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반 형사 연기를 할 때 눈을 희번득거리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한다.'
'길 가는 사람을 조롱하며 히히덕거린 사람은 공무원이 될 자격이 없다는 청원이 등장했다.'
인터넷에서 이런 문장을 봤어요.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쓰고 있어 맞는다고 생각하거나 헷갈릴 수 있는데, 이 문장 속에는 잘못 쓴 낱말이 있어요. 바로 '희번득거리는'과 '히히덕거린'이에요. 이는 '희번덕거리는'과 '시시덕거린'으로 고쳐야 합니다.
'희번덕거리다'는 '눈을 크게 뜨고 흰자위를 자꾸 번득이며 움직이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깜짝 놀란 그의 눈이 몇 번이나 희번덕거렸다'와 같이 써요. 또 '물고기가 몸을 젖히며 자꾸 번득이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뜰채로 건진 광어들이 심하게 희번덕거렸다'와 같이 써요. 비슷한말로는 '희번덕대다' '희번덕희번덕하다'가 있어요. '휘번덕거리다' '회번덕거리다'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모두 비표준어예요. 특히 '물체 따위에 반사된 큰 빛이 잠깐씩 자꾸 나타나다'라는 뜻인 '번득거리다'와 연관 지어 '희번득거리다'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도 잘못된 표현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희번득거리다'가 표준어라고 해요.
'시시덕거리다'는 '실없이 웃으면서 큰 소리로 떠들썩하게 계속 이야기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친구와 만화책을 들여다보며 시시덕거리다가 형한테 혼이 났다'와 같이 써요.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히히덕거리다'로 쓰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히히'라는 웃음소리나 웃는 모양을 떠올려서 혼동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히히덕거리다'가 표준어래요. '시시덕거리다'의 유의어로는 '시시덕대다' '시시덕시시덕하다'가 있고, '시시덕거리다'의 작은말은 '시시닥거리다'라는 것도 알아두세요.
<예문>
―그가 충혈된 눈을 희번덕거리며 갑자기 말을 걸어와 깜짝 놀랐다.
―동생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위로 희번덕거려서 엄마가 무척 신경을 쓰신다.
―낚싯바늘에 물린 물고기가 희번덕거리며 솟구쳐 올라왔다.
―"말로는 사과한다고 해놓고 곧바로 시시덕거리면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걸?"
―친구들과 만나 시시덕거리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기약을 할 수가 없다.
―일하는 도중 우리끼리 시시덕거리다가 팀장의 눈총을 받았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서울 양진초 교장 김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