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13 하버드대 나온 상계동 청년 이준석… 암호화폐로 수억 벌기도
국민의힘 이준석(36) 신임 당대표는 1985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컴퓨터과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에는 저소득층 무료 과외 봉사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과 전산 관련 벤처 기업을 운영하던 중, 2011년 12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2016년 총선에서 자신이 살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지역구(노원병)에 출마했지만 당시 안철수 후보에게 밀려 2위로 낙선했다. 같은 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자 국회 내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면서 대통령 탄핵과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 이준석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유승민 전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이 모인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2017년 19대 대선 후보로 출마한 유승민 전 의원을 도왔고, 이후 ‘유승민계’로 불렸다.
2018년에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되며 만들어진 바른미래당 후보로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후 2020년 1월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준석 대표는 새로운보수당에 합류했고 새로운보수당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합당하면서 국민의힘 소속이 됐다. 21대 총선에서 노원병에 출마했지만, 노원구청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후보에게 밀려 패배했다.
이준석 대표는 올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에 합류해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2030세대들을 유세 차량에 태워 자유 발언을 하도록 하는 ‘청년 유세차’를 기획하는 등 오세훈 시장의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준석 대표는 암호 화폐 투자를 통해 수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그 돈을 밑천으로 이번 당대표 선거에 도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중에게 익숙한 정치인이다. 그간 각종 시사프로그램과 예능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고, ‘헤비 유저’를 자처하며 각종 SNS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정치인으로서 어떤 변곡점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준석의 주요 장면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1985년 3월 31일생으로 올해 36살인 이 대표는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 태어나 1년 뒤인 1986년 상계동에 전입했다. 사진은 돌잔치 때 귤을 집어 드는 이 대표 어린 시절 모습이다. 이준석 대표는 유년기를 상계동에서 보냈다. 이준석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상계2동 오성빌라의 반지하에서 거주했다. 아버지가 처음 집을 사서 가족과 정착한 곳이 상계동이었는데, 딱 중산층의 위치였다”고 회고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5동 예대미술학원에서 당시 어린이들에게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씨와 함께 찍은 사진. 왼쪽이 이준석 대표다. 1994년 서울 노원구의 온곡초등학교 운동회 당시 사진. 왼쪽은 이준석 대표의 여동생이다. 1994년 11월 상계동 성당. 가운데 어린이가 이준석 대표다. 이준석 대표는 천주교 신자로 세례명은 안드레아다. 그는 “어릴 때 숨바꼭질하고 놀던 곳이 상계동 성당이었다”며 “최근 찾아가는데 당시 신부님과 수녀님이 다른 본당으로 간 지 오래라 아는 분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1995년 수학여행 단체 사진. 세 번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게 이준석 대표다. 초등학교 학예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이 대표. 그는 “당시에도 나서는 걸 좋아했다”고 회고했다. 이준석 대표는 서울 목동의 월촌중학교를 졸업했다. 2003년 2월 서울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그해 9월 하버드대에 입학해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이준석 대표는 통화에서 “대학 시절 같이 공부했던 한국인 친구들은 방학만 되면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나는 교내 컴퓨터 수리소에서 하루 3시간씩 시간당 8달러를 받고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교육 봉사단체인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 교사로 활동하던 이준석 대표는 2011년 말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으로 깜짝 발탁됐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월 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연설회에서 “정치권에 영입해 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탄핵은 정당했다”고 발언했다. 2016년 총선에선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맞붙어 낙선했다. 이준석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고, 이후 국민의당과의 합당으로 바른미래당 소속이 됐다. 2018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재도전에 나섰지만, 민주당 김성환 후보에게 패해 쓴잔을 마셨다. 하지만 그해 9월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서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이준석 대표는 2020년 1월 3일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등과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이후 새로운보수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합당하면서 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해 총선에서 다시 노원병에 출마했지만, 또다시 낙선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에 뉴미디어본부장으로 활약했다. 특히 오 시장을 지원하는 20, 30대 청년 연설을 기획해 호평을 받았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 선거를 불과 20일 앞두고, 5월 20일 출마를 선언했다. 이른바 ‘이준석 바람’이 불면서 결국 6월 11일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됐다.
"마늘밭 110억 찾은 후 삶 몰락"… 굴착기 기사에 무슨 일?
땅 파헤치자 현금 뭉치 '와르르' … 지난달 5월 24일 전북 김제시 금구면의 한 마을. 샛길로 들어서자 소나무 몇 그루와 함께 잡초가 무성한 땅이 나왔다. 10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김제 마늘밭 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당시 돈다발이 묻혀 있던 마늘밭은 이제 인적조차 드문 황무지로 변했다.
♣ 밭주인 처남 도박사이트 수익금
이곳에서는 2011년 4월 당시 마늘밭(990㎡)에서 현금 110억원가량이 나왔다. 경찰이 굴착기로 땅을 파헤치자 5만원짜리 현금 뭉치가 담긴 페인트통 등이 쏟아졌다. 이 돈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충남 이모씨 형제가 벌어들인 '검은 돈' 150억원의 일부였다. 이들의 매형 이모(당시 52세)씨 부부가 처남들의 돈을 받아 마늘밭에 숨겼다. 이 사건은 애초 땅 주인의 부탁으로 마늘밭에서 소나무·매화나무 등을 옮기던 굴착기 기사 안점상(64)씨가 이씨로부터 도둑으로 몰리자 "누명을 벗겠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씨는 처남 몰래 2억4000만원을 쓰고, 굴착기 기사에게 뒤집어 씌우려다 경찰에 발각됐다.
♣ "기 받겠다" 전국서 구경꾼 몰려
사건이 알려진 뒤 전국에서 구경꾼이 몰렸다. '마늘밭에서 기를 받겠다', '여기가 110억원이 묻혔던 장소냐' 등을 묻는 외지인들 때문에 주민들은 몸살을 앓았다. 당시 마늘밭과 거기서 나온 현금 110억원은 국고로 환수됐다. 이후 2014년 당시 전주에 사는 50대 남성이 경매에 나온 마늘밭을 주변 시세보다 2배가량 비싼 1억500만원에 낙찰받은 뒤 지금까지 땅 주인은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 매형 부부, 범죄수익은닉죄로 징역형
도대체 이씨 부부는 왜 막대한 현금을 은행에 맡기지 않고 시골 땅에 묻었을까. 중앙일보가 입수한 이씨 부부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전주지법은 2011년 8월 10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년, 이씨 부인(당시 50세)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이 숨긴 범죄 수익금 전액과 이 돈을 파묻은 마늘밭을 몰수한다"고 판결했다. 이씨 부부는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검찰 상고가 기각돼 원심 형이 확정됐다. 조사 결과 이씨 처남(기소중지)은 2008년 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서버를 개설하고 중국 청도시에 충·환전 사무실을 차린 뒤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150억원 상당의 수익을 얻었다. 처남은 도박개장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자 그 수익금을 이씨 부부에게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
♣ 처남 "땅 사서 안전하게 돈 묻어" 지시
매형 이씨는 2009년 6월 인천의 한 거리에서 처남의 부탁을 받은 이들에게 현금 17억원을 건네받아 본인 차량에 실은 뒤 부인과 사는 전주시 모 아파트에 옮겼다. 이런 식으로 2011년 1월까지 12차례에 걸쳐 현금 112억3474만원을 받아 집 장롱 안과 화장대 밑, 다용도실, 금고 등에 나눠 보관했다. 이씨 부부는 2010년 5월 18일 김제에서 토지 2필지를 1억원에 샀다. 한 달 전 "보내준 돈으로 땅을 사서 안전하게 돈을 묻으라"는 처남의 전화를 받은 뒤였다. 이씨 부부는 아파트에서 보관하던 돈을 비닐로 포장한 뒤 김치통·실리콘통·양은찜통 등에 나눠 담아 밀봉했다. 이들은 2010년 6월부터 2011년 3월까지 10차례에 걸쳐 이씨 차량을 이용해 돈을 운반한 뒤 삽과 곡괭이로 흙을 파 110억원가량을 김제 땅에 묻었다. 이씨 부부는 돈을 묻은 땅에 마늘·고추·들깨 등을 심었고, 이곳은 사건 발생 후 '마늘밭'으로 불리게 됐다.
♣ 형사가 "밭주인 추궁하자 손 떨며 묵비권"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처남이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임을 알면서도 112억여원에 이르는 거액을 수수해 보관한 점, 보관의 대가로 처남으로부터 생활비 명목으로 1억5600만원을 받은 점,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던 또 다른 처남은 대전지법에서 징역 1년6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이 판결 그대로 확정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충남경찰청은 2010년 4월 이씨의 작은 처남을 검거했다. 큰 처남은 출국 금지와 수배령이 내려졌다. 경찰은 큰 처남이 중국에서 이씨 부부에게 국제전화를 건 정황을 토대로 중국에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강모 경위는 "처남이 맡긴 돈은 확실한데, (마늘밭에 숨긴 돈 규모에 대한) 이씨 말이 수사 초기 7억원에서 12억원, 24억원으로 계속 바뀌어 이상했다"며 "우리가 계속 추궁하자 이씨는 손을 떨면서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했다. 그는 "돈이 더 있다고 보고 땅을 파헤쳤는데 100억원이 넘는 현금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당시까지 경찰에서 그렇게 큰 액수의 현금을 압수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 안점상씨 "'조폭개입설'에 암 투병까지"
이 사건을 처음 알린 굴착기 기사 안씨는 마늘밭에서 나온 110억원의 일부라도 받았을까. 안씨는 사건이 일어난 마을에서 그대로 살고 있었다. 안씨는 "마늘밭 사건 때문에 삶이 몰락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한 달에 700만원씩 벌었지만, 사건 이후 생업을 포기했다. 안씨의 굴착기는 집 마당에 녹슨 채 방치돼 있다. 그는 "스트레스와 분노로 매일 술을 마시는 바람에 간암과 대장암에 걸려 투병 중"이라고 했다. 안씨 부부는 '조폭이 개입됐다'는 소문 탓에 수년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안씨는 "머리맡에는 항상 가스총을 두고 자고, 마당에는 도베르만 등 맹견 서너 마리를 풀어놨다"고 했다. 지금은 10살짜리 암컷 호피무늬 진돗개 한 마리만 남았다.
♣ 200만원 받아… 범죄수익 포상제 도입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안씨 부인이 운영하던 식당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여전히 '포상금으로 수억 원 챙겼냐', '마늘밭에서 빼돌린 돈은 얼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안씨는 "신고 포상금으로 경찰에서 200만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했다. 경찰이 마늘밭에서 나온 돈을 유실물이 아닌 범죄수익금으로 봤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 사건 이후 범죄수익환수 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2014년 5월 29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불법 범죄수익이 국고에 귀속된 경우 이를 수사기관에 신고한 사람 또는 몰수·추징에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고귀속 금액이 5000만원 미만이면 최대 500만원, 200억원 이상은 1억원까지 포상금을 줄 수 있다. 100억원 이상 200억원 미만이면 7000만원이다. 이 규정이 있었다면 안씨는 7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 "케세라세라… 이젠 맘 비워"
그는 "이씨가 나를 도둑으로 몰지 않았으면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는 맘을 비웠다. 지금은 '케세라세라'"라고 했다. 케세라세라는 스페인어로 '될 대로 되라'는 뜻이다. 안씨는 "처음엔 없던 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집사람이 '당신은 다른 일은 똑 부러지게 하면서 왜 도둑놈 소리를 듣고 있냐'고 해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당시 경찰을 불렀을 때 이씨 작은 처남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충남경찰청에 붙잡힌 작은 처남이 이씨 부인을 통해 안씨에게 전화를 바꿔줬다. 안씨는 "그 처남이 '매형이 정신이 왔다갔다 하니 나중에 찾아뵙고 술 한잔 찐하게 살게요'라고 했지만, '당신하고 할 이야기 없다. 그렇게 못한다'며 전화를 끊었다"며 "이후 경찰이 마늘밭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굴착기로 땅을 파헤치자 돈이 쏟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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