냐 조짐 = 열대 태평양에서는 엘 니뇨가 소멸하고서 급속히 라 니냐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서 기상 이변 우려를 더하고 있다.
열대 태평양의 수온이 높은 `엘 니뇨'가 1년 넘게 이어졌다가 5월 초에 급속히 소멸했으나 이번에는 엘 니뇨의 반대 현상인 `라 니냐'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엘 니뇨 및 라 니냐 감시 구역의 수온은 6월 중순 이후 평년 대비 -0.5도 이하인 저수온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7월 4∼10일에는 평년 대비 편차가 -0.9도로 저수온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런 상황이 라 니냐로 발달할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관련 모델들도 열대 중·동태평양의 해수면이 저수온 현상을 보이고 라 니냐로 발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엘 니뇨에 이어 곧바로 라 니냐가 발생하면서 또 다른 기상 이변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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