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
HEALING FOREST
김 일 래 초대전
kim Ilrae Invitation Exhibition
무제 세라믹 350x20
전시작가 : 김 일 래
전시일정 : 2022.04.05-04.17
관람시간 : Open 12:00 ~ Close 18:00 (화~일)
전시장소 : 아트로직 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 1F
T. 02-3663-7537
www.artlogicspace.com
무제 세라믹 350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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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래의 ‘치유의 숲’
들판에 한 여인이 화려한 색채의 백일홍과 목련, 코스모스 등 꽃나무들에 둘려 싸여 있다. 꽃들의 축하를 받는 여인은 흥에 겨운 듯 눈을 감고 있다. 세상사를 잠시 뒷전으로 미루어두고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기며 어느덧 자연과 하나 된 느낌이다. 생명의 율동에 반응하고 계절의 주기에서 배움을 얻고 자연에서 신성의 현존과 기운을 감지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그의 이전 작업이 함축적 언어가 기용되었다면 근래의 작업은 인체와 식물의 배치가 두드러진다. 여인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자연환경과의 조화, 내밀한 색감과 형태의 밸런스 등이 작품을 떠받쳐주는 구성요인이 되고 있다. 초봄 햇살에 보리의 순이 얼굴을 내민 형국이랄까 싱그런 내음이 소리 없이 찾아온다.
우리 사회는 불청객 코로나 19의 엄습으로 지난 3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각종 부작용과 폐해가 나타나고 사망자의 속출 외에도 실업과 파산 등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암울한 터널을 통과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택의 자유도 없이 획일적으로 가해진 장시간의 격리는 모처럼만에 자아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김일래는 역설적으로 이 기간 동안 작업에 대해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작가는 눈을 밖으로 돌려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수도권에서부터 강원도, 멀리는 부산까지 여행하면서 숲과 들, 그리고 산하를 경험하였다고 한다. 그는 순수한 자연을 접하면서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산골풍경을 ‘보석가게’로 부른 소로우(Henry D. Thoreau)의 시적인 표현처럼 자연은 선물보따리를 갖고 작가를 기다렸던 것이 아닐지.
김일래의 작업 내용은 명료하다. 여인이 자연의 품에 안겨 자신을 맡기고 있다. 물론 이런 작업은 자연을 관찰하거나 묘사대상으로 여기는 태도와 근본적인 차이를 지닌다. 자연에 감정이 이입되어 그것과 교감할 때의 엑스타시를 나타낸 것이다. 압도적인 몰입감 없이 그런 숙고적인 태도(reflective attitude)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육안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심안으로 감상할 때 발생하는 현상을 담아냈다는 말이다.
한편 그의 작품은 메마른 문명과 자연의 비대칭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T.S 엘리엇(T.S.Eliot)이 “황무지”(The Wasted Land)에서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마모되어 더 이상 꽃피울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듯이 우리의 도시적 삶은 황폐하고, 심지어 비인간화되어 있다. 현실의 부정적 측면은 엘리엇이 “황무지”를 쓸 때의 상황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팬데믹이 엄습하면서 우리의 삶은 더 나빠졌다. 사회 곳곳에 절망과 비탄의 목소리가 들리고 정신은 더욱 빈곤해진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총체적 딜레마에 빠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치유의 숲’은 우리에게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가 작품 타이틀을 ‘치유의 숲’으로 붙인 것은 그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치유란 당장의 심각한 건강문제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유적 예술이란 예술이 일상의 평범한 문제에 더 잘 대처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시각예술은 우리가 살면서 어려운 순간에 마음속으로 떠올려 보아야할 이미지들을 제시함으로써 긴장을 이완시키고 전에는 냉담하게 생각했던 것을 나의 일로 받아들이는 등 경험을 확장시켜준다. 그의 작품을 보며 두려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그가 누렸을 해방감이랄까, 존재의 기쁨을 공유하면 좋을 것이다. 작가 역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간 자신이 겪었던 감정들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김일래는 작품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작업을 할 때 몰두에서 오는 행복감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고 작업결과에 대한 본인의 만족감을 표시한 것일 수도 있다. 그가 누리는 행복감은 어쨌든 그대로 작품으로 전달된다. 우리는 여기서 자연이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인간들의 도시는 날이 갈수록 흉흉하며 살벌한지 자연과 인간의 비대칭을 떠올리게 된다. 작가가 이 문제를 의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전반적인 흐름상 여인의 해맑은 표정이나 유포리아로 미루어 작가는 ‘무궁한 생명의 원천’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영원한 생명’에 잇대어져 있을 때 우리의 인식체계가 바뀌고 소망의 비전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의 작품이 세상의 밝은 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세상이 그래서라기보다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이미 와 있는 나라를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암울한 현실이 우리들의 현주소이지만 작가는 세상에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김일래의 작품은 스케일을 내세우지 않는 소박함 자체도 눈길이 끌리지만 알밤처럼 속이 차 있다. 어떤 이에게는 그의 ‘치유의 숲’은 그늘막 같은 것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먼 길을 가는 길손들이 그의 작품을 보면서 목을 축이고 잠시 쉬어가는 광경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평론가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김 일 래 kim Ilrae
1994년 1회 개인전.석사청구전(바탕골미술관서울)
2006년 2회 개인전(가나인사아트센타)
2010년 3회 개인전(가나인사아트센타)
2012년 4회 개인전(가나인사아트센타)
2015년 5회 개인전(가나인사아트센타)
2022년 6회 개인전(아트로직스페이스 초대전)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참가
환경조각을 위한 에스키스전 2회참가(성신여대동문전)
2015년~2016년 평택대학교 평생교육원출강
성신여자대학교 아트디자인대학원 조형예술학과졸업
rlawkrrkart@naver.co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