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미지의 빨간약
단편소설로 시작하는 열여덟 살의 인문학
지은이 김병섭, 박창현
출간일 2015년 7월 31일
판 형 145×210
제 본 무선
쪽 수 244쪽
정 가 11,000원
분 야 청소년 소설/인문학/자기계발
ISBN 978-89-6372-184-2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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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인문학이란 게…… 이렇게 사람들 마음 아픈 거 공부하는 거예요?”
단편소설로 세상과 나의 고민을 이야기하다!
사연 있는 십대들의 공감과 치유가 있는 인문학 수업
‘너무나 재미있어서 도저히 졸 수 없는’ 리상 쌤의 단편소설 읽는 수업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바로 학생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는 것. 별일 없이 웃고 떠들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미지와 친구들은 숨겨 둔 상처와 고민을 하나씩 꺼내 놓는데…….
이 책을 쓴 두 문학 교사는 아이들과 울고 웃고 부대낀 10여 년의 경험을 토대로, 그들의 수업만큼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소설이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이듯, 이 책에는 십대들의 고민과 그들의 리얼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십대 독자들은 무릎을 치며 공감하다 문득 자기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부모와 교사에게는 요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본문 일러스트 미리보기
■ 추천사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함께하는 일이다. 그동안 문학 교육 자료는 대부분 가르치는 쪽의 생각만 나와 있었다. 배우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드러난 교육 자료는 드물다. 이 책은 교사와 학생이 대화하며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 나와서 귀하다. 교사가 연출한 수업에서 학생들은 힘껏 제각각으로 의견을 낸다. 소개된 작품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 소설을 이해하는 연습이 된다. 가끔 대화가 상투적이어서 에잇 하기는 하지만 어느 옥이라고 티가 없을까. 이렇게 자기 수업을 창의적으로 기록하는 일에 학교 선생님들이 더 많이 나서면 좋겠다.
- 송승훈, 광동고 교사‧《송승훈 선생의 꿈꾸는 국어 수업》 저자
■ 지은이 소개
김병섭
인천에서 국어 교사로 살면서 졸리지 않은 수업을 넘어 도저히 졸 수 없는 수업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학생들이 주도하는 수업을 만들고자 음악이나 영화 같은 다양한 장르를 문학 수업에 활용하고, 학생들과 함께 시와 서평 쓰기, 시와 관련한 영상이나 영화 만들기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한다.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수업 기획에 관한 강의를 꾸준히 해 왔으며, 이 책을 썼다. 전국독서교사모임 ‘물꼬방’에서 명랑한 동료들과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국어 시간에 영화 읽기》(공저)를 펴냈다.
박창현
전업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담대하고 위험한 포부를 가진 10년 차 국어 교사. 문학은 예체능이니 수능 시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남몰래 하면서, 상상하는 문학 수업과 논술‧독서 토론 수업을 꾸준히 기획했다. 여고생들과 지내는 동안 그들의 예민함에 물들어 여린 감성을 가진 남자가 됐고, 이제는 ‘여고 문학 선생님’이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대학 시절, 시인 이상에 심취했던 까닭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리상’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대학생이 된 제자 둘과 함께 팟캐스트 방송 ‘대꾸해 드립니다’를 1년 넘게 기획‧제작했다.
■ 차 례
머리말
1. 아침밥을 먹을 권리 _ 프란츠 카프카, 〈변신〉
그는 언제 벌레가 되었나 |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 | 어느 벌레의 이야기
2. 사랑인 듯, 사랑 아닌, 사랑 같은 _ 레스터 델 레이, 〈헬렌 올로이〉
로봇이 사랑을 고백한다면 |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까? | 보내는 것과 버리는 것 | 인간과 로봇을 구별하는 기준 | 사랑이라는 선택
3. 머리카락을 기를 자유 _ 김승옥, 〈역사〉
자율이냐 통제냐 | 내 삶을 누가 이끌어 갈 것인가 | 역사 대 역사 | 왜 하얀 벽지일까
4. 아파트를 구하라 _ 김경욱, 〈맥도날드 사수대작전〉
추락하는 자의 절박함 | 머리부터 발끝까지 ‘맥도날드화’ | 똑같은 얼굴들 | 3000억이 사라졌다!
5. 스마트폰 어벤져스 _ 배명훈,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스마트폰 없는 여고생의 비애 | 질문이 뭐라고요? | 사막에서 벌어진 배달 사고 | 끝까지 지켜봐야만 한다
6. 여성, 실격 _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입을 수 없는 치마 | 스타킹의 딜레마 | 남자를 사랑할 수 없다 | 많이 아프지?
7. 반대편에 혼자 있기 _ 이응준, 〈레몬 트리〉
욕보다 더 참기 힘든 건 | 아무것도 아닐 수는 없다 | 반대쟁이가 된 이유 | 나는 다르게 살겠다
8. 빨간약, 혹은 대일밴드 _ 김소진, 〈자전거 도둑〉
여자의 유혹 | 죄책감이라는 상처 | 아픈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 | 상처, 그리고 빨간약
이 책에서 소개한 단편소설이 실린 책들
■ 책 속으로(본문 발췌)
소설이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이듯, 학생들의 질문도 그들의 삶을 온전히 담고 있습니다. 다양하게 나오는 질문은 그 자체로 충분한 힘을 가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요소를 덧붙이지 않아도, 그 질문들만으로 훌륭한 수업이 되곤 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재기발랄한 여고생들의 다양한 생각과 고민이 듬뿍 담긴 소설 수업을 ‘소설 형식’으로 꾸며본 것입니다. (머리말, 4~5쪽)
숨 막히도록 규제가 빡세지만 대학은 잘 가는 학교와, 두발부터 다 자유롭지만 대입 실적은 그닥인 학교. 너라면 어디 갈래? (68쪽)
“선생님, 인문학이란 게…… 이렇게 사람들 마음 아픈 거 공부하는 거예요?”
“하하, 음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해서 공부하는 거니까.”
“그렇구나. 그럼 전……, 이젠 인문학 안 배울래요.”
“으응? 아니 왜? 미지 같은 인문학 영재가.”
“아니에요. 전 별로 상처받은 게 없어서요. 다른 사람아픈 걸 이해하는 게 잘 안 되나 봐요.”
어느새 내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나는 고개를 조금 돌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슬쩍 눈물을 닦아 냈다.
“그거면 돼, 미지야. 그거면 돼. 같이 옆에 있어 주고, 같이 울어 주면 돼. 미지는 상처가 없다고? 그래,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그래서 미지 같은 사람이 더 필요한 거야. 미지는 튼튼하니까 누군가 아파서 쓰러졌을 때 도와 줄 수 있잖아?” (237~238쪽)
나는 빨간약을 손에 꼭 쥐고 밤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상처난 무릎을 내려다보았다. 나 자신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인문학은 시작한다는 말을 기억해 냈다.
‘그래, 나는 나다. 내가 그 친구들, 그 아픈 마음들, 다 알거나 제대로 치료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작은 상처는 감싸 줄 수 있지. 빨간약을 바르고 후후 불어 줄 수는 있지. 곁에 있어 줄 수는 있지. 엎어진 김에 누워도 된다고, 다시 일어날 거면 도와주겠다고, 그렇게 해 줄 수는 있지. 그렇게 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일어나서 다시 나와 함께 살아가 준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그래, 나는 빨간약이다. 그것만으로도 괜찮아.’ (240~2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